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수이는 유로의 영정 사진 아래서 하염없이 울다 지쳐 영정 사진 옆의 벽에 기대 넋을 놓고 있었다.

유로 엄마와 유향 역시 갑작스러운 유로의 죽음 앞에 반쯤 넋 나간 사람들처럼 서 있었다.

조문 오는 사람들의 인사를 받는 것도 처음엔 멍한 채 넋이 나가 서 있기만 했다.

유로의 담임 선생님과 선생님들 몇 분이 오시고 학교 아이들 중 연락을 먼저 받은 아이들이 왔다 갔다.

시간은 점점 늦어져 밤 12시가 몇 분 남지 않은 시각이 되었다. 그때쯤 복도에서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어두운 갈색 옷을 입은 소녀 하나가 뛰어 들어왔다. 유로의 영정 사진을 보고는 한참을 멈춰 서 있더니 두 눈에 눈물이 그렁하는가 싶다가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소녀는 유로의 영정 사진 앞으로 다가와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옆에 서 있던 유로 엄마를 향해 자기도 모르게 절규하듯 물었다.

 

어떻게 된 거예요? 어떻게 유로 오빠가 죽어요? 아줌마 말씀 좀 해주세요. 도대체 유로 오빠가 왜요?”

 

유로 엄마는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아니 말이 나오지 않았다. 도대체 이게 현실이라는 것을 유로 엄마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소녀는 영정 사진을 다시 돌아보려다가 한쪽 구석에서 넋 나간 채 유로 사진만 바라보고 있는 수이를 발견했다. 소녀는 수이에게 달려들었다.

 

너 때문이야! 신수이! 너 때문이라고. 네가 유로 오빨 죽인 거야. 네가 죽어! 네가 죽으라고. 유로 오빠 살려내고 네가 죽어버려!”

 

소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분노에 차 수이의 어깨를 잡아 흔들었다.

 

이령아! 왜 그러니. 유로가 마지막. 마지막 가는 길에 이게 무슨 소란이야.”

유로 엄마가 이령이라는 그 소녀를 말리려 했지만 이령인 거세게 수이의 어깨를 붙잡고 놓지 않았다.

 

마침 이령의 어머니와 그녀의 기사 겸 보디가드가 M.G.I 멤버 중 소미, 이연과 함께 들어서다 이 광경을 보았다.

 

언니 도대체 왜 그래요. 지금 언니보다 더 가슴 아픈 건 수이 언닐 텐데.”

 

이연이 나서며 이령을 말렸지만 사실 수이 못지않게 이령이의 심정도 말이 아니었다. 지금 이령이의 귀에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이제 그만해. 제발.”

! 놓으라고. 이거 못 놔?”

 

유향이가 나서서 이령이의 뒤에서 이령이의 어깨를 잡고 수이에게서 떼어냈다. 정신이 나간 듯 조문 자리를 난장판으로 만들던 이령은 자신의 어깨를 부여잡은 유향을 어깨너머로 돌아봤다.

 

유로 오빠?”

 

유향을 본 이령이 표정이 문득 밝아졌다. 하지만 곧 유향이가 유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채고는 다시 슬픈 눈빛으로 눈물을 흘렸다.

소미와 이연이가 수이에게 다가가 그녀를 안듯이 부축했다. 수이는 말없이 정신줄을 놓은 사람처럼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언니 기운 내.”

유로 오빠 같은 사람은 천국 갈 거야. 언니가 이렇게 힘겨워하는 건 오빠도 원하지 않을 거야.”

 

소미는 힘내라는 말밖에 뭐라고 해야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연이도 수이를 북돋아 주고 싶었지만 이런 뻔한 말밖에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 이거 놔! 나 유로 오빠 곁에 있을 거란 말이야! 제발 날 좀 놔 줘!”

 

이령이가 이령이 엄마의 보디가드에게 끌려나가며 소리쳤다.

 

유로 엄마는 이 상황에 너무도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얼굴은 아무 감정을 못 느끼는 사람처럼 표정이 없었다. 유향인 형을 잃은 마음도 말이 아니었는데 그런 엄마를 보고 더 가슴이 아팠다.

