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고 생각했다. 채소의 기분과 바다표범의 키스라니. 도대체 이런 제목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싶은거다. 그리고 사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는 처음이다. 벌써 시간이 꽤 흘렀지만 하루키의 일큐팔사가 나왔을 때 책을 읽는 도중 뭔가 다른 일이 생겨버려 일주일이 넘는 시간동안 책읽기가 중단되었었다. 그 이후로 다시 그 책을 집어들지 못했다. 기나긴 글을 읽기 위해서는 여유가 필요한데 한번 읽기 시작한 글을 잠시 멈춰버리면 다시 그 책을 집어들기까지의 여유를 찾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몇년동안 책장의 한켠을 묵묵히 지키던 덴도 아라타의 영원의 아이,도 읽은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물론 정말 좋았다,라고 느꼈지만 그걸 이제야? 라는 느낌이 드는.

 

아, 그런데 하루키의 에세이를 읽으며 느끼는 것이 바로 그런 느낌인거다. 집에서 건방진 자세로 늘어져 과자를 바스락거리며 먹어대는 도중에 읽기에도 충분한 에세이가 너무 재미있다. 가볍게 읽어도 재미있고 그 안에 의도치않게 담겨지는 깊은 뜻에 의미를 부여하며 읽어도 재미있는 것이다.

 

"꿈을 좇지 않는 인생이란 채소나 다름없다"라고 누군가 단호히 말하면 무심결에 "그런가?"하게 될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채소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채소마다 마음이 있고 사정이 있다. 하나하나의 채소의 관점에서 사물을 바라보면, 지금까지 인간으로서의 내 인생이란 대체 무엇이었을까 하고 무심코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그럴 때도 있다). 뭔가를 하나로 뭉뚱그려서 우집는 건 좋지 않군요. (15)

이런식인거다. 채소의 기분,이라는 글이 담겨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란.

 

하루키 에세이가 재미있는 줄 알았다면 진작에 그의 잡문집도 읽었을텐데.. 아쉽다. 그러고보니 요즘 다시 하루키 열풍이 불기 시작할 것 같기도 하다. 무려 다섯권이 국내정식출간계약으로 쏟아져나온다.

그런데 여기서 또 궁금해진다. 비채출판사의 하루키 에세이 두 권과 문동의 하루키 에세이 다섯권은 중복되지 않는 다른 작품들인가?

하루키 에세이를 읽고나니 다섯권의 저 전집이 탐나긴 하는데...

 

 

 

이 책을 받았다. 누쿠이 도쿠도. 사실 이름만 듣고는 몰랐다. 언젠가부터 소설을 읽으면서 작가에 주목하지 않게 되는 경우가 생겨버리곤 했다. 우리 작가들이야 이름도 읽기 쉽고 친숙하지만 외국 작가들의 이름은 애써 읽어보지 않는 이상 저절로 내 머리속에 들어오질 않으니.

이 책은 제목도 그렇고 왠지 글쓰기의 정석,이라는 느낌으로 쓰여진 정식소설같은 느낌이었는데 저자가 누쿠이 도쿠도,라고 해서 찾아봤더니 바로 난반사의 작가였다!

 

 

왠지 난반사의 작가,라고 하니 '후회와 진실의 빛'이라는 제목이 막 어울리는 느낌이 들어버리고 이제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기대가 되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는 미미여사나 히가시노 게이고, 온다 리쿠만 익숙하다 하지 말고 누쿠이 도쿠도라는 이름도 기억해두자. 그런데 사실 나는 영원의 아이의 작가 덴도 아라타도 겨우야 입에 익숙해진 작가다. 그래도 돼? 라고 하면 할말이 없다. 어쩔거야.

 

 

어제 식사를 하다가 요즘 개봉한 영화중에 뭐가 볼만하냐는 물음을 받았다. 사실 문화생활해본것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날지경인지라 그렇게 물어본다고 해도 나올만한 것이 없지만 광고에서 본 스파이더맨이 떠올랐다. 그리고 사실 나는 스파이더맨을 아주 재밌게 봤기 때문에 여유가 된다면 바로 영화관에 가서 보고 싶은 영화다. 예상밖의 대답에 어르신은 그냥 웃고 말았지만, 나는 스파이더맨과 배트맨에게 관심이 많다. 왠지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다크의 포스가 좋아서...일까?

아무튼. 영화를 볼 시간적 여유는 없고 집과 사무실과 병원만 줄기차게 드나드는 내게 남는 건 시간뿐이니 열심히 책을 읽고 드라마를 볼밖에.

 

 

책의 실체를 보지는 못했기때문에 어떤느낌일지 모르겠다. 사진을 잘 찍지 못하는 나조차 가끔 사진과 묵상이 곁들인 짧은 일기글은 자주 쓰는 편이라 참고,용 도서가 될런지.

 

 

 

 

 

 

 

 

 

 

 

 

 

 

 

 

 

 

 

 

 

 

 

 

 

읽고 싶은 책이 많아 언제나 한숨을 쉬지만 그래도 조금은 긍정적인 마음으로 내가 읽은 책들을 생각해봐야겠다. 오늘이 올해의 절반을 보내는 마지막날이니만큼. 올해 사거나 선물받거나 서평도서로 받거나 교환한 책들은 백오십여권된다. 그중에 읽은 책은 백여권이 되...되나? 만화책이든 뭐든 가리지 않고 헤아려보면 그래도 백여권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만 항상 올해의 책을 꼽으라고 하면 망설이지 않을 수 없다. 정말 좋은 책이라고 해서 서둘러 구입하거나 사달라고 떼쓰거나 선물받은 책들중에 읽지 못한 책들도 꽤 되기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책들중에 진짜로 좋은 책들이 많다는 걸 알기 때문이기도 하고.

 

여행에세이는 반은 읽으려고 하는 책이고 아직 없는 책은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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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i 2012-08-23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걸작선과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와 중복되는 내용 없습니다~^^
하루키 에세이는 너무 재밌는 듯..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