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일 비비언 고닉 선집 3
비비언 고닉 지음, 김선형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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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의 이야기를 A가 된 것 처럼 듣는다.


모두가 답을 척척 맞추며 잘남을 인정 받는 그 공간에서 아무것도 모르겠어서 한없이 한없이 바보 멍청이가 된 것 같은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쥐어 박아서라도 콩콩콩 두더지처럼 사라지고 싶었던 A가 짠해서 울었다. 같이 울었다.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면 얼굴 아니 온 몸이 화끈 거려서 지구를 우주를 탈출하고 싶다고 그 애는 말했다. 그걸 가장 피하고 싶어. 매주 반복되던 골든벨 시간. 그걸 피하려고 살아온 것 만 같아,라고. 


누군가의 어떤 마음도 잘못되었다고 생각되지 않아진다. 어떤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 죽기보다 싫은 상황에 대해서도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어졌다. 다만. 느끼지 않으려고 할 때, 오로지 그것만이 목적이 될 때. 기를 쓰고 애를 쓰고 온 에너지를 다 써서 그것을 거부할 때. 삶이 복수를 한다는 것도 알아버렸다. 우리는 느끼지 않을 수 없으니까. 그것을 느껴야 하니까. 까닭은. 그 때와 다른 내가 되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서글픈 반복 강박의 진실이며. 때로는 배우지 않기 위해 자라지 않는 방법을 택하고 싶다. 

 

비비언 고닉의 <끝나지 않은 일>


당연히 당연히 나는 이 책을 사랑한다. 

끝 없이 끝 없이 수다를 떨 수 있을 것 같았고. 

너무도 너무도 지혜로워서. 

한 없이 한 없이 나의 읽기를 갱신하고 싶은 그런 독후감들이었다.


이웃들의 페이퍼를 읽으면서 나도 책이 준 것들에 대해 적어두마 싶었다. 내가 꼽은 문단 하나는 일단 이것. 


“(93) 감정을 두려워하는 그 심리야 말로 우리가 서로의 영혼을 자근자근 살해하고 정기를 마취하고 심장을 옥죄는 원인이다. 그것이 욕망을 목 조르고 감상을 욕보이며, 전쟁을 짜릿한 것으로 만들고 평화를 침울한 것으로 만든다. 내가 깨달은 게 하나 더 있다. 작품세계 전체를 놓고 보면, 산문이라는 표면 아래로 끊임없이 신경의 저류가 흐르고 그 근원엔 *심리적 손상*이 있는 작가들이 있다.”


이젠 셀프 독서광으로 스스로를 정체화하고 있지만,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이 여전히 어렵다. 서사에 몰입하기에 머릿속이 너무 뒤죽 박죽인 건가. 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감정을 느끼기를 싫어했다는 것을 고백한다. 피상적이고 들뜬 기분 만으로 삶을 연명하기 좋은 시절이다. 슉슉 지나가는 릴스와 쇼츠, 드라마 10분에 몰아보기. 음악 조차 일하기 위한 용도로만 듣는 나는 가끔 좀 진지해져야 하는 거 아닌가. 개념들로 얼룩진 책을 읽고 그것들을 더듬어 분석하는 글을 적어 본다. 그 역시 주로는 머리를 쓰는 것. 뇌를 좀 지치게 만들고 나면 역시 어떤 것을 느끼지 않아도 되었던 건 아닐까. 알코올과 다른 형태의 마취? 문학을 기피하는 나는 모르는 채로 알고 있었을지도. 절반의 타협같은 느끼기/느끼지 않기의 연마로서의 독서랄까.


분명한 건 정말로 나를 흔드는 독서 경험은, 어떤 종류의 감각을 드러내는 소설일 때가 더 많았다. 그게 나와 ‘심리적 손상’이 비슷한 작가들을 만날 때 였구나 하게 되었다. 그 농도가 부담스러운 공감은 좋은 부분도 있어서. 느끼기 싫다기보다는 빠져나오기 어렵달까. 나는 현생을 뚜벅뚜벅 살아야 하는데 감상적이고 싶지 않다.는게 솔직한 맘이다.  


