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한 자가 문득
- 김중식 -
우리는 어디로 갔다가 어디서 돌아왔느냐 자기의
꼬리를 물고 뱅뱅 돌았을 뿐이다 대낮보다 찬란한 태
양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한다 태양보다 냉철한 뭇별
들도 궤도를 이탈하지 못하므로 가는 곳만 가고 아는
것만 알 뿐이다 집도 절도 죽도 밥도 다 떨어져 빈 몸
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보았다 단 한 번 궤도를 이탈
함으로써 두번 다시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지라도 캄
캄한 하늘에 획을 긋는 별, 그 똥, 짧지만, 그래도 획
을 그을 수 있는, 포기한 자 그래서 이탈한 자가 문득
자유롭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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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원심력이 작용하는 거리를 알지 못하는 우리는
명왕성에 다가가지 못하고 지구만큼의 삶의 궤도를
빙빙 돌 뿐이다. 생성과 소멸이 찰나인 별똥별에게
그저 성호를 하나 긋는 것으로 이탈한 자의 자유로움에
경의를 보내며 언제가 소멸한 나의 삶의 궤적을 그냥
흘낏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