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데없는 페이퍼를 보지말자, 라고 결심했음에도 또 봐버렸다.

침묵하고 있어야지, 라고 굳게굳게 결심했음에도 지금 이렇게 쓸데없이 글을 쓰고 있다.

맛있는 점심 먹고 맛없는 글은 왜 보게 되는지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나는 조금은 참견쟁이로 살아왔지만 나이를 먹어가면서 일정부분 포기해야 하는 부분들은 포기하고 살아가야지,라는 얄팍한 생각들이 더 많아져가고 있어서 참견하지 않고 그저 마음속으로만 지지를 하거나 욕을 하거나 안타까워하거나 까탈스럽게 승질을 부리거나... 뭐, 아무튼 그렇게 살아왔다. 그런데 가만히 보고만 있기엔 답답하고 미치고 폴짝 튈 지경이라 화가나기 시작한다. 이거 뭐하는 짓일까?

아니, 나는 '덩달이'가 되기 싫으니 역시 모른척하는 것이 낫겠다.

 

어제 집 마당에 있는 커다란 양동이에 담겨있는 물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양동이 위에 뭔가 붙어있는 것이 보였다. 빨래를 널다말고 가까이 다가가  봤더니 청개구리다! 옛날엔 마당에 청개구리 천지여서 여름밤에 빨래 널 때 화들짝 놀라곤 했었는데 - 우리집은 내천을 끼고 있지는 않지만 바로 가까이에 붙어있는지라 개구리 울음소리가 이웃집 강아지 멍멍대는 소리보다 더 크게 나고 마당천지에 개구리들이 폴짝거리고 다녔어.

아, 얘기가 엉뚱한데로 흐르고 있다고?

논쟁없이 팝콘 튀기듯 마구 튀어가는 글을 보고 있으려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청개구리가 떠올라서 그랬다. 그냥 그렇다고.

 

상관없어. 어차피 내가 보고 느낀것들에 대해서 말 안하기로 작정한거니까.

비판이라는 것도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며 애정이 없는 글은 비난일뿐이라고들 하는데 솔직히 나는 나 자신을 비춰보면 비판의 저 깊은 곳 어딘가에는 인간에 대한 기본예의가 깔려있다고 생각한다. 표현의 경중과 공격성의 강약과 사람에 따라 수많은 차이가 있기는 하겠지만.

나이를 먹으며 더 게을러지게 되는 것은 '변화발전 가능성'에 대한 믿음.

솔직히 내가 용을 써봐야 받아들이고 변화할 것 같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애써 무관심해버리고 말게 된다는 것이, 조금은 마음아픈 일이긴 하지만 내가 받아들이게 된 현실이다.

지배구조와 권력에 따른 영향력의 차이를 실감하게 된 것이 시작이지만 인간에 대한 예의로 상대방의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변하게 되었다. 그냥 쉽게 말해서, 당신은 나로 인해 변화발전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라고 제껴놓는다는게지.

그러니 나처럼 얄팍하게 살아가지 않고 그나마 한가닥 희망을 갖고, 애정어린 마음으로 촌철 살인...정신을 드러내보인 그 누군가에게 말없이 추천을 얹는다.

 

뭔말이래? 하지 마시길. 혼잣말이니까.

그런데 갠적으로 김두식님의 글을 좋아했는데 이번에 나온 책은 좀 실패인듯.

며칠전 욕만해도 괜찮아,라고 시덥잖은 농담을 지껄여대는 무식함을 드러내보이긴 했지만 나말고 다른 누군가도 그가 이야기하는 '욕망'에 대해 잘못이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어. 사실 욕망해도 괜찮아,라는 말이 MB같은 사람에게 하는 말은 아니지 않은가. 지금 자신의 책과 글이 이곳에서 이렇게 쓰이고 있는 걸 알면 또 혼자 구석에서 상처받고 그럴지도 몰라... 라는 생각을 해보니, 왠지 진짜 이건 아니구나 싶다. 개나소나 '복지'를 떠든다고 다 같은 복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진대.....

