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평이 이 소중한 공동체(읽고 쓰는 공동체)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아주 짧은 서평이라도, 그리고 악평이라도 그렇다. 

 ”우선 서평은 작가들에게 ‘당신 책을 읽은 독자가 있다’는 신호가 됩니다. 한국의 많은 젊은 소설가들이 응답 없는 벽을 바라보는 심정으로 글을 쓰고 있거든요. ‘출판사 편집자들 말고 내 글을 읽는 사람이 있긴 있나?’라는 막막함에 시달리다 좌절하는 소설가들이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서평은 그들을 어떤 식으로든 자극하고, 움직일 힘을 줍니다.”

 서평은 다른 독자에게도 용기를 준다. 읽고 쓰는 공동체의 시민들은 오프라인 공간에서 모일 일이 잘 없다. ‘문학하는 하루’ 같은 행사나 독서 모임은 예외적이다. 우리들은 평소에 뿔뿔이 흩어져,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지낸다. 읽고 쓰는 일은 대개 몹시 개인적인 일인 데다, 단기적으로는 상당히 쓸모가 없다.(회사나 학교에 내야 하는 보고서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다, 물론.) 이때 서평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직 누군가는 치열하게 읽고 있다는 큰 격려가 되지 않을까. 지하철에서 성경이나 수험서가 아닌 책 들고 있는 사람 보면 반가운데, 나만 그런가. -p372-


77편, 현재까지 내가 작성한 리뷰의 수이다. 첫 번째 리뷰가 2003년이니 20여년의 기간에 비하며 참 적은 수치이다. 그것도 대부분 2000년대 중반에 몰려있으니 근 20년 가량 쓴 리뷰는 손에 꼽을 정도이다. 리뷰가 줄어든 이유는 명확히 알고 있다. 비교적 편하게 감상문 수준의 리뷰를 올리던 시절을 지나 전문성을 갖춘 깊이 있는 리뷰가 등장하면서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스스로에 대한 자기 검열이 시작된 것이다. 잘 쓰고 싶다는 열망과 명확한 한계를 느끼는 절망 사이 작가도 아닌 것이 거창하게 절필(?)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올해 들어 다시금 써 보고 있지만 여전히 쉬운 일은 아니다. 리뷰는 주관적인 것이라 생각했다. 주관적이라는 입장에는 여전히 변화가 없지만 작가의 서평에 대한 단상이 마음에 와 닿는다. 당신의 글이 누군가에게 꾸준히 읽히고 있다는 응원이 될테고, 우리가 같은 책을 읽고 있고 공감하고 있다는 연대가 될테니 말이다. 100자평이라도 꾸준히 올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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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25-12-19 10: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잉크냄새님의 글을 읽고
최근 읽었지만 제게는 난이도가 높았던 책의 리뷰를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고수들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을 수 있는 경우인지라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거창하게 절필˝하려다 생각을 살짝 바꾸어봅니다^^

좋은 하루되십시요~!!

yamoo 2025-12-19 11:32   좋아요 1 | URL
난이도 높은 책이라도 내 느낌을 그대로 쓰는 게 중요하죠. 지금 내 느낌이니까요. 저는 난이도 높은 책을 읽고 용감하게(?) 느낌을 마구 씁니다.ㅎㅎ 이 책이 상찬받을만하다고?! 내가 보기엔 형편없는데...라고 말이죠...무식하면 용감하니까요..ㅎㅎ
그래도 이런 글이 쌓이다보면 난이도 높았던 책도 비판할 수 있게 되더군요. 뭐, 그렇다는 겁니다..^^;;

잉크냄새 2025-12-19 20:23   좋아요 0 | URL
전문 서평가가 아닌 다음에야 책을 읽고 그냥 편하게 자기가 느낀 점을 써 내려가면 될 것인데 뭔가 잘해보고자 하는 욕구가 항상 앞에 나서는 게 문제인 것 같아요.
신경 안쓰면 되는데 이게 말처럼 쉽지 않죠. 자꾸 눈에 거슬리게 되죠. ㅎㅎ
어쨌든 리뷰에 좀 더 집중해 볼까 생각중입니다.

