융의 분석심리학과 신화
Steven F. Walker 지음, 장미경 외 옮김 / 시그마프레스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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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공산주의에 대해 전혀 두렵지 않다. 나는 무의식과 현대과학이 두렵다" - 칼 융


조목조목 신화를 대조하며 분석심리학적 툴로 해석하는 방식을 가르침하는 자상한 책을 기대했다. 신화의 구조와 유형에 대한 관심으로 분석심리학과 융 그리고 신화가 동시에 언급된 도서들에 목말라했었는데 코냑을 기대하다가 맥주 한 캔에 퉁친 샘이 되었다. 그렇다고 이 책이 악평을 유발하는 정도의 저작물은 아니다. 분석심리학의 기본툴들을 아우르고는 있다. 다만 상세한 신화와 그 원형상들과의 관계와 해석이 간소하다는 것뿐이다.


이 책에 실망했다기엔 오히려 융 학파의 신화 해석에서의 갈등 내지는 충돌 사이에서 어떻게 분석심리학이 발전해 왔는지를 짚어주기도 하며 칼 융 박사가 남성으로서 한계를 느꼈을 여성이 보는 아니무스에 대해 융 학파의 여성학자들이 선전한 내용들이나. 학계의 다양한 업적이 발전해온 과정들을 간략히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나의 독서 목적이 분석심리학적 툴로 신화를 해석하는 방식을 좀 더 깊이 있고 폭넓게 아우르는 가르침을 얻고 싶어서였다는 게 함정이었던 것 같다. 어쨌건 신화 관련 다음 도서는 이창재님의 『신화와 정신분석』을 읽으려 하는데 이건 목차를 보니 기대를 배반하지 않을 저작이라는 확신이 드는 키워드들이다. 


그래도 이 책을 읽으며 든 짧은 생각 하나는 세상이 위기와 불안으로 가득 찰 때 그에 대한 보상의 차원에서 신화적 원형상들이 드러난다고 본서에서는 이야기하는데 현재의 세계가 점점 위기와 불안이 팽배해지고 있는 국면이다 보니 《진격의 거인》 《2012》 《월드 워 Z》 《나는 전설이다》 《부산행》 《판도라》 같은 유형의 영화들과 수퍼히어로물 영화들이 이 시대의 위기와 불안에 공명하는 집단무의식이 드러낸 신화적 원형상들을 닮아 있는 것만 같고... 사람들의 위기감과 불안심리를 통해 분석심리학을 역이용하고 있는 통합적 세력이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마저 드는 지경이다. 사실 의구심이 아니라 확신에 차있긴하지만... 공산주의니 자본주의니 하는 체제가 두려움의 근원일 수 없고 이런 체제들을 강력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람 이런 체제의 첨단 위에서 세상을 조망하고 운영할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들의 무의식이 두렵고 현대과학이 그 두려움을 공포로 가져다줄 수도 있는 시대다. 그렇다 보니 무력감을 못이길 때가 더러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도 그건 풀어나가라고 있는 문제들일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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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은 다시 돌아온다 - 프로이트와 라캉의 사랑론
강응섭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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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문자들을 대상으로 한듯하지만 대중적 교양서로는 너무 어렵다
인문교양서를 사랑하는 배경지식이 풍부한 님들은 구태여 말려선 안되겠지만
《첫사랑은 다시 돌아온다》란 달콤한 제목에 무턱대고 선택하는 님들에겐 손사래를 쳐야 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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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은 다시 돌아온다 - 프로이트와 라캉의 사랑론
강응섭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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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캉이 언급된 것을 보고도 대중적 교양서로 쓰인듯하니 

이해가 다소 쉬울 것이라고 단정 지은 것이 실수였다.


프로이트와 라캉으로 분류해 

첫사랑이라는 옷을 입은 정체화에 대해 담론하고 있는 저작이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과 정신분석입문은 

중학생 때 읽어 기억도 희미하지만 

프로이트는 다소 이해가 쉬웠었던 것으로 기억에 남아있다.


본서에서 프로이트의 욕동과 리비도에 대한 전개는

후반부의 라캉의 분석을 논하던 것에 비교하자면 쉽게 이해가 되는 편이다.