문득 떠오르는 소설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내 이름은 루시바턴>이다. 나는 그 소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목구멍이 좁아져오는 느낌이 들어서 눈을 딱 감고, 꼴깍 침을 삼킨다. 음. 어떤 마음을 먹으려고 하면 나는 여전히 심호흡을 해야한다. 마음이 먼저 아주 멀리 가 있다. 그걸 느끼기 싫어서 머리를 먼저 아주 저 멀리 가 있게 만들어 버린다. 애달프고 슬프고 그리운 마음. 마음들을. 느낄 여유를 내가 나에게 줄 수 있기를. 


어떤 소설들을 정말로 읽기 위해서는 나는 더 살아야 하며 더 겪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읽고 싶고, 살고 싶다. 


**​


이어지는 다른 문단은 좀 뻔하지만. 


“(141) 페미니즘의 관점들은 여성을 복속시킨 사회적 관습의 중핵에 자리한 불안과 방어기제를 분석했고 그렇게 결국은 인간의 조건의 총체를 다루었다. 남자가 완전체 인생을 살 용기를 낼 수 있게끔 여자는 반쪽짜리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암묵적 협약은, 저 깊이 흐르는 불안이라는 관점을 통해보자 별안간 이해가 되었다. 이런 불안 때문에, 우주에서 인간은 혼자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더라도 제정신으로 그 주장을 밀고 나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인간의 고독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성차별주의의 강력한 동기가 된다는 인식, ”

페미니즘을 읽으면서 더 똑바로 마주하고자 했던 불안과 방어 기제를 다루고 있어서, 고닉 성림한테 이해받은 것 같아 뿌에엥- 울었다. 이 주제로 친구랑 이야기하다가 살짝 서운해질 뻔했는데. 나는 내가 짊어져야 하는 것이 조금 다른 질감의 고독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 


뻔한 말이 아니다. (인용된 스탠턴의 문장들 전혀 뻔하지 않게 읽힌다) 실존 혹은 기투 그런 게 아니다. 연결과 연대를 거부하는 것도 아니다. 제도로서의 이성애와 가족을 (인류가 그것으로 존속해 온 까닭과 이점이 있다) 낮춰 보는 것도 아니다. 고립이 연결보다 우수하다는 주장을 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상황 인식. 30대 비혼율 45%는 우리 세대가 감당해야 하는 조건(신자유주의, 플랫폼 자본주의...)이라는 것이고. 만연한 실업. N포. 긱잡. 번아웃. 불안해서 계속해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계발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게 없는 안정적이지 않은 세계에서. 결혼은 물론 이성애 로맨스라는 판타지를 즐길 수도 없을 만큼 어떤 함께의 이상이 허탈하게 찢어져 버린 것에 대해. 신포도 논리도 아니고. 그냥 허심한 인정. 이랄까.


​그렇다고 연결이 필요 없다는 건 아니고요. 친밀함에 대한 욕구와 합일 혹은 사랑에 대한 욕망이 아주 없는 건 아니며, 가임기라는 조건을 여성은 매달 겪기 때문에 더 시시각각 초조하긴 하지만. 포기하면 편하고. (포기하면 편해요ㅋ) 가족은 재생산의 기능과 안전함을 제공하는 기능이 분명 있으니까. 그런데 그전에 먼저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독을. 내 몫의 불안을 온전히 감당해야 하는 것이 마주보아야 하는 현실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물러설 수 없어요. 이젠 나도 나로 완전체예요. 완전체로 사회화되지 못했기 때문에 어려웠지만. 용기를 내서 완전체가 되기로 했고. 알아 버린 것은 아프지만. 몰랐던 대가로 혹은 모르고저 한다 해서 지금의 조건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기로 다짐하는 것이 연결을 부정하며 친밀함의 욕구를 억지로 거세시키겠다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두려워하지 않기로 하는 것. 자유로워지는 것. 즉 불안해지기로 하는 것. 


