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1학년때의 겨울방학이었다. 불미스러운 일로 경찰의 탐문수사를 받던 친구가 방학을 맞아 도피처로 선택한 곳이 전라도 광양의 어느 마을이었다. 누군가를 통해 일자리를 알아보았고 어두컴컴한 저녁 우리집의 문을 두드렸다. 혼자 보내기가 안쓰러웠던 난 가방에 주섬주섬 옷가지를 넣고 달랑 차비만 들고 따라나선 길이었다. 눈발이 간간이 날리던 생면부지의 객지에 여장을 푼 곳은 어느 허름한 함박집이었다.

새벽 6시부터 저녁 6시까지 12시간의 막노동에 일당 이만원, 내 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받아본 생명수당 삼천원. 도합 이만 삼천원. 적은 돈이었지만 차비로 써버리고 주머니속에 구겨진 천원짜리 몇장밖에 남아있지 않던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무엇보다 우리가 기꺼이 생각한 것은 생명수당이었다. 생명수당의 이면에 깔린 가혹한 위험에 노출된 것은 차후의 문제라 치더라도, 아니 사전에 알았다 치더라도 변함은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때는 죽음을 생각조차 하지 않던 나이였고,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나이였기 때문일것이다.

생명수당 삼천원의 옵션은 생각보다 가혹했다. 위험의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는 채찍이었다. 당시 우리는 삼사십미터 높이에서 안전띠없이 작업을 했었다. 가슴 졸이던 첫날 작업이 끝난 날, 우리는 나름대로 일에 의미를 부여했다. 지금 도망치면 영원히 도망친다는 그런 상투적인 말로. 당장 때려치우지 않은 것은 젊음의 오기와 오만함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날 삼십미터 높이의 추락의 경험속에서 죽음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에 직면했다. 며칠후 친구도 똑같은 경험을 했다. 그리고 또 스스로를 위로했다. 지금 도망치면 영원히 도망친다고. 아마 친구가 초코파이를 사들고 들어온날이 그날부터일것이다. 이백원짜리 청자담배를 몇보루씩 쟁여놓고 혓바닥이 아프다고 푸념을 하면서도 가불을 받지 않던 상황이었다. 둘이 생명수당을 가불받기로 합의를 하였다. 그리고 돌아가면서 퇴근길에 초코파이를 생명수당만큼 사가지고 들어왔다. 오리온인지 동양인지는 모르겠다. 하여간 거의 한달 반 가량 우리는 퇴근후에 어두운 방문을 열어놓고 퍼질러 앉아 초코파이 한통과 쿨피스를 우악스럽게 먹어치우곤 했다.

영화 말아톤에서 초원이가 집착한 것은 초코파이, 얼룩말, 말아톤이다. 얼룩말과 말아톤은 어느 정도 짐작을 하겠는데 초코파이는 뭘까. 우리가 한달 반 동안 초코파이에 집착한 이유는 뭘까. 간단하지 않을까 싶다. 먹고 죽은 귀신 땟갈도 고운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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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5-06-14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예전의 저 초코파이 사진을 어디서 구하셨나요?
잉크님이 한 달 반동안 먹어치운 산더미(3000%50*45)같은 초코파이 생명 수당의 뒷심으로 오늘까지 생명이 연장되는 건 아닌지요?^^ 가불해서 초코파이 사 먹은 거 정말로 잘 하신 거예요!

검둥개 2005-06-14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하셨어요 :)

stella.K 2005-06-14 1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 밝혀진 바에 의하면 초코파이에 안 좋은 화학물질을 주입한다고 하더군요. 뭐 그렇게 따지자면 먹을 게 하나도 없긴 하지만. 좀 더 좋은 걸 드시지 그랬어요.
그래도 가끔 먹어주면 맛있긴 해요. 그죠?^^

sweetmagic 2005-06-14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오십원짜리 초코파이다 !! 신기신기 ~

날개 2005-06-14 14: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명수당 3000원이라니.....! 그 당시 먹은 초코파이 맛은 잊지 못하시겠군요...