하긴 우리가 그 뜻을 알고 있으면 되는거지 뭐.

 

스스로는 개념,을 잡고 이성과 논리로 무장해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감정적인 글로 도배된 것을 보면 화가난다. 그리고 그러한 생각을 이야기하면 엉뚱하게 감정적인 반응을 보인다고 버럭하는 걸 보면 더 화가난다. 그런데 그 화를 참지 못하고 이렇게 지껄여대는 나 자신을 보고 있으려니 더더더 화가난다.

맛난밥 먹고 뭐하는 짓이래. ㅡ,.ㅡ

쓸데없는 글을 하나 더하고 있구나, 라는 후회가 밀물처럼 막 밀려들고 있다.

이럴 때 필요한건 투에이엠 노래. '그만하자~그만하자 ♬......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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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2-05-29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인사 댓글 남기고 갑니다. 잘 지내시죠.

chika 2012-05-29 21:23   좋아요 0 | URL
네. ^^
저는 더 게을러져서 덧글은 커녕 인사도 없이 그냥 가끔 서재를 둘러보고 가곤 합니다. 반갑네요 ^^

별족 2012-05-29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무슨 생각이 났냐면, 예전에 중복리뷰-그니깐, 그래24나 교봉에도 똑같은 서평을 올려서 여러 인터넷 서점에서 우수리뷰로 당선된- 논쟁이 떠올랐어요. 그 때, 저는 '자본가 알라딘을 삥뜯을 마음으로 별하나 40자평에도 땡투를 달고 책을 산다!'고 소리쳤지만, 그러고 나서 돌이켜보니 부끄럽더라구요. 우리 사는 많은 과정에서, 선의에 기대어 명확하게 약속하지 않은 부분들이 얼마나 많은가요. 다들 그렇게, 사회라는 큰 울타리안에서, 당신의 선의를 믿으며, 당신의 선의에 기대어, 이런 저런 것들을 하고 있는데, 당장 눈앞에 '내 것'이라고 그렇게 행동하는 게 옳았던 것일까, 싶은 거예요. 사람 하나하나가 드러나지 않는 관공서나, 회사나 이런 것들을 상대할 때, 그런 태도는 더 드러나는데, 저는 그러지 말아야겠다 싶은 거죠. 내가 무언가를 그 조직들에 바란다는 건, 나의 정당성이나 정의로움, 영리함이나 똑똑함을 드러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나의 '독립불가능성'과 '의존성'을 드러내는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마립간 2012-05-29 15:2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별족님, 마립간입니다. 남의 서재에서 인사나누는 것 좀 그렇지만 첫인사가 맞지요. 저도 비판은 애정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의 반대말은 미움이 아니고 무관심이라는 말도 있으니까요.

chika 2012-05-29 21:30   좋아요 0 | URL
저는... 좀 쌩뚱맞은 댓글이 될런지 모르겠지만요, 예전에 건강보험료가 끊임없이 오르고 또 오를때 직장인이 봉인가, 일년에 병원 한번 가지 않는 내가 왜!!!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수녀님 한분이 '공적자본'에 대해 내것을 찾아먹으려하지 말고 더 많은 사람의 의료보험 혜택을 위해 내는 돈이라고 생각하라는 말씀을 하셔서 그후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건강보험 민영화를 반대하면서 공공부분에서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감당하는 것에 대한 불평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거지요. 물론 부당한 보험료부과에 대해서는 맞서 싸워야겠지만...
나도 참 많이 이기적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더불어 함께,라는 의미의 현실성을 조금씩 느껴가고 있는것이지요 ^^;;;;;


chika 2012-05-29 21:31   좋아요 0 | URL
비판은 애정이 있어야 가능하다,라 말씀해주시니 힘이 됩니다. 저도 세상 살아가면서 무관심이 제일 무섭구나... 라는 걸 느끼고 있습니다.