이령이의 엄마가 유로 엄마에게 다가왔다.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갑작스러운 비보에 유로군 어머님께서도 경황이 없으실 텐데 저희 딸이 이런 소란까지 피워 죄송합니다. 어떻게 사죄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아닙니다. 이령이도 소란을 피우겠다고 이런 건 아닐 거예요.”

아드님을 너무 아끼는 마음에 이령이가 제정신이 아니었나 봅니다. 다시 한번 사죄 말씀드립니다.”

 

이령이 엄마는 그리 말하고 돌아서려다 유향이를 유심히 봤다. ‘형제라 그런지 많이 닮았어이령이 엄마는 이령이를 안정시키려면 어찌해야 할지 깊은 고민을 했다.

 

 

조문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를 비우고 유로의 엄마가 실신하듯 자리에 털썩 주저앉자 유향이는 놀라 한쪽 무릎을 굽혀 앉으며 엄마를 감싸 안았다.

 

엄마! 엄마! 정신 차려야 돼! 엄마 이러면 형이 슬퍼할 거야.”

 

그리 말하고 유향은 울기 시작했고 유로의 엄마도 마냥 눈물을 흘렸다.

이 모든 상황을 유로는 목도하고 있었다. 유로 곁에 서 있던 흑백의 차사와 천사 남녀는 늘 보는 광경이었지만 사람에게 이 순간이 얼마나 애통한 순간인지를 알고 있기에 유로를 애처롭게 지켜봤다.

 

엄마 저 괜찮아요. 다친 데도 없고 배도 안 고파요. 엄마! 엄마! 죄송해요!”

 

유로는 모두에게 이 깊은 슬픔을 자신이 안겨준 것 같아 너무 마음이 아프고 안타까웠다. 다시 가족 곁으로 수이 곁으로 가고 싶었지만 그럴 길이 없으리라는 것을 알기에 슬픔보다 더한 아픔이 밀려왔다.

 

가족과 너의 수이 곁으로 다시 갈수 있는 방법이 꼭 없는 건 아니야.”

 

하얀 슈트의 중년의 남자 천사가 말했다.

 

제가 다시 살아날 수도 있는 건가요?”

다시 죽기 전의 너로 되살아날 방법은 이제 없는 거야. 그런 망념은 접어둬.”

 

검은 슈트의 저승차사 누나가 유로의 들뜬 기대를 조각조각 내듯 차갑게 쏘아붙였다. 그러자 하얀 슈트의 중년 천사가 상냥한 목소리로 유로에게 말했다.

 

하지만 수호천사가 되면 그래서 너의 가족과 수이라는 소녀 중 누군가를 수호하도록 지시가 내려오면 그들 곁에 있는 것도 불가능한 건 아니야.”

괜히 애 바람 넣지 말아. 얘 판결부터 지시가 떨어지기까지 너네 천국 절차로는 한세월이 다 걸릴 텐데. 괜히 애 바람만 넣지 말아.”

 

유로는 중년 천사의 말에 한껏 기대하다가 차사 누나의 말에 바람이 빠지는 듯했다.

 

그때 원 없이 울었는지 무표정해진 표정의 수이가 일어나 유로 엄마와 유향 곁을 지나 장례식장 복도를 따라 걸어 나갔다. 수이의 머리 위로 유로가 죽기 전에 생겼던 바로 그 마법 써클이 떠올라 있었다,

유로가 수이의 표정에서 뭔가 불길함을 느끼고 따라나섰다. 수이 머리 위의 이상한 문양도 신경이 쓰였다.

 

절차를 단축시킬 방법은 없나요?”

그런 방법은 없어. 그렇지만 우리 천국으로 와서 하나님께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뭔가 대안을 주실지도 몰라.”

 

속지 마라. 그 하나님이란 존재에게 기도하고 응답받았다는 것들은 줴 사기꾼들뿐이란다.”

 

천사의 말에 뭔가 희망을 품으려 하면 차사 누나가 늘 찬물을 끼얹었다.

 

 

밖에는 비가 하염없이 내리고 있었다. 폭우였다. 그 폭우 속을 가르며 수이는 천천히 발걸음을 내디뎠다. 수이의 머리 위에는 여전히 그 마법써클이 있다.

 

수이야, 너 왜 그래? 비가 오잖아? 그것도 이렇게 많이.”

유로는 수이에겐 들리지도 않을 말을 속삭이며 가슴이 저미는 것만 같았다.

