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요리은 오감으로 먹는다고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 오감은 부정적인 의미이다. 미각은 둘째치고라도 향신료가 담배냄새처럼 베어있는 중국식당과 정체불명의 요리재료들은 식욕촉진 호르몬의 분비를 깡그리 멈추게 만들곤 한다. 시각이 지날수록 후각세포들은 적응되어가는 모습을 보이나 시각세포들은 여전히 흠칫흠칫 놀라곤 한다. 그래도 워낙 요리가 유명한 중국인지라 삼삼오오 모일적마다 중국식당을 다니곤 한다. 중국에서 심심한 날, 이렇게 요리나 가끔 올려봐야겠다.

1. 요리명 : 썀바탕
  - 사실 썀바탕인지 확실하지 않다. 중국어는 "닌 하오" 말고는 거의 모르고 왔으니, 중학교때 처음 영어공부하듯이 소리나는데로 적고 있다. 셔쳐 필링 컴인 오버 미~~ 이런식이므로 썀바탕 또한 저러하리라.

2. 식당 : 이름 까먹음
  - 출장와서 처음 간 곳이다. 도심이지만 강호를 연상시키는 분위기의 건물이다. 신용문객잔의 장만옥이 피아노줄 걸고 넘실넘실 건너올 분위기지만 청바지에 롱부츠의 아가씨들만 바글바글하다. 역시나 중국의 상징적인 색인 붉은 색 천지의 실내 장식이 등불처럼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3.  재료 : ?, 정체불명의 국물, 소고기, 양고기, 버섯, 미역, 배추, 새우, 두부, 오이, 콩쏘스, 맥주는 공짜
  - 일명 중국 샤브샤브라 불리운다. 세숫대(비유법이 아니라 진짜 찌그러진 세숫대다)를 반으로 나누고 중간에 원형의 공간을 만들었다. 즉, 세가지의 국물이 들어간다. 가운데 원형에 들어가는 재료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먹는 방식은 샤브샤브랑 동일하게 끓는 국물에 살짝 익혀 먹는다. 아직 향신료에 익숙하지 않아 몇점 먹지 못했다. 특히나 중간쯤 누군가 가운데에서 건져낸 오늘의 요리재료 ? 를 보고 나서는 오이만 먹었다.

4. ? 의 정체
  - 국물이 끓기 시작하면서 원형 공간에서 무언가 언뜻언뜻 보일때 우족이려니 생각했다. 잠시후 옆자리의 J부장이 젓가락으로 우족을 들어올리니 자라가 허연 배를 팔등분하고 누워 익어가고 있었다. 메스꺼움을 참으며 오이만 먹고 있으니 옆자리의 J부장이 자라 등껍질을 앞니로 박박 긁으면 먹고 있다. "부장님, 자라등 구멍 나겠소" 하니 씨익 웃는다. 자라 등껍질에 박준형표 이빨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었다.

5. 결론
  - 쌈바탕 넌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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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11-21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 신용문객잔에선 인육만두가 나오는데 그곳에선 자라가 나왔군요..^^
자라가 스테미너식이라고는 하던데..^^

춤추는인생. 2007-11-20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샴바탕이라. 중국사람들은 정말로 못먹는게 없으니까요 한 십년전 중국으로 장기출장 떠났던 삼촌이 사온 뱀술은 아직도 잊을수가 없어요 ㅎㅎ 전 남자들이 선호하는 특정음식들. 몸에 좋다고 땀뻘뻘흘려가며 먹고 있는 모습을 보면 너무 낯설어 보여요;; 차라리 그순간 패스트 푸드 좋아하는 남자가 낫겠다 싶죠^^

가시장미 2007-11-20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J부장.. 왠지 친근하다는... -_-ㅋ 근데... 음... 박준형표 이빨자국이라....
친근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싶어졌습니다. ㅋㅋ

쌈바탕은.. 쌈바춤과 어떤 연관이 있을까요? 아무 연관 없나요? 으흐
혹시 모르잖아요. 쌈바춤을 추면서 먹는 음식일지도... 켁!

icaru 2007-11-21 0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탑!오.브.더. 월.드으~ 로 시작해서... 썀바탕 넌 끝이다. 흐미 웃겨서 눈물나요~
담배냄새에 절인듯한 향신료... 이 부분에서 마구 (후각 포함) 시각과 미각을 -줄곧 바라마지 않던 방향으로- 자극하는 거이 이 글... 다이어트 하려 할 때 다시 찾아와 읽어야 겠어요.

