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채소의 기분과 바다표범의 키스라니. 도대체 이런 제목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싶은거다. 그리고 사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는 처음이다. 벌써 시간이 꽤 흘렀지만 하루키의 일큐팔사가 나왔을 때 책을 읽는 도중 뭔가 다른 일이 생겨버려 일주일이 넘는 시간동안 책읽기가 중단되었었다. 그 이후로 다시 그 책을 집어들지 못했다. 기나긴 글을 읽기 위해서는 여유가 필요한데 한번 읽기 시작한 글을 잠시 멈춰버리면 다시 그 책을 집어들기까지의 여유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몇년동안 책장의 한켠을 묵묵히 지키던 덴도 아라타의 영원의 아이,도 읽은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물론 정말 좋았다,라고 느꼈지만 그걸 이제야? 라는 느낌이 드는.

 

아, 그런데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으며 느끼는 것이 바로 그런 느낌인거다. 집에서 건방진 자세로 늘어져 과자를 바스락거리며 먹어대는 도중에 읽기에도 충분한 에세이가 너무 재미있다. 가볍게 읽어도 재미있고 그 안에 의도치않게 담겨지는 깊은 뜻에 의미를 부여하며 읽어도 재미있는 것이다.

 

"꿈을 좇지 않는 인생이란 채소나 다름없다"라고 누군가 단호히 말하면 무심결에 "그런가?"하게 될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채소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채소마다 마음이 있고 사정이 있다. 하나하나의 채소의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면, 지금까지 인간으로서의 내 인생이란 대체 무엇이었을까 하고 무심코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그럴 때도 있다). 뭔가를 하나로 뭉뚱그려서 우집는 건 좋지 않군요. (15)

이런식인거다. 채소의 기분,이라는 글이 담겨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란.

 

하루키 에세이가 재미있는 줄 알았다면 진작에 그의 잡문집도 읽었을텐데.. 아쉽다. 그러고보니 요즘 다시 하루키 열풍이 불기 시작할 것 같기도 하다. 무려 다섯권이 국내정식출간계약으로 쏟아져나온다.

그런데 여기서 또 궁금해진다. 비채출판사의 하루키 에세이 두 권과 문동의 하루키 에세이 다섯권은 중복되지 않는 다른 작품들인가?

하루키 에세이를 읽고나니 다섯권의 저 전집이 탐나긴 하는데...

 

 

 

이 책을 받았다. 누쿠이 도쿠도. 사실 이름만 듣고는 몰랐다. 언젠가부터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에 주목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생겨버리곤 했다. 우리 작가들이야 이름도 읽기 쉽고 친숙하지만 외국 작가들의 이름은 애써 읽어보지 않는 이상 저절로 내 머리속에 들어오질 않으니.

이 책은 제목도 그렇고 왠지 글쓰기의 정석,이라는 느낌으로 쓰여진 정식소설같은 느낌이었는데 저자가 누쿠이 도쿠도,라고 해서 찾아봤더니 바로 난반사의 작가였다!

 

 

왠지 난반사의 작가,라고 하니 '후회와 진실의 빛'이라는 제목이 막 어울리는 느낌이 들어버리고 이제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기대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미미여사나 히가시노 게이고, 온다 리쿠만 익숙하다 하지 말고 누쿠이 도쿠도라는 이름도 기억해두자. 그런데 사실 나는 영원의 아이의 작가 덴도 아라타도 겨우야 입에 익숙해진 작가다. 그래도 돼? 라고 하면 할말이 없다. 어쩔거야.

 

 

어제 식사를 하다가 요즘 개봉한 영화중에 뭐가 볼만하냐는 물음을 받았다. 사실 문화생활해본것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날지경인지라 그렇게 물어본다고 해도 나올만한 것이 없지만 광고에서 본 스파이더맨이 떠올랐다. 그리고 사실 나는 스파이더맨을 아주 재밌게 봤기 때문에 여유가 된다면 바로 영화관에 가서 보고 싶은 영화다. 예상밖의 대답에 어르신은 그냥 웃고 말았지만, 나는 스파이더맨과 배트맨에게 관심이 많다. 왠지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다크의 포스가 좋아서...일까?

