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의 공감 그리고 적절한 완화치료야말로 세상 마지막 길을 축복하는 하나의 방법이자 의료진이 꼭 배워야할 수업이 아닐까. 아인슈타인이 널리 알린 말처럼 ‘타인의기쁨에 기뻐하고, 타인의 아픔에 아파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인간을 이끄는 최고의 지도자다".
- P111

"만약에 내가 너였다면, 무슨 말을 해주겠어? 똑같은말로 너 자신을 위로해 줘. 누구에게나 전하는 진심을 네게도전해봐."
그렇다. 나는 모든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려고 노력한다. 단 한 사람, 나 자신만 빼놓고. 하지만 내가 가장 잘 이해하고 사랑해야 하는 사람은 내가 아니던가. 그날 아침, 아프게 얻은 깨달음으로, 나의 괴로움은 한결 줄었다. 다른 사람에게 하듯 나에게도 공감하려고 노력하지만 쉽지는 않다.
자꾸만 자책과 책망에 사로잡히고 내 안의 비난자가 속출한다. 그러면 다시 눈을 감고, 내가 타인인 듯 달래준다.
"네 잘못이 아니야. 너는 최선을 다했어. 우리는 결코 신이 될 수 없어."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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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진심 보태니컬 펜 드로잉
이일선.조혜림 지음 / 그림책방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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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드로잉 연습을 하다가 기초를 다지기 전에 그만두고 다시 새롭게 시작해봤지만 꾸준히 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과정이 되풀이되니 드로잉 실력이 당연히 늘지 않는다. 그나마 짧게라도 며칠동안 드로잉을 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드로잉 실력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역시 꾸준히 날마다 연습하는 성실함과 그리려고 하는 대상을 섬세하게 관찰하는 것임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그러면 이제 그렇게 실행하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사실 날마다 우직하게 드로잉 연습을 하면 드로잉 실력은 나아지겠지만 그 길고 어려운 과정을 무식하게 인내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늘 별다를 것 없어보이는 드로잉책을 자꾸 들여다보는 것은 그 과정과 시간을 조금이나마 줄여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이기는 한데 중요한 것은 역시 계속 펜을 잡고 그려보는 것이라는 것도 깨닫지 않을 수 없다.


수많은 드로잉책이 그렇듯 이 책 역시 기초과정과 기본연습에 대한 설명이 있고 드로잉 연습을 해 볼 수 있게 기본 밑그림도 담겨있다. 얼핏봐도 그림선이 작지 않아 초초보가 할 수 있을까 싶은데 따로 그리는 것이 어려우면 책에 있는 밑그림을 따라 그리면서 감을 익히면 될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이 책이 다른 드로잉 책과는 조금 다르다는 생각이 드는 건 드로잉 대상의 관찰과 이해에 대한 설명이 구체적이고 대상을 어떤 느낌과 질감으로 그려야하는지 하나하나 친절하게 알려주고 있어서이다. '대상의 구조와 특징을 파악하고, 표현법을 결정하고, 진행 계획을 세우는 시간이 필요하다"(16)고 하는데 머릿속에서 이론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실제 드로잉을 해 보면서 체험하는 것은 다를수밖에 없다.


그래서 드로잉책에 과정컷이 있다해도 단계별 진행과정이 작가에게는 쉬울지 몰라도 초보인 내게는 아무런 설명이 없으면 따라 그리는 것도 쉽지 않은데 이 책의 저자는 정말 친절하다. 특히 식물만을 그리는 것이라 그런지 식물의 특성과 느낌 표현에 대해 하나씩 설명해주고 있어서, 따라하기가 좋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책을 스승처럼 모신다 해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무쓸모 아니겠는가. 이제 작심삼일만 넘기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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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수놓다 - 제9회 가와이 하야오 이야기상 수상
데라치 하루나 지음, 김선영 옮김 / 북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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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기도 전에 이미 '이 책 추천할래'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습관처럼 읽어대고 있는 책들 속에서 누군가 추천도서를 언급하면 떠오르는 책들이 없는데, 취향과는 별개로 이 소설은 다양한 사람들에게 다양한 이유로 추천을 해주고 싶은 책이 될 것같다.


어렸을 때 부모님은 이혼을 했고 할머니와 엄마, 누나와 함께 살고 있는 기요스미는 바느질을 좋아하는 평범한(!) 남학생이다. 바느질은 여자가, 라는 의식이 남아있어서 어머니 사쓰코는 남자 고등학생이 바느질을 취미로 하면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거나 따돌림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기요가 바느질이 아니라 남자애답게 운동을 하거나 밖에서 뛰어놀기를 원한다. 하지만 정작 그런것이 기요에게는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기요의 누나 미오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을 하고 직장에서 만난 곤노와 결혼을 약속한 상태다. 그런 누나에게 기요는 자신의 손으로 드레스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하는데...