잉크냄새 2005-06-14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 이상한 계산 공식입니다. 결국 생명 연장의 꿈, 초코파이라는 말씀이죠?^^
검정개님 / 초코파이 오지게 먹을걸로 칭찬을 많이 받네요. 으쓱^^
스텔라님 / 그 당시는 초코파이를 능가할 것은 없었어요. 자주 먹어도 맛있어요.
매직님 / 설마 50원짜리 처음 보시는건 아니시겠죠?^^
날개님 / 반갑습니다. 초코파이 맛보다는 초코파이 자체를 잊을수가 없었죠. 항상 연상이 되어 떠오르는 기억의 한 단편이랍니다.

파란여우 2005-06-14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리온=동양제과 아닌가요?
전 , 처음에 알바해서 번돈이 시간당 850원이었어요.
첫월급은 26만원에 이것저것 합쳐서 29만원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생명수당이 3천원이면 그래도 좀 받으셨군요.
지금도 한 푼 못 받는 노동자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sweetmagic 2005-06-14 1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도 한 푼 못 받는 노동자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아 ....여우님....!!
전 새우깡이랑 초코파이가 백원이던 기억 밖에 없어요. 잘 안 사먹었나 ?????
50원짜리는 빅파이랑 쭈쭈바 밖에....ㅠ.,ㅜ

비로그인 2005-06-15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가다(or 쪼코빠이)의 추억'이군요. 저, 저는 고,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그런지 글을 읽으면서도 자꾸 아득해지는게..문득 분위기로 보아하니 황석영의 '삼포가는 길' 두 생각나구..게다 지금 도망치면 영원히 도망치게 된다..이 말쓈이 또 명언처럼 느껴지는 게 요즘 제 심경이기도 하구요.
초코파이 맛있죠. 거부할 수 없는 맛. 전 중학교 때 즐겨 사 먹었던 50원짜리 깐도리를 잊을 수가 없어요. 깐도리가 왜 없어졌는지, 왜 떠냐야만 했는지 그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빙과업계의 미스터리..

잉크냄새 2005-06-15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 / 저는 알바로 거의 노가다만 뛰어서 시급보다는 일급으로 했어요. 지금도 한푼 못받는 노동자들...맞습니다.
매직님 / 감동먹으셨구려. 전 솔직히 얼마주고 사먹었는지 잘 모르겠어요. 크라운 산도와 아맛나 50원은 확실한데...근데 님도 쭈주바를....^^
복돌이님 / 저도 처음에는 참 겁이 났는데 청춘과 외부상황이 고소공포증을 다소나마 없애주더군요. 깐도리는 왜 기억이 나지 않을까요? 제가 너무 어려서...ㅎ

내가없는 이 안 2005-06-16 0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인남자는 초코파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 생명수당만큼 초코파이를 사셨다니 왠지 이제부터 초코파이를 보면 숙연해질 듯합니다. 제가 예전에 님의 글을 읽으면 제 친구 모습이 언뜻 느껴진다고 하지 않았나요? 이 글에서도 그런데요, 그 친구도 어느해 겨울방학이 지나고 와서 그러데요. 지리산엔가를 길도 없는 곳만 골라서 그것도 구두 신고 올라갔다 왔다구요. 그게 왜 지금 생각나는지.

불량 2005-06-20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학시절 책 나르기 알바를 했었어요. 눈 앞만 겨우 보일 정도로 책을 쌓아서 들고 왔다 갔다 해대는 힘든 일이 끝나고 구석에 동료들과 쭈그리고 앉아서 초코파이를 간식으로 먹으면서.. 아. 초코파이가 왜 장수식품인지 알 것 같아!! ♡ 라고 외쳤던 기억이 납니다. ^^

잉크냄새 2005-06-21 1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 / 숙연해질것 까지야 있겠습니까.^^ 초코파이는 그냥 맛있으면 되죠. 이안님의 친구라는 분, 저도 궁금해지는데요. 왠지 엄청난 괴짜일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불량유전자님 / 오랜만이네요. 님의 외침이 아직도 울려퍼지나 보아요. 지금도 초코파이가 이리도 장수하고 있으니요. ㅎ

sayonara 2005-08-18 0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코파이에 진짜 초콜렛이 없다는 슬픈 사실을 알았죠...
초코파이가 50원이던 시절도 있었군요. 전 100원까지밖에 기억나질 않아서...
 