잉크냄새 2007-11-21 0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 그나마 이곳에서 중국만두가 입맛에 맞았었는데,,,구태여 그것을 인지시켜주시다니...ㅠㅠ

춤인생님 / 하늘에는 비행기를 빼고, 땅에는 지하철을 빼고는 다 먹는다는 말이 있더군요. 특히 남쪽지방에서는 상상을 초월한다고 합니다. 출장 기간중에 남쪽지방을 좀 여행할까 하는데, 참 난감해지네요.^^

장미님 / J부장, 친근하죠? 식당에 새로 산 외투를 입고 왔던데요?ㅎㅎ 쌈바춤이랑은 무관할꺼고 깽깽깽깽 경극을 하면서 먹는 음식일지도 모르죠.

이카루님 / 역시 이카루님도 "어텐션, 플리이지, 바우" 세대다우십니다. 저도 지금 사성도 찍지 않고 "힝 까우 씽" 이런 식으로 적고 다닙니다.ㅎㅎ

stella.K 2007-11-21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자라가 스태미너에 그렇게 좋다던데. 한번 잉크님도 박형준 이빨자국 좀 내시지 그러셨습니까? 가끔 베트남 쌀국집에 가서 쌀국수 시키면 화장품 분냄새와 분필가루 섞어놓은 야릇한 냄새가 나곤 하던데, 역시 우리나라 입맛엔 우리나라 음식이 최고겠죠? 그동안 김치찌개는 드셔보셨습니까?ㅋ

잉크냄새 2007-11-21 14:09   좋아요 0 | URL
보통 이곳 주재원들이 음식 적응하는데 3달 정도 걸린다고 하더군요. 물론 처음부터 자라등 박박 끍을 정도로 훌륭한 적응력을 보이는 출장자들도 있지만요. 이곳은 한국 식당이 많아서 한국음식 먹는건 어렵지 않아요. 다만 비싸고 미묘한 맛의 차이가 있지요.

마음을데려가는人 2007-11-21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만한 건 다 먹을 수 있는 제 식성이 중국에서도 통할까 궁금해져요.
:0

비로그인 2007-11-22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음...자라.....=_=
하지만 한국에서도 게장같은 것을 먹으니까...나라마다 먹는 문화가 다르니까...중얼
처음에는 '에잉~ 사진 올려주지' 라고 생각했지만, 다 읽고나니 ...안 올려주신 것에
감사를....(긁적) ^^;

잉크냄새 2007-11-22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님 / 속단은 금물입니다. 중국, 특히 남부 지방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합니다.ㅎㅎ

엘신님 / 간장 게장은 양반이 아닐까 싶네요. 의식주 모두 그 지역마다의 독특한 습성을 지닌 것으로 이해하지만, 아직 저는 적응하기 쉽지 않네요.ㅎㅎ

은비뫼 2007-11-23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각만 해도 아무래도 저도 중국 가면 적응이 힘들 거 같다는 생각이 살포시 듭니다.
그냥 모르고 먹는게 상책이다라는 생각도 듭니다. 풋-
그래도 맛난 요리들을 찾아 먹어야겠죠. 잉크냄새님, 좋은 음식 많이 드시고 건강하세요.

잉크냄새 2007-11-24 14:11   좋아요 0 | URL
모르고 먹는것이 상책이긴 한데, 후각과 시각마저 모른채 할수가 있어야죠.ㅎㅎ

털짱 2007-12-04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하하

"5. 결론 - 쌈바탕 넌 끝이다."에서 완전 뒤집어졌습니다.

저도 중국에서 뱀탕과 비둘기튀김을 먹었던 생각이 새롭게 나네요...^-^

잉크냄새 2007-12-04 11:34   좋아요 0 | URL
뱀탕, 비둘기탕......................
털짱님, 졌습니다.털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