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요리은 오감으로 먹는다고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 오감은 부정적인 의미이다. 미각은 둘째치고라도 향신료가 담배냄새처럼 베어있는 중국식당과 정체불명의 요리재료들은 식욕촉진 호르몬의 분비를 깡그리 멈추게 만들곤 한다. 시각이 지날수록 후각세포들은 적응되어가는 모습을 보이나 시각세포들은 여전히 흠칫흠칫 놀라곤 한다. 그래도 워낙 요리가 유명한 중국인지라 삼삼오오 모일적마다 중국식당을 다니곤 한다. 중국에서 심심한 날, 이렇게 요리나 가끔 올려봐야겠다.

1. 요리명 : 썀바탕
  - 사실 썀바탕인지 확실하지 않다. 중국어는 "닌 하오" 말고는 거의 모르고 왔으니, 중학교때 처음 영어공부하듯이 소리나는데로 적고 있다. 셔쳐 필링 컴인 오버 미~~ 이런식이므로 썀바탕 또한 저러하리라.

2. 식당 : 이름 까먹음
  - 출장와서 처음 간 곳이다. 도심이지만 강호를 연상시키는 분위기의 건물이다. 신용문객잔의 장만옥이 피아노줄 걸고 넘실넘실 건너올 분위기지만 청바지에 롱부츠의 아가씨들만 바글바글하다. 역시나 중국의 상징적인 색인 붉은 색 천지의 실내 장식이 등불처럼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3.  재료 : ?, 정체불명의 국물, 소고기, 양고기, 버섯, 미역, 배추, 새우, 두부, 오이, 콩쏘스, 맥주는 공짜
  - 일명 중국 샤브샤브라 불리운다. 세숫대(비유법이 아니라 진짜 찌그러진 세숫대다)를 반으로 나누고 중간에 원형의 공간을 만들었다. 즉, 세가지의 국물이 들어간다. 가운데 원형에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먹는 방식은 샤브샤브랑 동일하게 끓는 국물에 살짝 익혀 먹는다. 아직 향신료에 익숙하지 않아 몇점 먹지 못했다. 특히나 중간쯤 누군가 가운데에서 건져낸 오늘의 요리재료 ? 를 보고 나서는 오이만 먹었다.

4. ? 의 정체
  -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서 원형 공간에서 무언가 언뜻언뜻 보일때 우족이려니 생각했다. 잠시후 옆자리의 J부장이 젓가락으로 우족을 들어올리니 자라가 허연 배를 팔등분하고 누워 익어가고 있었다. 메스꺼움을 참으며 오이만 먹고 있으니 옆자리의 J부장이 자라 등껍질을 앞니로 박박 긁으면 먹고 있다. "부장님, 자라등 구멍 나겠소" 하니 씨익 웃는다. 자라 등껍질에 박준형표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5. 결론
  - 쌈바탕 넌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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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1-21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신용문객잔에선 인육만두가 나오는데 그곳에선 자라가 나왔군요..^^
자라가 스테미너식이라고는 하던데..^^

춤추는인생. 2007-11-20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샴바탕이라. 중국사람들은 정말로 못먹는게 없으니까요 한 십년전 중국으로 장기출장 떠났던 삼촌이 사온 뱀술은 아직도 잊을수가 없어요 ㅎㅎ 전 남자들이 선호하는 특정음식들. 몸에 좋다고 땀뻘뻘흘려가며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 너무 낯설어 보여요;; 차라리 그순간 패스트 푸드 좋아하는 남자가 낫겠다 싶죠^^

가시장미 2007-11-20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부장.. 왠지 친근하다는... -_-ㅋ 근데... 음... 박준형표 이빨자국이라....
친근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싶어졌습니다. ㅋㅋ

쌈바탕은.. 쌈바춤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아무 연관 없나요? 으흐
혹시 모르잖아요. 쌈바춤을 추면서 먹는 음식일지도... 켁!

icaru 2007-11-21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탑!오.브.더. 월.드으~ 로 시작해서... 썀바탕 넌 끝이다. 흐미 웃겨서 눈물나요~
담배냄새에 절인듯한 향신료... 이 부분에서 마구 (후각 포함) 시각과 미각을 -줄곧 바라마지 않던 방향으로- 자극하는 거이 이 글... 다이어트 하려 할 때 다시 찾아와 읽어야 겠어요.

