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잘 읽는 것은 아니지만,

저 두 시집은 꽤 여러번 읽은 것 같다.

 
노동의 새벽은

중학교시절

 수업시간에

국사 선생님께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읊어주신

 '지문을 부른다'라는 시 하나로 내 마음에 새겨진 시집이다.

내가 사는 섬에는 공장지대를 보기 힘들었기에 그들의 이야기는 머나먼 나라의 이야기였지만,

내게는 참 충격적인 이야기였다.....


1984년 발행 된 '노동의 새벽'

시집은 누렇게 바래어가지만

해방 세상을 향한 마음은

바래지 않기를 ......

 

그리고 지금은 고인이 된 김남주 시인의 시집

서점에 놀러가는 것을

학교 다니듯이 날마다 드나들다,

어느 꿀꿀한 날에

 '조국은 하나다'라는

선명한 글씨에 맘이 동해 구입한 기억이 난다.

저자 약력을 찬찬히 보면

맨 마지막 '현재 전주교도소 수감중'이라 씌어져있다.

그 후 출소하셨지만 결국 암으로 돌아가신것으로 안다.

이분의 시는 꾸밈이 없이 담백하고 명확하다.

핵심을 찌르며 다가온다....

 

이십여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노동환경은 열악하고,

여전히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기만 하다.

오랜 세월 시집 속에 접혀져 있던 판화인쇄본이 참 많은 이야기를 건네는 듯 하다.

모두가 얼싸안고 해방노래를 부르며 덩실덩실 춤을 추는.... 그런 날이 빨리 왔음 좋겠다.

누런 시집을 뒤적이다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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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디 비룡소 클래식 4
요한나 슈피리 지음, 폴 헤이 그림,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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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이들을 위한 내 영화에서 무엇보다 이 세상은 심오하고, 다양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다. 이 세상은 풀 수 없을 듯 보이는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어서 희망을 품는 것이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서 사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옮긴이의 글을 읽다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이 동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며 했다는 글을 읽었다.  이 세상을 사는 것은 물론 행복한 일이다. 모두가 그래야 할 것이다.....

 

조카애가 이 책을 무척 좋아한다는 얘기를 듣고, 나도 어릴 적에 무척이나 좋아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읽기 시작했다. 하이디로 인해 나는 스위스를 동경했고, 산과 들판, 하늘과 구름, 노을과 나무... 나무를 쏴~하고 치며 지나가는 바람소리를 미친듯이 좋아했다. 아니, 지금도 엄청 좋아하고 있다.

수십번을 읽어 본 책이지만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그건 단지 오랫만에 읽어서라든지, 완역본이기 때문이라는 따위의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단숨에 '하이디'를 읽어나갈 수 있었고, 그 시간은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것은 내 추억속의 하이디는 캔디보다도 훨씬 밝고 명랑하고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들로만 가득 차 있었는데, 더 커다란 아픔으로 느껴지는 하이디의 고통에 내 맘은 간헐적으로 슬픔을 밀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 어른이 되어 읽는 동화가 슬픈 이유가 무엇일까...어른이 되어버린 내게는 기쁨의 공감보다 '슬픔의 공감'이 더 큰 탓일지... 아니면 어릴적 꿈을 잃어버렸다는 것이 슬픈것인지...

어쨋거나 열한살이 된 조카가 이 책을 무척 좋아한다고 했다. 내가 처음 이 책을 읽은것도 그 나이쯤이었던 것 같다. 세들어 살던 집 마당이 넓어 들판을 거니는 흉내를 내며 하이디의 다락방 풀침대를 무척이나 갖고 싶어했던 것 같다. 동화에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보물창고 '다락방'이 하이디에서는 꿈의 궁전이 되어버렸으니 얼마나 다락방을 갖고 싶어했었는지....

그래서 여름 밤이면 옥상에 올라 드러누워 밤하늘의 별을 보며 잠드는걸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가끔 밤하늘을 올려다볼때면 어린 시절의 그 추억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데....

음... 쓰다보니 어느새 리뷰가 아니라 주절주절 내 추억만 늘어놓고 있었네. 하지만 충분히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어느새 커버린 어른이 읽는 하이디는 이렇듯 어린 시절의 산, 바람, 하늘에 대한 동경어린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느꼈던 그 아름다움을 지금 하이디를 읽는 아이들도 역시 느끼며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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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다 잘되고, 다시 명랑한 하이디가 되게 해 달라고 매일 기도하니?"

