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30년 전쟁 - 변방에서 지배자로, 끝나지 않은 도전
이지훈 지음 / 리더스북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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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서의 서두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트럼프 재집권을 경제적으로 부정적인 변수로 보고 있는 경제학자들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현재의 세계 상황으로 보아 민주당 정권이 유지되었다고 한다 해도 불안정성의 규모가 작아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 긍정적인 관점으로만 보자면 테슬라의 사주이기도 한 일론 머스크가 2500억을 후원하며 트럼프를 지지해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한 마당에 배터리 분야에서만큼은 전기차에 대해 불리한 정책을 펼치기보다는 유리한 고점을 만들 가능성이 크지 않나 싶다. 전기차의 수요와 판매가 정체되는 캐즘을 타파할 전략이 마련되는 것이 되려 트럼프 정권하에서일 수도 있다고 여겨지는 것이다.

 

[K-배터리 30년 전쟁]이라는 본서는 말 그대로 한국 배터리 업계의 30년 역사를 돌아보는 저작으로 본서의 소개로는 지난 역사의 복기가 다음 역사를 준비하는 효시가 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해당 산업의 관계자들이 그 분야의 30년 역사를 모를 것 같지는 않기에, 일반 대중의 입장에서는 우리가 선도하는 분야에 대한 상식을 알아간다는 의의와 투자 대상에 대한 일반 상식을 쌓을 수 있다는 것에 더 큰 의의가 있지 않을까 싶다.

 

현재 배터리 업계는 1000조를 수주했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하는데 이는 과거 한국을 이끈 조선업계의 기록도 깨고 있는 수치이다. 이미 한국의 배터리 산업은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재집권이라는 변수, 정권교체로 바이든 정부의 IRA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변수, 그리고 겨우 2년의 기술적 격차를 보이는 중국이라는 변수를 어떻게 타개해 나갈 것인가 하는 것이 본서의 소개 광고 카피가 주목하도록 하는 바다.

 

과거 일본이 선도하던 배터리 산업이라는 한국입장에서는 불모지에 LG와 삼성이 뛰어들며 시작된 한국 배터리 산업의 격동이 시작된지 이제 대략 30년이라고 한다. 후발 주자였던 한국의 기업들이 어떻게 선두로 치고 올라올 수 있었는가 하는 의문에 답을 주는 책이 본서이기도 하다. ‘배터리는 화재의 위험성이 높다. 그렇기에 기회다라는 사고의 전환으로 한국 배터리 산업이 시작되었고 지속된 것이다. 한국 배터리 산업은, 주행 거리가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낮지만 안정성이 보다 나은 LFP 배터리보다 효율성은 높지만 화재의 위험성이 큰 리튬이온 배터리에 전념했다. 본서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성능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화재 위험성이라는 난점이 크기에 일본은 이를 고려하지도 않았던 시절에 우리 기업들이 선점한 것이다. 하지만 테슬라에서는 효율적인 성능이지만 화재 위험성이 큰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LFP 배터리를 대거 사용하고 있고 향후에도 LFP 배터리를 주요 구성요소로 사용할 전망이 크다고 한다. LFP는 중국이 주요 생산국으로 노동 비용과 원자재 비용, 생산단가가 총체적으로 낮기도 해서 우수한 성능의 한국 배터리라고는 하지만 경쟁력에서 중국이 뒤지지 않아 보였다. 이에 대해 우리를 지지하는 경향성이 바이든 정부의 IRA였다. 환경문제를 화두로 친환경 기업의 산업에 3680억 달러를 지원하기로 한 바이든 정부의 정책인데 한국 배터리를 주요 소비하는 전기차 몇 개 사에만 60억 달러를 보조하기로 한다고 한다. 물론 미국에 진출하는 한국의 배터리 산업도 직접적인 보조를 받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트럼프 재집권으로 전망이 불투명해진 경향이 있다. 그러나 본서를 보면 우리 기업인들은 IRA의 수혜가 오래가지 않을 것이고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이벤트였다고 진작부터 전망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랬다면 IRA의 수혜가 없는 상황의 경영도 이미 대비해 놓지 않았을까 싶다.

 

앞서 말했듯 중국은 우리 기술과의 격차가 2년 정도에 지나지 않고 노동력, 원자재 등에서 우리보다 앞서있다. 그렇기에 우리나라의 기업 역시 이전부터 배터리의 재료가 되는 리튬 등의 자원확보를 위해 힘써왔다. 포스코에서는 이미 리튬 매장지인 볼리비아의 염호를 획득했고 서호주의 필바라 미네랄 지분을 일부 인수하기도 하는 등 자원확보에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이미 몇 차례나 정권교체가 있기 전부터 꾸준히 지속되어온 과정이 누적된 결과이다.