하지만 역시 라캉에 대해서는 입문서라고 해도 이해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라캉의 세미나를 논하는 저자의 이야기들을 듣고 있을 때는 이해가 가는듯하다가

잠시라도 책장을 덮을 때면 여지없이 물음표만 난무하고 있었다.


기호와 수식이 춤을 추는데 잡힐 듯 잡은 듯 다시 빠져나가 

물음표들이 칼군무를 추는듯했다.


첫사랑이란 단어가 들어 간 제목이다 보니

대중적으로 쉬운 접근을 하리라 짐작했었다.


역시 전문가가 쉽게 풀이했다고 여기는 경계와

문외한이 쉽다고 여길 경계는 같을 수 없다는 작은 각성이 되는듯하다.


인문교양서를 사랑하는 배경지식이 풍부한 님들은 구태여 말려선 안되겠지만

《첫사랑은 다시 돌아온다》란 달콤한 제목에 무턱대고 선택하는 님들에겐 손사래를 쳐야 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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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 사용설명서 - 정신과 의사가 붓다에게 배운
마크 엡스타인 지음, 이성동 옮김 / 불광출판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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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트라우마에 대한 정의를 광역대로 폭넓게 해석한듯한 책이다.

고타마 싯다르타 붓다의 트라우마로 접근하고 풀어간 대목들은 공감 가능했으나, 저자나 저자 주변 인물들의 트라우마에 대한 일화들은 트라우마가 이렇게 폭넓게 해석 가능한 것이던가 하는 의문이 일었다.

트라우마가 치료해서 없애는 대상이 아니라 그것은 그 자리에 있을 것이나 트라우마를 대하는 태도와 정서에 다른 관점을 가질 수도 있다는 투의 진단이 일견 타당해 보였다.


저자가 예를 든 뇌 신경 분야의 발견으로 유년시절의 정서기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도 언제나 함께하는 것이라는 말이 수긍이 되었다. 그러니 트라우마를 해치워버리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하면서도 정서적으로나 행동화를 통해 현실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을 완화하고 관조할 수 있다는 진단이 쉬이 납득이 되었다.


그리고 고통이라고 번역되는 dukkha의 문자 그대로의 해석은 '얼굴을 맞대기 어려운'이라거나 자원적으로 접두어 duh는 '나쁘다', '어렵다'의 뜻이며 접미어 kha는 차축을 끼워 맞추는 '구멍'을 뜻한다고 두 가지 뜻을 결합하면 '무엇인지 딱 맞지 않아서 곤란하다'는 뜻이라고 하던데 이런 자원적 해석을 처음 보다 보니 참 흥미로웠다. 둑카가 이런 의미이기에 저자가 트라우마에 대해 예를 든 사례들 중 일부는 트라우마라기 보다 그저 스트레스로만 보였던가 보다.


산스크리트어 nirvana가 '꺼짐'을 뜻하는 말인지도 처음 알았다. 아니 예전에 어디선가 본듯한데 오랫동안 잊었던 것 같다. 이 단어는 '불어버린다'는 뜻의 어근 va와 '불타기를 멈추다', 불꽃이 꺼지듯이 '꺼지다'는 뜻의 nir가 결합한 말이라고 한다. 누가 "꺼지세욤" 한다고 해도 나로선 열받을 말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진짜 꺼지고 싶으면서 그런 말에 화가 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정신과 의사가 붓다에게 배운 트라우마 사용설명서』라는 제목 때문에 아주 많은 기대를 하고 읽은 책이지만 기대만큼 부처님의 가르침 전반을 아우르지는 않고 있어 아쉬웠다. 그래도 저자가 붓다의 가르침을 대하며 깨우친 소소한 열매들을 건네받고 작은 여운을 함께 한 것이 나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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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실업 미래 보고서
피터 보겔 지음, 배충효 옮김 / 원더박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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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실업뿐만이 아닌 실업문제 자체가 세계적 재앙으로 다가올 시기는 머지않았다고 본다. 