chika 2012-05-29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뭔가 화악 올라와서 혼잣말처럼 마구 적어내려간 글인데 뜻밖에 너무 많은 분들이 읽으셨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뜬금없이 생뚱맞은 글인데, 평소 제 글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걸 이미 알고 계신분들은 이해해주셨으리라 믿겠습니다.
............. ^^;


울보 2012-05-30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치카님,,
저도 인사,
전 너무 무심하게 살아가고 있는 저를 반성하는데,,
잘지내시지요, 전 어느틈에도 못끼고 그냥 이러고 있는제가 참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는데 저의 의견을 말하기에는 너무 많은 이들이 의견을 말하고 있기에 그냥 이러고 있는저는 참 방관자지요, 반성중, 건강하시지요, 인사남 남깁니다,

chika 2012-05-31 09:28   좋아요 0 | URL
나름대로의 생각과 마음이 있는 거니까요...
울보님, 오랫만이네요. 저도 많이 무심해졌어요. 반성.. ^^;;

타인에게 피해만 안주면 되는거 아냐? 라는 개인이기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중이예요. 요즘 길을 걷다보면 이어폰없이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다니는 아이들을 보는데, 솔직히 거리소음이란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것도 어쩌면 개인이기주의로 인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추악한 진실에......

어째 제목과는 다른 느낌의 소설이다. 그러고보니 이건 미스터리에 속하는 책이었구나!

 

방금 마당에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잡초를 대충 뜯어내고 들어왔는데, 어머니가 안계신 집은 그럭저럭 굴러가고 있지만 마당만큼은 어떻게 손을 댈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당에는 상추가 싱싱하게 자라나고 있고 어느날 갑자기 눈에 들어온 깻잎도 물을 조금 주기 시작하니 쑥쑥 크고 있다. 무심코 바라본 마당에 깻잎이 무성하게 자라는 걸 본 이후로 마당 곳곳을 눈여겨보기 시작했는데 아니나다를까! 단호박을 먹고난 후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살짝 묻어둔 단호박씨에서 싹이 난 것 같아. 깻잎들 사이로 쑤욱 올라온 잎의 모양이 조금 다른 것 같아 근처에 난 풀과 자그마한 깻잎싹을 조금 정리했더니 남다른 잎이 쑥 올라왔는데 내가 봤던 호박잎과 비슷..하다. 살짝 묻어둔 호박씨의 위치와도 비슷하고.

저쪽에 잡초처럼 무성하게 자라나 마구 뜯어내다가 혹시나 하고 조금 뜯어 어머니에게 보여줬더니 그건 또 결명자랜다! 마당은 내가 손대지 않아도 저절로 잘 굴러가고 있었다. 아니, 누가 손대지 않아도 강한 생명력은 자신의 몫을 해내며 잘 자라고 있다.

 

 

그런데 이놈의 이야기책들은 인간에게 관심을 돌리기만 하면 온갖 추악하고 참혹한 욕망으로만 가득차있는 걸 보여주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읽고 싶은 이야기는 행복하고 즐겁고 감동이 있는 이야기들. 하루종일 청소하고 빨래하고 밥해먹을 기운이 없어 드러누워 있다가 삼성백혈병의 진실 이야기 두 권의 책을 읽고 또다시 먹먹하게 앉아있었다.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라 생각하며 그냥 읽으면 되는거야, 라는 생각을 했지만 역시 마음 한켠이 먹먹해지고 그들만의 싸움으로 만들어버린 나 자신에 대해 반성하게 된다.

 

 

 

 

 

 

 

 

 

이제는 그 질문 자체의 뜻보다 그 물음 안에 담겨있는 뜻,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가끔 주어진 시간이 일년이라면 무엇을 하겠냐는 물음에 항상 별다른 변화없는 삶을 살겠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버릴 수 없는 여행에 대한 꿈이 있다. 그런데 여행을 갈 수 있다면 도대체 어디로 가고싶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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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2-05-29 16: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당에 생태계가 있군요!

chika 2012-05-29 21:21   좋아요 0 | URL
네! 청개구리에 귀뚜라미에 어제 잡초매면서 보니까 흙속엔 쥐며느리와 풀 위엔 개미들이 엄청 몰려있었어요;;;
 

 

 

 

 

 

 

  눈이 흐릿해서 그런가... 책 이미지가 선명하지 않아 불만이다. 정말 이젠 별게 다....