수이는 흐릿한 눈동자로 비에 푹 젖은 채 도로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어떻게 방법이 없을까요?”

네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지금 수이의 수호천사와 수호령이 수이에게 계속 정신 차리라고 주의를 주는 중이야.”

무슨 수호천사가 말 밖에 못한데요? 어떻게든 해야 할 거 아니에요?”

등급이 낮은 수호령이라 할 수 있는 게 한계가 있어. 저 아이의 수호령과 수호천사도 할 만큼 하고 있는 거야.”

 

다급한 유로의 말에 하얀 천사와 검은 차사가 답변은 해줬지만 시답지도 않은 말들만 같았다. 유로는 더 조급해져 말했다.

 

어떻게든 해주세요. 아니면 제가 수이 뒤에서 수이를 지켜주게 해주시던가요. 그럼 뭐든 다 할게요.”

수이는 저 멀리에서 트럭 한 대가 빗길을 해치면 달려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작정 도로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갑자기 시간이 정지된 듯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그리고 붉은 도복의 그 어르신이 나타났다.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너만 결심한다면 절차를 생략하고 한동안 저 아이를 뒤에서 지켜줄 수 있는 수호령 지위로 봉해도 된다는 전갈이 왔으니 말이다.”

 

유로는 멈춰진 공간 속에 온통 비에 젖은 수이를 보고는 결심했다.

 

결심했습니다. 수이의 수호령이 되게 해주세요!”


<다음 회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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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를 명확히 제시하고 의견을 토로해도 일부의 사람들은 음모론으로 치부하며 그저 부정만 하기에 급급한 상황입니다. 그러니 의견에 대한 피력은 배제하고 순전한 자료와 근거만을 제시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코로나 정점인 3월 사망자수가 역대 최대로 전년 대비 67.6%로 급증했다는 뉴스를 다들 보셨을 겁니다.


오미크론발 사망자라며 인구쇼크가 왔다 1분기 사망자만 10만 명이 넘었다는 기사도 있지요.


코로나가 거셌던 3월 20일 부터 26일 사이에는 사망자가 평소에 비해 75.2% (4,427명)증가했다고 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질병청에서 집계한 올해 3월 한달 간 오미크론발 사망자수는 8,172명입니다.


하지만 올 3월 사망자수는 44,487명이며 이것은 2020년 3월 25,850명과 2021년 3월 26,550명에 비해 현격히 증가한 것임에도 분명하고 오미크론발 사망자로 정부가 집계한 사망자를 예년의 사망자에 더한다고 해도 10,000명 가량이 더 증가한 추세입니다.


정부 집계가 잘 못 되었다고 보기에는 이미 문재인 정부와 질병청에서는 오미크론의 치명률은 낮아져 0.1% 이하라고 공언해 왔습니다. 이젠 계절 독감 보다도 치명률이 낮으니 계절독감 정도로 치부하면 된다고 말입니다. 코로나19바이러스는 발생 초기에 비해 전파력은 강해지지만 사망률은 낮아져 치명률이 점점 낮아진다는 것이 정부의 발표였습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공인된 사실이기도 하죠.


그렇다면 코로나19 전파 초기의 사망자는 어땠을까요? 코로나가 한국에 전파된지 1년 정도만인 2020년 12월의 사망자는 26,899명으로 2019년 12월 사망자인 26,722명과 2018년 12월 26,523명과 비교해 지금만큼의 큰 사망자 추이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코로나19바이러스가 발생초기 보다 약화되고 치명률이 낮아졌다는 전제는 현재의 사망자 추이로 볼 때 애초에 전제 자체가 잘못되었거나 현재의 사망자 급증은 오미크론이 아닌 다른 원인이라고 보아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는 겁니다. 오미크론이 치명률이 낮다면 지금의 사망자는 오미크론으로 인한 사망자가 아니며 백신 접종 이후 사망자들이 꾸준히 증가한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이것을 백신 접종에 의한 사망자라고는 단정 지을 수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해야 하는 중대한 사안이라면 1200가지의 부작용을 미국 CDC가 인정하고 백신 접종 초기에는 부정하던 심근염, 심낭염으로 인한 사망사례까지 이제와서는 백신의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이 명백하다고 백신제조사들 마저 인정하게 된 백신을 사망률 증가의 원인으로 본다는 게 논리적으로 모순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2021년 10월 사망자는 27,783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295명(4.9%) 증가.

