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 움베르토 에코의 세상 비틀어 보기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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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학교다니는 동생에게 대출을 부탁해 읽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려하니  몇몇이 '정말 언니다운 책이다"라는 얘기를 한다. 내가 그렇게 세상을 바보로 여기고 있었나...?     어쨋거나 움베르토 에코... 이 사람의 글을 이해한다는 것은 내 생애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왜 읽는 것인지....

간혹, 특히 이 책에서는 유쾌하게 비웃는 이야기들 중에서 심하게 웃을 수 있는 부분들이 있어서인지 그의 책중에서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중에서 몇번을 읽어도 질리지 않고 재밌었던 것은 '어떻게 지내십니까?>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방법이다.

갈릴레이 : 잘 돌아갑니다

그래.. 지구가 잘 돌아가듯이 난 무심결에라도 책장을 잘 넘겨 이 책의 끝을 봤다. ㅎㅎ

다윈 : 사람은 적응하게 마련이지요.

그렇지요? 이해안되는 문장이 한둘이면 열심히 참고문헌을 뒤적여 이것저것 찾아보겠지만 뭉터기로 몰려 있어봐요.. 이해할 수 없는 것에 익숙해져 그런대로 적응하며 이 책의 끝을 볼 수는 있을겁니다.

엘리어트 : 내 마음은 황무지입니다.

그렇게 끝까지 가 봤지만 도대체 내가 뭘 읽고 느낀거지? 라고 생각을 하는 순간 내 에코에 대한 독서의 끝은 황량한 황무지같을 뿐....이랍니다.

다행히도 갈릴레이나 다윈, 엘리어트에 대해 잘 알지 못해도 그들의 풍자적인 인사법은 신나게 웃어댈 수 있었으니.. 이 책은 나름대로 재미있게 읽은 책이라 할 수 있는 거겠지?

[우리는 웃으면서 화를 낼 수 있을까? 악의나 잔혹함에 분개하는 것이라면 그럴 수 없지만, 어리석음에 분노하는 것이라면 그럴 수 있다....] - 에코의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을 배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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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 오주석 / 솔

 

어느 수업에선가 <세한도>에 결정적인 잘못이 있다고 주장한 학생이 있었다. 즉 작품속의 집은 그 오른편이 보이는데 둥근 창문을 통해 본 벽의 두께가 어째서 왼편에서 바라본 모양으로 되어 있느냐는 것이다. 날카로운 지적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이상한 점은 그것뿐이 아니다. 첫째, 창문이 보이는 면은 직사각형 벽에 이등변삼각형 지붕이다. 이건 앞에서 본 것이지 애초 비껴본 모습이 아니다. 둘째, 지붕은 뒤로 갈수록 줄어들어 원근법을 쓴 듯한데 아랫벽은 오히려 뒤로 갈수록 조금씩 높아져 역원근법에 가깝다. 셋째, 지붕의 오른편 사선도 앞쪽에 비해 뒤쪽이 훨씬 가파르니 역시 오류가 아닌가?

김정희는 일찍이 중국으로 건너가 25세되던 해 정월에 그곳 학계를 일끌던 78세의 노대가 옹방강을 만났다. 첫대면에서 옹방강은 "조선에 이러한 영재가 있었던가"하고 탄복하면서 "경전, 학술, 문장이 조선의 으뜸"이라는 자필 글씨를 즉석에서 써주었다. 이렇게 한 시대를 울렸던 천재가 집 한 채를 제대로 못 그릴 리가 있겠는가?

추사는 <세한도>에 집을 그리지 않았다. 그 집으로 상징되는 자기 자신을 그렸던 것이다. 그래서 창이 보이는 전면은 반듯하고, 역원근으로 넓어지는 벽은 듬직하며, 가파른 지붕선은 기개를 잃지 않았던 것이다. 그림이 지나치게 사실적이 되면 집만 보이고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옛 그림을 눈으로만 보지 말고 마음으로 보아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 1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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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ho 2004-05-04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좋죠? 우리 옛 그림이 전 외국의 서양화보다 좋더군요. 즐독하시길...
 

해리포터라는 책을 구입하고 한참이 지났는데 출판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해리포터의 표지에 적힌 포터의 영문자가 틀린 책들이 몇권 발견되었다나? 그리고 몇개의 오타...

판본이야 초판밖에 찍지 않은 것 같으니 몇번째 쇄본에서 틀렸는지 궁금해 물어보는데,

그 직원은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내가 말뜻을 못알아들었다 생각했나보다.

