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만은 공중부양 - 오늘도 수고해준 고마운 내 마음에게
정미령 지음 / 싱긋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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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읽을 때 좋은 것은 나와 다른 것 같지만 나와 다르지 않다는 느낌에서 오는 안도감이랄까, 때로는 힘들고 고달픈 삶이지만 다들 각자의 자리에서 잘 버텨내고 있다는 것에 위로를 느끼며 공감하게 되어서 라는 생각을 잠시 해보게 된다. 

'마음만은 공중부양'이라고 해서 요가와 관련된 에세이일꺼라고 맘대로 생각해버렸다. 작년에 읽은 에세이 중에 일상의 모습과 요가 자세와 연결하여 쓰여진 글이 있었는데 꽤 좋았던 기억이 남아있어서 공중부양은 못하지만 말 그대로 마음만은 공중부양을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는데 요가...이야기는 전혀 없었다. 아니, 요가를 배우며 깨달은 한가지 이야기는 나온다. '나만의 호흡'

마음만은 공중부양,이라는 제목처럼 요가를 배우며 안되는 자세를 애쓰며 잘해보려고 하고 주위 사람들과 비슷하게 맞춰가려고 하지만 옆자리의 6세 꼬마가 자기만의 편한 자세로 잠에 취한 것을 보고 자신의 호흡으로 자신에게 맞는 자세를 잡아가는 것의 중요함을 깨닫는 것이다. 이 이야기조차 책의 끝무렵에 나와서 요가의 자세와 연결되는 에세이는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이 책이 맘에 안드는 것은 아니다. 첫머리에 말한 것처럼 나와는 다르지만 또 나의 모습이 담겨있기도 한 듯한, 내가 이미 깨닫고 지나간 일들이기도 하지만 내가 체험하게 될 이야기일지도 모를 이야기들을 읽고 있으려니 늘 흔들리고 걱정스러우며 혼자 고립되어 있는건 아닐까 하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게 된다. 

"인생이란 바다를 항해하면서 파도는 끊임없이 밀여온다. 잔잔한 파도는 물론 커다란 쓰나미까지. 끝이 없는 파도를 넘으며 우리는 매일 앞으로 나아간다."(260)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는 좀 늦은 듯 하고 안정적인 삶을 유지하고 싶지만 그냥 이렇게 아무것도 아닌 상태로 살아도 되는 걸까 라는 고민이 사라지지 않는, 30,40대의 삶의 고민에 대해 가장 많은 공감을 갖게 되겠다 싶지만 꼭 그 나이대가 아니더라도 늘 흔들거리는 삶이라고 느껴지는 모두에게 공감을 주는 내용이란 생각이 든다. 

드라마속에서 나올법한 이야기는 조금 가볍게, 삶은 역시 알 수 없고 재미있다고 이야기하지만 그 드라마같은 이야기가 내게는 좀 고통스럽게 느껴져서 마냥 재미있다고만은 하지 못하겠지만 '알 수 없다'는 부분에 방점을 찍으면 재미있다고 표현할 수 있을지.

잘 늙고 싶다는 4장과 사사로운 하소연이 담겨있는 5장의 이야기로 넘어가면서 더욱더 실감나게 공감하며 읽게 되었는데 특히 가족, 엄마를 대하는 태도에서는 맞장구를 치다가 나 역시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반성해보게 된다. 내 주장만 하고 있지 나 역시 어머니를 이해하려고 했는지.


오랜 수련을 쌓은 요기들처럼 공중부양은 커녕 기본 호흡도 제대로 못하고 있지만 저자의 말처럼 나 자신의 호흡으로 천천히 삶에 다가오는 파도를 헤쳐가며 앞으로 나아가면 되는 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며 평온함을 가져본다. 언젠가, 아니 언제까지나 공중부양을 못하면 어떤가. 내가 평온한 호흡을 하며 쉴 수 있으면 그것으로도 충분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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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8-07 0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지금 자정-날짜 변경선을 넘었습니다. 지금 시작된 오늘 하루도 평안하시길요.

chika 2021-08-07 07:42   좋아요 0 | URL
네! 우리 모두 언제나 ‘오늘‘도 평온한 하루이길! ^^

서니데이 2021-09-10 1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chika 2021-09-10 22:27   좋아요 1 | URL
어쩌다보니 이런일이.... ^^;;
고맙습니다 ^^

초딩 2021-09-11 13: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좋은 날 되세요~

chika 2021-09-12 11:08   좋아요 1 | URL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