아무튼. 영화를 볼 시간적 여유는 없고 집과 사무실과 병원만 줄기차게 드나드는 내게 남는 건 시간뿐이니 열심히 책을 읽고 드라마를 볼밖에.

 

 

책의 실체를 보지는 못했기때문에 어떤느낌일지 모르겠다. 사진을 잘 찍지 못하는 나조차 가끔 사진과 묵상이 곁들인 짧은 일기글은 자주 쓰는 편이라 참고,용 도서가 될런지.

 

 

 

 

 

 

 

 

 

 

 

 

 

 

 

 

 

 

 

 

 

 

 

 

 

읽고 싶은 책이 많아 언제나 한숨을 쉬지만 그래도 조금은 긍정적인 마음으로 내가 읽은 책들을 생각해봐야겠다. 오늘이 올해의 절반을 보내는 마지막날이니만큼. 올해 사거나 선물받거나 서평도서로 받거나 교환한 책들은 백오십여권된다. 그중에 읽은 책은 백여권이 되...되나? 만화책이든 뭐든 가리지 않고 헤아려보면 그래도 백여권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항상 올해의 책을 꼽으라고 하면 망설이지 않을 수 없다. 정말 좋은 책이라고 해서 서둘러 구입하거나 사달라고 떼쓰거나 선물받은 책들중에 읽지 못한 책들도 꽤 되기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책들중에 진짜로 좋은 책들이 많다는 걸 알기 때문이기도 하고.

 

여행에세이는 반은 읽으려고 하는 책이고 아직 없는 책은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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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i 2012-08-23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과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와 중복되는 내용 없습니다~^^
하루키 에세이는 너무 재밌는 듯..ㅎㅎㅎ
 

옆자리에서 끊임없이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내 귀에 꽂은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가 점점 커지는 것과 비례해서 옆자리의 노랫소리도 커져만 가는 것 같아 짜증이 하늘높은 줄 모르고 솟구쳐오른다.

미친놈처럼 일할때도 혼자 중얼중얼중얼, 문서를 읽을때도 소리내어 세네번 반복해서 읽고는 이해됐다며 덮는데 기분이 별로 안좋을때는 정말 한대 치고 싶을 정도다.

게다가 나하고 친하지도 않은데. 친한녀석이 내 머리끄댕이를 잡아댕긴다해도 화가 날 지경인데 지가 뭐라고 내 머리를 잡아당기고 머리를 치려고 하냐고. 나보다 나이도 어린것이. 장난같은 행동을 보였지만 내 눈빛에서 짜증이 묻어났는지 금방 손을 거두기는 하더라. 젠장.

짜증이 물밀듯이 밀려올 때.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지!

 

 

 

 

짜증이 나는 글과 딱 어울리는 표지,일까? 떨어져있는 팔 하나에 돋보기를 갖다대고 있는 엽기사진의 소년 탐정은 뭘 실패했을까?

유령비행기를 읽은지 너무 오래 돼 잘 기억도 안나지만 매우 독특한 작품이었다는 걸 기억하고 있는 나는 죠 메노의 새 책들이 왠지 반갑다.

 

 

 

 

 

 

 

 

 

 

작가 이름만 들어도 장바구니에 마구 집어넣고 싶은 책들이 나왔다. 그리고 이제 바야흐로 여름 휴가철이 되어가고 있음을 알게 해주는 여행에세이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있고. 오늘도 사무실에 쌓여있는 책을 모두 들고 오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또 구석에 한박스 쌓아놓고 왔으면서 장바구니 한꾸러미를 어떤 책으로 채울까 고민하고 있으니... 집에 넘쳐나는 이 책들을 어찌할 것인가. 아, 그래도 어쩔건가. 이 작가들의 책을 안볼수있겠어?