 

오랜만에, 아니 실질적으로는 오랜만이 아니지만 그닥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책선물을 하는 것은 정말 꽤 오랫만이다. 나에 대한 인식이 선입관으로 박혀있어서 책선물을 싫어하는데다가 특히 나의 성향이 드러나는 책을 선물하는 것은 더더욱 싫어해서 조금 망설이기는 했지만. 내가 아무리 아닌척 용을 써도 그들은 다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는데 굳이 내가 신경쓸 이유가 있겠냐, 싶은 뻣댐도 들어가 있다. 물론 친한정도를 따졌을 때 그저 아는 사이라 하더라도 큰 망설임은 없었는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 책을 대놓고 선물한다는 것은 그리 달갑지 않다는 느낌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직원야유회때 분위기가 썰렁해진다하더라도 마니또 선물은 내 맘대로 고르는건데!!!

 

재작년에 은행에서 펀드적금을 하나 들어달라고 해서 그냥 저축하는셈치고 은행직원이 권하는대로 적금을 하나 들었다. 그런데 그 상품이 삼성꺼야. 은행적금, 더구나 펀드라는 것에 대해 잘 모르니 그냥 은행직원이 권하는거로 하긴 했는데 그때도 맘이 좀 찜찜하기는 했다. 얼마전 사무실 냉장고를 사야해서 어떤 걸 사야하나, 했는데 다행히(?!!!) 삼성것만 빼고 알아서 사라는 말씀에.....

그런데 나는 부끄럽게도 갤럭시폰을 들고 다니고 있고 삼성펀드저축을 하고 있고 삼성디카를 살까... 고민중이었다.

부끄럽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내 생활에서 삼성을 완전히 배제시켜놓지 못하고 있는 나의 현실적인 아이러니한 삶.

어쩔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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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으며 내내 '토하면 아프지 않다'를 떠올렸다. 책의 내용과는 관계없이 제목을 보면서 일맥상통하는 말이 아닌가, 라고 혼자 떠들어대고 있었다. 통하면, 때로 토하면 아프지 않다...는 것은 진리아니겠는가 라면서.

 

그러다보니 나의 엉뚱한 생각은 오늘 받은 이 책을 보면서도 떠오른다.

'욕'만해도 괜찮아....

음........

......

 

 

 

 

또 한권의 오늘 받은 책,이다. 미나토 가나에라는 이름은 단순하고 간결해보이는 주제와 물음 안에 한번 더 생각해보면 선뜻 대답을 할 수 없는 철학의 문제까지 끄집어내게 만들어버리는 글을 생각하게 한다.

왕복서간, 역시 마찬가지다. 더 자세한 정보를 알게 되기 전에 오늘 바로 읽어버릴 생각이다. 오랫만에 단숨에 읽어버릴 욕심을 갖고 책을 펼쳐들게 생겼다.

 

 

 

 

 

 

 

 

 

 

 

 

 

 

 

 

 

 

 

 

 

 

 

 

 

 

맛있는 밥, 한끼를 먹고 싶다.

어제는 먹다 남은 병원밥을 들고 와 마늘과 대파와 김치만 썰어넣고 밥과 같이 볶아 먹었다. 아무런 양념이 들어가지 않아도 김치와 마늘이 매운 맛을 내서 그런지 그냥 맛있게 먹었다. 가만 보면 내 입맛도 그리 까다로운 건 아닌가보다. 신선한 채소와 과일만 있으면 그닥 남부러울 것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지만.

심야식당에 나오는 요리를 보고 있으면 그것들은 또 그것 나름대로 맛있어 보이고 먹고 싶어진다. 누구에게나 추억이 담겨있는 음식 하나쯤은 갖고 있을 것이고 그것은 '맛'으로 먹는 음식이 아니라 말 그대로 추억으로 맛있게 먹는 음식인 것이다.