잉크냄새 2007-11-21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 그나마 이곳에서 중국만두가 입맛에 맞았었는데,,,구태여 그것을 인지시켜주시다니...ㅠㅠ

춤인생님 / 하늘에는 비행기를 빼고, 땅에는 지하철을 빼고는 다 먹는다는 말이 있더군요. 특히 남쪽지방에서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합니다. 출장 기간중에 남쪽지방을 좀 여행할까 하는데, 참 난감해지네요.^^

장미님 / J부장, 친근하죠? 식당에 새로 산 외투를 입고 왔던데요?ㅎㅎ 쌈바춤이랑은 무관할꺼고 깽깽깽깽 경극을 하면서 먹는 음식일지도 모르죠.

이카루님 / 역시 이카루님도 "어텐션, 플리이지, 바우" 세대다우십니다. 저도 지금 사성도 찍지 않고 "힝 까우 씽" 이런 식으로 적고 다닙니다.ㅎㅎ

stella.K 2007-11-21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자라가 스태미너에 그렇게 좋다던데. 한번 잉크님도 박형준 이빨자국 좀 내시지 그러셨습니까? 가끔 베트남 쌀국집에 가서 쌀국수 시키면 화장품 분냄새와 분필가루 섞어놓은 야릇한 냄새가 나곤 하던데, 역시 우리나라 입맛엔 우리나라 음식이 최고겠죠? 그동안 김치찌개는 드셔보셨습니까?ㅋ

잉크냄새 2007-11-21 14:09   좋아요 0 | URL
보통 이곳 주재원들이 음식 적응하는데 3달 정도 걸린다고 하더군요. 물론 처음부터 자라등 박박 끍을 정도로 훌륭한 적응력을 보이는 출장자들도 있지만요. 이곳은 한국 식당이 많아서 한국음식 먹는건 어렵지 않아요. 다만 비싸고 미묘한 맛의 차이가 있지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07-11-21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만한 건 다 먹을 수 있는 제 식성이 중국에서도 통할까 궁금해져요.
:0

비로그인 2007-11-22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음...자라.....=_=
하지만 한국에서도 게장같은 것을 먹으니까...나라마다 먹는 문화가 다르니까...중얼
처음에는 '에잉~ 사진 올려주지' 라고 생각했지만, 다 읽고나니 ...안 올려주신 것에
감사를....(긁적) ^^;

잉크냄새 2007-11-22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님 / 속단은 금물입니다. 중국, 특히 남부 지방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합니다.ㅎㅎ

엘신님 / 간장 게장은 양반이 아닐까 싶네요. 의식주 모두 그 지역마다의 독특한 습성을 지닌 것으로 이해하지만, 아직 저는 적응하기 쉽지 않네요.ㅎㅎ

은비뫼 2007-11-23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만 해도 아무래도 저도 중국 가면 적응이 힘들 거 같다는 생각이 살포시 듭니다.
그냥 모르고 먹는게 상책이다라는 생각도 듭니다. 풋-
그래도 맛난 요리들을 찾아 먹어야겠죠. 잉크냄새님, 좋은 음식 많이 드시고 건강하세요.

잉크냄새 2007-11-24 14:11   좋아요 0 | URL
모르고 먹는것이 상책이긴 한데, 후각과 시각마저 모른채 할수가 있어야죠.ㅎㅎ

털짱 2007-12-04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하

"5. 결론 - 쌈바탕 넌 끝이다."에서 완전 뒤집어졌습니다.

