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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가족
공선옥 지음 / 실천문학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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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차 만수가 엮게 될 '유랑하는 자의 삶의 철학'에는 현지인들의 싸움에 되도록이면 끼어들지 말되, 이따금 끼어들 필요가 있을 때는 사사로운 감정이 아니라 정의감이 불타오를 때, 그때 끼어들어도 늦지는 않을 것이라는 구절도 필히 들어갈 것이었다. 두 방도 필요없었다. 딱 한 방으로 상황 끝을 만들어버리고 나서 그 자리를 떠나면 되는 것이었다. 바람같이, 구름같이.

-245쪽

가난은 죄가 아니다.
그러나 가난한 사람은 죄인처럼 살아간다.
가난한 사람에게는 생활의 안전은 물론이거니와
인격도 인권도 보장되지 않는 게 현실이지 않은가.
그리고
나는 가난한 작가일 뿐,
가난하여 '이 땅 어디에도 삶의 터전을 마련하지 못하고 떠도는' 유랑민처럼
나 또한 가난한 '유랑작가'일 뿐.
2005년 초봄
공선옥
-2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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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01 01: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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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훈규 언더그라운드 여행기 - 젊은예술가의 세계기행 2
박훈규 지음 / 안그라픽스 / 2005년 5월
평점 :
절판


내가 숨 쉴 수 있는 만큼의 공기가 있는 공간이, 굳이 내가 호흡하고 있음을 의식하지 않고도 지낼 수 있는 딱 맞는 공간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내 바로 앞에서 한 호흡에 다 담을 수 없는 너무 많은 산소가 뿜어져나오면, 나는 그걸 주체하지 못해 헉헉대버릴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고 난 다음에는.
그처럼 이 책 <박훈규 언더그라운드 여행기>를 읽고 나서 리뷰라는 걸 쓰려고 하니 내가 지금 너무 많은 것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것들을 주체하지 못해 헉헉거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무 좋았지만, 실체를 잡아 ''이게 엄청 좋았어''라고 말하지 못하고 있으니.

아마, <놀이터 옆 작업실>이라는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 책을 사서 읽는 일은 내게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심한 편견이 있는 나로서는 표지에 저런 사진이 커다랗게 나와있는 책은 벼랑 좋아하지 않기에 더욱더.
그런데 놀이터 옆 작업실을 재밌게 읽은데다가,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의 평이 좋은 듯해 망설임없이 구입해 펼쳐들었는데... 참 좋다. 참으로 좋아서 주위 사람들에게 마구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진솔함이 담담하게 펼쳐져 있는 그의 언더그라운드 이야기가 있고 그의 그림들이 담겨있다. 어쩌면, 서울에서의 이야기를 먼저 읽었다면 또 다른 편견에 사로잡혔을지 모르지만 지금 나는 그냥 ''박훈규''라는 사람의 언더그라운드 여행기를 읽으며 감탄하고, 뭔가 내 안에서 꼬물거리고 올라오는 느낌이 좋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집어들면서 ''여행기''에 대한 기대는 없었다. ''언더그라운드''에 대해서는 내게 생소한 뭔가를 보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던가? 어쨌거나 솔직히 얘기하자면 우연히 이 책을 알게 되었고, 그리 큰 기대없이 읽게 된 것이었다. 하지만 ''희망시장''의 로고, 원형 무지개를 만들었다는 것에서 나는 이미 박훈규라는 사람에게 좋은 것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은연중에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지. 이 책을 읽고나니 어떻게 박훈규라는 사람에게서 ''희망시장''의 ''희망''로고가 나오게 되었는지 알 수 있겠더라. 그는 결코 절망하는 일이 없고, 모든 순간에 최선을 다하여 삶의 방향을 찾아가고 있으니까 말이다.

언더그라운드 여행기의 처음 시작은 무작정 호주의 시드니로 떠났다, 는 것이었다. 그래서? 시드니의 유명 관광지, 아니 우리가 흔히 알지 못하는 구석구석을 보여주고 있는건가? 라는 생각을 얼핏 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내가그런 생각을 했었는지조차 까먹고 온전히 박훈규의 여행 이야기에만 빠져들었다. 그건 단순한 ''여행'' 이야기가 아닌, 진솔함이 담긴 그의 삶에 대한 이야기였고 희망을 꿈꾸며 내일을 향해 여행하는 한 사람의 삶에 대한 고백이었기때문이다. 박훈규의 여행 이야기는 ''삶의 방향을 찾아나선 여행'' 이야기이고, 그 여행을 통해 자신을 격려하는 법을 배우고, 여행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삶의 가르침을 받고, 자신을 되돌아보며 용기를 얻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나는 믿는다. 내가 새로운 곳으로 떠날 수 있는 용기를 계속 가지는 한. 그 어떤 일도 해낼 수 있으리라는 것을. 나는 오늘도 스스로를 격려하며, 매일 ''여행''을 떠난다.>

그의 이야기처럼 나도 오늘, 여행을 떠나려 한다. 그리고 매일 매일 새로움으로 여행을 시작할 것이다.

