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 청춘의 어두컴컴한 한 시기에 (뭐 청춘이 다 어두컴컴한 것은 절대 아니지만 암울했던 한 시기는 누구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무인도나 인적이 드문 벽지에 틀어박혀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프라이데이를 끌어들인 로빈슨, 배구공과 끈끈한 정을 나눈 케스트 어웨이의 톰 행크스, 옷을 뒤집어쓰고 쓰리고를 친 승원(?)에게서 보여지는 고립무원의 적막감보다는 고립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풍기는 묘한 매력에 잠시 이끌린듯 싶다.

 

영동고속도로가 새단장을 하기 전 대관령을 넘어가는 길은 꼬불꼬불한 2차선 도로였다. , , 안개가 워낙 순식간에 쓸고 지나가는 곳이다. 밤의 대관령 길의 운치는 대관령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강릉이라는 도시이다. 별들을 뿌려놓은 도시 라는 말이 이곳처럼 어울리는 곳도 없을 것이다. 지금은 신규 고속도로가 뚫려 구도로로 다니는 차량이 거의 없지만, 객지 생활이 익숙치 않던 학창시절의 대관령 정상에서 느껴지던 비릿한 바다내음과 함께 차창 밖으로 뿌려지는 별들의 향연은 또 하나의 그리움이었다. 동서울에서 주문진으로 향하던 버스는 나에게 있어 택시나 마찬가지였다. 학생 시절, 밤에 올라타는 직행버스의 승객은 나 혼자 유일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기사 양반은 노래 부르며 운전하고 승객은 뒷자리 창문을 열고 담배 피고 맥주 먹고 자고, 그래서 곧잘 버스를 택시라고 부르곤 했다.

 

아마 그때도 폭설이 내리고 있었고 승객은 물론 나 혼자였다. 대관령을 지나던 버스는 투덜거리던 엔진음을 마지막으로 멈추어 버렸다. 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재미삼아 던지던 눈싸움도 지루해질 무렵부터는 하나 둘 대관령을 따라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난 워낙 천하태평인 성격인지라 덮고 잘 신문지나 준비하고 여차하면 차에서 자버릴 생각이었기에 좌석에 누워 밤하늘과 어둠을 묻어버리는 눈발을 보고 있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잔설은 외로움이고 폭설은 아픔이다. 잠시 이런 저런 상념에 빠져들다 눈을 뜨니 기사 양반 혼자 콧노래를 부르며 거의 도착한 상태였다.

 

짧은 고립이었지만 첫경험에서 느껴지던 묘한 매력은 아직도 두 손에 잡힐 듯 남아있다. 자유, 해방감….뭐 이런 정형화된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형체가 전혀 없어면서도 다른 무엇보다 또렷이 형상이 느껴지는 듯한 그런 매력, 전라도 지방의 폭설로 고립된 차들을 보다가 문득 그 짧았던 고립의 묘한 매력이 다시금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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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5-12-22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은 고립에서조차 잉크냄새가 설핏 남아 있어요.
(그런데 말예요. 알라딘 밖에서 너무 오래 고립되어 계시면 위험하다는 거 아시죠? 자주 뵙자구요.)

진주 2005-12-23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잉?

아무도 댓글을 안 다시고 추천만 누르지....
나만 고립....ㅠㅠ

내가없는 이 안 2005-12-23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짧은 고립에서 자유를 느낀다는 표현, 이해할 듯도 합니다. 진짜배기 고립을 원하고 있는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짧은' 고립은 달콤하겠죠? 버스가 택시화되는 경험, 저도 많아요. 종점 가까운 집에서 살면서 밤늦게 다니는 사람은 늘 막판에 택시가 된 버스를 탄다죠. ^^

