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린다>라는 말은 [너에게 매료되어 너 밖엔 보이지가 않는다. 

/ 너에게 빈틈없이 반했다. / 지금 이 순간 그 누구도 아닌 너 하나만을 향해 끌리고 있다. 

/ 너에 빠져버려 널 향한 이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한번만 주라>라는 말은 [널 알고 싶고 느끼고 싶다. / 너와 하나였으면 싶다. 

/ 난 네가 아니면 안될 것 같다. / 네가 몹시도 간절하다. / 꼭 너여야만 한다]는 뜻이다. 

 

남자들의 이런 언어의 의미를 여자들이 꼭 알아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습성이 다른 고양이와 강아지처럼 서로 다른 언어로 인하여 오해만 깊어지는 것도 애석하다. 

남자들은 꼴리는 여자를 위해 피터지게 싸움을 한다거나 목숨을 걸기도 하며 

<한번만 주면 안될까>하면서 따라다녔던 그녀를 위해 혈서를 쓰기도 

전재산과 다름 없는 돈을 잃기도 한다. 

좀더 성숙하고 바람직한 언어패치를 장착한 남자들의 단정한 표현이 

오히려 그 뒤의 의미가 좋지 않을 때도 있다. 

여자라면 그래도 단정한 표현을 쓰는 남자들이 더 끌린다라고 하겠지만 

내심 불쌍한 양아치 순수남들이 안타깝다. 

그들에게 여성언어 패치를 장착해주던가 

남성언어와 여성언어 변역기가 얼른 등장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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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09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9 16: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에도 지지 않고 시 그림이 되다 1
미야자와 겐지 지음, 곽수진 그림, 이지은 옮김 / 언제나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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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와 겐지씨의 소박한 삶과 함께 어우러짐을 중시하는 관점은 장자의 시대에서 명청청언의 시대까지 이어져온 일상의 소중함을 노래하는 교훈과 현대의 소확행과 워라밸의 관점을 이어주는 연결점이기도 하다. 그림책에서의 한일의 콜라보가 반일, 혐한의 시대에 또다른 의미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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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자신만의 상처가 있을 것이라는 그 말이 사실일텐데
난 나의 상처만을 곱씹으며 다른 이의 상처는 돌아보지 못했다.
내게 공감해주는 이가 그리 어렵게 털어놓은 상처에도 매정했다.
나 밖에 나 자신의 아픔 밖에 관심 갖지 못하는 존재가 된 것일까?
뒤늦게 그녀의 아픔이 나와 닮아 있음을 깨닫는다.
그녀는 애처로웠고 진솔했고 공감할 줄 알았으며 다정했다.
나는 왜 그런 그녀의 진심어린 공감과 고해에 냉담했을까?
많은 걸 가진 사람도 자신만의 상처가 있을 수 있음을
왜 깨닫지 못했을까?
보이지 않던 그녀의 눈물이 이제서야 손끝에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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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은 진실을 말하면 믿지 않았다

사실을 말하면 불같이 화를 냈다

모든 것이 거짓이라며 나를 몰아세웠다

그에겐 진실이 필요하지 않았다

자신이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 그의 안에 있었기에

진실이나 사실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그에게는 고작 어제 들은 이야기일

내게는 먼 시절인 

그날의 수난들에 다시 고개를 돌려보니

타인에게 진실과 사실을 이해받거나 포용되고파 하던

그 시절의 내가 너무도 어렸던 것 같다

어제건 오늘이건 오롯이 고통은 자신만의 것이다

공감이나 위로에 연연한다면 아픈 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과거는 과거로 흘려보내야 오늘의 내가 시리지 않는다

시간의 물살이 내게 가르쳐 준 것은 겨우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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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1-06 23: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하라님의 글에 제가 감히 위로를 들이기는 어렵지만, 그 아팠던 마음과 다시 돌아보는 힘든 되뇌임에 조그맣게 공감하게 됩니다! 따뜻한 하루되세요!

이하라 2021-01-06 23:4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이렇게 글로 풀어낼 수 있다는 건 무엇이었건 어느 정도 안에서 상처가 아닌 딱지로 아물고 있다는 것이겠죠. 거의 나아가기 때문에 글로도 토로되는 거 같습니다. 공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셨기를 바랍니다.^^

2021-01-07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하라 2021-01-07 12:57   좋아요 0 | URL
실제로 사실이 부정되고 오해가 반복되면 소통이 아니라 단절되기가 더 쉬울 겁니다. 그럼에도 진실을 주고 받자면 더욱 담론이 이어져야 하겠죠. 다들 자기만의 진실이 각자에게 있으리라는 것이 난점이겠지만 그럼에도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도 끊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허망한 것이지만 허망하게만 놓아버리기에는 생이 너무 짧은 것 같습니다.
 

왜 수선화를 들고 찾아가야 했을까. 

사흘 후에 세상 떠난 사람 손을 잡고 돌아온 날 밤 나의 잠은 길고 멀기만 했다. 갈색으로 타들어간 그의 손은 체온이 낮았다.

 

한 사람이 떠나고 난 후에도 나는 살아간다. 

 

이윽고 사막에서 충격과 공포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바그다드의 밤하늘은 불꽃놀이가 아름답다. 머리에 붕대를 감은 아이들이 울부짖는다. 식탁에 둘러앉은 미국의 지도자들은 인육을 빵처럼 삼키고 웃는다. 

 

나는 목에 걸려 넘어가지 않는 음식을 삼키려고 자꾸만 침을 삼킨다. 오래된 병이다. 식도염일까. 병원에 가야한다. 

 

외출에서 돌아와 스테인리스 개수대에 빠져 있는 양파를 건져 올린다. 물컵에 넣는다. 

 

암세포가 번져 갈색으로 타들어간 사람의 손이 보인다. 내 집은 오늘도 어둡다. 어느새 무성해진 양파줄기들. 햇빛을 못 본 양파는 머리카락이 산발이 된 채 기력이 다했다.

 

미군 병사가 머리에 총구멍이 난 채 쓰러져 있다. 포로가 된 이라크 병사들은 올가미에 묶인 두 손을 벌벌 떨고 있다. 아이를 밴 여인이 폭탄을 품에 안고 미군 병사에게 다가가고 있다. 두 팔을 잃어버린 이라크 인형이 눈물을 흘린다. 바그다드를 저주하는 신의 목소리는 금속 파편이 되어 지상으로 낙하한다. 

 

불면증 속에서 나의 도시들은 차례로 함락되어 간다. 뜨거운 모래 폭풍에 내 팔과 다리는 잘려나간다. 심장은 증발해 버린다. 

 

물 한 줌에 제 생명을 남김없이 피워 올린 양파는 이제 뿌리부터 썩어 들어갈 차례다. 푸른곰팡이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아무것도 먹을 수가 없는데 가슴 언저리가 막혀버리는 이 병은 어디서 온 걸까. 광둥일까. 상하이일까. 워싱턴일까. 

 

커튼을 친 나의 벙커는 어둡다. 야전 침대에 피로한 몸을 눕히고 오늘의 전황을 수신한다. 중환자실에 누워 있던 사람. 암세포가 묻어나는 가쁜 숨결을 목구멍에 쏘이고도 나는 그대로 살아 있다. 

 

나쁜 꿈일 뿐이겠지.

이 바람은. 이 전염병은. 이 잔인한 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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