뱀다리를 붙이자면.
이 책은 여행기, 로 분류되어 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이 책은 배낭여행에 분류되는 책이 아니라 삶의 성찰, 내면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책으로 분류되어야 하지 않는가라는 생각을 한다. 이 책은 ''삶의 방향을 찾아 떠나는 나 홀로 여행이니까. 그리고 또 <언더그라운드>의 의미가 무엇인지 잠시 생각을 해 보게 된다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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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일까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공경희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앨리스라는 여자가 우연히 에릭이라는 남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그 후로 1년여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책이다> 라고 짧게 한 줄로 이 책을 요약한다면 그 흔한 사랑이야기를 쓴 다른 소설들과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내용을 말한다면 그렇겠지만, 이 책은 다르다. 그래서 자꾸만 분명 알랭 드 보통의 사랑 이야기는 확연히 다른 그 무언가를 이야기 속에 담고 있으니 뭔가 그만의 다른 이야기가 있음을 알려줘야 한다는 부담이 자꾸만 생겨나버려 '이 책 재밌네'라는 한마디도 조심스럽게 되어버린다.
도대체 뭘 어떻게 써야하는거지?

"앨리스가 지금 에릭을 [신중하게 말해서] 사랑하는 것일리가 없다면, 그녀는 아마 사랑을 사랑한 것이다. 이 동어 반복적인 묘한 감정은 무엇인가? 이것은 거울에 비친 사랑이다. 감정을 자아내는 애정의 대상보다는 감정적인 열정에서 더 많은 쾌감을 도출하는 것을 뜻한다"(74쪽)
일단 앨리스와 에릭은 연인관계가 되었는데, 이 시점에서 앨리스의 감정이 모호해져버리는 것이다. 앨리스는 에릭을 사랑하는 것일까, 에릭을 사랑하는 것을 사랑한 것일까.

시청률 1위를 달리던 드라마 '서동요'가 끝났다. 마지막회에서 선화공주를 연모하던 기루는 숨을 거두며 '나에게도 설레임이 있었고, 그 설레임을 내보이기보다는 사랑을 얻기 위해 행했던 모든 것이 거짓없는 나의 연모의 방법'이라는 이야기를 하더라.(대사에는 자신이 없지만,  어쨌거나 사택기루의 마음이 거짓은 아니었고, 자신의 행동이 바로 연모라는 것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이해를 했다)
기루의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보통의 이 책 '우리는 사랑일까'를 떠올렸다. 아마 사택기루는 선화공주를 사랑하는 마음을 잊어버리고 엉뚱하게 선화공주를 얻고자 한 사랑을 사랑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과 함께.

이야기를 늘어놓으니 뭔가 좀 복잡해진 느낌이지만 그건 순전히 내 글쓰기의 형편없는 탓일뿐이다. 이 책은 연애를 하는 연인의 '사랑'에 대한 총체적인 생각과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온갖 측면에서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진행시켜나간다. 만남이 있고 연인이 되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변화들이 있고 그걸 지켜보고 있으면 사랑과 연애, 그리고 사랑의 원인에 대한 결과가 보인다.
나는 사실 진지하게 '사랑'을 해 봤다고 할 수 없으니 온전히 이 책을 이해했다고 말하면 거짓말이 될 것이다. 그냥 어렴풋이 나 역시 '사랑을 사랑하는' 나의 마음을 더 사랑했으려니...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나조차 이 책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사랑'에 대한 특별함, 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느끼고 깨달을 수 있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사랑해봤던 사람이나,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나 사랑하는 사랑을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나 혹은 사랑하는 마음을 갖기를 원하는 사람이나 이 말에는 동의할 것 같다.
"우리 대부분은 자기를 완전히 표현하지 못하게 하는 삶을 영위한다. 우리 안에는 말하고 행동하고 싶은 것들이 가득하지만, 왠지 그렇게 하지 못한다...."(244)
이러한 것이 '사랑' 때문에 못하는 것인지, '사랑'때문에 더욱 더 적극적으로 행해야 하는 것인지 그 모호한 경계선에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사랑이 지속될지, 끝나버릴지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런데 사실... 지금 내 마음속은 '사랑'을 못한다면, 사랑을 사랑하는 것이라도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것으로 가득 채워져가고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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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서의 그림 속을 여행하다 - '동화 여행'의 작가가 꼽은 그림처럼 아름다운 여행지 25
이형준 글.사진 / 시공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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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로 별 한개짜리 리뷰를 써본다.