Laika 2005-12-24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님의 짧았던 고립의 순간을 읽고 또 읽으며 "별들을 뿌려놓은 도시"를 한없이 그리워합니다.
기쁜 마음으로 또는 가벼운 한숨과 함께 바라보던 모습 ...
가끔 별빛과 혼동되어 보이던 오징어잡이 배들의 빛 ...
그 밤의 풍경은 아니지만..크리스마스 선물로 사진을 두고 갑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미네르바 2005-12-24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문정희 시인의 <한계령을 위한 연가>가 생각났어요. 짧은 고립의 매력... 저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었나 생각해 보는데... 기억이 나질 않네요^^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에요.
아기 예수의 탄생이 님에게도 기쁨이 되는 날이 되길 바래요^^

비로그인 2005-12-25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미..눈 속에서의 고립!! 짜릿하기도 하지만 좀 무서울 거 같습니다. 전 고장난 엘리베이터 안에 고립되어 있었는데, 자이로드롭처럼 쏜살같이 내려가던 미친 속도를 생각하면 지금도 쭈뼛!+__+;

잉크냄새 2005-12-26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 고립에 묻어나는 잉크냄새는 뭘까요? 궁금하네요.^^
이안님 / 어쩌면 단내나는 고립을 경험한 것일수도 있죠. 고립, 결코 낭만적이지 않은, 그러나 한번쯤 가슴을 휩쓸고 지나가는 바람이죠.
라이카님 / 대낮의 대관령이군요. 한밤중에 바라보면 님 말씀처럼 저 멀리 바다에는 오징어배 불빛도 보이고, 공항 활주로의 불빛이 왠지 기착지를 찾는 영혼에게 안도감도 주는듯 하죠.
미네르바님 / 한계령을 위한 연가... 대관령을 위한 연가와 비슷할것도 같네요.
복돌이님 / 무서운 감정이 없더군요. 엘리베이터의 고립, 폐쇄 공포증까지 더해지니 얼마나 겁날까요. 고립이 아닌 공포죠.^^

2005-12-28 1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6-01-16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 이크냄새라뇨... 저도 요즘은 짧막한 댓글 하나 쓰기도 쉽지 않네요. 그래도 가끔 소식 전해주시니 반가울 따름입니다.
 
 전출처 : 박가분아저씨 > 그렁거린다, 라는 표현속에는-[안도현]

양철지붕에 대하여-[안도현]

양철 지붕이 그렁거린다, 라고 쓰면
그럼 바람이 불어서겠지, 라고
그저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삶이란,
버선처럼 뒤집어볼수록 실밥이 많은 것

나는 수없이 양철 지붕을 두드리는 빗방울이었으나
실은, 두드렸으나 스며들지 못하고 사라진
빗소리였으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절실한 사랑이 나에게도 있었다

양철 지붕을 이해하려면
오래 빗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맨처음 양철 지붕을 얹을 때
날아가지 않으려고
몸에 가장 많이 못자국을 두른 양철이
그놈이 가장 많이 상처입고 가장 많이 녹슬어 그렁거린다는 것을
너는 눈치채야 한다

그러니까 사랑하다는 말은 증발하기 쉬우므로
쉽게 꺼내지 말 것
너를 위해 나도 녹슬어가고 싶다, 라든지
비 온 뒤에 햇볕 쪽으로 먼저 몸을 말리려고 뒤척이지는 않겠다, 라든지
그래, 우리 사이에는 은유가 좀 필요한 것 아니냐?

생각해봐
한쪽 면이 뜨거워지면
그 뒷면도 함께 뜨거워지는 게 양철 지붕이란다

....................................................................................................
*'양철지붕에 대하여'를 읽다 보면
뜨, 뜨거운 어느 해 여름이 생각난다.
세월도 지나고 보면
나달나달 닳아진 실밥같은 거
숱한 추억처럼 흔적만 옛이야기처럼 희미한 거

그렇지
삶에도 적당한 은유가 필요하다면
그렁그렁거린다, 라는 표현속에는
눈물 어룽어룽 잊혀진 노래가사도 생각나고....
쪼작쪼작 껌처럼 오래 씹으며 앙다물던 맹세도 생각나고...
죄처럼 상처를 둘렀으되 온전히 버텨온 지나온 길도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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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05-12-09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 많이 상처받고 더 많이 녹슬어 그렁그렁 속앓는 소리였구나.
너를 위해 나도 같이 녹슬어가는 소리.. 속앓음에도 몸 뒤척이지 못하는 그렁그렁 소리...
뜨거운 양철지붕의 빗소리에 저리도 가슴시린 사랑이 있었구나.