 

또 리튬이온 배터리는 화재 위험성이라는 불안정성이 크기에 이를 안정화시키려는 기술 개발이 이어져왔고 그 결과 분리막 기술인 SRS 기술 등이 개발되어 왔는데 LG가 보유한 이 분야 특허권만해도 500개에 이르러 로열티로도 수익이 크다고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특허 분쟁들을 거치기도 했고 LGSK이노베에션 간의 특허 소송전을 거치기도 했다. 기술력으로 우열이 가려지기는 어느 산업이나 마찬가지이겠으나 배터리 산업은 우리 기업들이 타자가 가보지 않은 길을 개척하고 있기에 신기술의 개발에 대한 투자와 노력이 지속이 성패를 좌우하고 있는 것이다.

 

본서에서는 우리 기술과 중국의 격차가 겨우 2~3년 정도인 것을 우려하며 중국 배터리 산업의 우위를 언급하기도 하는데, 사실 중국은 배터리 외에도 양자컴퓨팅과 블록체인 등 신기술들에서 세계 선두를 확고히 하고 있는 지점들이 적지 않고 유투브 채널 SOD에서 보면 국제 과학 학술 저널들에서 각 분야의 중국에 연구를 인용하는 경우는 우리 연구를 인용하는 경우의 100배 가까울 지경이라고 한다. 중국은 미국과 선두를 경쟁하는 정도가 아니라 이미 선두를 확보한 영역들이 다수이고 앞으로도 그 외 많은 분야에서 선두가 될 높은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패트로 달러를 흔드는 가장 큰 요소가 중국이기도 하다. 이제까지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해온 행적들을 볼 때 미국은 중국을 그대로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가까운 시일 안에 대만을 꼬투리로 시작될 미국의 중국 침몰시키기는 실현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한국이 볼 피해가 심히 우려되지만 한국이 그 시기만 잘 넘긴다면 중국의 침몰이 한국에 나쁠 이유는 없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배터리 산업이 1000조를 수주했다고 서두에서 언급했지만 과거에도 조 단위의 수주를 하고도 200억의 위약금만으로 수주가 파기된 경우가 있었다. 그 역시 화재 위험이라는 불안정성 때문이었다. 이 불안정성을 타파하는 기술 개발만 선점하게 된다면 우리 기업들은 배터리 산업에서 확고한 위치에 서게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건 우리 배터리 산업의 역사와 현재를 아는 과정이 삶에서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지 돌연한 우연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등 삶에 대한 태도까지 배우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경영과 마케팅에 관한 책들이 대중에게 인기 있는 이유 중 하나가 그 길에서 삶의 태도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인 것과 같은 이유다. 그런 까닭에 본서는 투자자가 아닌 분들에게도 읽어볼 가치가 큰 책이지 않나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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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이들의 전생 기억에 관하여
짐 터커 지음, 박인수 옮김 / 김영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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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을 드라마인 신혜선의 [이번 생도 잘 부탁해]나 마크 윌버그 주연의 영화 [인피니트]를 보면 자신의 전생들을 모두 기억하는 이들이 등장한다. 전생의 자신에 능력들을 모두 구현해낼 수 있어 다방면에서 실력과 경험치가 출중한 인물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들은 전생에 전생에 전생 무수한 전생들 속에서 자신의 인연과 사랑을 기억하고 있다. [이번 생도 잘 부탁해]에서 신혜선이 연기한 반지음을 보다가 문득 아련히 생각하게 됐다. 무수한 전생에서 나를 사랑했던 이가 그 전생들을 다 기억하고 태어나 있다면 그리고 어디선가 나를 그리워하고 있다면 하는 생각 말이다. 그런 이가 정말 있다면 난 말하고 싶었다. 어서 날 찾아와 달라고 아직도 난 널 기다리고 있다고.