이카루님의 페이퍼가 다시 열리면서 예전에 올리신 27년전...을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

그리고 사무실 컴퓨터에 예전부터 저장해 놓은 나의 30여년전 사진을 보게 되었다.

세살 무렵이었던걸로 기억되는 사진이다.



어머니와 나....

말할수는 없지만 사연이 있는 사진이다.

산골에서 어촌으로 시집오신후 고생만 하셔서 어머니가 늙어보이신다.

아,,,, 그러고 보니 사진속의 어머니 연세가 현재의 나보다 1살 많으시구나. 어머니는 내가 그때의 당신만큼 나이 들어버렸다는 것을 아실까. 아마 아직도 사진속의 저 녀석으로만 기억할것 같은데...

똥그랗게 눈을 뜨고 무엇을 저리도 쳐다보고 있을까?

퀴즈: 손에 들고 있는것은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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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5-26 1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icaru 2005-05-26 1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님...정말 인자해 보이세요!! 어머님 안 닮으셨다 ㅋㅋㅋ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연필로 보기엔 넘 가늘고...!
무엇에 쓰는 물건입니꺼? 정답 발표할 때 다시 와야징 ㅋㅋ

물만두 2005-05-26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어머님 고우세요^^ 그리고 님 아버님 닮으셨나봐요^^

진주 2005-05-26 14: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너무 귀여워요. 어머 눈 좀 봐~ 어머님만 사진 속의 모습을 기억하시는 게 아니고 이젠 저도 잉크님을 떠올리면 재임스딘은 쓰러지고 그 자리에 저 세살바기 눈 땡그란 꼬마만 생각날 거예요.ㅎㅎㅎ
그리고 손에 든 건 "머리빗"이 아닐까요? 카메라 각도가 옆으로 잡아서 그렇지...뭐지?

stella.K 2005-05-26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제가 생각하는 잉크님과 왠지 비슷하게 닮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눈이 땡그랗고 크실 것 같더라니, 바로 맞추지 않았습니까!
손에 늘고 있는 거 연필 아니어요? 어머니 전형적인 한국 어머니 모습을 하고 계시네요. 흐흐.
앗, 나 잉크님하고 안놀기로 했는데. 아직도 삐졌는데. 이크~이 사진만 아니었으면...>.<;;

icaru 2005-05-26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니임..쿄쿄쿄... !

진주 2005-05-26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요즘처럼 흔치 않은 사진을 찍는 자리에서 머리빗을 들렸다는 것이 영 찝찝하구만요..글타면 저게 뭐란 말여..? 이상하지만 그냥 빗이라고 밀어 부쳐요.

paviana 2005-05-26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젓가락 같은데요....
ㅎㅎ 넘 생뚱맞은 답이지요 ?

잉크냄새 2005-05-26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 똘망똘망이라는 표현이 얼마나 기분 좋은지요...^^ 어머니는 이제 곱게 나이들어가십니다. 근데 인자한 어머니를 닮지 않았다는 말은....흑
물만두님 / 남들이 아버지를 닮았다고 하는데, 전 도통 모르겠더라고요. 워낙 눈썰미가 꽝이라서 누구 닮았는지 그런 문제에서는 난감해요.
진주님 / 그래도 제임스딘의 이미지를 잊지 말아주세요! 제임스딘과 영 딴판이라는 것을 대략 짐작하셨겠지만서도...잉크의 이미지는 제임스 딘입니다.^^
스텔라님 / 저 사진속에 지금의 저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다는 말이 있어요. 눈이 땡그랗고 큰 시기는 아마 저때가 마지막이었지 않나 싶네요.
파비아나님 / 생뚱맞긴요...근데 젓가락은 아닙니다. 무엇인지는 조만간 밝힐께요.