나는 나약해지고 싶을 때. 이렇게 다짐한다. 난 남자다. 그래서 (의식적 정신이) 남자인 내가 혐오하는 것은 가부장이 아니다. 그 가장의 짐을 질 생각도 없으면서 외로움은 감당 못해 친밀함과 관계를 돈 주고 사려는 남자들이다. 그들이 가장 착각하는 것은 돈이 가장 쉽다는 진실을 끝끝내 모른다는 것. 관계와 친밀함과 돌봄과 인정은 배려의 노동이다. 섹스 역시 배려를 주고-받는 노동이다. 


이젠 어떤 욕구들이 결핍되어 있다고는 느끼지 않는다. 나는 부족하지만 부족한 것이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불안을 감당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적는 이 문장이 대단히 오만하다는 걸 안다. 자칫 능력주의로 빠질 수 있으며. 라떼는~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돌봄의 윤리를 사유해야하며. 사실은 감당할 수 없는 조건이 인생의 진짜 조건임을 똑바로 보아야한다고 어렴풋이 느낀다. 그러나. 지금의 인식에 닿기까지도 실은 정말 어려웠다. 그래서 조금은 더 굳히기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 조준과 겨냥을 감당 못함에 두고. 삶을 살면서 깨지면서 알아가기랄까. 


1인분의 인간(남자 시민)이 정말로 1인분(뒤에는 2등시민 여성의 자연화된 노동이 있다)이 아니었다는 것을 배워 알면서도. 이토록 무리해서 1인분이 되었으니 각자의 고독을 전제하는 관습적 이성애와는 다른 각본의 연결을 도모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고. 그러나 이 인식은 솔까 정상성에 집착해 온 아직은 젊은(다고 느낍니다) 여성의 인식일 뿐. 남성도 그러고 있는지는. 이젠 정말 모르겠고. 올해 초엔 가전제품 부자 청소왕 브라이언을 보면서 희망을 (...ㅋㅋㅋ 이게 왜 여기서 나와 😩?)



읽을 때 마다 큰 성림으로 모시겠다 다짐하게 되는 비비언 고닉의 책을 매만져본다. 

어떤 각본에도 기댈 수 없다. 

그래서 내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나에게 부탁합니다. 

나를 부탁합니다. 

인간의 고독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성차별주의의 강력한 동기가 된다는 인식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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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5-28 07: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경야독 플러스 기도빨의 이 귀한 페이퍼 꼭꼭 야무지게 읽어보겠습니다. 일단 출근 좀 하고요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4-05-28 07:49   좋아요 0 | URL
출근 으으 ㅠㅠㅠㅠ 힘내요😫😫🌈🌈🌈🌈
 

바쁘다 바빠. 한 시간만 읽어야지.
어제 서점에서 사 온 책은 한병철의 #권력이란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해서 꽤 오래 생각했던 것 같다. 제목이 군더더기 없었기에 읽어볼 요량. 




내게 요 질문을 조금 비틀면 관계란 무엇인가, 모두에게 깔끔한(?) 이별은 무엇인가.이다. 일상을 휘감고 있는 (생산하는) 권력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온몸을 뒤틀면서 괴로워졌던 이유는 나는 왜 그토록 많은 권력이 나를 지배하도록 스스로를 허락했는가.에 대한 의문였다. 나는 나를 내버려두었다. 때로는 기꺼이 반납했으며, 어쩔 때는 남김없이 쓰이고자 했다. 왜, 왜 그랬을까. (어쩌면 정말의 인식은 그 질문부터가 시작일 테지만) 가까스로를 지나 어느덧 내린 결론은. 거의 딱 하나.

