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 연작으로 된 소설을 한권만 읽고 리뷰를 올린다는 것은 하나의 소설을 앞부분만 읽고 감히 서평을 하겠다고 덤벼드는 것이리라.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들 가족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읽기전에 나는 지로의 마음을 더 느껴보고 싶은것을. 그래서 잠시 책을 덮고 금새 읽어버린 지로의 이야기를 되새김질 해보고 있다.우에하라씨의 아들인 초등학생 지로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특별하고 할 것 없는 - 그렇다고 지극히 평범하다라고만 하기에는 사건 사고가 좀 있긴 하지만 어쨌거나 성장기의 아이들이 겪으며 지내는 그런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어째 조금씩 이야기가 예상과는 달리 흘러가는 느낌이다. 일이라는 걸 해보지도 않고 놀고 먹으며 빈둥거리는 - 욕을 바가지로 먹어도 시원찮을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지로의 극히 평범한 (조금은 특별하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너무 특별함을 강조하지는 말자. 사실 어린시절에 자기 혼자만의 특별한 경험을 한가지씩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있겠는가 말이다) 일상에서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며 뭔가 '이거 좀 이상해'라는 생각을 갖게 해 버리는 것이다.백수 생활을 하고, 툭하면 어깃장이나 놓고 꼬투리를 잡아 따져 물고 늘어지는 아버지의 내면은 무엇일까? 부족함 없이 자란 어머니가 그런 아버지를 택해 결혼하게 된 배경은 또 뭔가? 정말 아버지, 우에하라씨는 모든 걸 내팽개치고 무위도식하는 생활을 하고만 있는 것일까?지로의 담임선생님에 대한 막무가내식 태도에서도 미나미 선생님이 자신의 생각을 확신하며 대답할 때 그를 존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을 때, 중학생에게 얻어맞아 상처투성이가 되어 집에 들어오는 지로에게 '피할것이냐, 맞서 싸울것이냐'에 대한 물음만 던지는 아버지 우에하라의 태도는 방관이 아닌 아들에 대한 자존감과 신뢰라는 마음이 있음을 느낄 수 있을 때, 아키라 아저씨가 붙잡히고 그에게 내린 조직의 명령에 불같이 화를 내는 그 마음을 느낄 수 있을 때 - 물론 완전한 그 마음을 느낄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는 지로네 가족의 이야기에 더욱더 빠져들어 갔다.물론 부모의 뜻을 따라 지로와 모모코는 아무런 결정권도 갖지 못한 채 친구들을 떠나고 도시생활을 떠나야만 하는 이 시점에서 이어지는 그들 가족의 '모험(?)'은 어떤 방향으로 흐르게 될지, 어떤 뜻을 담게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이제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정말 남쪽으로 이사를 하게 된 이후의 지로네 가족의 일상을 들여다봐야겠다. 웃고 넘겨버리기만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오쿠다 히데오의 이야기는 웃지 않고는 읽을 수 없는걸 어쩌란 말인가. 흥미진진하고 재기넘치는 그의 지로네 가족 이야기를 계속 읽어가야겠다. 이건 분명 기대할만한 이야기인것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