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말로 표현할 필요는 없었다. 중요하고 소중한 일은 약하디약한 얼음조각 같은 것이고, 말이란 망치 같은 것이다. 잘 보이려고 자꾸 망치질을 하다 보면, 얼음조각은 여기저기 금이 가면서, 끝내는 부서져버린다. 정말 중요한 일은, 말해서는 안된다. 몸이란 그릇에 얌전히 잠재워 두어야 한다. 그렇다, 마지막 불길에 불살라질 때까지, 그때 비로소 얼음조각은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보이며 몸과 더불어 천천히 녹아흐른다.-58쪽
나는 지금, 분명하게 생각한다. 언젠가, 소중한 사람을 만나게 되리라고. 그리고 그 사람을 살아 있게 하기 위해서, 그 손을 절대 놓지 않으리라고. 그렇다, 설사 사자가 덮친다 해도. 결국은 소중한 사람의 손을 찾아 그 손을 꼭 잡고 있기 위해서, 오직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이 싱겁게 흘러가는 시간을 그럭저럭 살고 있다. 그렇지 않은가?-73쪽
가령 지금 하늘에서 운석이 떨어져서, 지금 이 순간에 우리가 그 운석에 맞을 수도 있는 일 아닌가? .. 확률은 낮겠지만,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지. ... 정확하게 맞으면, 물론 우리는 죽겠지만, 난 죽는 순간에도 아무 후회 없을 것 같네.... 왜냐하면, 나 자신의 의지로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거니까 말이야. 누가 명령한 것도 아닌데 난 여기에 있어. 행인지 불행인지, 그런 것은 내 알 바가 아니지. 아무튼, 여기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난 순순히 받아들이겠네.-181-182쪽
정말 슬프고 비참한 기분이었다. 백 살까지 산다 한들, 진정 아끼고 소중히 여길 만한 기억을 얼마나 간직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런 기억을 가질 수 있을까?-1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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