2005-12-10 0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12-14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님 / 흠...그런 일이 있었군요. 난감하셨겠구려! 지난 여름 뜨겁게 내리쬐던 빨간 양철지붕 표지도 생각나고. 삐거덕 삐거덕 녹슨 못 자리가 바람에 힘겨워 하던 소리도 생각나고, 빗방울 연신 퉁탕퉁탕 거리던 양철지붕 못구멍 사이도 생각나고...

미네르바 2005-12-14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양철 지붕 아래에서 빗소리를 들은 적이 있나 생각해 보네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없는 것 같아요.
양철지붕 아래서 빗소리를 들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잉크님은 들어 보셨나요? 그냥, 궁금...^^

잉크냄새 2005-12-26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레르바님 / 아주 어릴적 기억이죠. 철 들고 나서는 한번 정도인가 경험이 있었던것 같기도 하고, 가물가물하네요.
 

술과 실수는 바늘과 실과 같은 것이라 할수 있다. 술자리에서 어느 정도의 실수는 차라리 인간적이라고도 할수 있지만 두고두고 안주거리로 인구에 회자되는 것은 피할수 없는 술 취한 자의 운명이다. 난 취해도 표가 나지 않는 편이었다. 아무리 취해도 비틀거리거나 말이 꼬이지 않으니 친한 사람 몇을 제외하고는 내가 취한지 아닌지 잘 구분하지 못했다. 그러니 결국은 건배의 대상이 되고 실수를 하게 만드는 원인이었다.

술 취한 자들의 회귀본능은 연어보다 뛰어나다. 연어는 그 과정이 고되고 생의 마지막 여행일지라도 맨 정신인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남는것 없는 술 취한 자의 회귀본능은 비몽사몽간에 이루어지기에 더 대단하다. 어떻게 들어왔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지만 아침에 보면 그래도 방구석 한자리 이부자리까지 깔고 자고 있는 모습은 가련하다가도 스스로 대견(?)스러워지기까지 한다.

벌써 몇년전의 일이다.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른 상태였고, 귀가길에 올라탄 택시에서 깜박 잠이 들었다. 다 왔다고 말하는 기사양반의 목소리에 잠을 깨어 앞에 탄 사람에게 " 야, 택시비 니가 내! " 라고 말하고 술 취한 몸을 추스리면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몇걸음 갔을까. 뒤를 따라오는 급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 내 뒤를 쫓아오는 발걸음 소리, 이거 의외로 신경쓰이는 때가 있다. 특히 어두컴컴한 곳에서는 더욱 그랬다.

발걸음을 빨리 했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행동강령을 속으로 주절거리면서. 점점 빨라지는 발걸음 소리, 결국 얼마가지 않아 누군가 커다란 손으로 내 어깨를 잡았다. "누구야" 최대한 강한 어투로 말하는 나에게 그 양반은 점잖게, 그러나 냉소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 손님, 혼자 타셨는데요."  택시 기사 양반이었다. 술은 꼭 찬물이나 꿀물로 깨는 것은 아니다. 몸둘바 모르는 챙피함이 술 깨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겪어보면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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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eetmagic 2005-12-05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킥킥킥킥....