 

이런 상상이나 상념에 빠지게 하는 드라마와 영화들에 우리가 빠지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사후세계와 환생에 대한 원형적인 하나의 상을 우리 내면에 그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본서 [어떤 아이들의 전생 기억에 관하여]는 그런 공상 같은, 인간이 가진 원형 중 환생에 관한 부분을 다룬 저작이다. 본서의 저자 짐 터커는 이안 스티븐슨이라는 환생과 전생의 기억 연구에 개척자이신 분의 제자로 버지니아 대학의 정신의학 및 신경행동과학과 부교수이자 인지연구 소장이라고 한다. 기독교인이었던 짐 터커는 이 분야에 대해 이안 스티븐슨 박사의 저작을 읽고 관심과 의문을 가지게 되어 이안 스티븐슨 박사의 연구에 참여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안 스티븐슨 박사는 연로하셔서 1990년대 은퇴하시고 짐 터커 박사는 본서를 이안 스티븐슨 박사의 그간 연구와 저작들을 인용하기도 하며 2005년 미국에서 출간했다. (이안 스티븐슨 박사는 2007년 작고하셨다)

 

본서의 소개 카피들은 전생 기억에 관한 책인데도 불구하고 본서에 대하여 과학적인 연구라고 평가하는데, 전생의 기억에 대한 주제라고 하지만 무속인이나 심령가의 막연한 뜬구름 잡는 추측이나 가정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학과 정신의학을 전공한 학자들의 연구다 보니 가설과 검증에 있어 체계적이고 치밀하려 노력했다고 생각된다. 본서의 독자들 가운데 자신이 상식적이고 이성적이라고 믿는 분들 중 일부는 왜 검증이 더 쉬울 현재보다 1950년대부터 1980년대 이전까지의 연구로 저술을 한 것일까 하는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나도 그런 의혹이 언뜻 스쳐갔으나 의문이 금세 해소되었다.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인 현재는 컴퓨터, 스마트폰, 무엇보다 SNS등이 발전해있다. 검증이 쉬운 것만이 아니라 타인의 기록을 누구나 엿볼 수 있는 시대이기에 거짓이나 조작이 더 순조로울 수 있는 시대라는 말이다. 그런 까닭에 타인의 기록을 쉽게 엿볼 수 없는 과거 사례의 연구가 더 신뢰할 만할 수 있다 생각된다.

 

본서에서 전생 기억을 이야기하는 아기들과 아동들은, 자신의 가족 사이에서 다시 태어났다고 주장하는 경우와 지인의 자녀(태아)였는데 다시 태어났다는 극히 일부 사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전혀 생면부지의 사람들을 자신의 전생에 부모라거나 형제라거나 배우자라거나 자녀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아이들은 그들과 자신 사이의 사소한 이야기들부터 형이었던 전생의 자신이 동생에게 다른 가족들 아무도 모르게 몰래 특정 기종의 권총을 준 둘만의 비밀까지 털어놓는다. 무엇보다 자신의 아기가 태어나고 얼마 안 가서 죽게 된 여성은 얼마 후 다시 태어나 자라 6살 아이가 되었는데, 자신의 전생의 아기였던 11살 아이에게 보이는 그 아이의 절절한 모성애를 어떻게 거짓이고 연기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6살인 엄마가 11살인 딸이 병들자 안절부절 못하고 애태우는 심정을 어찌 조작이라고 치부할 수 있을지 가늠이 안 된다. 또 환생한 후 자신의 전생 부인에게 돌아가 결혼한 남아의 이야기도 있다. 물론 자라고 나서 결혼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전생의 자신을 죽인 이에게 보이는 아이들의 공격성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미얀마에서 태어난 전생의 일본군 군인이었던 여아가 보여주는 군에 대한 집착도 설명하기 쉽지 않다. 여아가 전생에 자신이 남자였던 걸 기억하고 톰보이로 자라나며 남성적인 것만을 추구하는 사례도 있다. 전생의 기억이란 것이 얼마나 상세한지 아기가 전생의 자신의 배우자와 자녀나 손녀만을 알아보는 게 아니라 차만 있는 사진에서 어느 차가 전생의 자신 차인지를 알아보고 가족들도 꺼내보지 않던 할아버지의 유년시절 친구들과 찍은 학급 사진에서 누가 전생의 자신인지 명확히 짚어내는 수준이다. 이 시절에는 타인의 인스타그램, X, 페이스북 등을 통해 타인의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준이라지만 앞서 말했듯 이 책에서 서술하는 모든 연구는 1950년대의 사례부터 1980년 이전까지의 사례다. 생면부지의 타인의 사생활을 깊이 알 가능성이 없는 시대였다는 말이다. 게다가 연구자들은 전생을 기억한다는 아이와 그 가족이 이익을 목적으로 사실을 조작할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금전적 보상을 전혀 하지 않았다.

