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남자를 만난 적이 있었다


-김경미-


남자의 오토바이가

좁은 골목길

앞서가는 폐지 리어카 노인한테


너무 작고 말라서

잘 보이지도 않던 노인한테


미친 듯이 경적을 누르며

욕을 해 대는 남자를

사귄 적이 있었다


그 오토바이 뒤에 앉아서

남자의 허리를 껴안고

이 사랑이 영원하게 해 주세요

빌기나 했던


빌어먹을 시절이 있었다

빌어먹을!


삶은 과거 기억에 시간과 감정을 양념처럼 추가하여 버무린다. 아무리 초라한 삶이라도 아름답게 기억되어야 하기에 과거는 장밋빛으로 버무려지기 마련인데 시인은 그 과거에 가운데 손가락을, 뻑을 날린다. 젊다는 건 아무리 빌어먹을 시절이든, 빌어먹을 놈팽이든 자꾸만 그 앞에 사랑을 먼저 놓으려 하기에 사랑만이 보인다. 지나온 뒤에야 비로소 보이는 것. 그게 청춘이 아닐까. 광석이 형이 부릅니다. "너무 빌어먹을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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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1-23 0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성들도 청춘의 시절 비러먹을 남자를 만나는 것처럼 남성들도 두쫀크를 사달라는 여친의 강요에 한겨울 추위에 2시간 줄서 꼴랑 쿠키 몇개 사다바치는 빌어먹을 사랑을 할 때도 있지요.

잉크냄새 2026-01-24 10:11   좋아요 0 | URL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듯이 빌어먹을 것들에 남녀노소가 따로 있겠습니까. ㅎㅎ

yamoo 2026-01-23 1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재미있는 시네요..ㅎㅎ

잉크냄새 2026-01-24 10:11   좋아요 0 | URL
이제는 은유와 비유로 버무린 시보다 직설적인 화법의 시가 더 와 닿네요. ㅎㅎ

마힐 2026-01-24 23: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빌어 먹을 정도로 자기 것이 얼마나 없으면 그렇게 다닐까요?
빌어먹을 시절은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요? ㅎㅎ
사실 내 스스로 벌어 먹을 줄 아는 시절도 철들어야 되지, 그 전까지는 그냥 빌어 먹고 살아야죠. 뭐.
전 아직도 빌어 먹습니다. ㅠㅠ

잉크냄새 2026-01-25 20:42   좋아요 1 | URL
‘빌어먹을‘이 관형사일 때는 아주 빌어먹을 상황이지만
‘빌어먹다‘로 동사화할 때는 누구도 외면하기 힘든 삶의 본질이 스며있네요. ㅎㅎ 누구나 빌어먹던 한 시절을 건너왔으리라 봅니다.

페크pek0501 2026-01-25 14: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느낌이 남다른 시입니다. 이 시 좋습니다.^^

잉크냄새 2026-01-25 20:43   좋아요 0 | URL
김경미 시인의 시가 느낌이 남다른 경우가 꽤 많은 것 같아요.

감은빛 2026-01-26 1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짧은 시와 짧은 글이 인상적입니다.
젊은 시절에는 이상하게 사람 보는 눈이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이라면 절대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을 것 같은 사람도,
그 시절엔 왜 그렇게 멋있게 보였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것이 청춘이고, 그런 것이 인생이라면,
왜 또 나이가 들어서는 이제 와서 이런 내 인생을 돌아보는 시야를 주는 것인지
뭐 끝까지 알 수 업는 것이 인생이니 그러려니 하고 살아야겠지요.

잉크냄새 2026-01-26 21:37   좋아요 0 | URL
젊은 시절에는 대부분 그런 경험들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같은 경험을 가지고 다시 한 번 그 시절로 돌아가는 환상을 한 번 정도 하고 사는 것 같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늙어서야 겨우 알게된 것이 참 아쉽습니다. 그래서 그 하고 싶은 일만을 기억하고 과거로 다시 가 봤으면 하는 엉뚱한 상상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