(교수님이 옆에 계서서 허벅지, 뱃살 잡히는데로 꼬집고 있음 ㅎㅎㅎ)

ceylontea 2005-12-05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황당했을 택시운전사 아저씨..
그리고.. 그 순간 잔뜩 긴장했을 잉크냄새님.. ^^
저도 원래 필름 잘 안끊기는데.. 전에 한번.. 결혼 전 혼자 살때.. 집까지 온 기억은 나는데, 그후 어찌했나 기억이 안나더군요..
그래서... 그다음부턴 조심하기로 했죠... 결혼도 안한 처자가 말입니다..
이젠.. 애때문에도 술많이 먹지 못하지만.. 이젠 술먹는것도 귀찮고 싫다는... 그래서... 강하지도 않은 술이 점점 약해진다지요. ^^

울보 2005-12-05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난감하셧을까 정말 술이 확깨셧을것 같아요,,

Laika 2005-12-05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에 누군가 탔을꺼예요...귀신이.....=3=3=3

ceylontea 2005-12-05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이카님.. 너무 무서워요... (징징)

chika 2005-12-05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이거 잉크냄새님이 얘기하시니 더 재밌는거 같아요. ^^

검둥개 2005-12-06 0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ㅎㅎㅎㅎㅎ ;)

icaru 2005-12-06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취중 배짱이 장난이 아니시네요...!
아이고배야!!
3탄..기대해도 되겠심까?

잉크냄새 2005-12-06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군가 분명히 같이 탄것 같았어요. 저보다 기사 양반이 더 겸연쩍었을것 같네요.
아, 그리고 이미지 관리상 3탄은 자제할랍니다.^^

비로그인 2005-12-06 1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하..하이고야..무임승차를 하려 하시다니..흐음..술 취한 잉크냄새님 말에요, 사람이 말에요, 자꾸 그러심..

무지 귀엽삼!! 3탄을 연재하라! 연재하라!!

Laika 2005-12-07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재하라! 연재하라!!

잉크냄새 2005-12-08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됩니다. 이제 조용히 살아갈랍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5-12-15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취한 자의 회귀본능, 이거 잘 알지요. 필름 끊겨나가도 중간중간 이어가며 집으로 돌아오는 본능. 깜빡, 하면 서울역. 깜빡, 하면 갈아탄 버스. 또 깜빡, 하면 버스 종점. 뭐 그런 거 아니에요? ^^ 다시 보니까 제가 한참 전에 못 본 페이퍼군요. 그 이후에는 왜 연재 안 해요?

잉크냄새 2006-01-16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 / 어, 제가 왜 이제야 보게 되는걸까요. 한달이 넘은 댓글, 보실수 있을지 모르지만 성의껏 달아봅니다.ㅎㅎ 저런 글 연재는 제 청춘의 사망신고인것 아시죠?^^
 

술만 먹으면 여자를 소개시켜 준다는 과장이 있다. 특히 그 과장이 신혼초기에 결혼 예찬론을 펼치며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 대상이 나였다.  그 당시 결혼적령기의 나이이기도 했고, 젊은 놈이 일이랑 술 이외에는 여자에 관심을 안보이는 것이 참 안쓰러워 보이기도 했단다.  그 마음이 고맙기도 했지만 짜증났던 것은 거의 둘다 만취 상태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고 그 자리에서 소개를 시켜준다는 거다. 술 취한 놈한테 어쩌라고.