우선, 동화여행의 작가가 꼽은 아름다운 여행지, 라는 말에서 '동화작가'는 누구를 지칭하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동화작가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아름다운 여행지'에 골프장과 호화유람선의 골프시설이 들어가는지 정말 이해가 안간다.

이것이 나의 편견이라고 말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간혹 그림같은 사진이 담겨 있는 책이지만 그 사진으로 그럼처럼 아름다운 여행지가 담긴 추천할 만한 책, 이라고 말할수는 없다. 단지 눈요기감으로, 눈에 보기에만 좋은 그림을 보는 것은 '여행'이라 할 수 없는데.

난 그렇다, 는 거지 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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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발론 연대기 1 - 마법사 멀린
장 마르칼 지음, 김정란 옮김 / 북스피어 / 2005년 12월
품절


자, 보세요! 악인의 습관은 자기 안에 있는 결점을 어디에서나 찾는다는 것이지요. 악인은 선이 마법의 숲 속에 숨어 있을 때는 찾아내지 못해요. 다시 말하면, 악인은 어디에서나 악을 본다는 겁니다. 나는 신부님이 악인이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에요. 악을 생각하고 악을 행하는 사람들 곁에 오래 계시다 보니, 신부님도 의심과 오류의 화살에 맞으신 거라는 걸 말씀드리는 거예요. 신부님은 내가 악마의 아들이라고 말하는 걸 들으셨어요. 그러면 그걸 의심하셔야 할 아무 이유도 없는 겁니다. 하지만 악마의 아들이 악마 자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신부님은 사람들이 생각없이 되풀이하는 '그 아버지에 그 아들;'이라는 멍청한 생각의 노예가 되신 거예요. 그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법칙이 아니거든요. 그렇게 말하는 건 신성모독이에요. 왜냐하면 인간은 자신의 행동뿐 아니라 사소한 생각에 대해서까지 신 앞에서 책임을 지는 것이니까요. 아버지가 죄인이라고 해서 그 아들까지 똑같이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하나요?-64-66쪽

하지만 죄인은 참회할 수도 있고, 또 그럴 자격이 있다면 신의 구원을 받을 수 있지. 악마는 다르다. 그가 어떤 존재이든 그는 인간이 아니며 따라서 용서받을 수도, 구원받을 수도 없지. 악마의 아들 또한 악마가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에 무척 두렵구나.-65쪽

신부님은 분명히 훌륭한 추론가세요. 나도 같은 추론을 사용해볼까요?
신부님은 내가 악마의 아들이라는 말을 들으셨지요. 하지만 신께서 미래의 일을 아는 능력을 주셨다는 말도 들으셨어요. 신께서 왜 내게 그런 능력을 주셨다고 생각하세요? 신께서는 결코 우연히 행하시지 않습니다. 비록 신의 의지를 당장 이해할 수는 없다고 해도 말이에요. 신께서 나에게 그런 능력을 주신 것은, 악마들이 땅 위에서 자기들의 전령 역할을 할 사람을 가지고 싶어 할 때, 악마들의 그 사악한 계획을 내가 파괴해야만 하기 때문이랍니다. 그걸 이해하셔야 해요. 신께서는 큰 지혜 안에서 내가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모든 재능을 지니도록 허락하셨지요. 그리고 그는 나의 재능과 힘이, 인간의 행복과 세계가 창조된 이래로 모습을 드러냈던 신의 계획을 완성하는 데 기여하게 하셨어요. 거기에 덧붙여, 미래라는 커다란 책을 단 몇 페이지라도 읽을 수 있는 능력 또한 주셨지요. 왜냐하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전부 아는 것은 신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이니까요. 어떤 피조물도 그를 대신한다고 주장할 수는 없으니까요.-66쪽

멀린이 계속해서 말했다.
악마들의 계획이 틀어져 버렸다는 걸 아세요? 저주받은 씨앗을 담은 그릇이 그들에게 속하기에는 너무 순수했던 거예요. 어머니의 덕성이 너무나 커서, 어머니 자신도 더러움을 피했을 뿐만 아니라 내게 정해진 운명에서도 나를 지켜 주신 것이지요. 나는 악마의 노예가 아니라 신부님처럼 신의 종이에요.-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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