오늘 병원에가서 엑스레이를 찍은 결과, 어머니 팔의 뼈는 붙지 않는다는 결론이 났고 삼일후에 재수술을 하기로 했다. 지난번 수술로 박아넣은 핀의 나사가 완전히 풀려 겉돌고 있는데 그걸 빼내고 이젠 뼈를 완전히 고정시켜버릴 쇠를 박아넣는다고 한다. 우스개처럼 비행기타려고 할때마다 삐비빅소리가 나겠고만, 하고 말았지만 재수술이라니. 그래도 그전만큼 아프지는 않고 힘든 수술도 아니라니 시간이 지나면 고통이 가실것이라 믿고.

이제 새로운 병원에서 적응이 될만하니 또 옮겨간다. 지난번에 옮길때도 적응이 안돼 한참을 고생했는데. 진짜 이게 왠 날벼락같은 난리인지. 한동안 어머니 상태가 안좋아 생각을 못했었는데, 요즘은 새삼 가해운전자 생각이 자주 떠오른다. 나쁜 사람같지는 않은데 한번 찾아와보기는커녕 연락조차 없다. 아무리 보험처리가 되고 보험회사 직원들이 피해자를 만나지 말라고 등떠민다고 해도 이건 너무하지 않는가. 세상은.. 이렇게 흘러가고 있는건가, 생각하니.

 

 

 

 

 

 

 

 

재수술을 하고 또 지금까지만큼의 시간이 흐르면 다시 비슷한 일상의 시간이 돌아올까?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기는 하지만, 이런 마음은 아무곳에도 갈 수 없기때문에 더 간절해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훌쩍 떠날 수 없음을 비관하기보다 지금 이곳에서 마음을 온통 쏟아넣을 수 있는 재미있는 책에 코를 박고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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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2-05-30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니가 재수술을 해야하신다니 정말 걱정입니다.ㅠ 고생하시겠어요. 잘 나으시길 기도할게요.
가해자 쪽도 참 사람이 어찌 그럴까요. ㅠ
치카님이 마음 고생이 심하시네요.
아르센 뤼팡의 마지막 사랑, 담아갑니다. 탱스투유~

chika 2012-05-30 09:20   좋아요 0 | URL
네, 고맙습니다. 땡투도요 ^^

어머니는 지난주 목욜 수술하셨고 좀 아프긴 하지만 지난번 수술에 비하면 아픈것도 아니라면서 잘 견디시고 계십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오늘.

5.18

.......... 조용하다.

아니, 사실 나는 요즘 주말마다 병원에서 지내고, 목감기까지 걸려 날마다 피곤을 달고 사느라 하루하루가 힘들었는데 오늘따라 아침기분이 상쾌하고 기침을 유발시키는 선선한 바람마저 반가운 오래비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5.18이다.

 

그리 특별한 경험도 아니지만 내가 다녔던 학교에서는 언제나 4.3을 시작으로 5.18까지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그 옛날, 시위를 하다 한밤중에 친구와 동떨어져 주위를 둘러볼때쯤이면 사방 온천지에는 깨진 보도블럭과 서슬퍼런 장비를 온몸에 두른 전투경찰뿐이었었던때가 있었다.... 

 

지금 우리는 벌써 그 모습을 잊어도 되는가.

감상적으로 향수어린 추억을 떠올리며 '그땐 그랬지' 라며 이야기하기엔 여전히 현실은 퍽퍽하다.

 

그래서 나는 이런 말을 꺼내는 것조차 싫다.

그런데 왠지 슬프다.

알라딘에서.

세상사를 잊고, 고통받으며 힘겨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수많은 이들을 잊고 살아가고 있을 때 사람답게 가치있게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다시 떠올려주게 하던 알라디너들의 수많은 글들은 사라져버렸다.

다른 알라디너들의 훌륭한 글을 읽으며 나 자신을 다잡기도 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잊지 않게 해주던 그때를 생각하니 갑자기 슬퍼지는 것이다.