1. 닭집 사건

그 날도 팀 신년회후 알딸딸한 상태로 나와 A과장을 포함하여 대여섯명이 닭집으로 향했다. A 과장이 결혼을 앞두고 한턱내는 자리였다. 한잔, 두잔....혀가 슬슬 꼬부라질 분위기가 형성될 무렵, 여자를 소개해주겠다고, 그것도 당장 가능하다고 큰 소리를 치더니 결혼을 앞둔 형수에게 전화를 했다. 자정이 넘은 시각에 설마 서울에서 이천까지 오겠냐는 주위의 시선이 무색하게도 형수는 한복 디자이너인 아리따운 아가씨를 데리고 왔다. 그녀의 도착 당시 술을 잘 안먹는 한명을 빼고는 전부 만취상태였고 난 화장실로 사라져 자리에 없는 상태였다. 내가 돌아왔을때 그녀는 나의 자리에 앉아있었고 소개팅 당사자인 나를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흐리멍텅한 눈빛으로 들어서던 난 내 자리에 앉은 그녀에게 이랬단다. " 아줌마, 의자 주고 빨리 닭이나 줘요" 형수와 그녀를 제외하고는 거의 만취라 그것이 유머로 통했단다. 닭 주문을 주기적으로 30분 가량 받고 그것이 유머가 아닌 주정임을 안 형수가 화를 내며 그녀를 데리고 서울로 돌아간것을 안것은 다음날 아침이었다. 그날이후로 난 형수에게 " 이 죽일 놈의 대리" 가 되어있었다. 아마 그녀가 내 자리에 앉아있지만 않았어도 최소한 닭 주문을 시키지는 않았을꺼다.

2. 신혼집 화장실 사건

"이 죽일놈의 대리"가 그래도 안타까웠던지 닭집 사건후 한달 정도 지나서 A 과장이 집으로 다시 초대했다. 술 먹으면 실수할 수 있으니 이해해달라는 말로 잘 구슬렸단다. 아마 그날도 술기운이 아니면 A과장의 집으로 가지는 않았을거다. 둘다 알딸딸한 상태로 술자리를 A 과장의 집으로 옮겼고 형수도 합세하여 같이 마셨다. 과장의 집요한 설득과 술을 먹어도 티가 나지 않는 나의 포커페이스에 말려든 형수가 다시 예전의 아리따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충 진행되어가는 감이 잘 되어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고 급기야 그 깨끗한 신혼집의 화장실에서 눈물 콧물 흘려가며 꽥꽥거리며 토악질을 시작했다. 그 소리를 듣던 형수, 조용히 눈을 감고 전화를 끊어버리고 방으로 들어가더란다.

A과장 지금도 술만 먹으면 소개시켜 준다고 말한다. 또 뭔 실수를 저지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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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12-02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뜨하... 술이 웬수죠... 혹시 술은 그저 핑계일 뿐??
간만의 페이퍼 보니까...반가워서...글썽글썽하며 댓글 달아유!

2005-12-02 1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Laika 2005-12-02 1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를 너무 오래 비워서 그 동안 결혼하고 신혼여행이라도 가셨나했더니.........ㅎㅎ 반갑습니다...^^

chika 2005-12-02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번 읽고 이해했어요... 그니까 그 먼데서 온 사람보고 '아줌마, 닭줘요!'하셨단 얘기죠? 아, 그날 잠 못잤겠다...^^;;;;;;

진주 2005-12-02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이런이런!!!
잉크님, 잘 들어보세요....할머니가 아닌 다음에는 무조건 "아가씨!"라고 불러 주세요. 저같이 마흔을 바로보는 사람도 아가씨 소리 한 번 듣고 나면 한 며칠은 가슴이 설레고 남편한테 두고두고 자랑삼는데...왜 '아줌마"라고 하신대요? 처음엔 아줌마를 보고 아가씨라고 하는게 좀 역겹기도 하고 양심에 찔리기도 하겠지만, 선행 한가지 쌓는다 셈치고 할머니가 아닌 여자들한텐 무조건 그렇게 부르도록 하시는 게 사는 데 여러모로 이익일 겁니다. 아가씨 소리가 입에 붙으면 아무리 만취상태라고 해도 이번과 같은 사고는 없을 거예요. 아무리 술김이었다고 하지만 여자들은 아줌마 소리 들으면 기분 안 좋아요.....어떻게..그 분과 잘 되셨으면 좋겠어요...우리 잉크님 참 좋은 분인데..그 분의 시력이 좋으시길.....암튼,아셨죠? 무조건 아가씨!

