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럽다는 말 - 진화의 눈으로 다시 읽는 익숙한 세계
이수지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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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북스로부터 #도서제공 을 받아 자유롭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본서의 저자는 진화 인류학자로서 자연스럽다는 말이 주는 무게와 상식에서 출발해 과연 자연스럽다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의 편향이 자연과 비자연을 가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자연적이라고 단정한 모든 것은 과연 모두 옳은 것이라며 수긍하고 수용해야만 하는 것인가 의문을 제기하는 책이다.

 

본서는 자연’, ‘인간’, ‘사회에 관한 물음으로 3부로 나누어 상식과 편견에 의문을 제기한다. 1[자연에 대한 물음]의 시작에서 던진 주제와 같은 정보를 나도 과거 펭귄의 생태를 그린 다큐멘터리 방송에서 보았다. 그때 펭귄이 동성 간 성적 행동뿐 아니라 성숙기에 들지 않은 새끼 펭귄에게도 성적 행동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물의 행동에는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는 본능적인 부분으로 판단해야 할 텐데 대부분에 종교인들과 도덕주의자들은 동성애를 비난할 때 그것이 자연스럽지 않다며, 옳고 그름의 문제라는 관점과 본성을 거스르기에 자연스럽지 않다는 관점을 연결 지으며 옳고 그름과 자연을 결부시킨다. 하지만 동성 간 성적 행동은 자연계에서 많은 동물들이 보이는 생태적 특성이다. 인간 역시 그리스 철학자들의 경우와 일본 사무라이들의 경우라는 대표적인 사례 외에도 사마천의 사기라는 역사서에서도 동성애가 등장하고 한민족의 선조들 역시 남색이라는 게이 동성애와 대식이라는 레즈비언 동성애가 조선의 역사 기록에 등장하며 아마도 이전에는 명칭이 달랐겠지만 그 이전에도 기록을 찾아보면 등장할 것이다. 구약성서에서 소돔과 고모라를 비롯해 이스라엘 왕국이 분열되는 시기에서도 에피소드로 등장하는 것이 동성애다.

 

피임에 대한 대목도 등장하는데 이는 진화적 관점에서 적응 전략으로서 피임 역시 자연을 벗어난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노동에 관해서 언급하며 이러한 권력 구조가 자연적 질서처럼 사회적 질서 역시 옳다고 보는 관점은 자연에서 옳음을 찾는 것일 텐데 자연에서 옳고 그름을 찾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2[인간에 대한 물음]은 임신과 출산이 그저 본능 차원에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산물이라고 말하며 동물들의 생태를 보여준다. 그리고 여성성과 남성성에 대한 인간 사회의 편견은 과연 타당한가 질문하기도 한다. 남성은 사냥꾼이었고 여성은 그렇지 않았다라 거나 남성은 폭력적이지만 여성은 유순하다는 편견을 논하며 지금까지 발굴된 사냥 도구 유물에서 여성의 DNA가 발견되는 비중이 30~50%를 차지한다는 신선한 충격을 전하기도 했다. 그리고 동물군에서도 암컷이 더 폭력적인 경우와 남성이 더 폭력적인 경우가 다채롭게 발견된다고 한다. 자연으로 남성성과 여성성을 정의하며 그것이 자연이고 본성이고 옳은 것이라 정의하는 자체가 편견이고 고정관념이라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다. 폭력성과 전쟁 역시 자연적인 본성으로 치부하며 정당화되는 것 역시 지적하는데 진화학이 인간 행동의 기원을 이야기한다 해도 그것이 그런 야만을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3[사회에 대한 물음]에서는 인간이 인간 사회를 자연의 질서와 같은 경계에서 보며 자연스럽기에 타당하는 주장을 펼치는 것과 인간이 만물의 연장이라는 식으로 여타동물들의 진화 과정을 넘어 그 정점에 있는 존재라고 해석하는 것 역시 비판한다. 이는 유학에서 공자가 인간 사회의 질서를 천상에서 별이 운행하는 질서와 같은 위상에서 해석하거나 중세부터 돌, 식물, 하등 생물, 포유류, 인간, 천사, 신의 경계를 나누며 광물로부터 신으로 이르기까지 위상이 나뉘어 있고 천사 다음으로 모든 생물들의 위에 존재하는 것이 인간이라고 해석한 존재의 대사슬이라는 진화론과 유사한 개념과 같은 시각들이라고 생각된다. 이 시대에는 천문학적 차원의 법칙이 있다면 양자 차원의 법칙은 그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인간 차원의 법칙 역시 그 둘과 다시 다를 수도 있다는 견해를 가질 수 있는 시대이다. 또 진화론이란 동물에서 인간으로 위계질서를 이루며 더 나은 존재로 나아가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상식인 시대이고 말이다.

 

권력도, 인구도, 노동도, 인종과 성별에 대한 편견도, 폭력과 전쟁도 어느 하나 자연에 답이 있다는 말로 모든 것을 수긍하거나 이것이 정의다라고 단정해서는 안될 문제라는 것을 저자는 말해주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다. 저자는 자연은 인간 사회와 떨어진 별개가 아니며 인간 사회까지를 포함한 것이 자연이고 이 자연이라는 게 옳음을 이야기해 주지도 않을뿐더러 자연적이라는 것은 인간이 만들어 가는 것까지를 그러니까 변화시키는 여정과 결과까지를 포함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생물지구화학에서는 생명체가 환경에 적응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환경에 변화를 가져온 존재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시대의 과학은 우리가 자연을 옳은 것이라며 그대로 수용하고 수긍하고만 살아가라고 말하지 않는다. 우리는 그 자연을 포함한 모든 환경을 변화시키고 제어할 수 있는 존재라고 말하는 것이다. 변화시켜도 된다. 자연적인 것이든 사회적인 것이든 환경이란 윤리적 정당성까지 주장하며 수긍하고 말 대상이 아닌 것이다. 자연스럽다는 것으로 기준을 삼고 그 무언가를 강요하기보다 제시하는 그 기준은 정확한 것인가 검증이 필요하고 또 현상에서 도덕적 기준을 찾아내 규범으로 삼으려 해서도 안 될 문제다. 현상은 윤리도 아니며 정의도 아니다. 그저 현상일뿐이다. 자연스럽다는 말로 변화하는 속성을 가진 것을 고정하려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자연은 변화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주체는 생명이고 인간이라는 생명체는 자연을 그리고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본서는 이런 감상을 가져다주는 책이 아닌가 싶다. 시선과 의식에 평안을 가져오기도 하는 책이고 누군가에게는 저자가 주는 문제의식과 관점이 열의를 불러올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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