 

또 본서에 사례로 등장하는 모든 아이들의 전생에 살해당할 때 갖게 된 상처의 위치와 같은 위치에 모반을 지닌 채 태어나거나 전생에 신체적 특징과 같은 모반을 지닌 채 태어난 아이들이 상당수 등장한다. 이 아이들은 다 전생 기억을 주장했는데 확인해 보면 이 아이들이 자신의 전생이라고 주장하는 사망자들의 생전 신체적 특징과 일치했다. 우연이라 보기 쉽지 않은 경우들이다. 전생과 신체적 특징을 공유한 사례들에 대해 저자는 최면을 건 상태에서 차가운 동전을 뜨거운 무언가로 인식하도록 하고 신체에 닿았을 때 화상을 입는 경우들을 예로 들기도 하며 심리적인 각인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모반의 근거로 들기도 한다. 전생을 기억하는 이들의 심리적 각인이 현생의 몸에 모반이라는 변화를 가져오는 근거로 보는 것이다.

 

그리고 알츠하이머를 예로 들며, 뇌가 손상을 입어도 인격이 변화하는 데 뇌가 형성되기도 전에 전생이 있었으며 그걸 기억한다는 자체가 모순이라며 비판하는 이들에 대하여, 저자는 텔레비전을 설치하면 방송이 나오며 텔레비전을 분해했다가 재조립해도 또 갓 생산된 부품으로 조립해도 방송은 나온다고 반박한다. 유물론적 환원주의의 관점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다.

 

본서는 단순하게 봐도 흥미를 끄는 주제지만 흥미만으로 끝나지 않고 삶 이후의 삶에 대한 의문과 관심 그리고 영혼과 우주와 세상의 다차원 구조에 관한 의문에까지 이끈다. 공자께서는 귀신이나 현실적이지 않은 대상에 대한 관심을 배격했고 부처님께서도 무아라시며 나라는 것은 매순간 변화하는 것으로 고정된 실체가 없다고 말씀하셨지만, 현실 그 이상을 바라기도 하고 윤회 전생하는 나는 무엇인가 의문을 품기도 하는 것이 인간이다. 때론 비현실이 때론 비일상적인 의문이 현실과 일상을 살게 해주는 힘을 주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비현실적으로 보이고 비일상적이기만 한 본서도 읽고 사려해 볼만한 가치가 있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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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앙의 지리학 - 기후붕괴를 수출하는 부유한 국가들의 실체
로리 파슨스 지음, 추선영 옮김 / 오월의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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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원제는 [Carbon Colonialism]으로 탄소 식민주의라는 정의가 이 시대를 제대로 고발하고 본서의 방향성을 직시하도록 해주는 제목이다. 도대체 [재앙의 지리학]이라는 한국어 제목으로의 변경이 왜 필요했는지 잘 모르겠다. 저자 로리 파슨스는 로열홀러웨이런던 대학에서 인문지리학 분야를 가르치고 있다고 하며 기후변화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다양한 프로젝트에서 선임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책의 색깔을 짧게 짚어보자면 300쪽의 책이라고는 하지만 판형이 작고 분량이 많지 않아 기후위기와 함께 세계 불평등을 함께 조망한 작은 에세이집 같은 느낌이다. 정보 전달을 목적하고 문제의식을 가지고 전하는 책이지만 전체적으로 기후위기로 야기되는 문제를 전하는 칼럼이나 세상 이야기를 전하는 에세이 느낌을 많이 준다.

 

본문을 읽으며 느껴진 부분이 없지는 않으나 나로서는 늘 주지해오던 사실들을 언급한 책이다 보니 에필로그에서 정리해 주는 이야기가 더 인상적이었다. 앞서 말했듯 에세이풍으로 다가오다 보니 문제적 대목에서 오히려 문제로 인식되어야 할 대목들이 세상 이야기 중 하나로 느껴지며 지나치게 되는 부분들이 있다. 그러다 보니 되려 에필로그가 더 인상적으로 남는 경향이 생겼다. 다른 분들이 처음으로 독서하실 때는 에필로그부터 먼저 읽고 본문으로 들어서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환경에 대한 여섯 가지 신화라는 주제로 본서를 정리하고 있는데 첫 번째 신화: 기후변화가 더 많은 자연재해를 유발한다?” “두 번째 신화: 소비를 통해 기후붕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세 번째 신화: 환경주의자들은 넷제로를 위해 싸운다?” “네 번째: 국경 안보를 강화해 수십억 명의 기후 이주민을 가로막아야 한다?” “다섯 번째: 지속가능성은 국내에서부터 시작된다?” “여섯 번째 기후과학은 정치와 무관한 합의다?”까지로 정리하고 있다.

