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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5
다나베 세이코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막상 책을 쳐다보고 있으려니 왜 조제만 떠오르는 걸까? 의문이 생긴다. 책을 읽으면서는 다른 여자들에게 더 눈길이 갔었는데...
영화를 보기 전에 이 책을 선물받았다. 영화는 영화대로 책은 책대로 엄청 좋다는 평이 난무할즈음에 읽어보고 싶다는 내 말에 후배가 보내줬다. 어쩌면 요즘들어 소설책 사는 것을 등한시 하는 나에게 이 책을 선물해주는 후배가 없었다면 이유없이 멋지구리한 책 표지를 가진 책을 볼 기회는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첫 단편의 제목처럼 '어렴풋이 알고 있을 수 밖에' 없는 것들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조금은 알 듯하지만 온전히 빠져들 수 없다는 것이 아마 내가 갖고 있는 나의 강박인지도 모르지만. 나는 나이를 많이 먹고 여러 경험을 하고 수많은 사람을 상대해 왔다고 생각했지만 사고방식이 철없는 아이수준을 벗어나기는 힘들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특히 이런 책을 읽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뭔가 책을 읽은 느낌을 말하라고 하면, 조제가 이유없이 조제인 것처럼 나도 이유없이 처음 읽어본 다나베 세이코란 사람의 글이 좋다, 라는 말 한마디로 끝내버려야겠다.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영화를 보면서 츠네오는 울음을 터뜨렸지만 조제는 꿋꿋이 길을 가는 모습이 나온다. 나는 조제와 츠네오가 헤어졌다고 해서 조제가 불행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다나베 세이코의 단편에 나오는 여러명의 여자들... 동생의 남자에게 다른 마음을 품게 되는 여자든, 조카를 사랑으로 유혹하는 여자든 유부남을 사랑하는 여자든.. 그 모든 사람이 행복하다고 믿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이 책을 진작에 던져버렸을지 모른다. 내가 어찌 행복하지도 않는 그들을 이해하겠는가.
"나는 짜증이 나거나 우울할 때면 다나베 세이코의 책을 펼쳐든다. 그리고 인생을 사랑하며 사는 법을 배운다. 아무리 어려운 책이라 해도 그걸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무지한 나는 그냥 머리를 두 팔로 감쌀 따름이다. 어려운 이론보다 인생을 행복하게 해 주는 게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또 그걸 모르는 사람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작품해설, 야마다 에이미
그녀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면 인생을 사랑하며 사는 법을 배운다는 야마다 에이미의 말이 어떤 의미인지 느껴지게 될지 모른다. 지극히 이기적이고 자신을 더 사랑하는 그녀들에게 누가 돌팔매를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