"오, 아니요. 이제 기도 안해요"

"뭐라고, 하이디? 무슨 얘기야? 왜 안 해?"

하이디는 조금 격해져서 대답했다.

"소용없으니까요. 하느님은 듣지 않으셨어요. 그럴 줄 알았어요. 프랑크푸르트에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쟎아요. 밤에 그 많은 사람들이 다 기도하면 하느님이 어떻게 그 사람들 기도를 다 들으실 수 있겠어요. 하느님은 제 말은 하나도 듣지 않으셨어요."

"그렇구나. 그런데 하이디, 왜 그렇게 생각하지?"

"매일 똑같은 기도를 했어요. 몇 주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요. 하지만 하느님은 부탁을 을어주지 않으셨어요."

"그래, 하이디, 그렇게는 안 돼! 그렇게 생각하면 안 돼! 알겠니? 하느님은 우리 모두한테 좋은 아버지와 같단다. 우리한테 뭐가 좋은지 항상 잘 아시는 그런 아버지 말이야. 우리가 모를 때도 아시는 그런 아버지 있쟎아. 만약 우리가 우리한테 좋지 않은 것을 달라고 하면 하느님은 그걸 주지 않고, 훨씬 더 좋은 다른 걸 주신단다. 믿음을 잃고 금세 토라져서 도망치지 않고 계속 간절하게 기도하면 말이다. 알겠니? 네가 달라고 기도하는 것이 지금 너한테 좋지 않은게야. 하느님은 네 기도를 벌써 다 들으셨단다. 하느님은 모든 사람 말을 한꺼번에 다 듣고 다 보실 수 있어. 그래서 너하고 나 같은 사람이 아니라 하느님인 게야. 하느님은 너한테 좋은 것이 무엇인지 아시기 때문에 혼자 생각하시지. '그래, 하이디가 기도하는데 들어줘야지. 하지만 때가 되고, 하이디가 진심으로 기뻐할 때 줘야 해. 기도한다고 바로 주었다가 나중에 기도를 들어주지 않는 편이 더 좋았다고 생가하면 어떻게 해. 하느님이 부탁을 들어주지 ㅇ낳으셨더라면 차라리 나았을걸. 생각한 것처럼 좋지가 안다고 하이디가 잉잉 울면서 투정할 것 아니야' 하이디, 하느님은 네가 하느님을 믿고, 날마다 찾아가고, 기도하고, 문제가 있을 때마다 하느님을 쳐다보는지 다 보고 게시단다. 그런데 넌 믿음을 잃고 달아나서 기도도 하지 않고 하느님을 잊어버렸쟎아. 자, 잘 들으렴. 어떤 사람이 너처럼 하고, 기도 소리 중에서 그 사람 목소리가 안 들리쟎아. 그럼 하느님도 그만 그 사람을 잊고, 멋대로 가라고 내버려 두신단다. 하지만 일이 잘 안 풀려서 그 사람이 '아무도 날 도와주지 않는구나!'하고 한탄하쟎아. 그럼 아무도 불쌍하게 생가하지 않고 다 이렇게 말해. '네가 도망쳤쟎아! 하느님이 도와줄 수 있는데도 그랬잖아!' 하이디, 너도 그럴래? 아니면 당장 용서를 빌고, 날마다 기도하고, 널 위해 모든 일을 해 주실 거라고 믿을래/ 그럼 다시 마음이 편해질 텐데"

*******************************************************************************************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면 하느님한테 다 털어놓아야해요"

하이디의 자신있는 대답에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그래, 좋은 생각이구나. 얘야, 하지만 하느님이 슬프고 비참하게 만든 장본인이라면? 그럼 뭐라고 해야지?"

하이디는 곰곰 생각해 보았다. 하지만 하느님이 슬플 때 도와줄 수 있다는 믿음은 그대로였다. 하이디는 옛날에 자기가 겪었던 일을 생각하고 해답을 찾았다.

잠시 후 하이디는 자신있게 말했다.

"그럼 기다려야 해요. 그리고 늘 이렇게 생가해야 해요. '하느님은 벌써 좋은 일을 알고 계실 거야. 나중에 딴 일에서 생길걸. 잠시 가만히 기다리고, 달아나지 말아야지' 그럼 갑자기 모든 일이 해결되고 하느님이 내내 좋은 일만 생각하고 계셨다는 걸 알 수 있어요. 하지만 사람은 앞을 내다보지 못하쟎아요. 그래서 슬픈 생각만 하기 때문에 계속 그럴 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분이 일하고 다스리게 하라

현명한 임금이시니

놀라운 방식으로

처리하시리

마땅하신

좋은 충고로

그대의 슬픔을

낫게 하시리

한동안

위로를 미루시고,

그대를 버릴

작정이신 듯,

언제까지 그대를

불안과 고난 속에 헤매게 두시려는 듯,

그대를 염려하지 않으시는 듯

보일 때도 있으리.