2021년 11월 사망자는 28,426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823명(11.0%) 증가.

2021년 12월 사망자는 31,634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7.7% 증가.

2022년 1월 사망자는 29,686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9.0% 증가.

2022년 2월 사망자는 29,189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2.7% 증가.

2022년 3월 사망자는 44,487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7.6% 증가.


사망자 추이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는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런 퍼센티지를 지속적으로 보인다면 원인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있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게 맞지 원인에 대해 우려하는 다른 목소리를 음모론이라며 억압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를 정부도 개인도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살고 싶어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고 함께 살아남자고 공론화하려는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더불어 죽더라고 입닥치고 있으라며 꺼지라는 것은 옳은 대응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살아남고 싶습니다. 자신의 믿음과는 다른 목소리에도 귀기울일 줄 아는 상식이 함께 살아남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이상은 유투버 꿀승훈님이 통계청 자료를 근거로 만든 영상을 참고해 정리한 내용입니다. 



https://youtu.be/5Fjkvlji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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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2-06-04 0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 잘 읽었습니다. 하지만 한가지만 말씀드리고 싶어서 글 남깁니다. 치명률을 계산할때 분모는 감염자 숫자입니다. 그래서 전년대비 단순 사망자 숫자 비교는 작년과 다른 현재 상황을 나타내는 표지일 뿐입니다. covid-19 바이러스의 치명률이 여전히 낮게 유지된다는 정부측의 발표는 현재 과거에 비해서 감염자 숫자가 늘어나서 (즉, 분모가 수가 늘어나게 된거죠 과거에 비해) 사망자 숫자가 늘어나도 치명률은 올라가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더 자세한 이야기와 의견을 나누고 싶으시면 답글 주시기 바랍니다.

이하라 2022-06-04 08:54   좋아요 0 | URL
감염자가 많아져서 사망자가 많아도 치명률은 낮아졌다는 말씀이군요. 그런데 최근의 감염자가 폭증했던 것뿐 아니라 과거에도 감염자가 폭증했던 시기들이 있는데 왜 그때 자료와 현재를 비교하는 자료들은 제시되지 않는 걸까도 의문이고 현재 전체 사망자가 증가하자 오미크론으로 인한 사망자가 누락된 것일 거라는 식으로 언론에서 언급하는 이유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위의 정리에서 사망자 증가률로 볼 때 3월 전체 사망자에서 만명을 더 오미크론 사망자로 포함한다면 오미크론의 치명률도 바뀌어야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3

유로는 온통 새하얀 공간에서 자신을 감싸는 파동이랄까 빛의 일렁임 같은 것을 느끼며 눈을 떴다.

 

정좌하거라!”

?”

양반다리를 하고 앉으라고!”

 

어디선가 동굴 소리 같은 노년의 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로는 그 말을 따라 정좌를 하고 자기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

아무 생각도 하지 말 거라. 내면의 요동에 반응하지 말고 그냥 느낌만 따라가면 된다.”

 

아랫배부터 뜨겁고 찌릿한 기운이 일어나자 유로는 놀라 외마디가 터져 나왔다. 그런데 노인이 무언가 미더운 목소리로 주의를 주자 그의 말대로 의식이 따라가고 있었다. 불 같기도 하고 전기 같기도 한 그 기운이 아래를 거쳐 꼬리뼈로 가더니 용암 줄기라고 할까, 아래에서 위로 치는 번개 같다고 할까 뭐라 해야 좋을지 모르겠는 느낌이 머리까지 곧장 올라갔다. 유로는 눈을 감고 있었지만 마치 자신의 정수리에서 빛의 불꽃이 터져 오르는 것이 보이는 듯했다.

 

 

유로는 한참만에 의식을 차리고는 오히려 더 깊은 잠에 빠져 꿈속에서 헤매는 듯 어지러움이 느껴졌다. 자신을 사이에 두고 낯모르는 두 남녀가 싸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 이 아이를 왜 천당에서 관리하려고 드느냐구요? 이 아이는 기독교도예요. 어디까지나 저희 천국 소관입니다.”

천국에 영혼이 없어? 무슨 호객행위 하듯이 영혼을 홀려가려고만 해. 이 아이는 생전에 손씨 형의권을 사사 받은 아이야. 어느 모로 봐도 우리 천당하고 더 인연이 깊다구.”