별로 알고 싶지 않았던 진실인데. 나를 잊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다고? 응, 있다. (어쩌면 자기가 안 그런 줄 아는 사람이 제일 그런 사람인 경우가 인 것 같기도. 그런 억압.)

나 자신에 대한 책임 회피. 그걸 스스럼 없이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떫은 경멸감을 표현하지 않기 위해 기를 쓰고 노력했던 시간들도 이젠 지나갔다(기를 바란다). 어쨌든 자기 PR시대라는 담론 폭격을 정통으로 맞으면서 살아왔음에도 나이 서른이 넘도록 나를 주장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꼈다. 어떤 존재(사람, 개념, 명분, 직위 그리고 가끔은 책의 권위)들의 뒤로 숨고만 싶어했다. 그게 익숙했고 그게 편했고 그게 옳다고 생각했다. 그런 식의 사회화. 시간 없음. 여유 없음. 그리하여 내가 없기를 바라는. 일견 누추하고 비루하고 어쩌면 그래서 더 거대한(없음으로써의 전능에 대한 갈망) 마음들에 대해 옹호하고 싶었다. 여전히 옹호하고 싶어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나를 다 내어주지 않는 존재들. 지킬 것이 많은. 자기 자신이 너무도 많아서. 누군가들이 반납하는 것을 기꺼이 취하는. 아니, 그걸 취하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때로는 알기에 너무 잘 알기에 어쩌면 그렇게 행동하는 이들의 비굴한 발연기를 경멸하는. 으르렁거림. 실제로 내가 들으면서 가장 할 말을 잃었던 말 중 하나는. 어차피 (네가) 하고 싶었던 거 아니었어? 할 거먼 제대로 하고, 할 거면 똑바로 해. 뭐 이런 종류의 언사였는데. (나의 대답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나는 비슷한 말을 같은 주저함을 지닌 사람들에게 반복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에 대해서 이제 나는 궁금하지 않다. 어쩌면 빤해졌다. 빤해서 재미없어.

스스로를 잊어버려도 상관없을 만큼 어쩌면 정말로는 아무런 자원이 없는 조건에 처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권력은 필요한 관계는 필요한 이별은 무엇일까. 얇고 예쁜 이 책을 그런 질문들을 견주며 읽어 볼 생각이다.

권력이란 무엇인가.





이 책이 보여주려 하는 것은 권력이 폭력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이다. - P5

권력은 근본적으로 독백적monologisch이다. 그리고 바로 여기에 권력의 결정적 약점이 있다. (…) 권력에 종속되어 있는 자들만이, 즉 복종하고 있는 자들만이 다른 사람의 말을 듣는다. - P7

(이 책을 통해서) 적어도 사람들이 도대체 권력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해서 생겨나는 권력만큼은, 권력에서 제외되어야 할 것이다. - P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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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5-27 09: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권력을 정치력과 연결시키고 쉽게 결론을 얻으려 하는 저는, 권력에 대한 쟝님의 이러한 진지한 물음이 참 좋네요.
주경야독, 성실근면의 학인의 이런 진지함이 어떤 식으로든 보은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저의 간절함은 곧 기도입니다!

공쟝쟝 2024-05-28 00:28   좋아요 1 | URL
기도 감사합니다. 기도 빨 받아서 홀린 듯 독후감 작성하였습니다. 케켁. 주경야독 안하기로 맘 먹은지 꽤 됐는데. 책임지시죠.
 
흠결 없는 파편들의 사회 - 한국 2060 여성들의 일 경험과 모험
김현미 지음 / 봄알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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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일감 쳐내다 근로의욕 상실하고 농땡이치러 나온 흠결 많은 파편. 액상과당과 정제곡물로 목숨줄을 줄이고 당스파이크를 올려서 일을 끝낼 생각은 없고, 번뜩이는 두뇌회전으로(;;)신자유주의하 K-여성의 노동을 사유하는데…




플래그 붙이다가 모든 페이지에 붙이다가 화나서 걍 구매한 책 #흠결없는파편들의사회

현실감 바짝 조여오는 문장들이 살을에고 뼈를 때려서 개🐶강추를 하지 않을 수 없네.