 

 

 

 

 

 

 

 

 

 

 

 

 

 

 

 

 

 

 

 

 

 

 

 

신간이 나올때마다 확인해서 보는 만화는 명탐정 코난, 원피스, 유리가면... 아니 그런데! 유리가면 48권이 나왔다. 왜 이걸 못봤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7월이 아니라 6월이다. 난 왜 갈수록 시간개념이 사라지고 있는걸까. 세월이 너무 빨라지고 있어,라고 하다보니 어느새 나는 막 앞서 가버리고 있는거다. 엊그제 책 한박스를 받았는데 아무래도 유리가면 때문에 금세 또 책 한박스를 받게 될 것 같다. 게다가 만화는 보던 것만 보는 경향이 있어서 다른 책들에는 관심을 안가졌는데 오늘따라 작가들이 막 눈에 띈다. 박희정, 강경옥, 데즈카 오사무까지. 나중에 세트로 다 살꺼야, 라는 결심을 떠올려보지만 그게 만만치 않은 금액이 되어 또 망설여지게 된다.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일단 유리가면이나 사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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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우리는 지극히 편향된 성격 유형에만 점수를 준다. 사람들은 훌륭해지려면 대담해야 하고, 행복해지려면 사교적이어야 한다고 한다. 우리는 이곳을 외향적인 사람들의 나라라고 여긴다. 이것은 우리가, 자신이 누구인지 잊어버렸다는 뜻이다"

 

 

나는 지독하게 내향적인 아이였다. 내 기억에도 없는 이야기 중 하나가, 부모님 두분 다 일나가시고 형제들은 학교에 가면 집에 혼자 남게 되는데 책 한 권 옆구리에 끼고 집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에 걸터앉아 책을 펼치더라는 옆집 아줌마의 이야기인데 그걸 생각해본다면 꼬맹이였던 나는 밖에서 뛰어노는 것보다 혼자 고망독새기처럼 노는 걸 좋아한 것이 분명하다. 엠비티아이 성격유형검사를 할때 어린이용으로 재검사를 해봤는데 내향성이 99%로 나와서 이건 뭐야~! 했던 기억도 있고.

그래서인지 이 책은 마음에 화악 와 닿았다. 꼭 사교적이고 외향적인 사람만 사회성이 좋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야. 안그런가?

 

생각보다 조금 지루한감은 있었지만 새로운 관점의 책이었고 나름대로 마음에 든다. 특히 나같은 내향성의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내면의 힘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는, 혹은 깨닫게 해 줄 수 있는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책이었어.

"몰입, 창의력, 통찰력 등 세상을 리드하는 소중한 요소들은 당신의 내면에 숨겨져 있다!"

 

 

 

 

제목이 좀 그렇긴 하지만. 분명 나는 자살보다는 커피,일테니.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내 삶의 빛이요, 내 생명의 불꽃. 나의 죄, 나의 영혼light of my life, fire of my loins. My sin, my soul.”이 되었다.]라는 문장은 이 책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한다.

 

 

 

 

 

 

 

 

 

 

제목만 보고 이 책 읽고싶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 있고, 별로 읽고 싶은 마음이 없다가 책에 대한 내용을 보고 너무 읽고 싶어지는 책이 있다. '보물섬'은 특히 후자의 대표적인 책이야. '독과 도'는 그냥 지나칠뻔 했는데 무려 3년만에 세상에 나온 파란여우님의 책이네. 오늘도 미사때 만두언니를 떠올렸는데... 만두언니가 더 좋아했을꺼란 생각이 들어. ......

 

 

 

 

 

 

 

 

 

 

 

 

 

 

 

 

 

이제 바야흐로 여름,이 다가오고 있구나 싶은 생각을 하게 되는 건 흐르는 땀, 팥빙수, 수목원 그늘의 서늘한 벤치, 병원의 에어컨 바람...도 있지만 쏟아져나오고 있는 책에서도 느낄 수 있는. 아, 그런데 오늘 어머니 모시고 엑스레이 찍으러 다른 병원으로 가는 길에 봤는데 곳곳에 벌건 플래카드에 핏자국처럼 보이게 만들고 '명희야, 보고 있지?'라고 쓰인 걸 봤어. 아직도 그게 뭔지 모르겠는데-연극일까?- 이곳에 사는 '명희'들은 별로 기분이 안좋겠다 싶다. 내가 아는 명희만도 둘이나 되는데.

