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크레이그 실비 지음, 문세원 옮김 / 양철북 / 2010년 8월
절판


생각해 보라.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말에 거즈를 오십 겹은 깔고 색을 입혀 이야기한다. 그래서 말을 꺼내기도 전에 거짓말이라는 것을 눈피챌 수 있을 정도다. 그리고 사람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더 뻔뻔해지고 필사적이 되어 가는 것 같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에도 거짓말을 하니 말이다. 대머리를 감추려고 머리를 가지런히 올려 빗은 우리 아빠나, 흰머리를 감추려고 적갈색으로 염색을 한 우리 엄마처럼 말이다. 아니면 코리건 아이들이 문학을 사랑하도록 가르치는 일이 즐겁다고 말하는 우리 아빠나, 도시에 사는 이모들에게 코리건이 정말 좋은 곳이며 너무 덥지도 않고 멋진 이웃들 덕에 행복하다고 말하는 우리 엄마처럼 말이다. 하도 익숙해져서 자신이 거짓말을 하는지도 의식하지 못할 것이다. 서서히 다가오는 저주처럼, 거짓말은 하면 할수록 점점 더 그 늪에 빠져드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자기들이 아무도 기만하지 않고 살고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74쪽

안전한 곳이란 없으며 예외도 없다. 다음번 타깃은 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139쪽

나는 안경을 눌러 쓰고는 쿡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문득 누구나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종이 한 장 차이일 것이다. 그러고는 궁금해진다. 그 종이의 두께가 얼마나 될까? 누구나 자기 안에 그런 충동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갈등과 스트레스의 문제일까? 재수 없는 운명을 타고나서 그런 것일까? 타이밍의 문제일까? -140~1쪽

그러니까 아빠가 하는 얘기는, 공포와 두려움이 파고들기 시작하면 이성은 놀랄 정도로 빨리 뒷걸음질을 친다는 거야. 자기들이 대단한 첩자라도 된 것처럼 남의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이런 마을에서는 더더욱 그렇지. -182쪽

개떡 같은 세상이다. 언제나 이런 식이었을까, 아니면 지난 며칠간 그동안 숨겨 왔던 본색을 드러낸 것일까? 이런 식으로 항상 불공평했단 말인가? 저울을 기울게 만드는 요소가 무엇일까? 이해할 수 없다. 무슨 놈의 세상이 예쁜 여자아이가 두드려 맞고 목매달려 숨지도록 내버려 둔단 말인가? 무슨 놈의 세상이 앨버트 피쉬나 에릭 에드거 쿡 같은 인간들을 세상에 내보내서 그들의 상처를 곪아 터뜨린 후 무고한 사람들에게 화풀이를 하도록 하여 착한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게 만든단 말인가? 무슨 놈의 세상이 어려운 문자 좀 썼다고 주먹을 휘두르냔 말이다.
장황하도다. 장황하도다. 장황하도다.
부모를 죽이고 아이들을 고아로 만든 후 크리켓 공 날리듯 내던지고는 얄팍한 거짓말이나 해 대는 세상. 남들보다 가난하고, 피부색이 어둡고, 또 부모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멀쩡한 사람이 평생 스스로를 쓰레기로 여기도록 만드는 세상. 삼십억이나 되는 사람을 초청해 놓고 전부 외롭게 만드는 세상. 사분의 삼이 물로 이루어졌다면서 아무도 시원하게 갈증을 해소할 수 없는 세상. -209~210쪽

내 생각엔 말이야. 바로 그 고독한 기분을 사람들이 싫어하기 때문인 것 같아. 하늘을 올려다보며 자신이 하찮은 존재라고 느끼는 게 싫은 거지. 기도가 그래서 있는 것 같아. 자기 종교가 무엇이든 누구나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어. 지구 바깥으로 줄이라도 던지듯이 말이야. 어딘가에 연결을 해서 우리보다 뭘 좀 더 안다는 존재로부터 위로라도 받을 수 있을까 해서 말이지. 그렇게 하면 자기 자신이 더 넓고 알 수 없는 큰 공동체에 소속된 것 같고 든든한 마음도 들 수 있으니까 말이야. -2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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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린 머리에게 물어봐 - The Gorgon's Look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0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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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의 '잘린 머리'라는 단어 때문일까. 이상하게도(?) 유독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람들의 미묘한 반응을 접했다. 책 표지 한 번 보고는 내 얼굴 한 번 봤던 도서관 사서부터 지하철의 낯선 사람들, 심지어는 직장 동료까지 나를 좀 이상한 사람으로 여겼다. 하지만 제목의 잔혹함과는 달리 공포물이 아닌, 정통 미스터리의 맛이 살아 있는 책이었다.