“(15)신경아의 표현대로 “여성들은 종속적 안정성을 잃은 대신 독립과 표류의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얻었다”
(16)하지만 이들 여성 모두가 인생의 어떤 순간에 딸, 부인, 어머니라는 역할 질서 바깥에 존재하게 됐다는 점에 주목해보자. 그런 이들에게 조금 더 확실한 삶과 자족의 근거는 무엇일까? 괜찮은 일과 일터다. 임금노동이, 일이 정말 중요해졌다. 자립할 만한 경제력을 갖춘 여성들, 자신의 삶에서 남성 생계 부양자를 안 만들기로 한 여성들, 그를 떠나보낸 여성들, 남성 배우자 없이 아이를 기르는 여성들, 여성들끼리 벌어 먹고사는 여성들, 혼자 사는 여성들, 고양이나 개와 같은 다른 동료 종을 돌보는 여성들 등, *이들 모두는 언제든 혼자일 수 있음을 받아들이고 자기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 계속 일하며 살아갈 수 있는가 혹은 일이 없어도 생존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이 존재하는가*가 여성들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으며 이들의 존재감을 구성한다.
한편으로 여성들이 사무직·전문직 일자리로 대거 진출한 현상은 ‘비혼 결정’에서 비롯된 결과인 것만은 아니다. 여전히 돌봄 노동을 하지 않는 남성을 표준적인 노동자상으로 삼아 조직된 남성 중심적인 일터에서 생존하고 성공하기 위해 ‘비혼‒무자녀 상황의 유지’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도 많다. 공적인 일 경험과 결혼, 출산, 양육과 같은 사적 경험은 상호 영향을 미친다. 임금노동과 돌봄 노동은 시간, 정서, 노력 면에서 갈등 관계에 있다. (17)돌봄 노동에서 상대적으로 면제되어왔던 남성 노동자가 일터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듯, 남성 중심의 일터에 들어간 여성들 또한 결혼, 출산, 양육을 수행할 여력을 상실한다. *한쪽을 말끔하게 정리해야 생존이 가능한 구조에서* 여성들은 자발과 강제를 구분할 수 없도록 사회가 구성한 제한된 선택지 안에서 선택권을 잃거나, 고통스러운 선택으로 내몰려왔다.”

#한쪽을말끔히정리한다고생존이가능할줄알았더냐


딸 가진 많은 모부가 성 평등을 지지한다고 말한다. 중산층 집안의 똑똑한 딸들은 경력 단절로 좌절한 어머니의 넋두리를 들어주고, 독박 가사노동의 서러움에 공감해주고 손을 보태고자 하며, 어머니와 함께 쇼핑을 한다. 엄마가 ‘꼰대 아줌마’가 되지 않도록 행동, 말투, 매너를 살피고 교정해주며 유행을 알려준다. 한편 한국 대중문화를 통해 양산된 딸 바보 아버지들은 사랑하는 딸에게 ‘데이트를 신청’하고 이때 딸은 그 자신의 독립성이나 인격과는 상관없이 아버지의 현대판 ‘으스대기 감정’을 증폭시켜주는 역할을 떠안는다. - P34

왜 일터에서 혹은 노동의 조건으로 여성성을 수행하는 방법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가는 정치경제학적 질문을 필요로 한다. 젠더 수행성은 문화규범으로서 자본의 축적 체제의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와 여성의 관계는 "엇갈린 축복mixed blessing"이라 불린다. 어떤 여성들에게는 긍정적인 기회를 선사했으나 동시에 가중된 억압을 만들어냈다는 의미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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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5-23 2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액상과당과 정제곡물로 목숨줄을 줄이고 당스파이크를 올려서 일을 끝낼 생각은 없고, 번뜩이는 두뇌회전으로 --> 응원합니다!! ㅎㅎ 사진 멋지네요 ㅋㅋ 저도 내일 카푸치노 사 마셔야겠습니다~~