저도 중국에서 뱀탕과 비둘기튀김을 먹었던 생각이 새롭게 나네요...^-^

잉크냄새 2007-12-04 11:34   좋아요 0 | URL
뱀탕, 비둘기탕......................
털짱님, 졌습니다.털푸덕.
 

찡칭,
네가 전화하지 않았다면 참 삭막한 주말이었을꺼야. 누런 하늘을 멍하니 보고 있었거나 목적지 없는 거리를 걸었을지도 몰라. 네가 사천성 출신이라는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면 네가 사천요리를 사주고 싶어한다는 전화기 저편의 중국어를 알아듣지 못했을꺼야. 벌써 낙엽이 바람에 정처 없이 휩쓸리기 시작한 거리 벤치에서 식당에서 쓰는 중국어 표현을 어눌한 발음으로 연습하는 나를 멀리서 쳐다보는 너를 발견했을 때 순간 가슴 한 켠이 먹먹해지더라. 알 수 없는 먹먹함은 중국 식당에서도, 거리로 나오고 나서도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았어. 내가 그토록 적응하지 못하는 중국음식의 강한 향신료 때문도 아니고, 사천요리 특유의 매운 맛도 아니었어. 물론 향수 때문도 아니었어. 잎을 다 떨구고 겨울을 맞이하는 가로수 옆 너의 모습이 앙상해 보였고, 낡고 닳아 헤어진 소매 자락이 힘없이 나폴거리는 모습이 서글퍼 보였기 때문인지도 몰라. 많은 인파 속에서 네 외투를 가리키며 선물해주고 싶다는 눈치를 보였을 때, 넌 “메이꿘시(괜찮아요)”를 되풀이하였고, 적합한 중국어 표현을 찾지 못한 난 “워~(난~)”만 되풀이하다 너의 손바닥에 “心”자를 적어주었어. 손바닥 위 글자를 따라 내려간 체온이 사라지기 전에 넌 밝은 얼굴로 머리를 끄덕였어. 겨울 외투를 사서 나온 거리에서 한번 입어보라는 제안에 넌 지금 신고 있는 운동화에 입는 옷이 아니라며 다소 뽀로통한 표정을 지었고, 옷을 고르던 모습이나, 가격을 흥정하는 모습이나, 뽀로통한 모습에서 한국이나 중국이나 여자는 똑같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 큰 소리로 웃고 말았어. 광장의 다른 중국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찡칭, 천진의 겨울은 뼛속을 파고든다고 한다. 따뜻한 겨울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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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1-12 1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쩡찡이란 분은 아마도 잉크냄새라는 후끈하고 훈훈한 인간난로가 옆에 있었기에
그리 춥진 않았을 듯 싶습니다..^^

잉크냄새 2007-11-12 19:26   좋아요 0 | URL
천진은 향후 중국 산업의 중심이 된다고 합니다. 어디나 그렇듯 급속하게 자본이 침투한 곳은 양극화가 심해집니다. 짝퉁 천국이라는 양허시장과 신문화가 넘치는 탕구?중심을 가보았는데 10위엔을 깍는 양허시장과 달리 탕구에는 3000위엔이 넘는 옷들이 줄비하더군요. 댓글이 좀 빗나갔지만 메피님의 마음도 전해드리지요.^^참, 찡찡은 얼음 깨지는 소리고 찡칭입니다요.ㅎㅎ

가시장미 2007-11-13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찡칭님..... 모습이 마구마구 상상이 돼요! :) 축하드려야 하는건가요? 으흐
겨울.... 따스할 수도 있겠죠? 전 요즘 따스한데 ㅋㅋ

잉크냄새 2007-11-13 09:34   좋아요 0 | URL
겨울은 그래요. 얼어붙을듯한 몸의 촉감으로도,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는 바람의 소리로도, 겨울나무의 냄새로도 겨울을 느낄수 있어요. 올 겨울은 낡고 닳은 그들의 외투자락에서 겨울을 더 느끼지 않을까 싶네요.