 

하얀 슈트 차림의 중년 남자가 검은 슈트를 입은 젊은 여성에게 따지고 들자 젊은 여성도 근거를 대며 반박했다.

 

그깟 무술 나부랭이가 뭐가 중요해요. 크리스천을 천국에서 관리하겠다는데 운동을 이걸 했으니 얘는 우리 애다.’ 이런 논리가 가당키나 하다고 생각하세요?”

공부(功夫)를 배우는 아이의 정신 속에는 동양의 정신이 자리 잡아. 허울뿐인 종교 나부랭이가 뭐가 중요해? 그 영혼에 어떠한 정신을 갖추고 있느냐가 중요하지!”

아니, 그래서 상도덕도 없이 이러자는 겁니까?”

너네는 영혼을 장삿속으로 관리하니? 정신을 이야기하는데 상도덕이 웬 말이야?”

 

하얀 슈트의 중년 남자는 갓 입문한 초보 천사였고 검은 슈트의 젊은 여성은 경력이 있는 저승차사였다. 그런데도 남자가 흥분하며 논리 없이 따지고 들자 여성까지 성이 차오르고 있었다. 마침 그때 새하얀 그 공간에 그보다 더 새하얀 빛이 어리더니 붉은 도복의 노인이 나타났다.

 

규약대로 하시게! 규약대로! 이 아이 자신의 결정이 중요한 게야.”

. 어르신. 규약대로 해야죠. 안 그래도 물어보려던 찰나였습니다.”

맞습니다. 영감님. 아이 의사가 가장 우선이죠.”

 

노인의 말에 젊은 여성은 난처한 빛을 띠었고 중년의 남자는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반면 유로는 이 상황이 오기 전에 들리던 동굴 목소리의 주인공이 나타나자 왠지 반가운 느낌이 들었다.

 

할아버지, 아까 제게 뭘 어떻게 하신 거예요?”

내가 네 조부는 아니다.”

! 그럼 뭐라고 불러드려야 하나요?”

어르신 정도가 좋겠구나.”

. 어르신. 그런데 아까 제게 뭘 하신 건가요?”

중유에 이르기 직전에 너의 임독맥을 타통한 것이다.”

저는 아직 내공 수련은 해 본 적이 없는데 그게 가능한가요?”

네가 몇 해나 꾸준히 공부(功夫)를 게을리하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게지.”

 

유로는 노인의 말에 의문이 풀리나 싶었다. 하지만 그의 말속에 뭔가 꼭 묻지 않고는 안될 의문을 하나 품게 되었다.

 

그런데 말씀하신 중유라는 게 뭔가요?”

그건 바로 우리가 있는 이 공간과 이 세계의 일부를 아울러 이르는 말이다. 네가 인간계의 시간으로 49일 동안 머물러야 하는 곳이지.”

 

그 말을 듣고 유로는 그렇구나. 나는 역시 죽었구나!’ 하는 수긍과 함께 내가 도대체 왜 벌써 죽어야 하나하는 억울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사람은 누구나 다 죽는 것이란다. 억울함이나 난감함이나 당혹스러움 같은 것들은 망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그 어울리지 않는 것으로 인간계의 생에 미련만 가지며 영계에서 새로운 생을 부정하는 이들을 많이 보아왔다. 너는 어리석은 아이가 아니니 그러지 말았으면 좋겠구나.”

하지만 제게는 책임져야 할 가족들이 있어요. 책임지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구요.”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를 책임지며 살아가는 거란다. 네게 어찌 그 모두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말이냐? 그런 생각은 자만이고 오만이다. 너도 너 스스로를 책임지는데 전념하는 것이 좋다. 현재의 너 자신 말이다.”

 

유로가 너무 답답한 이 심정을 어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을 때 하얀 수트의 남자가 유로의 어깨를 잡아끌었다.

 

이봐, 고유로! 너는 크리스천이니까 천국 가야잖아, 그치?”

 

유로는 확 한 대 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금방 죽은 자신의 심정 따윈 중요하지도 않게 여기다니 이 작자가 정말 천사가 맞는 건가 하는 의심마저 들었다.

