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네 힘이 되어주겠다" (출애굽 3,12)

========================================

지금까지 살아오는 동안 수많은 말을 많이 들어왔고, 좋은 글도 많이 읽었지만 내가 힘들었던 어느 순간에 진실로 살아있는 말로 다가온 것은 성서의 저 말씀이었어요. 괜히 성서구절을 최고로 친다고 해서 골수 그리스도인이라고 생각하진 않겠지요? ^^;;

 

제가 좀 더 어렸을 때, 뭔가 책임을 맡아서 행사를 이끌어가기에는 많이 모자랐던(지금도 그렇지만요) 철없는 시절에 얼결에 주일학교 행사를 총책임졌던 적이 었었습니다. 다들 도와준다고 말은 하지만 책임을 맡아서 모든 걸 기획하고 총괄해야 하는 입장과 건들건들 놀다가 시키는 것만 하는 입장은 분명 틀리지요. 지금은 그나마 경험이라는 것이 있어서 그런지 건들건들 하며 기획하기도 하지만 몇년 전 그때는 그게 너무도 힘들더라구요.

봉사자들도 나보다 나이가 많은데다 '봉사자'라는 개념때문인지 도무지 먼저 나서서 뭔가를 하는 역할이 아니라 '우린 시키는 것만 한다'는 태도가 너무 강했고,

나는 뙤약볕에 땀 뻘뻘 흘리며 필요물품 사러 돌아댕기고 무거운거 들고 성당에 헉헉대며 걸어가는데, 본인이 봉사자로 도와주겠다고 한 녀석은 알바때문에 택시타고 댕긴다며 택시비를 받아가고...

역할분담이 좀 있었으면 좋겠는데, 프로그램을 총 기획하고 예산까지 짜고 준비물품까지 챙기고 봉사자 챙기고... 어린 내게는 너무 큰 부담이었어요. 그래서 그게 점차 누적되면서 너무 힘들더라구요.

사무실에 출근해서도 전날의 그 힘들고 암담한 준비 과정때문에 밥도 안먹고 속상해하며 있을정도였지요. 그때 문득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당시 저는 통신으로 하는 신학교리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필요할 때 연락하라던 담당 채점자 신부님의 말이 떠올랐지요. 그래서 망설이다가 호출기번호를 꾹꾹 눌렀습니다. 그때 호출기에서 들려온 신부님의 말이 바로 "내가 네 힘이 되어주겠다"랍니다.

내가 네 힘이 되어주겠다.

나는 그 때, 하느님의 음성을 들은 것 같았다니까요(읔, 이거 또 골수 신앙인같은 발언인가? ^^;;).

어쨋든 그 말의 울림은 정말 대단했어요. 호출기에서 그 말을 듣고는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리고 사무실에서 속시원하게 울어버리고 그 담에 기운을 내어 행사를 무사히 끝냈던 것 같습니다. 내가 받은 최고의 위로이고 가장 큰 힘이 되어준 말이었지요.

그리고 사실... 말없이 뒤에서 잔일을 도맡아 해주신 어르신 선생님들이 계셨고, 한분은 내가 너무 힘들어보인다고 근무시간에 일부러 시간내서 몸보신 시켜준다고 점심 사주러 오시기까지 하셨었고, 봉사자들도 나름대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매일같이 성당에 와서 율동배우고 준비물 점검하며 즐겁게 준비하려 했었고....

아마도 나는 나 혼자만 부당하게 힘들고 어려운 일을 맡았다고 생각을 했었나봐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그게 아니었네요.

=============================================

그래서 지금도 나는 내게 가장 크게 남는 말을 떠올리면 "내가 네 힘이 되어주겠다"는 말을 떠올립니다. 뭔가 새로운 것을 시작할 때, 옳은 일을 행한다고 생각하지만 내가 받게 될지 모르는 부당한 불이익이 두려워질 때, 세상에 혼자 버려진 것 처럼 힘들고 지쳐있을 때 이 말을 떠올려요.

그리고 또한 나 역시 그 누군가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는'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을 합니다. 신앙인에게라면 하느님의 말씀으로 전하지만, 신앙인이 아니어도 상관없쟎아요. 친구에게 힘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나는 삶의 가치를 느끼며 행복할 수 있는거고..... ㅎㅎ

또 사무실에서 눈치보며 쓰다보니 말이 꼬이는 것이 느껴져요! 히~ 하지만 뭘 말하고 싶은건지는 아시리라 믿어요. 제가 좀 신앙인인 척 티를 내더라도 이해해주시옵~ ^^


 

 


댓글(8)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물만두 2005-06-07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말씀 간직하고 있는 치카님도 대단하십니다^^

물만두 2005-06-07 15: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또...

stella.K 2005-06-07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치카님, 뭉클 합니다요. 그 신부님 참 멋 있는데요!! 이렇게 나에게 힘이 되어주는 사람은 눈에 드러나지 않고 숨어 있는 것 같아요. 그죠?^^
고맙습니다. 참가해 주셔서.^^

chika 2005-06-07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헤~ 맞아요. 그 담부터 저도 힘을 기르고 있쟎아요. 아자앗~!! ^^

해적오리 2005-06-07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치카 언니 , 아마 그때가 언니가 울집에 태영이 데리고 와서 부탁하던 그 때 맞지예?
이글 읽어가난 그때 어가라 해줄 걸 허는 생각이 들엄신게..
경해도 언닌 꿋꿋이 잘 사난 부러어 마시.
경허고 언니 보멍 경해도 신앙이랜 헌거에 대행 좀 다른 시각으로 봐지는 거 닮아.

해적오리 2005-06-07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추천도 해서예...퍼가기도 햄수다.

울보 2005-06-07 2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꽝하고,,갑니다/

chika 2005-06-07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엥? 태영이영 헐때는 와따 편하게 할때라난. 경허고 그때는 나도 경험이 많은 때주게. 나보단 태영이가 더 고생헌때고. 그보다 몇년 전이라난. 게난 생각해봐봐. 얼마나 어렸을때 해시크냐. 생각행보난...스물일곱 여덟살때쯤인거 닮아. 그때 죽도록 고생해난. 나름대로 배운것도 많고이. ^^
울보님/ 감사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