겨울 2007-11-13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흐뭇하고 따뜻하면서도 그립고 쓸쓸한 풍경.
지낼만 하신가요? 뼛속을 파고드는 천진의 겨울이 사뭇 궁금하네요.
왠지 얼음이 쩍쩍 갈라지는 그런 겨울이 이곳에는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아서요.

잉크냄새 2007-11-13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몽님 / 네, 저도 쓸쓸했던 풍경속을, 흑백사진같던 풍경속을 서성인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아직까지는 얼음이 쩌엉~ 쩌엉~ 우는 겨울을 느끼지 못했지만, 이곳 겨울 바람이 가히 살인적이라고 하더군요.

殺靑님 / 저도 그래요. 사람사는 냄새, 어찌보면 당연한 냄새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이 참 씁쓸하기도 하더군요.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가시장미 2007-11-14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끼어든 가시장미 -_- 사람냄새... 음.....잉크냄새도 나죠. ㅋㅋㅋ
그나저나.. 중국의 공기나 물에 적응은 하셨나요? 중국가면 그게 가장 힘들다던데...
참 음식도 적응하기 힘드시겠네요. 바쁘시겠지만, 행복한 소식 많이 전해주세요 :)

잉크냄새 2007-11-14 09:45   좋아요 0 | URL
이곳의 공기와 물에 대하여는 이런 말이 있더군요. 여기 있다가 귀국하면 공기와 물의 고마움을 새삼 느끼게 된다고요.ㅎㅎ 진짜 적응하기 힘든건 음식이네요. 자극성 강한 향신료, 징그러운 음식재료,,, 요즘 음식이 무서워지고 있어요.-,.-

프레이야 2007-11-14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바닥에 새긴 필담 '마음'..
잉크냄새님, 너무 따뜻해져요^^

잉크냄새 2007-11-14 13:48   좋아요 0 | URL
전 옆지기님의 사진에 항상 따뜻해지는걸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07-11-14 1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사람 사이에서 통하는 건 언어가 아니라 마음인 듯.

icaru 2007-11-14 12:52   좋아요 0 | URL
마음 심 자!
초면이지만 빙고를 크게 외치고 싶었다는.... 2

잉크냄새 2007-11-14 14:23   좋아요 0 | URL
마음님 / 이심전심인가 보죠, 세상 어디든지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문이 존재하나 봅니다.

살청님, 이카루님 / 구면이지만 빙고를 크게 외치고 싶었다는....3

잉크냄새 2007-11-14 18:56   좋아요 0 | URL
한때는 이렇게 굴비 엮으며 놀던 것이 유행이었던 적도 있지요.ㅎㅎ

라로 2007-11-14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글이 이 계절을 더욱 따뜻하게 해주는것 같아요~.(겨울, 춥지만 따뜻한 계절이라는 느낌~.^^;;;)

잉크냄새 2007-11-15 13:58   좋아요 0 | URL
한국은 지금쯤 늦가을 날씨겠네요. 이곳은 어제부터 초겨울로 진입했네요. 따뜻한 계절 보내시길...

춤추는인생. 2007-11-19 15: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바닥에 심자새기는 부분. 영화에 써도 좋을듯해요.. 저는 과장님 글 읽는 동안 영화 파이란이 생각났어요. 영화속 배경도 겨울로 기억남을만큼 참 시리고 추운 영화면서도 뭔지 모르게 따뜻한 영화니까요.^^

잉크냄새 2007-11-19 20:23   좋아요 0 | URL
파이란, 장백지의 편지를 읽으면서 꺼억꺼억 울던 남자의 모습과 목이 졸려 숨이 넘어가면서도 슬며시 미소짓던 남자의 마지막이 참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 영화죠. 복귀, 축하해요.
 

