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느 날 내 안의 아이가 정말 괜찮냐고 물었다 - 내면 아이를 외면하며 어른인 척 살아가는 우리를 위한 자기 치유 심리학
슈테파니 슈탈 지음, 홍지희.오지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10월
평점 :
내면 아이를 중심으로 트라우마와 같은 과거의 상처를 돌아보고 내면 아이를 치유하는 것을 통해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책들은 아주 많다. 검색해 보면 알겠지만 이건 한 시절의 트렌드라기 보다 이젠 통시적일 상식처럼 인식되고 있다. 심리 치유 기법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하와이안 치유기법 ‘호오포노포노’의 내면 아이 ‘우니히피리’라면 익숙할 정도이다. 자신을 여러 인격으로 구분하여 각각의 인격을 통합하거나 각 인격을 치유하는 것을 통해 마음의 상처와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IFS 류의 심리치료법도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고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내면 아이를 치유함으로써 회복한다는 본서의 소개를 보고 선뜻 관심이 갔다. 가끔씩 흐느끼다 못해 통곡하고 있는 내 안의 아이가 느껴질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서를 통한 저자의 지혜가 치유와 회복을 가져다주길 기대하는 마음이 일었다.
저자 슈테파니 슈탈의 소개란을 보면 독일에서 가장 저명한 심리상담 치료사이자 저자라고 한다. 30년 이상 심리상담 치료를 하셨다는 분이고 다수의 저작이 독일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니 이 책을 통해 저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봐도 괜찮을 거라고 생각됐다. 저자는 정신분석에서 이야기하는 ‘이드’, ‘에고’, ‘수퍼에고’를 각기 ‘내면 아이’, ‘내면 어른’, ‘내면의 비판자’로 분류하고, 심리 도식 치료 같은 최신식 심리 치료방법에서는 이를 다시 세부적인 하위요소로 ‘상처받은 내면 아이’, ‘행복한 내면 아이’, ‘화난 내면 아이’, ‘벌하는 부모 자아’, ‘자비로운 부모 자아’ 등으로 분류한다고 한다. 독일 함부르크 출신 심리학자 슐츠 폰 툰은 이와 같은 내재된 하위 성격을 ‘내면의 팀’으로 보았다. IFS 기법처럼 내면의 여러 인격이 불균형하고 서로를 옥죄고 있을 때 이를 한 팀으로 보고 치유한다는 개념이 이 시절 심리치료 기법의 특징적인 양식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저자는 ‘상처받은 내면 아이’를 ‘그림자 아이’로 ‘행복한 내면 아이’를 ‘태양 아이’로 이름을 대체해 소개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태양 아이’가 빛나야 할 자리에서 어떻게 ‘그림자 아이’가 그런 긍정적 영향을 왜곡하거나 억압하게 되는지 설명하고 있다. 이 두 아이가 개인에 따라 각기 다른 모습으로 자리하게 되는 과정은 생후 2세까지 양육방식과 부모의 영향으로 자리 잡는다. 대개 한국에서는 이런 학설을 ‘잘 되면 내 탓이고 못되면 부모 탓이냐’로 받아들일지도 모르지만, 상식적으로 바라봐도 탄생하고 세상에 대한 관점과 반응성이 자리잡는 생후 2년까지의 생애주기에서 부모가 주는 영향은 절대적이지 않을 수 없다. 아이마다 타고나는 성향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양육자와 양육방식이 달랐다면 타고난 성향이 달라서 자리잡는 반응성이라 해도 그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는 일이다. 세상을 안정적이고 보호받는 곳으로 바라보게 되는지 불안정하고 신뢰할 수 없는 곳으로 바라보게 되는지가 결정되는 시기가 2세까지인데 이때가 지나고도 2세 이후 자라는 과정에서 받는 지속적인 영향은 인간의 내면에서 끊임없는 상처와 문제의 양상을 키우는 시발점이 되기도 한다.
생애 초기의 경험들은 양육자와 아이 사이의 애착의 유형을 결정하고 거기서 아이의 자율과 안전에 대한 욕구의 유형이 결정된다. 자율적이냐 의존적이냐 자신의 안전과 안정, 그리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들에 대한 반응성을 어떻게 갖게 되는지가 결정되는 것이다. 이는 결국 자존감과 인정에 대한 욕구가 충족되느냐 왜곡되느냐 하는 데에 이르게 된다. 인간의 존재하는 양식과 자기 존재에서 느끼는 감각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러니 생애 초기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고 그 시절의 문제를 인식하게 된다고 해서 부모 탓한다고 나무라기만 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한국사회의 통념 때문에, 문제를 회피하다가 죽는 순간까지 영구히 문제를 안고 죽어가야 할 이유는 없는 일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양육자와 양육환경이 문제였다고 해서 모두가 무력하게 “운명이다”라고 낙담만 하고 있을 일이 아닌 게, 문제의 양상이 부모(그 외 어떤 유의 양육자이든 양육자)와 자신 사이에서 일어나 트라우마나 정신적 문제를 안게 되었다고 해도, 성인이 된 이후에 이 문제를 인식하고 문제에서 벗어나는 것은 자신에게 달린 일이라는 말이다. 저자는 수동적으로 심리치료를 따라만 가는 내담자보다 적극적으로 치유되려 노력하는 내담자의 치유가 빠르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대부분에 사람이 내면의 문제와 내면 아이의 문제를 자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저런 심리치료 기법을 기웃거리기도 하고 심리치료에 신경을 쓰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치유되고 회복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지지부진하게 마음의 문제들에 끌려가고 있는 시절을 거치는 사람이 있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심리치료 기법을 상담사나 정신과 의사를 통한 진료로 다가서기 부담스러운 사람들은 다양한 저작들을 통해 그 치유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하려 하기도 한다.
본서도 그런 목마름을 채워주기 위한 저작으로 일반적인 애착 관계에서 오는 문제나 내적 문제들을 언급하며 생애 초기에 내면 아이의 양상이 결정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그리고 ‘그림자 아이’와 ‘태양 아이’의 분류를 여러 기법으로 접근해 심리치료 하는 과정들을 담고 있다. ‘그림자 아이’는 애초 말했듯 ‘상처받은 아이’를 말한다. 이 상처받은 아이의 상처를 회복시키고 ‘행복한 아이’라는 ‘태양 아이’가 빛나게 하는 과정이 담긴 치료법이다. 이 치료기법은 그림자 아이를 받아들이는 과정, 그에 대해 이해하는 과정, 내면의 조력자를 찾는 과정, 세도나 기법을 그림자 아이와 태양 아이에 대입해 받아들이고 흘려보내는 과정, 긍정화 과정 등 다양한 기법들이 제시되기도 한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는 하지만 살아가다 보면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배우게 될 때가 있다. 하지만 문제를 인식하면 치유의 의지가 결국에는 진정한 치유에 이르는 시기를 가져다 줄 것이라 믿는다. 그러한 치유는 아마도 아는 것으로 멈추지 않고 행하고 행하는 여정에서 다가올 것이다. 지속적으로 치유되고자 노력하는 이라면 결국에는 치유에 가닿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치유의 여정에서 여러분에게도 나에게도 실천하는 만큼 이 책이 치유로 데려다주기를 기대한다.
위즈덤하우스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느날내안의아이가정말괜찮냐고물었다 #슈테파니슈탈 #위즈덤하우스 #내면아이 #그림자아이 #태양아이 #심리상담 #심리치료 #세도나 #정신분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