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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한 인간론 - 쓸모의 끝, 의미의 시작
최준형 지음 / 날리지 / 2025년 10월
평점 :
#무용한인간론 #최준형 #비욘드날리지 @beyond.publisher
출판사로부터 #도서제공 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AI가 지금처럼 발전할 것을 예측한 것은 AI가 등장하기도 전에 SF 작가들의 상상에 의해서였다. 그리고 그들의 상상은 AI가 만들어지기도 전부터 초지능을 갖춘 AI를 예측했다. 그리고 AI가 대중화되기도 전부터 식자들은 AI로 인한 대실업의 시대를 짐작하고 경고했다. [로봇의 부상]이나 [인간은 필요없다] 같은 저작들이 대표적인 AI로 인한 대량실업 시대에 대한 예측과 대안에 관한 책일 것이다.
이런 예측서들이 등장하기 전부터 AI와의 체스 대결, 바둑 대결, 로펌과의 변론 대결 등은 이어졌고 사람들은 위기의식을 가졌다. 대량실업 시대를 예측한 책들이 이러한 사람들의 위기의식을 전문적인 정보와 함께 체계화해 주었다고는 해도 이미 체계화되지 않은 짐작만으로도 대중은 이 위기의식이 언젠가는 실현되리라 예측했다. 이런 시기 즈음부터 나도 AI로 인한 인류의 절대다수가 대량실업자가 되는 시대가 온다면 인류의 계층 중 최극단의 계층은 어떤 선택을 할지 짐작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예측한 시대 상황은 이 시절에 펼쳐지고 있다. 인류의 초극부층의 선택과는 달리 살아남은 다수의 인류는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어떤 삶을 선택해야 할까도 생각해 보았다. 그때 나는 인공지능의 지능적 우위는 인간지능이 추월할 수 없는 영역이 될 것이고 그렇다면 인간은 지성이 아닌 자신의 존재에 대한 정의를 존재 자체를 만끽하는데 의미를 두어야 할 것으로 생각했다. 지성이 아닌 감각과 감성을 인공지능과는 차별화한 강점으로 보아야 하리라고 말이다. 그리고 자신의 존재 자체에서 가치를 여길 의미로 아담카드몬, 즉 하나님이 ‘우리가 우리의 모습을 본따 우리의 형상대로 인간을 만들자’는 대목에 대한 해석을 통해 보자면, 인간은 하나님께서 창조한 설계대로라면 하나님의 본질을 어느 정도 담고 있기에 하나님의 속성과 능력을 어느 정도 구현할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니, 능력과 영성 면에서 이상을 추구하는 자체 즉 자신의 본래 속성을 회복하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 한다고 나름 정리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개념적 정리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인 의미의 정의를 갖는데는 미흡했다. 그러한 때가 이어질 즈음에 본서를 알게 되었는데 ‘인간의 쓸모가 다하는 날 찾게 되는 인간의 진정한 가치’를 타인들 그러니까 본서의 저자는 무엇이라고 제시할까가 궁금했다.
본서는 AI의 등장 이후 인간은 무용해지고 그 무용해진 인간은 다른 의미와 다른 체계로 삶과 자신에 대해 재정의하게 될 것이라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책이다. 무용해진 인간은 삶에서 무엇을 생산해 낸다던가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요구하는 존재가 될 것이라고 정의한 것이 본서이다. 이 요구를 나는 좀 더 광범위한 요구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창의성과 영성에 대한 자각과 그러한 존재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필요 요소를 정부와 제도에 요구하는 그런 요구 그리고 존재적으로 영성과 의식의 상승을 위한 자기 자신과 우주와 신에 대한 요구라는 철학적 요구로 생각했는데 저자는 AI에게 요구(질문)하는 것을 말하고 있었다.
본서는 인간의 가치가 생산에서 찾아지기까지의 산업혁명까지 역사를 돌아보기도 하고 AI 등장 이후 산업과 창조에 있어 한계비용이 0에 수렴되고 있는 현재를 조망하며 무언가를 생산하는 자체에서 인간 가치를 돌아보던 과거의 관점이 이제는 바뀌리라 정리하고 있다.
AI와 로봇의 발전을 주목하기도 하는데 AI 등장 이후 회사 몰래 비용을 지불하고 자기 업무를 AI 비서에게 대신하게 하는 BYO AI의 경우가 많아지거나 AI 등장 이후 자기보다 업무를 AI가 더 잘 처리한다며 자기 능력의 한계를 느끼며 퇴사하는 경우가 극단적으로 증가한 사례를 들고 있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2021년과 2022년 사이 매월 400만 명의 직장인들이 회사를 그만두는 대퇴사의 시대가 이어지기도 했다고 한다. 회사만 인간이 필요없어 인간을 해고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역시 자기효능감을 잃어가며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늘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시절 당연히 인간에 대한 재정의는 불가피한 것이다. 개인적인 예측이지만 이를테면 (가수나 작곡가의 경우 이젠 AI에 단순 입력만으로 작곡과 편곡, 자신이 원하는 가수의 음색으로 원하는 방식의 창법으로 노래하는 창작물을 손쉽게 창작할 수 있듯이) 영화계도 입력만으로 영화 한 편의 창작이 가능할 것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배우들까지도 촬영을 할 것 없이 입력만으로 출연이 가능한 것이다. 이젠 배우도 창조해 낼 수 있고 인플루언서나 일반인 잘생긴 행인에게 몇 분간의 다양한 표정 영상을 찍어달라는 요구만으로 그를 바탕으로 한 프로그램으로 AI 신인 배우를 창조해내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이렇다면 제작사나 소속사에서는 적은 비용만으로 막대한 이익을 창조하는 가상 배우들이나 초상권만 지불하고 다양한 연기를 할 AI 배우를 영입 아닌 영입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나의 예측에 저자의 관점을 대입하자면 한계비용이 거의 0으로 수렴하는 것이다.
전 방향의 창조와 산업에서 인간이 필요없는 시대이다. 저자는 이러한 시대에 인간의 계층은 AI와 인간 각각에게 지시를 받고 내리는 방식에 따라 4계층으로 나뉘어질 것이라 예측하기도 한다. 그리고 인간에 대한 정의의 전환을 DIY에서 찾는데 과거는 Do It Yourself 시대였다면 이제는 Demand IT Yourself 시대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하지만 책을 깊이 읽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AI 교육 전문가인 저자의 전문성이 한계로 작용해서인지 이러한 시대적 요구 사안은 정부와 셰계, 자신과 우주라는 철학적 영역에 이르기보다는 AI에게 요구하는 방향에 멈추고 있기는 하다.
본서는 AI로 인한 시대적 전환점에 역사와 관념적인 다각도의 방향에서 인간에 대한 정의가 바뀔 것을 예지하기도 하며 이 시절이 오기까지의 역사를 돌아보기도 하면서 이러한 변곡점에 인간이 가질 의식적 변화를 예견하고 촉구하기도 하는 책이다. 깊은 논의가 더 이어져야 할 저작이지만 다소 소소한 분량이다 보니 저자가 더 많은 논의는 펼치지 않은 듯한 느낌도 주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분명 시절적으로 필요한 논의와 주장을 담고 있기에 주목할만한 저작이 아닌가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