 

아니야. 너의 내면 깊숙이에서 올곧게 동양의 전통을 애호하는 그 정신의 흐름을 믿고 따라야 해. 우리 천당으로 오면 네가 배우고 싶어 하는 십대 문파의 절기를 가진 고수들이 숱하게 있단다.”

 

유로는 외모와 다르게 노숙한 어투의 이 누나 역시 짜증이 났다. 이 둘은 방금 죽은 사람의 심정이 어떨지 전혀 감이 오지도 않고 그런 것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 사람 아니 영혼들인 것만 같았다.

 

천국이고 천당이고 그런 거 관심 없습니다. 저는 약속이 있다고요.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요.”

 

유로는 이 순간에도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수이가 걱정됐다. 이 두 사람 아니 두 영혼의 말보다 오늘 날씨가 일기예보하고 다르면 곧 비가 올지도 모르는데 수이가 우산은 갖고 나왔을지 하는 걱정부터 먼저 들었다.

 

그 아이가 오래 기다릴까 봐 걱정이냐? 비에 젖을까 봐 걱정이냐? 더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단다. 그건 살아있는 사람들 서로가 서로를 위해 하게 될 걱정들이니까 말이다.”

저는 이제 어째야 하는 거죠? 어떻게 해야 하는 거예요?”

 

노인의 말을 듣고 유로가 참담한 심정으로 울부짖는 심정으로 소리쳤다. 노인은 조용히 오른손 두 번째 손가락을 올려 작은 원을 그렸다. 딱 그만한 크기의 빛의 구슬이 생기자 노인은 그걸 유로의 가슴께로 밀어 보냈다. 유로가 가만히 바라보자 그 빛의 구슬이 자신의 가슴께서 스며드는 것 마냥 사라졌다. 그러자 한결 마음이 가뿐해지는 것 같았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너에게는 아직 7재 동안의 시간이 남아 있으니, 그사이에 결정하려무나.”

그럼 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사이 무얼 할 수 있나요?”

우선 네가 보고 싶어 하는 이들을 보아라. 잠시 가슴 아픈 이들의 마음에 안식을 주기 위해서라도 네가 빨리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는 걸 깨닫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구나.”

 

그러며 노인이 허공에 손바닥을 펴고 내밀자 허공에서 상복을 입은 어머니와 유향의 모습이 비쳤다. 아니 유로는 모습이 비친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차원의 문 같은 것이었다. 유로와 흑백 두 슈트의 남녀가 함께 차원의 문을 넘어가자 오열하고 있는 어머니의 곁으로 다가설 수 있었다.

 

오빠! 오빠! 유로 오빠!”

 

눈물을 흩날리며 달려오는 수이를 보고 유로는 두 팔을 벌렸다. 수이는 유로를 관통하고 지나쳐 영정 사진 앞에 가 쓰러져 울었다.

 

 


<다음 회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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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UBGAvoAfCdk


이 영상은 꼭 보셔야 할 것 같아 올립니다. 


현재의 원숭이 두창이 있기 6개월 전인 2021년 11월 원숭이 두창 팬데믹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있었고, 시뮬레이션에서 원숭이 두창이 전파되는 시기가 실제와 고작 2~3일 차이 였다는 것도 놀라울 일입니다. 하지만 이 영상은 그보다 더 놀랍고 소름끼치는 사실을 전하고 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코로나19가 퍼지기 2~3개월 전에 [이벤트201] 이라는 팬데믹 시뮬레이션이 있었다는 것 보다 더 소름끼치는 일은 이보다 두 해 앞서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의 감염병이 전파되며 세계 각국이 백신 접종을 행한 이후까지의 과정을 2017년에 총체적으로 시뮬레이션한 내용입니다. 


현재의 백신 개발과 접종과정과 동일하며 백신 부작용 환자들이 급증할 것도 시뮬레이션했으며 진짜 소름끼치는 것은 대중이 백신 부작용에 반발하기 시작하는 시점 이후 그러니까 팬데믹 3년 차 부터 백신 접종 후 시간차를 두고 부작용이 극심해져 돌연히 사망하는 사망자들이 대대적으로 급증해서 인구 급감한다고 시뮬레이션 한 겁니다. 이게 과연 시뮬레이션이기만 할까요?