 

 

그런데 주제를 바꾸고 싶어지고 있다. 환기를 시키느라 현관문을 열어 둔 상태인데, 내 방에서 컴퓨터를 하고 있으려면 현관문과 일직선이다. 문제는 나는 환한 곳에 있고 문 저 너머는 완전한 어둠속에 있다는 것.  아까부터 자꾸 바스락 거리고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나는데 내가 고개를 돌려본다한들 보이는 것은 없다. 이 커다란 집에 혼자 있는 것도 좀 무섭고. 그래도 겨울동안 집에 들어오자마자 현관문을 잠그던 것에 비하면 지금 아주 대담해진 상태이지만..아무래도 좀 불안하긴 해.

 

 

코난 75권을 주문해 받고 흐믓해 하고 있었는데 원피스 신간이 나왔다는 메일이 왔다. 아, 원피스... 책이 나오면 사놓기는 하는데 읽지는 않고 있어. 이건 또 뭔 소린가.

나중에 한꺼번에 사면 좀 더 싸게 살 수 있었을까? 아니, 그렇게 되면 목돈이 나가는거여서 아마 구입을 포기했을지도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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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처럼, 책처럼.. 바람이 분다.

어릴적엔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꼭 머리가 아팠다. 입학시험 전날, 시험장을 보러 갔던 날도 불어대던 바람에 머리가 아파 집에 오자마자 드러누워 정신없이 잠을 잤다. 사촌이 와서 시험 잘 치르라고 떡을 놓고 가는것도 모르고 계속 끝없이 잠만 잤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바람이 부는 날, 그래 미친 바람이 아니라 그냥 마음을 일깨워주는 바람, 그런 바람이 부는 날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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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에게 정말 좋은 노래가 있다고 집으로 불러모아놓고 한대수의 노래를 들려줬었다. 그때 바람과 나,를 제일 먼저 들려줬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정직하게도 첫번째 노래인 '물 좀 주소'를 들려줬고 새파란 청춘이 들끓는 여린 사춘기소녀들의 감성은 한대수의 물 좀 주소,라고 부르는 노래와 그의 낮게 깔리는 목소리가 괴상망측하게만 들렸을뿐이다.

아, 난 이 노래가 정말 좋은데.

중학교 영어 선생님이 들려줬던 밥 딜런의 노래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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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무식하게...

시계를 쳐다보고 있다가 항상 1,2분 정도 늦는걸 뜯어고쳐보려고 뻑뻑하게 고정되어 있는 나사를 빼려고 기를 쓰고 덤벼들다가, 정말 무식하게 앞니로 툭 물었다가 갑자기 빠직하는 소리에 입을 떼보니... 부서졌다.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을만큼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알고 있지 않은가.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아주 오래 전에 배트맨 영화를 처음 봤을 때, 고담시의 음울한 분위기 때문에 배트맨이 공포영화로 각인되어버린 것과 같은 기분나쁜 그런 느낌.

그런데 오늘 불어대는 바람이 꼭 그렇게 기분 나쁜 느낌을 안겨주고 있다. 미친바람... 같은.

주말마다 비가 온다고 외쳐대던 일기예보와는 달리 한달이 넘도록 비 한방울 내리지 않고 있기 때문일까?

쩍쩍 갈라져가는 흙땅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겨우 마당에 우연히 자라고 있는 깻잎이 안크고 있어 속상할뿐인 내 맘에 비하면, 1년의 생계가 달려있는 생명체를 키우고 있는 농민들의 마음은 어떨까...

세상에 무심해져 가고 있지만 또 세상의 아픔과 고통이 너무 강하게 느껴져 당혹스러울때가 있어 나는 점점 더 이상하게 변해가고 있는 거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든것이 사람 사는 세상,이려니.