(아이구, 반가버라~~~)

가시장미 2005-12-02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 잉크님. 처음으로 인사드립니다. 으흐흐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비로그인 2005-12-02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하하하..잉크냄새표 시트콤이 절찬리에 막을 올렸숨돠!! 2회를 방영하라! 방영하라!! 흐흐흐..너무 웃겨 혼자서 실실 쪼개고 앉았숨돠, 흐미..^^a 글고 무진장 반갑당게요!!

겨울 2005-12-02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예요, 잉크냄새님.^^

stella.K 2005-12-02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이어요. 이제 다시 못뵙게 되는 건 아닌가 걱정했는데...반갑네요.^^

검둥개 2005-12-02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하하하하하, 비극에 웃자니 몹시 괴롭지만 ^^;;; 왜 그 넘의 A님은 꼭 술이 들어가야만 소개팅을 시켜주신답니까. 소개팅은 날 밝은 대낮에 맨 정신일때!!! ;)

잉크냄새 2005-12-03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 댓글에 눈물 자국에 남아있네요. 너무 뜸했던지 댓글달기가 어색해요. 저도 무지하게 반가워요.
라이카님 / 신혼여행이라뇨... 청소하러 다녔어요. ㅎㅎ
치카님 / 그날은 술에 취해 곤드레만드레였죠. 잠은 잘 잤을겁니다.^^
진주님 / 아, 그렇군요. 전 아줌마라고 자주 불러서... 회사 기혼여성들도 그냥 아줌마...이렇게 불러요.ㅎㅎ. 아 그리고 이 사건 몇년 전이라 지금은 상관도 없어요.
가시장미님 / 님의 활약을 자주 접하곤 했는데, 이렇게 먼저 인사주시니 황공무지로소이다. 반가워요.
복돌이님 / 시트콤 몇개가 있기는 한데, 이거 다 밝혔다가는 사장되어 버릴것 같아서...반가워요.
우울과몽상님 / 아. 오랫만이죠. 저도 세월도 무정하게도 지나가더군요.
스텔라님 / 전 환갑까지 여기 있을겁니다. 반가워요.
검둥개님 / 비극이랄것 까지야. 대낮에는 그런 말도 안꺼낸답니다. 꼭 눈이 슬며시 풀리는 만취직전에 나온다니까요. ㅎㅎ

2005-12-03 0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5-12-03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요, 한복 디자이너, 라는 부분을 한복을 입은, 이라고 오독을 하고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잖아요. 아니 다 늦은 시간에 한복을 입고 나오다니 제정신이야, 그럼서 나름대로 흥미진진하게 읽었다니깐요. 결론적으로 한복 입고 나온 여자가 아무리 아리따워도 잉크냄새님이랑 사귀는 건 안 되지, 까지 생각하고 다시 올라가봤는데 형편없는 오독이었다는. 클클. 오랜만에 나오시면서 왜 이런 글을 쓰신 거예요? 아무래도 그간 연애사건이 없었다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

paviana 2005-12-03 09: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님 저도 넘 반가와요..뜸해도 댓글은 다셔야 되요..댓글은 이어져야 한다 .쭈욱.
그리고 할머니들께는 꼭 아줌마라고 하셔야 되요.요즘 젊은 할머니들은 할머니란 말에 좌절하시거든요.여자는 나이들어도 복잡하거든요.^^

stella.K 2005-12-03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님이 환갑이 되시려면 몇년 남았어요? ㅎㅎㅎ.

플레져 2005-12-03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 결혼하고 신혼여행 다녀오시고 아가도 벌써!! 일 줄 알았죠...^^:;
A 과장님은 잉크 시트콤의 연출자 같습니다...ㅎㅎ

잉크냄새 2005-12-05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님 / 저도 님의 복귀가 그저 기쁠 따름입니다.
이안님 / 저보다 오래 떠나계신 님이시네요.^^ 제가 뭔가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인데요.^^
파비아나님 / 앞으로는 쭈~~욱~~ 댓들 이어며 살아가겠습니다. 호칭의 문제 각별히 신경쓰면서요.^^
스텔라님 / 절반은 조금 넘게 살았습니다.
플레져님 / 시트콤...일상다반사로 발생하는 주변 풍경들이 문득 시트콤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sweetmagic 2005-12-05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디 갔었어요`~ 잉크냄새님 ~~~~~~~~~~!!!!!!!!!!!!!!

