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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우리' 대보름날 하던 놀이중 하나인 '쥐불놀이'를 일컽는 어릴적 내가 살던 바닷가 동네의 사투리이다. 사실 사투리인지 뭔지도 정확히 모르겠다. '망우리'라는 표현은 유일하게 우리 동네에서만 들은 기억이 날 뿐이다.

대보름이 다가오면 일단 깡통을 구하러 다녔다. 그때 당시 남양분유통이 가장 이상적인 형태였다. 그 지름과 깊이는 가장 화력을 좋게 할수 있는 이상적인 형태였다. 궁여지책으로 찾은 통조림통은 지름이 좁아 화력에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키곤 했다. 다음으로 준비해야했던 것은 역시 보름달만큼이나 밤하늘을 밝힐 땔감이었다.바닷가를 배회해본 사람은 알수 있듯이 파도에 밀려와 바닷바람에 부드럽게 씻기고 바다햇살에 마른 장작의 화력을 대단하다.

이런 준비가 끝나면 보름달이 떠오르기를 기다린다. 당시 우리동네는 시냇물을 사이에 두고 두개의 마을로 나누어져 있었다. 보름달이 밤의 가장 가운데로 오기 직전, 동네 꼬마들은 약속이라도 한듯이 양쪽 시냇물 옆의 언덕으로 오른다. 그리고 드디어 '망우리'를 돌리기 시작한다. 보름달보다 큰 원을 그리며, 귓전으로 겨울바람 지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돌리는 '망우리'가 그 최후의 빛을 발하는 순간, 어느 한명의 손을 떠난 '망우리' 하나가 긴 꼬리를 그리면 시냇물로 떨어진다. 그와 동시에 양쪽 언덕에서 시냇물쪽으로 긴 꼬리의 유성들이 춤추기 시작한다. 그때 쯤이면 보름달은 밤의 중심으로 옮겨와 아쉬운듯 집으로 돌아가는 꼬마들의 뒷모습을 환히 비춰주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난 설을 지내며 한살을 먹은 것이 아니라, 매년 보름날 돌리던 '망우리'속에 한해의 추억을 담아 보름달을 향해 던져버리며 한살을 먹은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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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4-02-06 0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추억을 갖고 계십니다~! 쥐불놀이... 참...귀밝이술은 드셨습니까?

잉크냄새 2004-02-06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귀밝이술, 그건 생각도 못했군요. 올 한해도 몽롱하게 사는것은 아닐런지 ^^; 며칠전에 먹은술을 귀밝이술이라 우기며 위안을 삼아야겠군요.
 

며칠전부터 나의 서재를 들락날락거리는 아이콘이 하나 생겼다. 몇개의 글을 남기면 다음날 아침 어김없이 달라붙었다가 조용히 지나간 다음날은 또 어김없이 사라진다. 내가 즐겨찾기한 분들 거의 모두가 몇개씩 가지고 있는 아이콘, 바로 'TOP100', 서재에 따라서 10,50,100으로 다양하지만 난 이녀석이 처음이다.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한 모양인지 계속 문지방이 닳도록 들락거린다.

숫자의 변화가 생겼다. 1자리수에서 2자리수로의 상승, 나의 서재를 즐겨찾는 분이 오늘 아침부터 10분으로 늘었다. 나의 하찮은 글일지라도 10분의 서재로 그 소식을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우연하게도 내가 즐겨찾는 분의 수와 동일하다. 난 매일 10분의 글을 받고 10분께 글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일상에 묻혀버릴 이런 작은 변화를 본다는 것은 적어도 하루 정도는 싱긋한 웃음을 머금을수 있게 해주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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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04-02-04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기분 저도 잘 알 것 같습니다~! 즐겨찾기 추가 수가 하나라도 올랐을 땐...마치,..뭐랄까...나라는 존재의 전에 없던 '의의'라도 생긴 것 마냥 힘이 납니다.

잉크냄새 2004-02-04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나 복순이 언니님도 즐겨찾기 하신 분이란걸 알수 있군요. 바로 답글이 오르다니, 근데 왜 자신의 서재를 즐겨찾기한 분을 볼수 없게 한것인지 이해할수 없군요. 묘한 신비감을 조성하자는 알라딘의 기가 막힌 배려인가?

icaru 2004-02-04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하지만...일목요연하게...명단을 볼 수 없을 뿐이지...누가 내 서재를 즐겨찾기 해 놨는지 알자면 어렴풋이 알수도 있을거여요~ 일테면...잉크냄새님의 즐겨찾는 서재는 공개로 되어 있어서...방문자인 저도 들어가보면 제 서재가..즐겨찾기 되어 있다는 걸...알 수 있네요~~^^..반면..제 서재는 ..즐겨찾는 서재를 저만 볼수있게 비공개로 해놔서...다른 사람은 나의 즐겨찾기 추가 서재가 무엇인지 알수는 없듯이요~~물론...님의 서재는 제가 즐겨찾는 서재입니다~!

