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안나 카레니나를좋아하느냐의 여부로 사람을판단한다는데 난 불꽃놀이를업신여기는 사람을 비밀리에 의심하곤 한다. 불꽃놀이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변별력이 별로 없지만, 이를 특별히 하찮게 여기는 사람은 분명 어딘가 석연찮은 구석이 있을거라 생각된다. 까만 밤하늘을 배경으로 수만 개의 불빛들이 색색으로 터지는데 이를 보고 흥분하지 않는 사람은 간지럼조차 타지 않는, 무감각한 사람임이 거의 확실하다.

책을 받아들고 펼쳐들었더니 '불꽃놀이'가 눈에 ㄸ띈다.
그렇지. 불꽃놀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수는 없어.
킹스맨을 본 이후로 그 느낌이 조금 달라져버리긴 했지만.
그래도 이 책을 펼쳐들었을 때, 불꽃놀이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올렸던 건 아씨시에서의 밤하늘.
이탈리아 아씨시의 성밖에 숙소를 정하고 저녁식사를 하고 테라스에서 차 한잔을 마시며 수바시오 산을 바라보고 있는데 새까만 밤에 길을 따라 올라가는 자동차 헤드라이트만 보고 있는 것도 신기했지만. - 저 길을 옛 사람들은 걸어서 올라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산의 중턱쯤에 있는 프란치스코 수도원에 살던 수도자들 역시 걸어서 갔겠지. 그곳에는 성프란치스코가 바닥에 드러누워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정확히 북극성을 올려다볼 수 있는 그 자리가 있고 프란치스코 성인 대신 그의 동상이 편한 자세로 드러누워 있을뿐이고. 뭐 아무튼.
그렇게 밤하늘과 수바시오 산의 위용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 저 너머 어딘가에서 폭죽을 터트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밤하늘을 불꽃으로 수놓는 모습에 넋을 놓고 있는 그때에. 저 이쁜 불꽃을 만들어내기 위해 아시아의 어느 곳에서는 좀 더 싼 노동력을 위해 아동을 노예처럼 부리고 있고, 그들의 노예같은 노동의 결과를 우리는 잠시 잠깐 즐기고 있다, 라는 말은 마음아프지만 저쪽 한편으로 밀려나버리고 있었다.
수많은 도시가 내게 '사적인' 추억과 이야기를 만들어놓고 있지만 오늘만큼은 이 한장의 사진이 나의 사적인 도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