공쟝쟝 2024-05-23 23:46   좋아요 1 | URL
먹다말고 헝ㅋ분ㅋ해서 일단 사진 찍은ㅋㅋ 시나몬 퐝퐝 뿌려서 드셔요. 서곡님. 더 더워지기 전에 따수운 걸루~

단발머리 2024-05-23 23: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왼쪽에.... 노트가 보이네요. 많이는 안 보이고 쪼금 보이지만, 공부하는 사람의 공부 중일 때 나오는 노트같네요. 참 멋있습니다. 따봉!

공쟝쟝 2024-05-23 23:50   좋아요 1 | URL
매의 눈! 종횡무진 제 노트 맞습니다. 이런 저런 공부는 사실 좀 지쳐요...... ㅜㅅㅜ 근데 신자유주의가 훈련시켜줘서 숙련된 자기계발러답게 자기계발이다 생각하고 걍 합니다 ㅋㅋㅋㅋㅋ

은오 2024-05-24 03: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으아 액상과당이랑 정제탄수화물 단거단거단거 너무 젛아요!!!!!!!!!! 사진 보자마자 혈당스파이크 처맞는 느낌에 행복 ㅋㅋㅋㅋㅋㅋㅋ
고닉 언니 책도...😭 저 지난주엔가 다읽었는데 넘 좋았다요 쟝님!!!!

공쟝쟝 2024-05-24 08:47   좋아요 2 | URL
단 거 먹으면 안된다는 유튜브 보고 단 거 더 땡기는 거 내 안의 죽음충동인가요? ㅋㅋㅋ 고닉언니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나의 사랑이시며!! 은오님 이 책 흠결 정말 너무 짱짱 좋아요! 저도 동감되지만… 취준기간 긴 딸들이 일케 힘들었겠구나 ㅜㅜㅜㅜㅜㅠㅠㅠㅠㅠㅠㅠ 진짜 진짜 진짜 힘들겠구나 하면서 ….!! 그래도 내 안의 능력주의를 똑바로 보면 나한테 좀 관대해지니까! 추천합니다…!! 아직 안 읽었음 꼭 읽어요!! (간절🥹) 젠더는 섹슈얼리티, 계급 그리고 ‘나이’에 따라서 무지무지 다르게 경험된다는 거!!를 새삼느끼고 은오님 생각도 많이 났어요 ㅠㅠ

은오 2024-05-25 05:34   좋아요 3 | URL
헐... “이 책 읽으면서 니 생각 했어!!” 이거 반칙인데 쟝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럼 안 읽을 수가 없자나요!!!!!! 알게써요 >_<♥️♥️

공쟝쟝 2024-05-26 14:14   좋아요 1 | URL
반칙 ㅋㅋㅋ 아앗!! 찐으로 이대녀 은오님 생각났다! 물럿거랏 요망한 팬더!!! ㅋㅋ

2024-05-25 12: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5-26 14: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택배박스 넘 황급히 뜯은 티 납니까? ㅋㅋㅋ
키노세대도 시네필도 아니고. 뭔 뜻인지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고 영화도 안 좋아하지만. 그냥 갖고 싶어서 샀다. 저 두 배우의 저 색감과. 저. 암튼 소장욕구!
겸사겸사 한국에 소홀했던 나를 반성 한녀와 한남을 분석하는 조한혜정 머모님의 고전도 구매.
열심히 살자! 그러면 괜히 자기착취 같으니까!
열심히 일하자! 이러면 내 안의 노동중심주의가 올라오니까 ㅋㅋㅋ
열심히 읽기 위해서는 좀 더 부지런하게 살자!라고 아침에 적었다. 읽고 싶고. 그래서 살고 싶다. 거짓말 아닌데. 아니지롱~!
제목은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 패러디 ㅋㅋㅋ
책 자랑이 통하는 아직 살아있는 곳!!ㅋㅋㅋ 알라딘이여, 분발하겠습니다.