하지만 한결같은 마음으로

그분 곁을 떠나지 않으면

적어도 그대가 믿을 수 잇도록

그대를 들어 올리시고,

슬픔을 핑계로

나쁜 짓을 저지르지 않았다면

짓누르는 슬픔을

거두어주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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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04-05-26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적엔 몰랐지만 이 책은 무척이나 아름다울 뿐 아니라 '믿음'과 '기도'에 대한 가르침을 준다. 돌아온 탕아 이야기는 수차례의 비유를 듣고 했지만 또다시 감동이 인다.
물론, 이러한 내용보다는 알프스의 푸른 초원과 바람, 구름, 산... 그 모든것이 더 내 마음을 들뜨게 하고 있는 책이니...........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오주석 지음 / 솔출판사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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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기만 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 如知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에 머물러 있던 말이다. 그래서였는지 이 책을 읽는 동안 즐거웠다. 아니, 즐겁게 우리의 옛 그림을 읽었다.

솔직히 지금 그 그림들을 다시 보라고 하면, 모든 그림을 다 즐기며 오래도록 볼 자신은 없다. 무지한 내가 이 책을 한번 읽어봤다 해서 세한도나 몽유도원도 같은 그림을 보면서  감탄한다는 것은 내게 위선인 듯 하고... 다만 깊은 인상으로 남는 윤두서 초상화나 한없이 고요하고 평화로움이 느껴져 바라보는 내 자신도 편안해졌던 고사관수도, 친숙하고 흥겨웠던 무동, 씨름 같은 그림은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어릴적에 읽은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신화로 읽는 그림 이야기가 너무 재미있었고 그걸 연상하면서 실제 유럽의 박물관에서 본 조각이나 그림들이 앎으로 인해 재밌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처럼 어쩌면 이젠 우리 옛그림을 읽으면서 아는 척하며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면 어떤가...  옛 그림을 읽는 즐거움을 온전히 느끼지는 못하겠지만 좋아하다보면 어느새 그림을 즐길 수 있는 애정이 생겨날수도 있으려니... 굳이 알려고 하지 말자. 내가 좋아서 가만히 바라 봄이 좋은 시간, 그 시간을 그냥 즐겁게 보내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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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네버랜드 클래식 13
케니스 그레이엄 지음,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 그림, 신수진 옮김 / 시공주니어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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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은 평범한 일상인 듯 하면서도 어딘가 특별하고, 특별한 듯 하면서도 우리가 겪고 느낄 수 있는 일들에 대한 표현이고... 그런 잔잔한 흐름속에서 톡톡 튀는 두꺼비 토드의 이야기가 동화의 흥미를 끌어내는 모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책이다.

여러 이야기가 있고 많은 느낌을 가졌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감동에 젖어 뭉클해진 내용이 있었다. 모울과 래트가 먼길을 돌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일어난 둘 사이의 이야기이다. 오로지 서로 각자의 관심과 생각에 빠져있어 상대방의 마음을 몰라주고 상처만 남아있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을 두 친구가 어떻게 서로를 배려하고 위하는 마음으로 우정을 확인하는지... 책을 읽어본 사람들은 느낄 것이다. 행복이 넘쳐나는 두 사람의 우정은 감동이다...

원래가 책을 읽은 흔적을 남기려고 쓰는 리뷰가 많지만 가끔씩은 - 이번처럼 리뷰를 쓴다는 것이 조금은 형식적이고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더구나 다 큰 어른이 어린이 책을 읽고 감동을 느꼈는데, 그 느낌을 어떻게 보여줄수 있는지....좋다는 느낌만 가득한데 그걸 풀어내는 것은 정말 어렵다.... 마음을 찍어서 보여 줄 수 도 없는거고... ㅡㅡ;

그냥... 예상치 않게 잔잔한 이 동화책은 예상치 못한 감동을 주었기에 참으로 좋다. 정말이지 소풍가기 좋은 날, 버드나무 아래에서 느끼는 햇살같은 바람처럼 내게 온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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