ceylontea 2005-05-26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귀엽잖아요... 동그란 눈과 오똑한 코..(코는 어머니를 닮아 오똑한듯...) 그리고 예쁜 입술...흐흐... 지금은 어찌 자라셨을꼬...

sweetmagic 2005-05-27 02: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휘봉이요!!! 히히히

비로그인 2005-05-27 0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핫. 어머님 참 단아한 모습이세요. 기다란 눈매와 턱선이 연필로 그린 거 같아요. 근데 잉크냄새님은 어디서 많이 본 모습인데..글고보니 인민군 모자 쓴 북한 군발, 정우진을 닮았어요!!(공동경비구역, 신하균)이왕 올리신 김에 30년 후 모습도 좀 올려 주시죠! 궁금, 기대! 글고 퀴즈정답은 ..진주님 말쓈대로 다방 꽃돌이들이 뒷주머니에 꽂고 다니던 '쪽빗'같긴 한데..흠..어린 시절부터 왕자병이..헉!

내가없는 이 안 2005-05-27 0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빛바랜 사진이 있으시군요! 사연이 있다시니 더욱 소중한 사진일 듯한데... 잉크냄새님은 지금도 이 똘망한 모습이 남아 계신가요? 지금 모습도 무지 궁금해지는데요. (은근슬쩍 찔러대는 ^^) 복돌님 말씀대로 신하균 느낌도 나구요... 그리고 정답도 복돌님한테 묻어갈까 봐요. 빗 느낌이 나는데. 정답 발표일을 말씀해주셔야 제까닥 찾아오죠! ^^

잉크냄새 2005-05-27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론티님 / 따님이 더 귀엽잖아요. 지금은 뭐....어릴적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어디서 뚝 떨어진 놈처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네요.^^
매직님 / 지휘봉이라...예술가적 기질을 알아보셨군요.ㅎ... 지휘봉이면 아마도 매직님의 어린시절 사진속에 더 어울릴것 같은데요.
복돌이님 / 공동경비구역을 다시 한번 보아야겠는걸요. 전 눈썰미가 없어서 그런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어머니도 늙어가시지만 곱게 나이드시는것 같아 더 좋습니다.
이안님 / 사연은 좀 씁쓸한 사연이네요. 지금은 똘망한 모습은 별로 남아있지 않을것 같아요. 그냥 어른만 되어버렸죠. 눈도 그때의 반으로 줄어들어버린걸요.

정답 : 빗입니다. 여자분들이라 그런지 쉽게 맞추셨네요. 친구들은 대부분 못맞추더라고요. 그 당시 장래희망이 이발소 주인 정도 아니었을까요.

2005-05-27 1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주 2005-05-27 16: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마낫. 정답을 맞췄네요. 어무이~~
(전혀 빗같지 않아요. 그리고 왜 빗을 들었을까요? 맨 처음 정답을 맞춘 사람에게 상은 안 주나요?ㅋㅋ)

비로그인 2005-05-28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일본식 우동 아리바신 줄 알았어요. 끝에 색동겹이 둘러쳐져 있는 섬나라 특유의 나무 젓가락요. 근데 잉크냄새님 바른손을 보니까 끝을 휘고 있던데..진주님 말씀대로 빗이구나 했거덩요. 캬..대단하십니다, 진주님. 눈썰미 좋으시네. 글고 저 신하균 좋아해요! 하늘에서 갑자기 툭 떨어진 것두 아니고 어디에 꼭꼭 숨어 있다 이제 나타난 걸까요..하균사랑, 복돌사랑~

잉크냄새 2005-05-30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 역시 눈썰미가 있으십니다. 이벤트가 아닌지라 아쉽게도 상은 없고요. 뭐, 그냥 스스로의 눈썰미에 만족하실밖에요.^^
복돌이님 / 섬세하게도 보셨구랴. 흑백속의 색동겹까지 생각해내시고...ㅎㅎ. 그러고보니 신하균이 팬이셨구랴. 전 그 양반, <지구를 지켜라>에서 가장 인상적이었어요.8월 개봉예정작인 <웰컴투 동막골>에도 나오는 모양입디다.^^