  살아 있는 사람의 몸에 석고를 직접 발라 조각을 만드는 라이프 캐스팅 기법을 통해 일본의 조지 시걸이라 불리는 가와시마 이사쿠. 조지 시걸의 뒤를 잇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작품 방식을 모색했으나 여의치 않아 오랜 기간 작품활동을 멈춘다. 암에 걸렸다가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뒤  그는 자신의 딸을 모델로 삼은 석고상을 만들어 재기를 도모하려 한다. 하지만 작품이 공개되기 전 병이 악화되어 세상을 떠나고, 장례식이 끝난 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조각상의 머리가 잘린 채 발견된다. 조각상의 모델인 딸 에치카에 대한 협박으로 받아들인 가족들은 안면이 있던 탐정 노리즈키 린타로에게 비밀리에 수사를 부탁한다. 
 
  애초에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 대한 기대가 컸던 탓일까? 초반에는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질 정도로 전개가 느렸다. 중반 이후가 되면 어느 정도 이야기에 탄력이 붙었지만, 초반만 해도 이걸 계속 읽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큰 매력적이 느껴지지지 않았다. 초반에는 조각상의 잘린 머리로, 중반 이후에는 실제로 잘린 머리가 등장하는 설정도 괜찮았지만, 범인 찾기나 트릭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조각상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조지 시걸이나 조각 기법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가 있는 독자라면 더 즐기면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뭐 조각에 대해서 문외한인 독자도 즐길 수 있게 설명을 풀어놓고 있지만.)
 
 작가와 동명의 탐정이 등장한다는 점이나 경찰인 아버지가 주인공의 보조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저절로 엘러리 퀸이 연상되었는데, 책 소개에도 보니 엘러리 퀸에 대한 오마주라는 식으로 표현하고 있어 반가웠다. 그래서인지 트릭 자체의 기발함보다는 심리 묘사에 치중된 듯한 느낌도 들었다. 배신과 복수에 관한 인간의 미묘한 심리. 그리고 죄를 면피하기 위해 자기 안으로 도망치는 자의 심리 등 오히려 트릭이나 자극적인 소재보다는 등장인물들의 심리와 그 속에 감춰진 진실에 주목했다면 책을 더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잘 짜여진 이야기였지만 어쩐지 마냥 만족스럽지만은 않아 아쉬웠던 책. 아직은 알 듯 말 듯한 노리즈키 린타로의 작품. 모쪼록 노리즈키 린타로의 다른 책도 번역되어 그의 다른 모습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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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0-08-23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앨러리 퀸의 오마주라고 하니 어디 한번 읽어 봐야 겠네요.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이매지 2010-08-23 17:20   좋아요 0 | URL
전체적인 작풍도 그간 읽었던 일본 미스터리와는 약간 다른 분위기였어요 :)
카스피님은 어떻게 읽으실 지 궁금하네요~
 
뉴욕에 헤르메스가 산다 1 - 현대의 최첨단 문명과 생활 속에 살아 숨 쉬는 그리스 신화 탐색 기행
한호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5월
품절


꽤 어린 시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한호림의 책은 정말 오랫만에 읽는 듯. <뉴욕에 헤르메스가 산다>는 다소 갸웃한 제목이었는데, 책을 펴보니 서양 문화 속에 녹아 있는 신화의 아이콘을 통해 신화에 대해 풀어가는 책이라 흥미가 동해 읽어보게 되었다.

한동안 그리스로마 신화가 유행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낯선 이름, 그것도 그리스식, 로마식, 영어식 이름이 제각각인 신들의 이야기를 마음놓고 즐기기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어서 아쉬웠다. 하지만 이 책은 아테나, 프로메테우스, 헤르메스, 마르스, 니케, 플루토 등 이미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신들의 이야기를 그들의 문화를 통해 소개해 독자가 더 이해하기 쉽게 도와준다. 책의 앞부분에는 위의 사진처럼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신에 대해 간략한 소개를 수록해 읽기 전 상상하는 재미를 더해줬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 신화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가는 것도 마음에 들었지만 무엇보다 대단하다고 느껴진 것은 수많은 사진 자료였다.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발견한 신화에서 온 문화 아이템에는 입이 쩍 벌어질 정도였다.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 뿐만 아니라 옛 그림 또는 신문 광고 등 다양한 자료를 통해 해당 신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줬다.