#키노 #kino #화양연화 #한국의여성과남성 #조한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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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2024-05-21 1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키노 정기구독자였어서 이 사진 기억납니다. 정성일님 저 책두요. 지금은 없네요 ㅎㅎ

공쟝쟝 2024-05-21 10:27   좋아요 0 | URL
ㅋㅋ 저는 진짜 몰라요 ㅋㅋㅋ 풍문으로 들었소 ㅋㅋㅋㅋ 근데 이거 30주년만에 무ㅓ 특집판으로 나왔대요!

서곡 2024-05-21 1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아 인생의 화양연화를 위하여!!! 남은 오월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공쟝쟝 2024-05-21 10:28   좋아요 1 | URL
서곡님이 조아할줄 알았지롱!!! 서곡님을 생각하며 고혜경님 책을 끄내려다 어딨는지 몰라서 포기했어요! 😝 5월 잘 보내세요!

잠자냥 2024-05-21 10: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성일 책과 키노가 같이 있으니까 시네필쟝 같아여.

공쟝쟝 2024-05-21 10:30   좋아요 0 | URL
ㅋㅋㅋ정성일 진짜 정희진이 칭찬해서 읽었어요 ㅋㅋㅋ 영화 안보는 데 영화평론 읽는 것이 좋습니다.

잠자냥 2024-05-21 10:50   좋아요 0 | URL
아, 희진쌤이 칭찬했어요? 공부 이번 호 아직 다 못 들음; ㅎ
정성일 글쓰기 나름 독특한 매력이 있습니다. 관점도 그렇고요. ㅎㅎㅎ

공쟝쟝 2024-05-21 10:52   좋아요 1 | URL
아뇨 ㅋㅋㅋ 천년전에 ㅋㅋㅋ 읽기였나 영화였나? 책에서 정성일처럼 써야한다고 하신 적이 있음 ㅋㅋ

서곡 2024-05-21 1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게다가 한국의 여성과 남성 조(한)혜정 문학과지성사 너무 위엄 있는 거 아닙니까 ㄷㄷㄷ 근본력 쩝니다요 ㅎㅎㅎ 즐점하시길요!!!

공쟝쟝 2024-05-21 13:50   좋아요 1 | URL
ㅋㅋ 일하다 이제 점심 먹네요. 로칼한 페미가 되어보겟삽니다 ㅋㅋㅋ (토종임 ㅋㅋ)

단발머리 2024-05-21 1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키노는 진짜 소장욕구 부르네요. 꽂아두면 안 됨. 항상 저렇게 펼쳐놓아야 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4-05-21 13:52   좋아요 1 | URL
안쪽에 펼치면 ㅋㅋㅋ cj감송으로 시작해서 칸을 비벼버린 한국 영화의 일대기가 쫙 나오네요 ㅋㅋㅋㅋㅋ 아니 난 왜 이렇게까지 포스트를 읽어대고 있는데도 한국인인가 ㅋㅋㅋㅋ

거리의화가 2024-05-21 12: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키노 표지 진짜 좋네요. 화양연화 정말 좋아하는 영화여서ㅠㅠ 저도 소장하고 싶습니다ㅎㅎ

공쟝쟝 2024-05-21 13:54   좋아요 0 | URL
가격이 약간 사악한감 없지ㅜ않지만 ㅋㅋ 그래도 만족 스럽습니다 ~ ㅋ!!! 매달 나오면 살 것 같진 않고요 ㅋㅋㅋ 책 잡지도 못봐서~ 저는 사실 화양연화를 이해하지 못했는데 (중경삼림은 좋앗다) 다시 보면 이해할까요? ㅋㅋ