stella.K 2025-12-19 1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걸 또 출판사나 서점이 부추기고 있는 분위기라 씁쓸하죠. 저도 갈수록 리뷰를 안 쓰게 되네요. 작가에게도 그런 애로사항이 있군요. 근데 제가 보면 작가가들이 독자와의 만남 같은 것이 아니면 독자와 소통하는 걸 별로 달갑지 않게 생각하거나 조심스러워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놓고 그렇게 생각하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 책 읽어 본다고 하곤 여태 못 읽고 있네요. 잘 지내시죠?

잉크냄새 2025-12-19 20:26   좋아요 1 | URL
작가들에게 또 그런 면이 있군요. 이 책은 문학계의 메이저급 문학상 당선 외에 올라갈 사다리가 없는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포함하다보니 응원의, 연대의 내용을 좀 더 부각한 면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스텔라님도 잘 지내시죠?

yamoo 2025-12-19 11: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 달에 한 두 권 정도는 리뷰를 꾸준히 쓰려고 노력합니다. 작년까지는 리뷰 보다는 페이퍼를 주로 썼는데...책을 읽고 기록을 남기지 않으니 얼마 지나면 기억에 남는 게 거의 없더라구요. 리뷰를 남기면 다시 신기하게도 복기가 됩니다. 그런 용도로 리뷰를 쓰죠. 올해 목표가 리뷰 20개 였는데 얼추 목표를 채웠습니다..^^

잉크냄새 2025-12-19 20:28   좋아요 1 | URL
개인 입장에서는 리뷰를 쓰면서 내용을 다시 한 번 정리하고 복기하는 것이 리뷰의 진정한 순기능이라 생각해요.
저도 올해는 한 달 한 권으로 목표를 잡았는데 절반 정도 달성했네요. 내년에도 리뷰에 좀 더 시간 투자를 해 볼까 합니다.

카스피 2025-12-19 14: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리뷰는 아무래도 각 잡고 진중하게 써야하기에 부담이 크죠.그래서 가벼운 맘으로 휘리릭 쓰는 페이퍼가 편한것 같아요.

잉크냄새 2025-12-19 20:30   좋아요 1 | URL
리뷰가 사실 각 잡을 일도 아닌데 말이죠. 각은 군대 관물대에서나 잡으면 되는데 말씀처럼 리뷰 앞에만 서면 각을 잡게 됩니다. ㅎㅎ 리뷰 쓸 때도 페이퍼처럼... 기억할 만한 문구입니다.

카스피 2025-12-27 00:44   좋아요 0 | URL
잉크냄새님 서재의 달인 축하드려요^^

잉크냄새 2025-12-28 11:1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달인 기준이 뭔지 뭔가 모호하긴 하지만요. ㅎㅎ

페크pek0501 2025-12-28 1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새해에는 리뷰를 꼭 쓰는 걸로... 한 달에 한 권이라도 꾸준히 쓰는 계획을 실천해 보겠습니다. ^^

잉크냄새 2025-12-28 11:16   좋아요 0 | URL
저도 새해에는 뭔가 목표를 잡아볼까 합니다. 100자평이라도 남겨보려고요.

마힐 2025-12-29 1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먼저 서재의 달인에 오르신 것 축하드립니다!!!
리뷰쓰기 쉽지 않아요. 리류를 쓴다고 생각하면 안 써지더락구요.
그래서 전 내년에는 잉크냄새님같은 달인의 서재에 부지런히 방문해서 댓글이라도 달아 볼려구요... ㅎㅎ
내년에도 잉크냄새님의 좋은 글을 기대해 봅니다.

잉크냄새 2025-12-29 19:4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제가 올린 리뷰나 페이퍼의 수로 볼 때 선정될만한 이유가 있나 하는 의문은 계속 듭니다. 저도 마힐님 서재 자주 방문해 열심히 읽고 댓글로 소통도 자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