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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디 ㅣ 비룡소 클래식 4
요한나 슈피리 지음, 폴 헤이 그림,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2003년 10월
평점 :
"나는 아이들을 위한 내 영화에서 무엇보다 이 세상은 심오하고, 다양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다. 이 세상은 풀 수 없을 듯 보이는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어서 희망을 품는 것이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세상에서 사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옮긴이의 글을 읽다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이 동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며 했다는 글을 읽었다. 이 세상을 사는 것은 물론 행복한 일이다. 모두가 그래야 할 것이다.....
조카애가 이 책을 무척 좋아한다는 얘기를 듣고, 나도 어릴 적에 무척이나 좋아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읽기 시작했다. 하이디로 인해 나는 스위스를 동경했고, 산과 들판, 하늘과 구름, 노을과 나무... 나무를 쏴~하고 치며 지나가는 바람소리를 미친듯이 좋아했다. 아니, 지금도 엄청 좋아하고 있다.
수십번을 읽어 본 책이지만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그건 단지 오랫만에 읽어서라든지, 완역본이기 때문이라는 따위의 말로 설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단숨에 '하이디'를 읽어나갈 수 있었고, 그 시간은 참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것은 내 추억속의 하이디는 캔디보다도 훨씬 밝고 명랑하고 즐겁고 행복한 이야기들로만 가득 차 있었는데, 더 커다란 아픔으로 느껴지는 하이디의 고통에 내 맘은 간헐적으로 슬픔을 밀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 어른이 되어 읽는 동화가 슬픈 이유가 무엇일까...어른이 되어버린 내게는 기쁨의 공감보다 '슬픔의 공감'이 더 큰 탓일지... 아니면 어릴적 꿈을 잃어버렸다는 것이 슬픈것인지...
어쨋거나 열한살이 된 조카가 이 책을 무척 좋아한다고 했다. 내가 처음 이 책을 읽은것도 그 나이쯤이었던 것 같다. 세들어 살던 집 마당이 넓어 들판을 거니는 흉내를 내며 하이디의 다락방 풀침대를 무척이나 갖고 싶어했던 것 같다. 동화에는 어김없이 등장하는 보물창고 '다락방'이 하이디에서는 꿈의 궁전이 되어버렸으니 얼마나 다락방을 갖고 싶어했었는지....
그래서 여름 밤이면 옥상에 올라 드러누워 밤하늘의 별을 보며 잠드는걸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가끔 밤하늘을 올려다볼때면 어린 시절의 그 추억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데....
음... 쓰다보니 어느새 리뷰가 아니라 주절주절 내 추억만 늘어놓고 있었네. 하지만 충분히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어느새 커버린 어른이 읽는 하이디는 이렇듯 어린 시절의 산, 바람, 하늘에 대한 동경어린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느꼈던 그 아름다움을 지금 하이디를 읽는 아이들도 역시 느끼며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