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신께 기도를 올리리라.

 

  신은 기도를 들어주실 터였다.

   

  그녀는 신이 그러리란 걸 알았다.

 

  어쩌면 신은

 

 그녀가 이해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자비를 베푼 것일 수도 있었다" 

 

 

 

오늘은 병원 예약이 되어있는 날이었다. 지난 번 검사에서 가슴쪽에 뭔가 보인다며 3개월 후 다시 시티검사를 해보자고 한 바로 그날이다. 조금 걱정은 되었지만 염증일수도 있다며 별다른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으나.

3년전 수술을 하고 또 다른 장기에서 종양이 발견되어 수술한 오래비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지금, 검사 결과가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다. 혈액검사와 조영제 투여를 위해 주사 바늘을 꽂느라 양쪽 팔에 솜뭉치를 매달고 의욕없이 앉아있다 집으로 왔다.

검사는 끝났고 이제 결과는 2주후에 들으러 가야한다. 그동안은 그저 맘편히 지내는 것이 최선이리라.

 

병가로 얻은 반나절의 자유로움을 운동으로 채우려 했지만 바람이 심상치않게 불고 있어서 운동은 포기하고 점심만 먹고 집으로 왔다. 그리고 조영제배출을 위해 물을 많이 마시라는 지침에 충실하기 위해 생수 한병을 다 마시고 다시 차로 병을 채우고도 모자라 물을 끓여 차를 타고도 머그에 따뜻한 핫초코를 타서 자리를 잡았다. 운동을 못한 귀한 시간을 지복의 성자로 채워보려고.

그런데 처음부터 마음을 휘어잡는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내용도 그렇지만 이렇게 마음을 울리는 문장이라니.

 

주님, 저희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이제 다시 아룬다티 로이의 이약기속으로 들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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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20-02-25 2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맘 알아요. 아무것도 아닐 겁니다. 힘내세요.

chika 2020-02-26 08:1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평범한 일상이 아름다운 나날임을 요즘 이래저래 느끼네요. ^^

보물선 2020-02-25 23: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괜찮을거요. 치카치카.

chika 2020-02-26 08:15   좋아요 0 | URL
넵! 믿어요. 헤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