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서 내 자리는 창가이다. 2층 창가인지라 옆으로 눈만 돌리면 은행나무가 보인다. 건너편의 회색빛 건물도 보이지만 오히려 무채색 건물을 배경으로 봄날의 은행은 더욱 푸르다. 봄날의 화려한 꽃들도 많지만 유독 은행이 눈에 들어온 것은 2층까기 뻗어올라온 높이와 푸르름 때문이리라.

몇년을 같은 자리에서 서성거렸지만 바보같이 오늘에야 알았다. 멍한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다 오늘 비로소 알았다. 은행잎이 새끼 손톱만하다는 사실을... 책갈피에 꽂아둔 퇴색한 은행잎으로만 남아있던 그 이미지가 오늘은 새롭다. 어허~ 저놈은 연두색이었던가! 저리도 작았던가!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듯 감탄사를 내뱉어 버리고 말았다.

미루나무 잎새만한 엽서에 연서를 띄워보내듯 새끼 손톱만한 잎새에 어떤 그리움을 띄워 보낼까나. 그리움도 퇴색하여 빛바래졌다. 오래된 책속에 잠든 바스러질듯한 노란 은행잎속에 담긴 새끼 손톱만한 그리움 한조각 건져올린 오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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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5-04-27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요..갸들도 한 때는 새끼손톱만치 어린 것들이었답니다^^ 곱지요? 색깔이...
아참...그리고 둥글레꽃 보셨는감요? 꽃 좋아하는 님들 생각하며 올렸더랬는데요 ^^;

icaru 2005-04-27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가 자리... 참으로 축복받은 자리라 생각되는데요...(자리 주인한테 물어보면...흥! 하데요... 춥고덥고 한 자리라고...)

책갈피에 꽂아둔 퇴색한 은행잎으로만 남아있던 ....
"못견디게 보고싶은 영 으흐음~~ "

이써니 언니의 노래 "영"이 생각나누만요....

조선인 2005-04-27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창가자리에요. 그런데 창 바로 앞에 시커먼 건물이 올라가있어요. 흑흑

갈대 2005-04-27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처럼 잎이 막 돋아날 때가 녹색이 가장 예뻐 보이더군요. 오늘 오후에 홀로 걸으면서 은행의 녹색빛에 취했더랬습니다.

미네르바 2005-04-27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가 가장 아름다울 때가 이 때인 것 같아요. 저의 교실에서도 은행나무가 보여요. 창문 가득 은행나무에요. 저도 오늘 은행나무의 연두빛 잎사귀를 보면서 지난 가을의 노란 은행잎을 떠올렸어요. 그리고 몇 달 후면 손톱만한 저 잎사귀도 노랗게 변하겠지, 그렇게 시간이 흐르겠지... 그런 생각을 했답니다. 1년이 그렇게 후딱 가네요.

2005-04-28 07: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잉크냄새 2005-04-28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님 / 둥글레꽃은 못보았습니다. 이미지가 뜨지 않더군요.^^ 글만 찬찬히 읽다가 왔습니다.

복순이언니님/ "땅거미 등에 지고 창가에 앉아 풀꽃 반지 끼워주며 속삭이던 너" 이 노래 좋죠?^^ 뭐 창가자리는 축복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괜찮은 자리입니다.

조선인님 / 반갑습니다. 창앞에 시커먼 건물이라니...그래도 햇살은 따스하게 들어오지 않나요?

갈대님 / 은행의 녹색빛이 아직도 어색합니다. 노오란 은행이라는 이미지가 워낙 크게 각인되어 있는지라... 그래도 올 봄은 녹색의 은행을 보게 되었네요.

미네르바님 / 이제 완쾌하신 모양이네요. 전 나무가 가장 아름다울때는 여름인것 같아요. 신록... 그 푸르름이란....

속삭이신님 / 그 목련의 흐드러짐, 잘 알지요. 매년 봄에 목련을 만나면 그런 기분이 더한답니다. 바늘 꺼내다 인생 한구석을 꿰매어야 할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다는 말씀, 깊이 공감이 가네요.

2005-04-28 1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4-29 0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5-04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