잉크냄새 2005-12-06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직님 / 그냥저냥 살았지요. 반가워요. 매직님~~~~~~~~~!!!!!!!!!!!!!!!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1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상가집, 언제부터인가 그곳은 죽음보다는 삶을 이야기하는 장소가 되어 있었다. 향내가 가득한 빈소에서 상주와 절을 한후 삼삼오오 둘러앉은 상위에서 고인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은 짧은 순간이다. 오랫만에 만난 세상 한 귀퉁이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눌린 돼지머리에 소주를 마시며 누구는 장가가고 아들난 이야기를, 누구는 조그만 사업 간신히 꾸려가는 이야기를, 누구는 지나간 영화로움 꿈인냥 이야기하고....불콰해진 얼굴로 담벼락에 머리를 처박고 오줌이라도 갈길 냥이면 뒷통수를 때리는 달의 시선에 잠시 상주의 슬픔을 생각해보곤 한다. 새벽녘, 술이 덜깬 얼굴로 차를 몰고 갈 일을 걱정하고 냉방에 뻣뻣해진 몸을 승냥이처럼 쭈욱 기지개를 켜면 문득 현실로 되돌아온 삶이 코앞에 다가와 허전해지곤 한다. 상가집에서 돌아오는 차 속에서 그 허전함은 항상 동승하곤 했다.

시골의사의 이야기는 상가집 새벽녘의 허전함과도 같다. 한바탕 축제 뒤에 남겨진 무서울 정도의 적막함, 남의 슬픔에 기대어 눈물 한방울 찔끔 흘려보는 슬픔뒤에 다가오는 그 허전함, 결국 내 슬픔이 될수 없기에 내심 안도하는 역설적인 슬픔이다. 관음증 환자처럼 흘낏 쳐다보는 타인의 죽음이 어떤 카타르시스를 주는지 알수는 없지만 최소한 죽음앞에 겸허해질수 밖에 없는 삶이다. 그 숱한 사람들의 삶, 죽음앞에 의젓했던 삶, 절망에 몸부림치다 떠나는 삶, 생의 고난을 끝까지 떨쳐버리지 못하고 가는 삶, 어떠한 행태여도 삶이란 단어는 망자 앞에서도 떨쳐버릴수가 없다. 그래서 삶과 죽음은 평행선상에 있다고 하나 보다.

타인의 비극을 이야기하는 것은 언제나 겸손하고 겸허해야 한다고 본다. 내가 타인을 대신할수 없고 우산을 씌워줄수는 있을지라도 같이 비를 맞아준다는 것은 지극히 힘든 일이다. 가끔 타인의 불행과 비극에 내 행복을 가늠해보곤 안도하는 자신이 싫어질때가 있다. 그 기분이 싫어 책을 몇번 덮다가 끝까지 읽었다. 어찌되었든 그것도 가난한 우리들 삶의 모습이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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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9-29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 안할려고 했는데, 마지막 문장에 넘어가고 말았다는. 헹!!
타인의 비극을...겸손하고 겸허해야 한다.
칫, 경허 대 선사의 말씀 같잖아요.