급하게 결정된 3달간의 중국 장기출장이었다. 중국공장에서의 긴급요청과는 달리 한국본사에서는  보내냐 마느냐를 두고 이곳 중국공장과 꽤 오랫동안 입씨름을 한 모양이다. 중간에 끼어 좀 난감한 입장이기도 했지만 개인적인 견해를 묻는 중역이나 팀장에게는 새로운 문화를 접해보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는 했다. 새로운 문화라니, 조직구조 속에서 무시당하기 쉬운 의견이지만 내 솔직한 감정은 그것이었다.

출장을 며칠 앞둔 어느 시점부터 가슴속에 묘한 감정이 자라났다. 약간의 두려움, 회피하고픈 욕구, 설레임, 동경, 여행도 아니고 년말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것이 분명한 업무를 추진하러 혼자 떠난다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 본사 업무로 출장이 힘들것이라는 말 한마디면 빠질수 있다는 회피욕구, 삼십여년을 익숙하게 지내온 환경을 버리고 떠난다는 설레임, 내 삶의 저 밑바닥에 언제부터인가 웅크리고 앉아있던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 두려움이나 회피하고픈 나약한 생각이 들때마다 난 차안에서 혼자 중얼거리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만약 내가 20대라면 주저없이 설레임과 동경의 손을 들어주었을꺼야" 점차 두려움과 동경이라는 시소의 무게중심은 동경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나는 열망한다. 세월이 흘러 백발이 성성하여도 설레임과 동경함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살아가길. 좀더 자유로와져 티벳의 어느 거리에서 다이아몬드를 박은듯한 아이의 눈을 바라보고, 체게바라가 질주하던 남미의 어느 도로위를 달려가기를...

p.s) 호텔이 아닌 아파트에 투숙하게 되었다. 공안당국에 거주지 신고가 늦어져 오후에 경찰서로 출두해야한다. 한국에서도 안가본 경찰서를. 퇴근길에 세제와 피죤을 사야한다. 중국어로 알아두어야겠다.

p.s) 불빛이 없다. 시내중심의 화려한 불빛과는 반대로 거주지에는 거의 불빛이 없다. 그래서 삭막하다.

p.s) 택시를 탈때마다 공포를 느낀다. 신호무시, 사람무시, 차량무시...먼저 들이대면 임자다. 어제도 반대 차선에 널부러진 오토바이와 사람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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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7-11-06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0여 년...? 그 보다 더 되지 않으셨나요? ㅋ
그럼 지금도 중국에 계시는가 보군요. 세제와 피죤은 중국어로 뭐라고 하나요?
암튼 건강하게 잘 마치시고 귀환하시길 빕니다.
간간히 잉크님이 보시는 중국이야기도 올려 주시면 고맙구요.^^

잉크냄새 2007-11-06 14:00   좋아요 0 | URL
30여년이면 31~40을 다 포함하지 않나요.ㅎㅎ 40을 넘어서기 전까지는 전 항상 30여년입니다. 세제와 피죤은 좀 찾아봐야할듯 합니다. 중국은 영어가 하나도 통하지 않아요. 택시도, 호텔도 영어로 이야기하면 전혀 못알아듣더군요.

장미 in Korea 2007-11-06 1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선물 사다줘요. 홍콩판 육포! ㅎㅎ (맛난걸로 유명하다던데..)
중얼중얼..

Mephistopheles 2007-11-06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석달 동안 몸 건강히 일 무사히 마치고 오세요 잉과장님..^^
길에서 마주 친 어여쁜 꾸냥이 잉과장님을 유혹해도 절대 넘어가지 마시고요.^^(아 갑자기 시마이사 중국출장편이 생각이 나버린다는..)

잉크냄새 2007-11-06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 오호, 그럼 중국어판 소설을 읽으실 정도로 중국어에 정통하시다는 말씀이신데,,,잠시 여기 오셔서 통역좀 해주세요.

장미님 / 홍콩판 육포의 맛은 잘 모르겠고 얼마전 중국 육포를 선물받기는 했는데, 그건 맛이 영 아니올시다 였습니다.

메차장님 / 큰일입니다!!! 어여쁜 꾸냥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뎁쇼!!!