비로그인 2004-02-04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페이퍼에 '100'이란 숫자가 붙었군요~ 축하드려요~ ^^ 자신을 즐겨찾기 한 분 서재를 볼 수 없는건, 혹시나 정체를 밝히고 싶지 않은 은둔지사들을 위한 배려가 아닐까 싶네요. ㅎㅎ
 

여대생 장발장.

편의점에서 6500원어치의 먹거리를 훔치다 불구속입건된 여대생이다. 우리 국민들의 정서를 자극했는지 여기저기서 온정의 손길이 쏟아지고 있다. 집안이 망하고 설날이라고 찾아간 집에서 아무도 반기는 이 없어 그냥 올라온, 29살의 나이에 배가 고파 음식을 훔친 여대생의 이야기에 한번쯤 이놈의 사회를 비판하고 정의의 편으로 돌아서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런데 가슴 한 구석에 계속적으로 서글픈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감정일까?물론 도움을 주는 것은 좋다. 그러나 진정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여대생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것이다. 이렇게 대한민국 천지에 공포하고 생색내기처럼 떠들어대는 것은 결국 그 여대생의 자존심을 6500원어치로 밟아버리는 것이다. 29살의 나이의 여대생으로서 굶을지언정 아직 타락하지 않고 살아온 그녀의 자존심을 지켜줘야 한단 말이다. 지금처럼 유혹많은 시대에 스스로를 지키며 살아오지 않았더냐...

편의점 주인이든, 경찰서 말단에서 서장까지든, 어느 한 사람이라도 6500원어치의 금전을 해결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로 그 여대생의 29년의 자존심을 지켜주었어야 했다. 사람에게는 최소한 건들지 말아야하는 자존심(자긍심)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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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의마들렌 2004-01-31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참… 왜 이렇게 세상에 어이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는 걸까요? 꼭 동화 나라를 비틀어 놓은 것 처럼.
 

인정하기 싫었던 나이 1 - 스물 셋

스물 셋의 파릇파릇한 젊음이 왜 인정하기 싫었던 나이일까? 아마도 스물 셋이 지나는 것을 인정하기 싫었다는 표현이 옳을것이다. 그 당시의 나로서는 스물 셋이 지나는 마지막 날이 상당한 괴로움으로 다가왔던것 같다.

인정하기 싫었던 이유? 글쎄, 지금 생각하면 참 유치찬란하지 않을수 없고, 괜히 미소만 떠오르게 만드는 작은 일상에서 출발했다. '랭보'... 시 한번 읽어보지 않은 이 시인의 이름은 어디에서 들었던지,  신문 한 모퉁이에 자리한 이 시인의 한마디에 다소 위축된 것이다.  ' 스물 셋에 이룬것이 없다면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아야 한다'  정확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하여튼 비슷한 내용의 글이었던것 같다. 스물 셋의 방황하는 젊음에게 이보다 처참한 말이 또 있겠는가?

나의 스물 셋의 마지막 날은 랭보의 이 말을 곱씹으며 비오는 소주집에서 저물고 있었다. 이제는 돌아갈수 없는 추억의 한자락으로 남은 나의 모습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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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느티나무 2004-02-23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물 셋에 이룬것이 없다면 삶을 다시 한번 돌아보아야 한다' 가슴이 아프군요.... 살면서 내가 무엇을 이루어야할까....라는 고민한번 못 해봤다면 더 슬프겠죠?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연기처럼 작기만한 내 기억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속엔 더 아무것도 찾을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만  떠나간 내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난 서른을 이야기할때 다른 말보다도 이 노래를 그냥 읊조리곤 했다. 김 광석 그의 노래를 안주삼아 난 서른을 맞이했다. 이제 서른의 추억도 잠시 지나간 시절, 난 가끔  그 시절 나의 이별을 떠올리며 추억에 잠기곤 한다. '그래, 그때는 매일 이별이었지.'

송강호 왈 ' 광석이는 왜 이리 빨리 죽은거야? '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늘을 본다. 그냥 씁쓸한 마음에, 눈이 오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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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행복해 2004-01-18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른이 된다는 것, 정말 김광석의 노래에서나 느낄 수 있었던 것인데.....어느덧 내가 서른이 되었군요,. 이제는 하루하루를 책임지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절실해지네요.

잉크냄새 2004-01-18 2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면서 인정하기 싫었던 나이... 스물 셋, 서른....

paviana 2004-02-14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노래방에서 '서른즈음'을 부릅니다.지나간 세월은 항상 아름답게 기억되나 봅니다..지금은 힘든 이 시간도 세월이 지나게 그렇게 기억될까요? 송강호의 '광석이는 왜 이리 빨리 죽은거야?'라는 말을 기억하고 계시는 분이 있군요. 저에게는 <아프냐 나도 아프다>에 버금가는 명대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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