 

본서의 본문에서 가장 주지되는 것은 다섯 번째여섯 번째이기도 한데 그 중 가장 먼저 주목되는 것은 공급망이 다변화되어있는 현실에서 자국의 탄소배출이 줄어든다고 해서 전 세계적인 탄소배출의 규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느 나라던 국내에서의 기업의 탄소배출을 제재하면 그 기업은 타 국가로 생산시설을 확충해 탄소배출을 이어가던가 해당 기업이 다수의 국가에서 탄소배출을 가중해 버리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두 번째 신화도 여기서 깨질 수밖에 없는 게 국가나 개인이 탄소배출을 줄이고 환경문제에 기여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한다고 해도 그 의도와는 달리 공급망이 다변화된 현실에서 한 국가가 생산했다는 라벨이 붙은 제품에서 이미 여러 국가의 원재료들이 소모되었으며 그 여러 국가의 원재료가 생산되는 과정에서의 환경파괴와 인적 피해 그리고 탄소배출을 제한할 여지는 거의 없다는 것이 저자가 주목하도록 하는 바다. 이미 배터리 관련 도서와 환경 문제에 관한 다른 책에서 언급되어있는 사례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그 책들에 의하면 탄소배출을 줄이고자 전기차 생산이 장려되어 해당 부품인 배터리의 원재료가 되는 리튬 생산지인 콩고에서 어린이가 노동현장에서 혹사당하고 중금속에 중독되어 폐인이 되거나 죽어가는 상황들이 언급되고 있다. 이걸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 싶기만 하다. 한 국가의 자국내 탄소감소와 그 지속만 생각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 구조라는 말이다.

 

여섯 번째인 기후과학이 정치와 무관하지 않다는 저자의 문제 제기도 공감 가지만 나로서는 저자와의 방향성은 다르다. 저자는 루퍼트 머독이나 일부 언론의 기후위기와 환경주의를 비난하고 기후위기설이 개발을 저지하는 작용을 한다는 그들의 주장을 언급하며, 환경주의와 기후위기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도전받는다는 식의 주장을 펼친다. 하지만 나로서는 세계경제포럼이나 빌더버그 회의 등 초극부층들과 정치가들의 국제적인 연대로 볼 때 또 이미 이들 사이에서는 기후위기를 연구하는 학자들을 후원하고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설을 보편화하며 추구하는 그들만의 계획이 있다고 본다. 이 계획에 대한 저항을 저지하려는 의도로 그들 내부에서 소규모의 문제 제기를 의도적으로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짐작된다. 기후위기설은 이미 전 세계 대중에게 보편적 상식이 되었으며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전문학자들이 노벨상 수상자거나 전문가 중의 전문가라고 해도 대중이 비웃는 분위기까지 연출되고 있는 지경이다. 기후위기설을 극대화하려고 UNEP 국제연합 환경계획국의 최종지도층이 데이터를 조작하고 가짜뉴스를 퍼트린 것이 사실로 밝혀져도 또 미국 정부에서 기후환경분야 해당 부서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돌연 데이터 조작 사례를 고백하고 고발해 봤자 이미 대중은 기후위기설을 정설로 보고 이런 사례를 꽁트로 치부해버리는 지경이다. 본서의 저자가 주장하는 방향과는 다르지만 분명 기후과학은 정치적인 것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세 번째 신화환경주의자들이 넷제로를 위해 싸운다는 말의 허위성을 지적하는 저자의 말에 첨언하자면 환경주의자를 자처하는 이들 가운데 기업과 초극부층들은 환경문제를 제기하며 탄소배출을 극단적으로 하는 전세기를 타고 국제회의 등에 참여하는 형국이다. 이들의 주장은 허위일 뿐이라는 말이다. 넷제로를 주장하며 혁신하려는 제도와 기술들은 새로운 시기의 파괴적 혁신이 되어 막대하디 막대한 부를 창출하는 기반이 된다. 세계미래보고서 시리즈의 저자인 박영숙님의 이 분야 저작 가운데 하나인 [기후재난과의 전쟁]에서도 기후위기설을 기반으로 한 넷제로를 완성하기 위해 개발되고 있거나 적용을 앞둔 이미 개발된 기술들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 모든 기술과 제품의 혁신은 초극부층의 새로운 시장이 되는 것이다. 이 변혁의 끝에 대중의 절대다수가 AI의 발전으로 시장에서 도태된다고 해도 초극부층 그들만의 사이에서 새로운 변혁으로 인한 그들만의 경제가 이어질 것이다. (도태된 다수의 인류는 CBDC나 다른 형식의 디지털코인으로 사용화폐의 용도 제한이나 사용기한이라는 제재를 겪고 15분 도시제와 탄소 발자국 추적으로 전방위적인 자유를 제한당하면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인류 대다수가 실업자가 된 상황에 그 인류의 생존을 극부층이 감당하려 할 이유가 없다. 인구가 현재와 같이 지속될 가망은 없으며 살아남은 인구도 생존방식을 제한당할 것이다. 이 일련의 과정은 기후위기설이라는 거대 규모의 작은 거짓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여섯 번째주장과 취지에서 보자면 초극부층이 정치가들을 후원해서 당선시키는 전 세계적인 취지에서 자신들의 경제적 이윤을 보장하는 파괴적 혁신을 위해 제도의 성립 등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리고 자신들의 번영과 존속을 위해 다수가 방해된다면 문제의 싹을 처리할 것은 자명하다.