진작에 급조한 백신으로 인하여 접종 후 부작용자와 사망자들이 심각할 수준으로 급증할 것을 시뮬레이션하고도 그대로 백신 접종을 시행한 겁니다. 이건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도 의도성이 역력하지 않나 싶습니다.


맨 위의 해당 링크를 클릭하시면 간략한 영상과 함께 하단에 증거 자료들이 있습니다. 번역문이 아니라 원문이라 저처럼 영어가 답답하신 분들께는 별 도움이 안되겠지만 영어가 능숙하신 분들은 더더욱 사실 확인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영상은 번역되어 있으나 자료는 원문 그대로 입니다)


꼭 읽어보시고 해당 자료 중 다른 분들에게도 알릴 내용이 있다고 판단하시는 분들께서는 어렵더라도 일부 내용이라도 꼭 알려야 할 내용이라고 판단하시는 대목들에 번역의 노고를 나눠주신다면 정말 감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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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전쟁의 역사 - 전쟁의 기원에서 미래의 전쟁까지, 한 권으로 읽는 전쟁의 세계사
제러미 블랙 지음, 유나영 옮김 / 서해문집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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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펀딩에 참여한 책이라 다른 책과는 다른 애착이 다소 깃드는 것 같은 책이다. 배송 과정에서 그랬는지 외장이 약간 구겨져서 왔는데 큰 불만은 없다. 책장 맨끝에 많은 펀딩 참여자들 이름 중 내 이름이 인쇄되어 있는 것도 색다른 감상을 갖게 한다. 


제레미 블랙씨의 저작을 이전에 읽었던 기억은 없다. 본서에 대한 가장 첫인상은 벼르고 걸러서 압축한 전쟁사라는 인상이었다. 전체적으로 약술略述에 약술略述을 담은 저작이라고 여겨졌다. 전체 39장에 결론 장까지 하면 40장의 구성인데 아직 11장까지 읽었을 뿐이다. 감상이라고 남기기에는 여력이 없을 독서지만 텀을 두고 다시 읽을 작정이라 짧은 인상이라도 남기려 한다. 


이미 언급했듯 아주 압축하고 긍정적으로 보자면 교과서를 요약한 한 단락처럼 군더더기가 전혀 없다고 해야 하겠다. 그렇다해도 지금까지 읽은 장에서는 전쟁의 원인, 효시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는 것이 단점 같다. 전쟁 소설 같은 서술을 바란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 원인과 지정학적인 접근 등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쉬움을 숨길 수 없는 서술이었다. 아직까지의 대목에서는 말이다. 


반면에 전쟁의 발전 과정에 인간의 호전성과 학습능력의 기능과 금속 기술의 발전, 무기 개선(전차와 합성궁의 개발, 중기병 등 무장 강화 과정), 군사 체계의 개편, 요새와 성의 역할 등을 전쟁사의 흐름과 함께 다룬 면은 당연한 것이면서도 적절히 언급되어 흥미를 지속하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사실 수많은 전쟁을 다루는 대다 전쟁의 결과만을 나열한 것만 같은 간략한 언급들이라 역사적 내용들에 대한 배경지식이 풍부한 사람이 아니라면 기억하기도 쉽지 않은 저작이다. 나로서는 읽으면서 동시에 잊고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전쟁이 발전해 가는 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의가 큰 독서가 아닌가 한다. 본서를 물론 한 번만 읽지는 않을테지만 읽기를 멈추고 기존에 보유한 책 중 지도로 보는 전쟁 관련 저작과 민족으로 보는 역사와 관련된 책을 먼저 읽고 다시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몇 번이고 읽을수록 또 다른 얻음이 있을 책이고 배경지식이 더해지면서야 더더욱 깊은 음미가 가능할 책이라는 감상이 든다. 현대전이 가까워지는 대목까지 가면 전쟁하는 인간이 발전시켜나갈 지략과 전술과 무기체계의 변화가 어떠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전쟁 자체는 싫어하지만 이미 일어난 전쟁들을 돌아보는 것은 전쟁이 일어나길 바라는 것만큼의 죄책감은 갖지 않아도 되는 게 아닐까 싶다. 게임과 실제 전쟁이 야기하는 여파는 다르겠지만 과거의 전쟁들이 흥미로운 건 나만 그런 것이 아닐 것이다. 전쟁사를 애호하는 많은 분들에게 최고의 아이템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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