솔직히 눈에 띄게 걸리는 오타가 아니라면 그냥 그런대로 수긍하며 읽는 편이다.

더구나 영문판도 아닌 번역본 책에 포터의 영문표기가 틀렸다고 그 책을 폐기하고 새 책을 달라 할

그런 맘은 전혀 없다.

그러고보니 비룡소에서 출판된 보물섬의 오타 이야기가 생각나네.

바로 수정 인쇄하겠다는 출판사의 안내 메일, 그리고 기타 다른 제언에 대한 부탁.

 

우리가 좋은 책을 접할 수 있는 건 좋은 책을 만들고, 좋은 책을 번역하고...

그러한 일을 하는 좋은 출판사가 있기 때문이겠지만,

또한 좋은 책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의 중심에 책 읽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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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의 이유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제인 구달 지음, 박순영 옮김 / 궁리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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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무런 기대도, 아무런 느낌도 없이 담담하게 읽었다고 해야겠지... 사실 자전적 에세이 그 이상은 아니라는 느낌에 그저 무덤덤해진다. 하지만 그 무던하게 읽히는 이 이야기들이 또 그렇게 무던히 잊혀지는 것은 아니다.

제인구달은 어쩌면 더 강력하게, 좀 더 비판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써야했을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게 강한 어조로 써야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천천히 조금씩 읽어나가며 그녀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저 담담한 어조로 과장없이 보고 느낀 사실 그대로를 말하는 것.... 이 중요한 것임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모두 사실 그대로이며, 우리는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것이 어느 특별한 사람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제인 구달의 아주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그녀의 일상이, 담담하게 하나하나 읽어나갈 수 있었던 이유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또 해야만 하는 일들 역시 우리 모두의 일상이 될 것이기에.....

"내일의 세계를 구하는 일은 우리의 것이다. 바로 당신과 나의 일인 것이다" -[ 본문에서 따옴]

 

"아직도 갈 길은 멀다. 그러나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우리가 인간과 동물에 대한 잔인함을 사랑과 연민으로 넘어설 수만 있다면, 인간 도덕과 영적인 발전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우리의 가장 독특한 특성, 인간성을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본문에서 따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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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ho 2004-05-04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인 구달의 책을 읽고 사람들이 좀 더 동물들에게 신경을 써줬음하는 맘에 가습이 아프더군요. 전 개인적으로 동물 관련 책을 좋아해서...이 책도 감동 받으며 읽었답니다.

chika 2004-05-04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요즘 환경 대란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인간이 자연의 주인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모두 깨달고, 실천했음 좋겠네요...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노암 촘스키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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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에 가해진 미국의 범죄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하지만 왜 우리는 미국의 끔찍한 죄악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일까...

"여기 수록된 모든 사실은 촘스키가 학문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있는 그대로를 기록해 놓은 것이며, 그가 유대해내는 모든 결론도 수많은 증거에 의한 것들이다"

편집자의 말이다.

언젠가 그런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촘스키는 진정한 학자로서 그가 연구하는 학문을 깊이 파고들어가다보니 정치, 사회, 문화, 경제 등 모든 부분에서 그 본질을 꿰뚫어봄으로써 진보의 최선두에 서게 된 것이다...라는 말이다. 학문은 결코 가치중립적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본질을 파고들면 모든 것이 극명하게 드러나게 되며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는지도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점차 많은 사람들이 미국은 결코 우리에게 무상으로 달콤한 초코렛을 나눠주는 것이 아님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라크 파병에 대해 '국익' 운운하며 찬성하는 사람들 역시 있음은 무시할 수 없다. 그들에게 감정적으로만 대응할 것인가?  시위나 편지쓰기, 투표 등등 이 모든 것들이 의미가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런 행동들이 지속적이고 조직적이어야 한다고 촘스키는 언급하고 있다.

정치가들이 말하는 '국익'이라는 것이 진정 누구를 위한 국익인지, 모두가 다 같이 살맛나는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한걸음이 되는 것인지 아니면 소수 가진 자들이 더 안락한 삶을 누리기 위한 이익인지... 본질을 인식할 수 있어야겠다.

세계에서 일어난 민주화를 온통 짓밟아버린 미국이, 십여년 전 이십여년 전 엘살바도르에서 과테말라에서 니카라과에서 그라나다에서.. 광주에서... 그렇게 무참한 살육을 행한것처럼 2004년이 된 지금 이라크의 팔루자에서 똑같은 학살을 행하고 있다.  이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는 분명해졌다.

"자유를 위한 투쟁은 끝나지 않는다"는 이 책의 결언은 '진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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