2005-06-03 00: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06-09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운 사진이네요.
눈이 저렇게 아직도 똥그라신지?ㅋㅋ

파란여우 2005-06-09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지금은 눈만 똥그란게 아니라 배도 똥그랗다는 소문이 있던걸요.흐흐^^

잉크냄새 2005-06-10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 그런단 말인가요. 전 전혀 모르겠어요.
로드무비님 / 지금은 길쭘합니다. 똥그라미는 어디로 사라졌는지...
파란여우님 / 앗, 이것은 악플인디....악성루머....^^
 

사무실에서 내 자리는 창가이다. 2층 창가인지라 옆으로 눈만 돌리면 은행나무가 보인다. 건너편의 회색빛 건물도 보이지만 오히려 무채색 건물을 배경으로 봄날의 은행은 더욱 푸르다. 봄날의 화려한 꽃들도 많지만 유독 은행이 눈에 들어온 것은 2층까기 뻗어올라온 높이와 푸르름 때문이리라.

몇년을 같은 자리에서 서성거렸지만 바보같이 오늘에야 알았다. 멍한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다 오늘 비로소 알았다. 은행잎이 새끼 손톱만하다는 사실을... 책갈피에 꽂아둔 퇴색한 은행잎으로만 남아있던 그 이미지가 오늘은 새롭다. 어허~ 저놈은 연두색이었던가! 저리도 작았던가!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듯 감탄사를 내뱉어 버리고 말았다.

미루나무 잎새만한 엽서에 연서를 띄워보내듯 새끼 손톱만한 잎새에 어떤 그리움을 띄워 보낼까나. 그리움도 퇴색하여 빛바래졌다. 오래된 책속에 잠든 바스러질듯한 노란 은행잎속에 담긴 새끼 손톱만한 그리움 한조각 건져올린 오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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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5-04-27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갸들도 한 때는 새끼손톱만치 어린 것들이었답니다^^ 곱지요? 색깔이...
아참...그리고 둥글레꽃 보셨는감요? 꽃 좋아하는 님들 생각하며 올렸더랬는데요 ^^;

icaru 2005-04-27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가 자리... 참으로 축복받은 자리라 생각되는데요...(자리 주인한테 물어보면...흥! 하데요... 춥고덥고 한 자리라고...)

책갈피에 꽂아둔 퇴색한 은행잎으로만 남아있던 ....
"못견디게 보고싶은 영 으흐음~~ "

이써니 언니의 노래 "영"이 생각나누만요....

조선인 2005-04-27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창가자리에요. 그런데 창 바로 앞에 시커먼 건물이 올라가있어요. 흑흑

갈대 2005-04-27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처럼 잎이 막 돋아날 때가 녹색이 가장 예뻐 보이더군요. 오늘 오후에 홀로 걸으면서 은행의 녹색빛에 취했더랬습니다.

미네르바 2005-04-27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가 가장 아름다울 때가 이 때인 것 같아요. 저의 교실에서도 은행나무가 보여요. 창문 가득 은행나무에요. 저도 오늘 은행나무의 연두빛 잎사귀를 보면서 지난 가을의 노란 은행잎을 떠올렸어요. 그리고 몇 달 후면 손톱만한 저 잎사귀도 노랗게 변하겠지, 그렇게 시간이 흐르겠지... 그런 생각을 했답니다. 1년이 그렇게 후딱 가네요.

2005-04-28 0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4-28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 둥글레꽃은 못보았습니다. 이미지가 뜨지 않더군요.^^ 글만 찬찬히 읽다가 왔습니다.

복순이언니님/ "땅거미 등에 지고 창가에 앉아 풀꽃 반지 끼워주며 속삭이던 너" 이 노래 좋죠?^^ 뭐 창가자리는 축복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괜찮은 자리입니다.