2007-11-06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07 14: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비뫼 2007-11-07 0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파트에서 적응하셔야 겠네요. ^^ 건강 잘 챙기시고요.
그나저나 택시 탈 때 걱정 좀 되시겠습니다. 가끔 재미있는 중국 이야기도 들려주세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07-11-07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단기 출장이 아니었네요. 저는 다음에 여행을 가면 딱 한 나라만 정해서 몇 달 살아보고 싶은데. 아무래도 출장은 여행이 되기 어렵다눈. ㅡ,.ㅡ 그래도 석 달 동안은 신선하겠어요.:)

마노아 2007-11-07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그럼 해 바뀌어서 돌아오시는 거야요? 건강히 잘 지내셔요~ 택시는... 듣는 사람도 무섭네요ㅠ.ㅠ

잉크냄새 2007-11-07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비뫼님 / 회사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다보니, 구태여 아파트 적응이라는 부분이 생소하네요. 택시는 여전히,,,,맘에 들지 않아요.^^

마음님 / 전 현재 생각중인 것은 인도 6개월 / 남미 6개월 이렇게 장기여행을 하는겁니다. 은퇴후나, 혹은 이직을 하게 될경우 꼭 해보고 싶은 겁니다.

마노아님 / 그렇죠, 한살 더 먹고 와야죠, 그리고 중국에서 먹은 나이는 잊어야죠.ㅎㅎ

2007-11-07 14: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07 1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07-11-08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님, 중국 계신 거군요. 3개월 안녕히 지내시다 오시길요..
택시 타기 겁난다시니 참..ㅜㅜ

잉크냄새 2007-11-12 18:17   좋아요 0 | URL
택시는 이제 익숙해져갑니다. 혜경님도 건강히 잘 지내시길...
 

이탈한 자가 문득

- 김중식 -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
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
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
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
함으로써 두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
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
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

삶의 원심력이 작용하는 거리를 알지 못하는 우리는
명왕성에 다가가지 못하고 지구만큼의 삶의 궤도를
빙빙 돌 뿐이다. 생성과 소멸이 찰나인 별똥별에게
그저 성호를 하나 긋는 것으로 이탈한 자의 자유로움에
경의를 보내며 언제가 소멸한 나의 삶의 궤적을 그냥
흘낏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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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22 16: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19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시장미 2007-10-25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각자의 삶의 궤도가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 그리고 내가 갖고 있는 궤도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리라는 생각을 할 때면 다가오는 시간이 두렵기만 했어요. 반복되는 것이 두렵다는 것보다는 고착되는 나의 모습이 두려운 것이였죠. 고착이라는 것은 내가 가진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고, 더 이상 나아가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기도 하니깐요.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다른 생각을해요. 궤도가 변하지 않더라도, 내 자신의 모습을 수용하거나 반성하는 시간을 통해서 궤도안에서도 다른 모습을 지닐 수 있다면... 그것은 궤도를 벗어난 것과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거든요. 조금 엉뚱한 이야기지만, 요즘은 그것에 만족하면서 보낸답니다. 삶의 궤도보다는 제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 제 생각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요. 참... 신기하더라구요. :)

2007-10-25 1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29 1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가시장미 2007-10-29 0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위에 남긴 글.. 다시 읽어보니, 완전 횡설수설이네요 ㅋㅋㅋ 비몽사몽한 상태에 읽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_-;; 요즘은 쓰는 글도, 읽는 글도.. 이상하게 와닿지 않네요. 잉크님, 문득 안부.. 인사 드리러 왔어요.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말이죠.. 이런 날이 있다는게 신기해서.. 알려드리러 왔어요. 저 아무래도 상태가 별로 안좋은 것 같아요 ㅋ
그래보이죠? ㅠ_ㅠ 아흐.. 어쨌든, 날이 너무 추워지고 있네요. 감기조심하세용!