로봇과 인공지능기술이 기하급수적으로 발전해 갈 것이기에 산업계뿐만이 아닌 사무직, 법률직, 의료직, 서비스직 등등 전체 경제에서 비용절감과 효율성 차원에서도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체될 것이 자명하다. 인간과 인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할 몇몇 부분들을 제외하고는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체되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이상해질 시대가 머지않았다고 본다.


이런 시기이기에 더더욱 실업문제가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청년실업 미래보고서』라는 본서는 실업문제 중에서도 각국이 더더욱 관심과 우려를 가질 청년실업문제를 다루고 있는 저서이다. 본서의 초반에는 각국의 청년실업률과 각국의 그 대처방안을 그래프와 통계로 돌아보고, 이후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방안들을 논하고 있다.


숙련불일치를 기업과 구직자 사이의 괴리로 보며 교육제도의 개편과 민간과 공기관 그리고 기업 또 구직자가 협력을 통해 청년실업난을 타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년창업에 대한 저자의 기대와 관심도 두드러져 보인다. 많은 장을 할애해 주장하는 것은 이미 언급한 이와 같은 예에 대한 각국의 대응 방안이다. 또 구직자는 갖추고 있는 경력과 소양을 기업은 필요 인원의 필요한 경력과 소양을 데이터베이스화해 활용한다면 실업난 해소에 유용할 것이라 주장한다. 멘토와 역멘토라는 듣기 좋을 표현으로 장년층과 청년취업자들의 시간 분담 업무를 이야기한다. 또 견습수습제도로서 취업기회를 높이자고도 한다. 더욱이 최저임금 하향으로 기업의 부담을 줄여 다수를 취업시키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모두 하나같이 실효성보다는 문제 양산으로 여겨졌다. 


이미 박근혜정부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 창출을 외치며 비정규직 양산을 부추겼고 실업대책이라며 청년들에게 중동으로 모두 가라고 떠들어댄지 오래지만 무엇 하나 대책이 되지는 않았지 않은가? 견습수습제도라할 인턴제의 등장은 인턴낭인이나 인턴 삼수생이라는 용어마저 등장할 정도로 실업난에 대안이라기 보다 또 다른 문제의 양산이 되어버렸다. 그러면서도 여야 할 것 없이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를 위해서라며 다문화 가정을 장려하고 광범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합법적인 국내 체류 외국인 취업자들뿐만이 아니라 불법체류 외국인에게 마저 국내에서 아이를 낳으면 체류 가능하도록 법률개정까지 해 놓은 상황이다. 불체자들의 아이의 교육과 의료, 학업까지 지원하는 양상이니 국내로 몰려들 외국인들로 인해 실업난이 더욱 가중될지도 모른다. 


본서를 보며 청년실업의 심각성과 각국의 대응안을 보며 경각심이 이는 것은 사실이나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인할 실업대란을 앞두고) 잠시라도 취업 안정화가 가능할 시기는 길지 않을 것 같다. 그것도 국내외 민간, 공기관, 기업, 구직자들의 협력으로 기업과 구직자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해 빅데이터를 활용하며 각국 청년구직자들의 국내 해외 취업에 적극 활용하는 것 정도만이 실효성이 있어 보인다. 청년창업에 대한 저자의 기대와 관심은 너무 지나친 감이 있다고 여겨졌다. 물론 제2의 마크 저커버그, 빌 게이츠가 등장한다면 그들을 만들고자 지원했다가 실패할 무수한 실패 사례들이 무마가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벤처기업 붐인 시기가 있었지 않은가? 제2의 안철수, 제2의 이찬진이 등장하는 과정에 무너질 무수한 창업도전자들의 문제는 공기관의 지원이 합당한가 의문이 일게 한다. 물론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공적 자원의 지원이겠으나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크게 다가온다.


본서에서 제시하는 공감 가능한 안과 미봉책인듯한 안을 두루 보며 청년실업난을 위해 마땅한 대안이 따로 없으니 암담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렇기에 다국적 다자간의 논의와 협력이 더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제가 많은 시대임에는 분명하지만 분명한 것은 소통이 아니고서는 문제의 타개란 어렵다는 것이다. 때문에 본서의 저자와 같이 시대의 문제를 논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더욱 절실하지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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