조선인님 / 반갑습니다. 창앞에 시커먼 건물이라니...그래도 햇살은 따스하게 들어오지 않나요?

갈대님 / 은행의 녹색빛이 아직도 어색합니다. 노오란 은행이라는 이미지가 워낙 크게 각인되어 있는지라... 그래도 올 봄은 녹색의 은행을 보게 되었네요.

미네르바님 / 이제 완쾌하신 모양이네요. 전 나무가 가장 아름다울때는 여름인것 같아요. 신록... 그 푸르름이란....

속삭이신님 / 그 목련의 흐드러짐, 잘 알지요. 매년 봄에 목련을 만나면 그런 기분이 더한답니다. 바늘 꺼내다 인생 한구석을 꿰매어야 할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는 말씀, 깊이 공감이 가네요.

2005-04-28 1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4-29 0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5-04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제 올라온 금연관련 공지사항중 일부이다.

이것저것 생략하고....

4. 향후 운영관리
 - 단독 연기감지기에 의한 신호음으로 적발시
 - 1차 : 개별공고
 - 2차 : 각서 징구 및 CLEAN 정화 운동 참여 ( 금연 홍보 및 화장실 청소 )

적발시 화장실 청소란다. 고등학생 게시판도 아니고 회사 공지사항에 오른 내용치고는 뭔가 부자연스러운 문구이다. 그 옛날 추억의 책가방을 위한 회사의 배려인지는 몰라도 한참을 웃었다.

부디 높디 높으신 양반들이 걸려서 타의 모범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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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5-04-22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디 높디 높으신 양반들이 걸려서 타의 모범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다."

음하하하!!!!

sweetmagic 2005-04-22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디 높디 높으신 양반들이 걸려서 타의 모범이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다.

히히히히 저도 동감 ~ ~!!


로드무비 2005-04-22 1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각서 징구가 뭐죠?

진주 2005-04-22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게 바라는 바입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잉크냄새 2005-04-22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각서 징구... 반성문이라기에는 너무 약하고 시말서정도 되지 않을까요.^^
아, 그리고 팀장급 이상 화장실 청소 돌입하면 필히 사진찍어 올릴께요.

내가없는 이 안 2005-04-22 1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발꾼 하나 키워야 하는 거 아닌가요? ^^ 저도 각서 징구 지금 배웠네요. ^^

Laika 2005-04-22 22: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장.실.청.소..... 잉크님, 누군가 양복 입고 화장실 청소하시거든 바로 알려주세요...ㅎㅎ

잉크냄새 2005-04-25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안님,고발꾼은 연기 감지기랍니다.^^
라이카님, 저는 분명 아닐겁니다.^^

파란여우 2005-04-26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모로운 여인네들이 많은 댓글을 달아서 저는 읽고만 갈께요^^

미네르바 2005-04-27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높으신 양반님들 걸리지 않았나 봐요. 모두 긴장하고 있나요? 혹시라도 걸린 케이스 있다면 꼭 페이퍼 올려 주세요. 그러나 잉크냄새님이 걸렸다는 소식은 듣고 싶지 않네요^^ (화장실 청소하는 모습.. 상상하지 않게 해 주세요^^)

잉크냄새 2005-04-28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모로운 여인네들만 답글을 달아주시는군요. 아~ 그리고 전 걱정없습니다. 전 화장실 금연은 실천중이걸랑요.
 



한동안 잠잠하던 촌지가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촌지를 정당화한 어느 교사의 글이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007 작전을 방불케한 촌지 수사가 이루어졌다. 촌지 교사 김봉두의 행동이 그냥 웃음으로 넘기기에는 이미 선을 넘어서고 만 느낌이다.

국민학교 4학년때 담임은 체육선생님이었는데 그 당시로 보아도 유독 부유한 집안의 학부모들과 교류가 잦았다. 그의 시선이 나에게로 넘어온 것을 직감한 것은 어느날부터 시작된 체벌때문이었다. 반장이라는 이유로 매를 들었고 체벌의 끝에는 항상 부모님의 방문을 단서로 달았다. 촌지가 무엇인지도 알지 못하던 시절이었지만 그 불손한 기운은 감지하였던지 난 끝끝내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않았다.