수이 2024-05-21 2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화양연화는 애인이랑 헤어지고 봐야 이해가 더 잘 된다고 합니다. 양조위 오빠 눈빛 좀 흐리멍텅하게 나왔네요 눈빛이 매력적인 분이 ㅋㅋ

공쟝쟝 2024-05-22 16:30   좋아요 0 | URL
아................................................. 그래서.................................... 좀 더 기다리도록 하겠습니다........... 세상에 모든 영화를 이해할 필요는 없지요.. 그렇지요.. 응?....
 


난데없는 2012년의 대선이 (덧붙이자면, 모두의 예상을 엎고 박근혜가 문재인을 이겼다. 박정희 대 노무현이었으며 경제성장에 대한 대중적 갈망의 승리였다.) 소환되어 나도 같이 멘붕한 2024년. 아점 읽기.

분명 사는 것은 그때보다 더 각박해졌는데, 당시 멘붕한 사람들의 누구도 자신들의 욕망에 깔린 무의식까지 파내 들여다보지는 않는다. 실은 진즉에 투항한 것일지도 모르겠으며, 자신을 바꾸지 않기로 한 균형점을 찾은 것일지도 모르겠으며, 그러니까. 사실은. 살만하다는 것. 살만하지 않음을 연기하고 있다는 것. 나도 한번 잘 살아보자라는. 나는 아주 비뚤어져 버렸고,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다.

텍스트의 아래 ‘피해자의 오만’이라는 정희진의 워딩을 넣어보자.

“(301) 피해자에게도 자원이 있다. 유일한 자원, 도덕적 우월감이다. 그러나 이 자원은 피해자가 됨으로써 자동으로 얻어진 것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성장 불가능성*, 즉 진짜 피해이기도 하다. 피해자의 성찰은 가해자의 회개, 사회적 처벌만큼이나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이 우월감은 특정 사건에서 단지 가해자가 아니기에 부여된 피해자 정체성으로부터 나오는 것이지, 본질적으로 윤리적인 사람은 없다.”

가해자들의 피해의식과 싸우는 일 보다 고통스러운 것은, 어느덧 피해자를 자처하는 듯한 이들의 지독히도 성장하지 않음을 마주하는 것이다. “(175)과연 그 메시아는 목숨을 걸만했을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무력함이 진해질수록 환상은 커지게 마련이니까. 목숨을 거는 사람의 절박함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단 한번도 없었다.

책을 아직 다 읽지 않았으나, 나는 이렇게 잠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메시아는 사라지지 않는다. 정치 지도자로 연예인으로 비트코인으로 로또로 주식으로. 꿈 기대 환멸 꿈 기대 환멸. 우리는 믿는 것을 멈출 수 없다. 준거 그대로의 준거자체. 믿기로 약속한 것이 언어이며 언어가 바로 인간의 조건이니까. 무엇을 믿을래. 꿈 기대 환멸 꿈 기대 환멸. 그걸 부단히 바꿔가면서 우린 늙어갈 것이고 아프고 병들어갈 것이며 죽을 것이다. 죽음 이후는 내가 논하고 싶은 영역이 아니다. (불가지론) 나는 그래서 늙고 아프고 병드는 것이 내가 나를 미워하는 이유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그 해결을 돈(각자도생)이 아닌 돌봄의 윤리…로 찾아야 한다는 쪽에 배팅을 걸어볼 생각이다. 그것은 능력주의와는 별개이며 젠더에 대한 진지한 공부 없이는 하나 마나 한 헛소리라는 것도.

사실 나는 이 책을 애도하기 위해 읽는 중이었다.
그런데 읽을수록 애도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알겠다. 이미 하던 것들에 근사한 이름을 붙여주는 것. 뭐 그 정도.

#애도의애도를위하여
#밀양각본집
#피해자의오만과숭고한실패
#정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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