하지만.

사람 사는 세상,이 더불어 함께 사는 행복한 세상... 이 되었으면.

 

아침부터 중중거리고 있는 건, 다 이 미친바람 때문일거다. 비를 좀 몰고 오지...정쟁과 전쟁 소식만 가득한 뉴스 화면에 비 내리는 화면이 좀 비췄으면 하는 바램을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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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ika 2012-06-14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영상넣기, 안된다. 괜히 해보려다 성질만 나빠질테니 관둬야지. 뭐가 문제야?
 

 오늘따라 화장실을 여러번 드나들었다. 그때마다 어느 한 부서의 회의때문에 회의실 한켠에서 일하다가 쫓겨나 이런저런 잡지를 뒤적거리며 앉아있는 누군가를 보게 되었다.

그러다 결국 한시간쯤 전, 이 책을 들고 갔다.

언제나 나의 첫마디는 그런거다. "혹시 만화책 좋아해?"

책,이라고하면 쉽게 받아들기 힘들겠지만 '만화'라고 하면 부담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것을 생각하기 때문이라는 선입견이 있어서일까. 아무튼 나는 그렇게 말문을 꺼내고 이 책을 건네줬다.

다 읽고 돌려줘도 좋지만, 다 읽고 나서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면서 널리 읽을 수 있다면 그랬으면 더 좋겠다...라고 했으니, 이 책을 선물하려고 꼬불쳐뒀던 나는 이제 다시 책 주문을 해야겠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이 정도뿐이다. .........

 

 

 

 

http://www.cathrights.or.kr/news/articleView.html?idxno=4956

 

실려있는 글을 퍼온다고 해서 뭐라 하시지는 않겠지....?

 

고 이윤정 님의 세례명은‘에바’입니다.

5월 10일 삼성본관 앞에서 시민사회장으로 영결식을 가진 후 납골하여 경기도 화성 천주교 비봉추모관에 모셔졌습니다.

이윤정 에바의 영면을 위해 기도 부탁드립니다.

 

 

 

2010년 5월 반올림으로 이윤정 씨의 남편 희수 씨가 제보를 해왔다. 아내가 악성 뇌종양, 즉 뇌암에 걸렸다는 제보였다. 그녀는 이름처럼 예쁜 외모를 가진 나이 서른의 젊은 아내였고, 4살, 6살 된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했다. 그러나 2010년 5월 5일 어린이날 쓰러진 뒤로 뇌종양(교모세포종) 진단을 받고 급히 종양 제거 수술에 들어갔지만 종양은 두 군데에 크게 자라 있었고 한 군데는 너무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어 제거할 수도 없이 봉합해버렸다. 그리고 시한부 1년을 선고 받았다.

남편은 부인이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서 근무했고 퇴직 후 곧바로 결혼하고 두 아이를 키우며 전업주부로 살았다고 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 입사했으니 입사이전에도 달리 특별한 유해환경에 노출된 적이 없다고 했다. 가족들 중 누구도 이러한 병에 걸린 사람은 없다고 했다. 도대체 왜 이런 병에 걸린 것인지 삼성 말고는 의심되는 것이 없었다. 제보의 내용은 여느 다른 반도체 노동자들의 암 피해 제보와 닮아있었다. 암 호발 연령인 60~70대가 아닌 매우 젊은 30세의 나이에 희귀한 암에 걸렸다. 가족력도 유전력도 없었고 삼성 혹은 반도체공장 외에 다른 곳에서 일한 경력이 없었다.