선생님의 말씀에 따르지 않은 체벌로 교실에서 집으로 내몰린 어느날, 언덕에 핀 강아지풀을 애끚게 쥐어뜯으며 걷던 길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먹먹함은 어린 내가 감당하기에 다소 힘들었나보다. 그 길이 왜 그리도 서럽던지. 한낮의 그 길이 왜 그리도 어둡던지. 언덕길에서 바라본 덕장에서 일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흐릿해졌다. 그냥 돌아섰다.

침묵과 맷집, 내가 선택한 반항이었다. 4학년의 반항치고는 꽤 표독스러운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반년정도가 지난후 반장을 그만두면서 그나마 그의 시야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때의 해방감과 안도감이란 이루 헤아릴수 없었다. 

누군가 어린시절의 상처가 현재의 자신에게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를 이야기하는걸 우연히 들을 기회가 있었다. 놀라운 일이었다. 똑같은 기억도 누군가에게는 한낱 추억으로 누군가에게는 상처로 남는다는 것이 놀라웠다. 나와 비슷한 경험인데 나에게는 추억이었고 그에게는 상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기억따위 낄낄거리며 떠들어대는 어리숙함과 뒤돌아서면 까먹는 무심함과 쉽게 상처받지 않는 단세포적인 사고에 깊이 감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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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2005-04-20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전 국민학교 5학년 때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이전의 푸근하고 넉넉했던 선생님들과는 달리 도시에서 온 멋쟁이 여선생이었는데,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지가 않더군요. 반장노릇과 가난의 공존이 힘들다는 걸 그때 어렴풋 느끼고 참 씁쓸했지요. 뭐, 작은 시골학교에 어울리지 않는 건 그 선생님이었으니 상처는 아니네요. ^^

Laika 2005-04-20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고등학교때 그런 경험이 있었어요...성적이 잘 나온 즈음에 담임이 엄마에게 괜히 감투를 씌우고 싶으신지..엄마를 보고 싶다고 담임 수업시간에 면담에 오실수 있는지 전화해 보라며 시간을 내주더군요...그래서 일층에 가서 학교 한바퀴 돌고는 전화 안받으신다고 말했죠.. 그 다음부터는 조용하더군요..

2005-04-20 2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주 2005-04-20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저는...저기...그러니까,..부반장도 한 번 못하고 조장만 한 번 해봐서 그런가 촌지랑은 거리가 영 멀었어요^^;;

2005-04-20 23: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없는 이 안 2005-04-21 0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상처들 하나씩 가지고 살지 않나요? 저도 공포스런 담임을 한번 만난 적이 있는데... 님, 전 여기서 선생님에 대한 이미지를 조금 바꾸고 있어요. 알라딘에서 만나는 선생님들은 다들 참 훌륭하신데... 제게 영향을 준 선생님들은, 왜 그렇게 하나같이 실망스러웠을까요? 딱 한 사람 담임도 아니었던 고등학교 시절 국어선생님은 나중에 사회에 나와 딱 마주쳤어요. 해직 교사가 되어 농성중이시더군요...
그런데 다행이군요. 님께는 상처라기보다는 추억이라 하시니... ^^

잉크냄새 2005-04-21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촌지가 떠들썩하게 이슈가 될때마다 단순히 금전적인 부분을 떠나서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고 아픔이 될수도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죠.

파란여우 2005-04-26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촌지얘기가 아무리 이 페이퍼의 주제라고해도 추천은 저 혼자만 했습니다. 으히히^^

미네르바 2005-04-27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촌지를 갖다 준 적도 한 번도 없고, 받아 본 적도 없으니 촌지에 대한 기억이나 추억이나 상처도 없는 사람이 되었네요^^

잉크냄새 2005-04-28 12: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우님의 추천에 감사드리고 미네르바님의 말씀에 역시 훌륭한 선생님이시구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