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결정된 3달간의 중국 장기출장이었다. 중국공장에서의 긴급요청과는 달리 한국본사에서는 보내냐 마느냐를 두고 이곳 중국공장과 꽤 오랫동안 입씨름을 한 모양이다. 중간에 끼어 좀 난감한 입장이기도 했지만 개인적인 견해를 묻는 중역이나 팀장에게는 새로운 문화를 접해보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는 했다. 새로운 문화라니, 조직구조 속에서 무시당하기 쉬운 의견이지만 내 솔직한 감정은 그것이었다.
출장을 며칠 앞둔 어느 시점부터 가슴속에 묘한 감정이 자라났다. 약간의 두려움, 회피하고픈 욕구, 설레임, 동경, 여행도 아니고 년말에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것이 분명한 업무를 추진하러 혼자 떠난다는 사실에 대한 두려움, 본사 업무로 출장이 힘들것이라는 말 한마디면 빠질수 있다는 회피욕구, 삼십여년을 익숙하게 지내온 환경을 버리고 떠난다는 설레임, 내 삶의 저 밑바닥에 언제부터인가 웅크리고 앉아있던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 두려움이나 회피하고픈 나약한 생각이 들때마다 난 차안에서 혼자 중얼거리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만약 내가 20대라면 주저없이 설레임과 동경의 손을 들어주었을꺼야" 점차 두려움과 동경이라는 시소의 무게중심은 동경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다.
나는 열망한다. 세월이 흘러 백발이 성성하여도 설레임과 동경함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살아가길. 좀더 자유로와져 티벳의 어느 거리에서 다이아몬드를 박은듯한 아이의 눈을 바라보고, 체게바라가 질주하던 남미의 어느 도로위를 달려가기를...
p.s) 호텔이 아닌 아파트에 투숙하게 되었다. 공안당국에 거주지 신고가 늦어져 오후에 경찰서로 출두해야한다. 한국에서도 안가본 경찰서를. 퇴근길에 세제와 피죤을 사야한다. 중국어로 알아두어야겠다.
p.s) 불빛이 없다. 시내중심의 화려한 불빛과는 반대로 거주지에는 거의 불빛이 없다. 그래서 삭막하다.
p.s) 택시를 탈때마다 공포를 느낀다. 신호무시, 사람무시, 차량무시...먼저 들이대면 임자다. 어제도 반대 차선에 널부러진 오토바이와 사람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