남편의 제보를 받고 뇌종양으로 투병중인 그녀를 만나보았을 때, 한창 방사선 치료로 팔다리에 핏기도 없어지고 머리카락은 많이 빠져있었다. 다시 만났을 때는 몸이 몰라보게 부어있었다. 아예 퉁퉁 부어서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항암치료로 얼굴은 보름달처럼 커져버렸고, 항암제가 주는 감정통제 효과 때문인지 아니면 그녀의 원래 성격이 무던해서 그런지 몰라도 그녀는 한번 울지도 않았고 노여워하지도 않았다. 남편이 “울긴 울어?”라고 묻자, “어, 울어. 혼자 있을 때”라고 또 무덤덤하게 내뱉을 뿐…. 그녀는 우리에게 감정 선을 드러내지는 않았으나 꼭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제게 주어진 시간이 조금밖에 없다는 걸 저도 알고 있어요. 그래서 남은 시간동안 가족들과 행복하게 보내고 싶어요. 시간이 많이 없어요.” 1년 시한부라는 짧은 시간동안 그녀는 무엇보다 가족들과의 행복한 시간을 바랐다. 그 시간을 비집고 들어가 7년도 더 된 과거에 삼성반도체 현장에서 무슨 일을 했었는지 구체적인 이야기를 꺼내게 하는 우리 마음은 한없이 무거웠다. 하지만 별 수가 없었다. 산재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노동자가 입증해야 한다.

이윤정 씨는 열아홉 살 고3의 나이에 삼성반도체 온양공장에 입사했다. 그리고 만 6년 동안 기숙사와 현장을 오고가면서 주·야간 2교대 내지 3교대 근무를 했다. 그녀의 업무는 반도체 칩을 125℃ 고온으로 가열해, 칩이 고온에 견디는지를 테스트하고 난 후 불량칩을 걸러내는 일이었다. Burn-In 공정 혹은 MBT(Monitering Burn-in Test)공정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그녀가 근무한 MBT공정에는 또 다른 피해자가 있다. 유명화 씨. 입사한 지 1년반만에 중증 재생불량성빈혈(백혈병, 악성림프종과 같은 중증혈액질환)에 걸렸고, 현재 12년째 투병중이다. 2주일에 한번씩 남의 피를 수혈 받고 살고 있다. 조금만 움직여도 피멍이 들고 하혈을 하는 등, 남들보다 낮은 혈소판 수치로 움직이는 것조차 자유롭지 못하다. 치료를 위해서는 골수이식을 해야하는데 현재까지 국내는 물론 해외 기증자까지 모두 찾아보았지만 아직도 맞는 골수는 찾지 못한 상태이다. 이러한 유명화 씨에 대한 사연을 윤정 씨에게 들려주었더니 오래된 기억이지만 당시 아파서 현장에서 쓰러졌던 명화 씨를 기억해냈다. 그리고 나서 조금씩 자신이 했던 일들에 대해 설명을 해주었다.

“사실 일이 쉽지는 않았어요. 교대근무라 늘 피곤했죠. 성과와 물량 경쟁도 심했고, 한 사람 당 30여 대의 설비를 동시에 보았어요. 반도체 칩을 고온에서 테스트하고 뜨거운 챔버를 열면 열기가 확 올라왔어요. 칩들이 빼곡한 보드판을 꺼내서 불량이 난 칩들을 손으로 걸러내는데, 불량난 칩들이 보드 판에 늘어붙기도 하고 까맣게 타버려서 전선피복 타는 냄새 같은 게 났어요. 타버린 칩 때문에 미세한 검은 분진도 생기고…. 그래서 에어 건을 사용해서 청소하곤 했지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에어 건으로 날려주었는데 사람이 호흡을 하니까 분진가루가 코로도 들어가고 입으로도 들어가고 눈으로도 들어갔어요. 눈으로 들어가면 따갑고 가려워 비비곤 했는데, 그걸 현장에서 ‘디바이스 독’이라고 했어요.”

윤정 씨가 한 진술은 명화 씨의 진술과 같았다. 같은 일을 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우리는 이 이야기를 토대로 뇌종양에 대한 업무관련 소견서를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에게 의뢰했다.

 

천안 단국대병원 김현주 교수(직업환경의학전문의)는 아래와 같은 근거로 이윤정씨의 뇌종양은 업무관련성이 충분하다는 소견을 냈다.