비로그인 2005-09-29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강원도의 힘'이었습니다. 괴력리뷰군요!! 책내용에 관한 전반적인 소개없이도 이리 가깝게 감상이 느껴지다니요. 맞아요, 타인과 완벽한 소통이나 완벽한 공감은 불가능하죠. 그렇지만 인간에 대한 따순 정이 콸콸 넘쳐나는 잉크냄새님의 마음이 제게도 전해 옵니다, 느껴봅니다. 우리 우, 우산 같이 쓰고 걸어 갈까요? ^^a(스읍, 흐..호시탐탐 -ㅡ+)

2005-09-29 1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레져 2005-09-29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가집......... 아, 콧등이 시큰해지는데요. 그렇죠. 어떤 시인이 썼듯이 (문정희 였던듯) 죽은 엄마를 옆에 두고 배고파 육계장 먹는 자신을 그린 것처럼 상가집의 담론은 늘 삶이죠. 아~ 콧날이~ 시큰해지고 눈이 아파 오네요~~

Laika 2005-09-29 16: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가집"하면 밤새 국과 밥을 푸던 일이...그리고 꼭 한군데서는 싸움이 벌어지는 모습.... 그런데 이거 상가집에 대한 책 아니잖아요...하여간 읽으면 빠져드는 잉크님의 글....복돌이님 말처럼 "괴력리뷰" 맞다니까요..^^

paviana 2005-09-29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청난 포스의 '괴력리뷰'입니다.
등단하세요.^^

잉크냄새 2005-09-29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 제가 쓰는 허접한 리뷰에 달려있는 추천중 하나는 분명 여우님의 것임을 애당초 알고 있지요. 제 서재에는 유독 추천에 후하신 분들이 많다니까요.^^
복돌님 / 에피소드 형식으로 단편적인 이야기들이 들어있더군요. "아직 세상은 살만해" " 죽음보다 가까운 것이 목구멍이야"....이런 울림들이 둥둥 떠다니는 책입니다.^^ 글고, 우산이 아니라 비를 맞아야 한다니까요.
속삭님 / 접수완료. 그 웃음소리는 아무래도 상가집과 연관이 있을듯...으흐흐흐...
플레져님 / 죽음앞에 벌거벗은 삶처럼 처절하고 애틋한 모양새가 있을까 싶네요. 님이 쓴 장면,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콧날이~ 시큰해지고 눈이 아파 오네요~~.
라이카님 / 그럼 모년 모월 모일에 그 상가집에서 국밥을 푸던 아리따운 처자가 님이셨구려. 전 요즘 일요일의 전창걸을 무너뜨린 라이카표 영화평에 빠져든다고요.^^
파비아나님 / 흐미, 조용하시던 님까지 저를 쑥쓰럽게 만드시다니요. 전 님들이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늘 감사해요.^^

겨울 2005-09-29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대한 리뷰를 몇 개 읽은 둣한데 그 중 가장 생경하네요. 가벼움과 감동 역시 삶이 좋아 등등을 막연히 생각했는데, 어인 상가집입니까. 여자들에게 상가집은 남루한 상복에 윤기 없는 머리를 대충 묶어 올리고, 곡에 지친 쉰 목소리와 잠이 부족해 충혈된 눈으로 술취한 남자들까지 거둬야 하지요. 그러나 무엇보다 자식을 먼저 보낸 어미의 비통 애통 절통한 상가집은 숨도 크게 쉴 수가..... 무덤까지도 늘 다니는 밭 가장자리에 마련하고 하루에도 몇 번을 가셔서 통곡을 하신다는 그 댁은 십수년이 흐른 지금도 망자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어요.... 어쨌거나 책의 실체가 궁금합니다. ^^

2005-10-04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weetmagic 2005-10-06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번을 읽어봐도 정말 멋진 리뷰예요.
괴력리뷰 라는데 동감 !!!!!!!!!!

잉크냄새 2005-12-06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과몽상님 / 제 리뷰보다도 님의 댓글이 더 인상적이네요. 상가집 풍경과 그림자가 베어나네요.
속삭이신님 / 그렇죠. 여성보다는 남성들이 더 공감할 내용이죠.
매직님 / 전 님의 리뷰에 늘 감동합니다. 새롭고 파격적인 형태의 리뷰. 실험정신이 투철하신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