잉크냄새 2007-10-29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미님 댓글 2건 합쳐서 / 미지의 대상이 갖는 보편적인 이미지는 막연한 두려움과 동경인것 같아요. 한살 두살 나이를 먹을수록 그 무게중심이 동경에서 두려움으로 옮겨가나 봅니다. 원심력을 벗어나 삶의 궤도를 이탈하는것 또한 이제는 동경보다는 두려움의 이미지가 커지는 거겠지요. 그 궤도안에서 삶의 모습의 변화를 통하여 느끼는 작은 이탈, 그것이 현실적인 삶을 영위하는 이들의 이탈한 자유로움일수도 있겠네요. 그나저나 주무시다 인사하러 오시다니 이거 황공무지로소이다.^^

가시장미 2007-11-01 11:59   좋아요 0 | URL
으흐흐 역시! '궤도안에서 삶의 모습의 변화를 통하여 느끼는 작은 이탈, 그것이 현실적인 삶을 영위하는 이들의 이탈한 자유로움이라...'
제가 남기고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깔끔하게 정리해주시는 센스!! ㅋㅋ 아무래도 잉크님께 첨삭지도 받아야 할까봅니다. ㅋㅋㅋ
잉크님 오늘 너무 추워요. 얼어죽을 것 같아서 회사에도 담요를 갖다 놓았는데, 얼어죽지는 않았어요. 저 살아있어요! -_-)/ (누가 뭐래?ㅋ)
감기조심하세요~~~~!!!! (약 광고 같죠?ㅋ)

잉크유령 IN CHINA 2007-11-05 16:48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이거, 중국에서 이상하게도 로그인이 되지 않네요. 제 서재에 제가 유령으로 나타나야 하다니...제 글에 장미님이 첨삭지도를 해주고 계시지요. 항상 깊이있는 댓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전 지금 중국 출장중입니다. 올해를 넘기고 내년초에는 귀국할것 같은데, 알라딘에 출장보고서를 쓰려고 하니 로그인이 되지 않네요.-,.-;

가시장미 2007-11-09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년초에 귀국요? 출장을 그리 오랜시간?!!! 잉크님이 없는 한국은 누가 지켜욧! ㅠ_ㅠ

잉크냄새 2007-11-12 18:16   좋아요 0 | URL
장미님이 지켜주세요!!!
 

 

 

 

 

사랑이란,
발견할 수 있는 모든 거울 앞에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지 않고 무심히 지나칠 수 없게 만드는 무엇이다. 자신의 얼굴에 대해 생애 처음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나. 자신의 눈과 코와 입을 그윽하게 들여다보는 나. 한없이 들여다보는 나. 그리고 결론을 내린다. 이렇게 생긴 사람을 사랑해주는 그가 고맙다고. 사랑하지 않고 스쳐 갈 수도 있었는데, 사랑일지도 모른다고 걸음을 멈춰 준 그 사람이 정녕 고맙다고. 사랑이란 그러므로 붉은 신호등이다. 켜지기만 하면 무조건 멈춰야 하는, 위험을 예고하면서 동시에 안전도 예고하는 붉은 신호등이 바로 사랑이다.

양귀자 <모순>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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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7 2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08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7-10-07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군요.
붉은 신호등에 비유한 구절이 멋집니다. 저도 언젠가 그 신호등을 만나고 싶습니다.^^

잉크냄새 2007-10-08 13:0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엘신님.
서재곳곳에서 자주 뵈었는데. 전 붉은 신호등 비유도 좋지만 굵게 칠한 서술형 부분이 더 맘에 들더군요. 걸음을 멈추고 한없이 빙빙 도는 모습에 고마워하잖아요.ㅎㅎ

2007-10-08 1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0-08 1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털짱 2007-10-22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지 마음이 아파오는 글이네요..

잉크냄새 2007-10-23 12:44   좋아요 0 | URL
네,아마 저런 식의 사랑은 아픔을 동반하는 것이 대다수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래도 저런 사랑이 그리운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