 

첫 번째세 번째저자의 주장은 사실 기후위기로 해안선이 높아지고 각국이 바다로 침식할 거라는 과거부터 주장되어오던 환경주의자들의 주장과는 다르게 가장 큰 피해자가 될거라던 도서 지역의 국가들이 현재 기후위기설의 수혜로 관광대국이 된 마당이고 환경주의자들의 경고대로라면 이미 침몰했어야 할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각국은 어떠한 피해도 입은 전적이 없다. 일부 토네이도나 태풍의 피해나 지진의 피해가 언급되기도 하는데 한반도의 삼국시대 기록만 보더라도 2천 년 전부터 환경 피해가 막심하던 시기가 있었으며 이런 시기는 주기적으로 반복되고 있다. 거대한 규모의 하나의 주기로 보아도 될 문제라는 말이다. 지금보다 환경이 더 혹독하고 기후의 변화가 극심하던 시기에도 인류는 살아왔다. 그 시기들에 탄소가 현재 농도보다 높을 때도 기후가 낮았던 시기가 있었고 탄소가 현재보다 낮을 때도 현재보다 기후가 높았던 시기가 있었음을 과학이 증거하고 있다. 탄소가 결코 기후변화 원인의 전부가 아니라는 말이다. 기후위기란 없다. 기후가 재앙인 것이 아니라 기후위기설을 보편적 상식으로 조작해내는 인간들이 진정한 재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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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사자의 서
서규석 엮음 / 문학동네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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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서의 저자는 사회학을 전공한 분으로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겸임교수로 재직하고 계시다고 한다. 하지만 여러 출간한 책들이 인류학에 관한 책들이었다. 전공만큼이나 인류학과 신화학 등에 대한 궁금증이 남달랐던 분이 아닌가 싶다. 본서는 저자분이 [이집트 사자의 서]를 국내 최초 출간할 목적으로 사자의 서에 대한 고대부터의 여러 텍스트와 다양한 루트에서 자료를 수집해 정리한 책이다.

 

이 책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티벳 사자의 서][티벳 사자의 여행 안내서]를 읽고 죽음 이후의 세계를 다룬다는 자체가 명상과 영적 여정을 그리는 것이구나 판단했던 이유가 크다. [이집트 사자의 서] 또한 영적 성장과 영적 평정을 위한 안내서이리라 믿고 선택했다. 이 책이 [티벳 사자의 서]와 차별되는 점이라면 영적 성장이나 영적 성취의 방향이 아니라 주술이랄까 마법 또는 종교 의례를 통한 부활의 목적을 가지고 사용되던 체계를 기록한 것이라는 거다.

 

[사자의 서]의 이집트어 원어 발음은 레우 누 페르 엠 후르라고 하는데 뜻은 낮에 부활하는 장또는 태양과 함께 낮에 부활하는 장이라고 한다. 태양이나 낮은 또는 라고 하는 최고 신에 하나의 측면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일출과 부활을 동일시하며 영생의 염원을 담은 의미가 있다고 한다. [사자의 서]는 도굴꾼들에 의해서는 [키탑 알 마이이트]라고 불렸고 이는 죽은 자가 반드시 몸에 지녀야 하는 책이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이 책이 초기 이집트 연구 학자들에게 주목받고 이집트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영어권 학자들은 이 책을 [book of the dead, chapter coming forth by day]라 표현했다고 한다. [사자의 서]로 불리운 계기는 렙시우스라는 학자가 이 텍스트에서 기원전 2010년경 중왕국 초기인 11왕조의 멘투호텝 파라오의 관구문을 해석하면서 [사자의 서 17]내세로부터 무수히 많은 날들의 낮에 출현하는 장즉 부활의 장이라 명명했기 때문이다. 또 아우팡크의 주문을 사자가 내세로부터 창조되어 현세로 인도되는 부활의 장으로 명명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자의 서]는 앞서 말했듯 영적 성장이나 영적 성취보다는 죽을 때와 같은 몸으로 부활하는 법이 다뤄진 책이고 신들의 가호와 판결 앞에 선 영혼의 입장이 담겨진 책이기도 하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이집트의 영혼과 육신에 대한 관점을 이해하는 게 먼저이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인간의 영혼을 카(Ka)와 쿠(Khu) 그리고 바(Ba)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았는데 는 영에 해당하고 는 혼에 해당한다. 사람의 일생과 함께하는 것이 이고 이것이 죽은 후에는 묘에 남아있다고 이집트인들은 생각했다. 그들은 는 인간뿐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과 모든 사물에 깃들어있다고 보았다고 한다. 말하자면 영이자 정령인 것이 인 것이다.