물을 수놓다,는 기요스미 가족의 이야기를 각자의 시점에서 보여주고 있다. 바느질을 하고 자수를 놓는 것이 정말로 즐겁다,라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기요의 시점, 그런 기요가 만들어주는 드레스의 장식 리본이 맘에 안들고 굳이 위생복같은 드레스를 입겠다고 고집부리는 이유를 알 수 있게 되는 미오의 어린 시절 체험이 드러나는 미오의 시점, 어느날 갑자기 남편의 모습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이혼을 해 버린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엄마 마쓰코의 시점,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정해져있다는 듯 억압된 환경을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지만 다음 세대의 아이들만큼은 규정된 것이 아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자유로움을 주고 싶어하는 할머니의 시점, 그리고 모두가 이해할 수 없는 기요의 아버지 젠씨를 먹여살리다시피 하며 그를 고용하고 있는 구로다의 시점으로 이야기는 진행되는데 많은 설명이 없어도 기요스미 가족의 이야기속에서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을 깨달을 수 있고 그것들을 각자가 어떻게 극복해나가는지 보여주고 있다. 

아니, 사실 극복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는 것 같다. 소설의 제목처럼 물 흐르듯이, 지금 현재의 내가 모든 것을 다 바꾸거나 내가 원하는 것을 얻는다거나 하는 목표지향적인 것이 아니라 물 흐르듯 많은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내가 스스로 바꿔나갈 수 있다는 것조차 기다려줄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되는 그런 이야기가 담겨있다.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고 했지만 그건 이 소설을 직접 읽으면서 각자가 더 마음에 남는 에피소드를 끄집어내는 것에 따라 이야기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을 것 같다. 화자가 달라지면서 이야기의 흐름도 달라지는 것 같지만 나는 오히려 그것이 그 에피소드의 주제를 더 강조해주는 것 같아 좋았다. 특히 마지막에 왜 기요의 아버지 젠이 아니라 구로다의 시점일까 싶었는데 구로다의 시점에서 기요에게 들은 '가족'이라는 의미는 더 마음에 남아 있어서 좋았다.


물을 수놓다,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지만 그저 가볍기만한 이야기는 아닌 기요스미 가족의 이야기는 정해져있는 사회적 규범과 틀을 깨야한다는 주장을 하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모두가 자신이 원하는 자신만의 즐거움을 찾아가며 삶을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에 더해 제각각인 듯 하지만 '가족'이라는 의미에 대해 다시 새겨보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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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강수확률이 50퍼센트라고 치자. 너는 기요가 걱정되니 우산을 챙겨 가라고 하겠지. 그다음부터는 그 애 문제야. 무시하고 비에 젖거나 감기에 걸려도 그건 그 애 인생이야. 앞으로 감기에 걸리지 않기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할지도 모르고, 어쩌면 비에 젖는 것도 제법 기분 좋을지 몰라. 네 말을 듣고우산을 챙겨 갔어도 날이 맑을 가능성도 있고. 그 애한테는 실패할 권리가 있단다. 비에 젖을 자유가 있어. ・・・・・・ 그런데."
그런데. 고개를 숙이고 있어서 어머니가 그 말을 어떤 표정으로 말했는지 모른다.
"네 인생은, 실패한 인생이었니?"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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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빛, 일렁이는 흐름. 눈에는 보여도 형태가 없는 것은 만질 수 없다. 손으로 떠서 간직할 수 없다. 해가 기울면 순식간에 사라진다. 그렇기에 아름답다는 걸 알고 있어도, 바라게 된다. 천 위에 저걸 재현할 수 있다면. 그러면 손가락으로 만져서 확인할 수있다. 몸에 두를 수도 있다. 그런 드레스를 만들고 싶다. 입어줬으면 좋겠다. 모든 것을 ‘부담스럽다‘며 멀리하는 누나이기에 더욱 반짝이는 빛. 일렁이는 흐름. 어차피 만질 수 없다며 포기할 필요는 없다. 분명,
할 수 있을 테니까.
어떤 천을 어떤 형태로 재단하고 어떤 장식을 하면좋을까. 그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더니 가만있을 수가없었다.
그리고 내일 내일, 학교에 가면 미야타에게 야옹이 어쩌고 하는 그 게임을 가르쳐달라고 해야지. 좋아하지 않는 것을 좋아하는 척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나는 아직 미야타와 다른 아이들을 잘 모른다. 알려고 하지 않았다.
운동화 끈을 질끈 고쳐 매고, 걸음을 서둘렀다. - P55

"표현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이해해 주지않는다‘고 불평하는 건 잘못이야."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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