* 1996년 미국 IBM반도체 노동자에 대한 암 발병 연구 결과 뇌종양 발병은 생산직이나 기술직에서 증가했다고 보고하고 있다.

* 현재까지의 역학연구들은 뇌종양과 반도체 종사와의 관련성에 대하여 확정적인 증거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뇌종양 발생위험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5년 이상 근무 및 입사 후 15년 경과 노출군의 경우 뇌종양 발생 위험이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

* 현재까지 뇌종양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유해인자는 전리방사선, 비전리방사선(전자파), 일부 화학물질이다. 펄프 및 종이 산업의 황화합물, 염소계 유기화합물, 살충제, PAH노출, 납, 비닐 클로라이드, 비소, 수은 등 과 교모세포종과의 연관성이 보고되고 있다.

* 국제 암 연구소는 저주파 비전리방사선 노출(휴대전화사용시 나오는 전자파)과 뇌종양 발생 위험을 인정했고, 특히 화학물질과 극저주파 전자파의 복합노출이 뇌종양 또는 교모세포종의 위험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증가시켰다는 보고가 있다.

* 뇌종양 호발연령보다 약 25년 정도 젊은 만 30세에 진단받았고, 강도 높은 교대근무와 직무스트레스에 노출되어 면역력이 저하되었고, 비직업적 위험요인을 찾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로복지공단에 낸 산업재해보상보험 요양급여신청(이하 산재신청)은 2011년 2월 불승인 판정을 받았다. 이유는 납득할 수 없었다. 퇴직 후 7년이 지난 2010년 현재 삼성이 보여주는 것만으로 작업환경측정을 해놓고 측정결과 위 물질들의 노출수준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심지어 발병기전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인정해줄 수 없다는 극히 보수적인 이유도 섞여있었다. 윤정 씨는 산재 불승인 결과에 불복해 2011년 4월 삼성전자의 다른 피해자들과 함께 산재인정을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그해 8월 첫 변론기일(재판)을 마지막으로 변론기일은 더 이상 잡히지 않았고, 그 사이 윤정 씨는 점점 몸이 악화되어 2012년 5월 7일 부천의 한 요양원에서 눈을 감았다.

윤정 씨의 부고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을 찾았을 때, 남편 희수 씨는 두고두고 재판부가 원망스럽다고 했다. 한번만 더 열렸어도, 그는 윤정 씨에게 이렇게 이야기하려고 했단다. “윤정아, 너 산재 맞대. 너의 개인질병이 아니라 산재였어.”

우리는 윤정 씨의 죽음이 산재라고 확신한다. 이제까지 반올림에 제보된 피해자 수만 하여도 삼성반도체에서만 백혈병, 뇌종양, 재생불량성빈혈, 다발성경화증, 루게릭 등 희귀암과 중증질환의 제보는 100건에 다다른다. 이 중 32명이 죽었다. 삼성LCD와 삼성전기까지 포함하면 140명의 피해제보가 있고, 윤정씨의 죽음은 55번째이다. 매그나칩반도체, 하이닉스반도체, 화학물질을 다루며 전자부품을 세척한 하청업체 제보까지 포함하면 모두 160건의 피해 제보가 있고 63명이 목숨을 잃었다.

반도체 산업이 수백 수천가지의 화학물질이 집약된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청정산업으로서, 첨단 IT산업으로서의 빛만 이야기할 때 피해노동자들은 늘어간다. 삼성이 무노조경영을 통해 노동자들에게서 알 권리와 노동3권을 박탈하고 있는 한, 이 죽음의 행렬이 멈추지 않을 것 같다. 현재도 투병중인 많은 피해자들이 있다. 그리고 죽은 뒤에도 이들의 죽음을 진상규명하려 애쓰는 피해자들이 있다. 억울하게 죽어간 이들에게 최소한 우리사회가 해야할 일들, 그건 산재인정과 보상, 그리고 산재살인을 벌이는 사업주에 대해 책임을 묻는 일이다.

 

고 이윤정 님의 영면을 빈다.

이종란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상임활동가)의 다른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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