는 인간의 육체 내에 머물기는 하지만 인간이 잠들어 있는 동안에는 육신에서 빠져나와 여행을 하고 여러 대상을 만나며 경험을 쌓는다고 한다. 사람이 영혼과의 만남 같은 기이한 꿈을 꾸는 것은 의 경험이 꿈으로 드러나서라고 한다.

에 대해서는 사람의 머리에 새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생전에는 육체에 있지만 사후에는 몸 밖으로 빠져나와 사자의 미라 주위를 선회하거나 미라 위에 앉아 있다가 체내로 들어간다고 믿었다. 묘지의 여신으로부터 식물과 음식을 제공받아 생존하다가 바가 다시 육신과 결합하면 부활하는 것으로 이집트인들은 믿었다.

이집트인들은 시신이 썩지 않고 보존되어야 미래에 부활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 한다. 해부학과 미라를 만드는 기술이 이집트에서 고대부터 발전해온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시신을 보존하고 를 묘에서 유지하다가 [사자의 서]에 담긴 주술적 마법적 종교적 의례를 통해 신의 가호로 부활한다는 신앙이 몇천 년의 긴 세대를 거치며 체계화되고 기록되어 [이집트 사자의 서]를 이룬 것이다.

 

[이집트 사자의 서]를 통해 명상적이고 영적인 성장을 엿볼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무너졌지만, 신화에 관한 관심과 분석심리학적 해석에 어느 정도 보탬이 될 만한 저작이기는 하다고 생각된다. 죽음과 영계가 궁금해서 읽겠다는 분들과 명상서로서 역할해주기를 바라는 분들의 기대를 한껏 충족시키지는 못하겠지만 신화적 종교 의례적 지식을 전하는 책으로서는 제 역할을 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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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내 안의 아이가 정말 괜찮냐고 물었다 - 내면 아이를 외면하며 어른인 척 살아가는 우리를 위한 자기 치유 심리학
슈테파니 슈탈 지음, 홍지희.오지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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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 아이를 중심으로 트라우마와 같은 과거의 상처를 돌아보고 내면 아이를 치유하는 것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책들은 아주 많다. 검색해 보면 알겠지만 이건 한 시절의 트렌드라기 보다 이젠 통시적일 상식처럼 인식되고 있다. 심리 치유 기법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하와이안 치유기법 호오포노포노의 내면 아이 우니히피리라면 익숙할 정도이다. 자신을 여러 인격으로 구분하여 각각의 인격을 통합하거나 각 인격을 치유하는 것을 통해 마음의 상처와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IFS 류의 심리치료법도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내면 아이를 치유함으로써 회복한다는 본서의 소개를 보고 선뜻 관심이 갔다. 가끔씩 흐느끼다 못해 통곡하고 있는 내 안의 아이가 느껴질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서를 통한 저자의 지혜가 치유와 회복을 가져다주길 기대하는 마음이 일었다.

 