나는 그저 소시민으로 살아가면서도 피터지는 고민과 투쟁의 삶을 살아가는 동지들은 그 모습 그대로이기를 바라는 나의 얄팍한 마음이, 서글퍼지고 있을뿐... 이다.

 

조용한 오늘,

그저 상쾌하다며 기분좋은 하루를 맞이한 내가 부끄러워지는 건 나 혼자만의 이야기는 아니리라... 믿고싶을뿐.

 

 

 

 

 

 

 

 

 

 

그 겨울 내내 고문실에 들어갈 때마다 나는 고문당하는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죽음의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그 고통이 절정에 이를 때, 그들은 자신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리고 어떤 고통도 자신을 완전히 죽일 수 없다는 사실을 차레로 발견했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저마다 절대로 지울 수 없는 삶의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혹은 다행스럽게도 그들은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 가장 행복했던 기억들을 떠올렸다.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기쁨의 순간들을. 자기가 개나 돼지 혹은 곤충이나 벌레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일들을. 가슴이 터지도록 누군가를 꽉 껴안아 다른 인간의 심장에 가장 근접했던 순간을, 흡족할 정도로 맛있게 음식을 먹고 술을 마시며 친구들과 배가 아프도록 웃던 순간을, 단풍이 든 산길을 걸어다니고 쌓인 눈을 밟고 초여름의 밤바다에 뛰어들고 공원 벤치에 누워 초승달을 바라보던 순간을, 그들은 죽어가면서 떠올렸다. 그게 사람들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이었다. 너무나 평범한 일상들을 자기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로 떠올리는 것. 그런 순간에도 나는 그들의 마음을 읽었다. 나는 아파하고 눈물을 주르르 흘리고 또 침을 흘리고고,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다가도, 다시 눈을 번쩍 뜨고는 말도 안되는 삶의 환희에 웃음을 지었다. (98)

 

 

사진은 우리집 마당의 자그마한 동백나무. 한겨울이 지나며 꽃을 피우고 저렇게 아주 자그마한 열매도 맺고 있다. 활짝 꽃피우고 온 힘 다해 툭, 떨어져버린 동백꽃이 지나간 자리에 저렇게 좋은 열매가 맺고 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분명 세상은 더 살기좋은 곳이 되리라는 희망을 가져야겠구나 싶어진다.

 

 
제주동백은 강렬한 빨간색으로 활짝 피어난다. 그리고 활짝 피어 난 후, 사그라질때는 미련없이 툭, 하고 통꽃으로 떨어져버린다. 해산령을 받은 산사람들은 그렇게 동백꽃처럼 툭, 사라져버렸다.
하지만 해마다 제주동백은 다시 강렬한 빨간 꽃을 피워낸다. 그처럼 우리는 4.3의 정신을 이어나갈 것이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외세에 침략당하지 않고, 수탈당하지 않는 민중으로 살아가기 위해.  그리하여 진정 평화의 섬,을 이뤄낸다면 미련없이 툭 떨어져 후손을 위한 밑거름이 되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4.3을 모르지만 4.3의 후예로서 그렇게 살아가기를 원한다.

 

 

 

 

 

사람이라면 절대 해서는 안되는 게 있다. 그것은 죽을때까지 사라지지 않는 상처를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너희들이 왜 짐승이 아니고 사람인지를 생각해보기 바란다. 생각을 한다는 것도 사람의 특징이다. 그러니 아무 생각없이 멍청하게 앉아있지 마라. 허무맹랑한 생각이라도 해라. 머리를 정지시키고 있는 것은 죄악이다.(62)

오늘따라 마음을 후벼파는 말이지 않는가.

 

 

 

하늘에서 수십개의 별똥별이 쏟아지던 날을 기억한다. http://lifewithu.egloos.com/2856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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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05-18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백 열매가 저렇게 생겼군요. 정말 야물게 생겼네요.
희망이라는 열매, 다른 사람을 위한 밑거름...이런 어귀들을 눈에 담아가요.
감기가 어서 떨어져야 할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