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사용설명서 - 정신과 의사가 붓다에게 배운
마크 엡스타인 지음, 이성동 옮김 / 불광출판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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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트라우마에 대한 정의를 광역대로 폭넓게 해석한듯한 책이다.

고타마 싯다르타 붓다의 트라우마로 접근하고 풀어간 대목들은 공감 가능했으나, 저자나 저자 주변 인물들의 트라우마에 대한 일화들은 트라우마가 이렇게 폭넓게 해석 가능한 것이던가 하는 의문이 일었다.

트라우마가 치료해서 없애는 대상이 아니라 그것은 그 자리에 있을 것이나 트라우마를 대하는 태도와 정서에 다른 관점을 가질 수도 있다는 투의 진단이 일견 타당해 보였다.


저자가 예를 든 뇌 신경 분야의 발견으로 유년시절의 정서기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성인이 되어서도 언제나 함께하는 것이라는 말이 수긍이 되었다. 그러니 트라우마를 해치워버리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하면서도 정서적으로나 행동화를 통해 현실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을 완화하고 관조할 수 있다는 진단이 쉬이 납득이 되었다.


그리고 고통이라고 번역되는 dukkha의 문자 그대로의 해석은 '얼굴을 맞대기 어려운'이라거나 자원적으로 접두어 duh는 '나쁘다', '어렵다'의 뜻이며 접미어 kha는 차축을 끼워 맞추는 '구멍'을 뜻한다고 두 가지 뜻을 결합하면 '무엇인지 딱 맞지 않아서 곤란하다'는 뜻이라고 하던데 이런 자원적 해석을 처음 보다 보니 참 흥미로웠다. 둑카가 이런 의미이기에 저자가 트라우마에 대해 예를 든 사례들 중 일부는 트라우마라기 보다 그저 스트레스로만 보였던가 보다.


산스크리트어 nirvana가 '꺼짐'을 뜻하는 말인지도 처음 알았다. 아니 예전에 어디선가 본듯한데 오랫동안 잊었던 것 같다. 이 단어는 '불어버린다'는 뜻의 어근 va와 '불타기를 멈추다', 불꽃이 꺼지듯이 '꺼지다'는 뜻의 nir가 결합한 말이라고 한다. 누가 "꺼지세욤" 한다고 해도 나로선 열받을 말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진짜 꺼지고 싶으면서 그런 말에 화가 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정신과 의사가 붓다에게 배운 트라우마 사용설명서』라는 제목 때문에 아주 많은 기대를 하고 읽은 책이지만 기대만큼 부처님의 가르침 전반을 아우르지는 않고 있어 아쉬웠다. 그래도 저자가 붓다의 가르침을 대하며 깨우친 소소한 열매들을 건네받고 작은 여운을 함께 한 것이 나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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