저자 슈테파니 슈탈의 소개란을 보면 독일에서 가장 저명한 심리상담 치료사이자 저자라고 한다. 30년 이상 심리상담 치료를 하셨다는 분이고 다수의 저작이 독일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니 이 책을 통해 저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봐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됐다. 저자는 정신분석에서 이야기하는 이드’, ‘에고’, ‘수퍼에고를 각기 내면 아이’, ‘내면 어른’, ‘내면의 비판자로 분류하고, 심리 도식 치료 같은 최신식 심리 치료방법에서는 이를 다시 세부적인 하위요소로 상처받은 내면 아이’, ‘행복한 내면 아이’, ‘화난 내면 아이’, ‘벌하는 부모 자아’, ‘자비로운 부모 자아등으로 분류한다고 한다. 독일 함부르크 출신 심리학자 슐츠 폰 툰은 이와 같은 내재된 하위 성격을 내면의 팀으로 보았다. IFS 기법처럼 내면의 여러 인격이 불균형하고 서로를 옥죄고 있을 때 이를 한 팀으로 보고 치유한다는 개념이 이 시절 심리치료 기법의 특징적인 양식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저자는 상처받은 내면 아이그림자 아이행복한 내면 아이태양 아이로 이름을 대체해 소개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태양 아이가 빛나야 할 자리에서 어떻게 그림자 아이가 그런 긍정적 영향을 왜곡하거나 억압하게 되는지 설명하고 있다. 이 두 아이가 개인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자리하게 되는 과정은 생후 2세까지 양육방식과 부모의 영향으로 자리 잡는다. 대개 한국에서는 이런 학설을 잘 되면 내 탓이고 못되면 부모 탓이냐로 받아들일지도 모르지만, 상식적으로 바라봐도 탄생하고 세상에 대한 관점과 반응성이 자리잡는 생후 2년까지의 생애주기에서 부모가 주는 영향은 절대적이지 않을 수 없다. 아이마다 타고나는 성향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양육자와 양육방식이 달랐다면 타고난 성향이 달라서 자리잡는 반응성이라 해도 그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세상을 안정적이고 보호받는 곳으로 바라보게 되는지 불안정하고 신뢰할 수 없는 곳으로 바라보게 되는지가 결정되는 시기가 2세까지인데 이때가 지나고도 2세 이후 자라는 과정에서 받는 지속적인 영향은 인간의 내면에서 끊임없는 상처와 문제의 양상을 키우는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생애 초기의 경험들은 양육자와 아이 사이의 애착의 유형을 결정하고 거기서 아이의 자율과 안전에 대한 욕구의 유형이 결정된다. 자율적이냐 의존적이냐 자신의 안전과 안정, 그리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에 대한 반응성을 어떻게 갖게 되는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자존감과 인정에 대한 욕구가 충족되느냐 왜곡되느냐 하는 데에 이르게 된다. 인간의 존재하는 양식과 자기 존재에서 느끼는 감각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러니 생애 초기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고 그 시절의 문제를 인식하게 된다고 해서 부모 탓한다고 나무라기만 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한국사회의 통념 때문에, 문제를 회피하다가 죽는 순간까지 영구히 문제를 안고 죽어가야 할 이유는 없는 일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양육자와 양육환경이 문제였다고 해서 모두가 무력하게 운명이다라고 낙담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닌 게, 문제의 양상이 부모(그 외 어떤 유의 양육자이든 양육자)와 자신 사이에서 일어나 트라우마나 정신적 문제를 안게 되었다고 해도, 성인이 된 이후에 이 문제를 인식하고 문제에서 벗어나는 것은 자신에게 달린 일이라는 말이다. 저자는 수동적으로 심리치료를 따라만 가는 내담자보다 적극적으로 치유되려 노력하는 내담자의 치유가 빠르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대부분에 사람이 내면의 문제와 내면 아이의 문제를 자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저런 심리치료 기법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심리치료에 신경을 쓰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치유되고 회복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지지부진하게 마음의 문제들에 끌려가고 있는 시절을 거치는 사람이 있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심리치료 기법을 상담사나 정신과 의사를 통한 진료로 다가서기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다양한 저작들을 통해 그 치유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하려 하기도 한다.

 

본서도 그런 목마름을 채워주기 위한 저작으로 일반적인 애착 관계에서 오는 문제나 내적 문제들을 언급하며 생애 초기에 내면 아이의 양상이 결정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그리고 그림자 아이태양 아이의 분류를 여러 기법으로 접근해 심리치료 하는 과정들을 담고 있다. ‘그림자 아이는 애초 말했듯 상처받은 아이를 말한다. 이 상처받은 아이의 상처를 회복시키고 행복한 아이라는 태양 아이가 빛나게 하는 과정이 담긴 치료법이다. 이 치료기법은 그림자 아이를 받아들이는 과정, 그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 내면의 조력자를 찾는 과정, 세도나 기법을 그림자 아이와 태양 아이에 대입해 받아들이고 흘려보내는 과정, 긍정화 과정 등 다양한 기법들이 제시되기도 한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는 하지만 살아가다 보면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배우게 될 때가 있다. 하지만 문제를 인식하면 치유의 의지가 결국에는 진정한 치유에 이르는 시기를 가져다 줄 것이라 믿는다. 그러한 치유는 아마도 아는 것으로 멈추지 않고 행하고 행하는 여정에서 다가올 것이다. 지속적으로 치유되고자 노력하는 이라면 결국에는 치유에 가닿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치유의 여정에서 여러분에게도 나에게도 실천하는 만큼 이 책이 치유로 데려다주기를 기대한다.


위즈덤하우스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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