본문에 그렇게 많은 사진 자료를 수록한 것으로도 부족해 각 챕터의 마지막에는 이런 식으로 별도의 장을 구성해 미처 소개하지 못한 사진과 이야기를 담았다. 30년 간 모은 2천여 장의 사진이라고 하는데, 그 열정에 감탄 또 감탄.

그동안 그리스로마신화가 서양 문화의 기저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았지만 그것이 어떻게 그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는지는 잘 감이 잡히지 않았는데 이 책을 통해 살펴볼 수 있었다.

신화를 소재로 한 알찬 잡지 한 권을 본 느낌. 조만간 2권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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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8-17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호ㅅ~~~ 주문하고 싶어졌어요! 이벤트 선정도서가 아니라는 아쉬움이 강하지만!

이매지 2010-08-17 10:45   좋아요 0 | URL
엇, 무슨 이벤트가 있나봐요? ㅎㅎㅎ

루체오페르 2010-08-17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제가 좋아하는 신화 이야기, 좋아하는 편집 방식의 책이네요.
아주 마음에 드는 책을 찾았습니다. 이매지님,감사합니다.^^

이매지 2010-08-17 23:16   좋아요 0 | URL
루체오페르님의 취향에 맞는 책이라니 어쩐지 기쁜데요? ^^

pjy 2010-08-17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각 오빠들이 페이지를 펼쳐놓고 사진을 찍다니요, 역쉬 또 뽐뿌질 당하고 말았네요^^;

이매지 2010-08-17 23:16   좋아요 0 | URL
뽐뿌에는 역시 사진이 쵝오? ㅎㅎ

lazydevil 2010-08-19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이 차암 귀엽~~~^^ ㅎㅎ

이매지 2010-08-19 19:29   좋아요 0 | URL
혹 <꼬꼬영>을 보셨다면 칼라판+신화판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그간 눈코뜰 새 없이 바빠서 리뷰만 간신히 올리고 통 잡소리를 못 했네요. 어제 밤 12시까지 달려서 드디어 고전문학전집 마지막 권 데이터를 출력소에 넘겼습니다. 엉엉 ㅠ_ㅠ 집에 오니까 거의 1시 반 정도 됐는데, 어제는 그래도 끝났다! 하는 기쁨(?)에 괜찮았는데 오늘 일어나보니 완전 몸이 만신창이. 주말에 못 쉰 거 평일에 좀 쉬어야겠어요.

각설하고. 일단 고전문학전집 10권 가운데 4권이 제작까지 마치고 따끈한 모습으로 본사에 들어왔습니다. 현재 4권은 인쇄중, 2권은 인쇄 대기중. 표지에 저자 이름이 빠지는 사고 외에는 전반적으로 무사히(?) 진행되고 있는 중. 20일에 배본 예정이니 아마 23일 이후에는 서점에서도 구입하실 수 있을 것 같네요. 모쪼록 대박까지는 아니더라도 효자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 흙흙.

>> 접힌 부분 펼치기 >>

덧)
회사 창가에 벌이 집을 짓고 있어요. 검색해보니 쌍살벌(?)인 것 같은데 이 녀석을 어찌해야 할 지 원.

>> 접힌 부분 펼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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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10-08-15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당분간은 푹 쉬셔야 겠네요ㅎㅎ;;

벌들은 참 무섭네요;;;

이매지 2010-08-15 12:18   좋아요 0 | URL
당분간 푹 쉬는 건 아니구요,
다음주부터는 잠시 쉬어가며 할 수 있는 야구책을 진행할 예정 ㅎㅎ
어쨌거나 뭘 해도 시리즈 론칭보다는 덜 힘들 것 같아요 ㅎ

비연 2010-08-15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지님. 정말 애쓰셨어요. 밤늦게까지 일하시고~ 좋은 작품집이 될 거 같아요!

이매지 2010-08-15 12:19   좋아요 0 | URL
그래도 지난 번에 키워드 론칭으로 단련되어서(?) 다행이었어요.
마지막에 고생했는데 모쪼록 끝까지 별 사고 없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 ㅎㅎ

세실 2010-08-15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예요.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먼저 보림양을 위해 홍길동전을 구입해야 겠네요.

이매지 2010-08-15 13:25   좋아요 0 | URL
이런저런 표지 시안들이 있었는데요,
나름 모던한 분위기를 풍기는 저 표지로 최종 낙점되었어요 ㅎㅎ
<홍길동전> 기존의 다른 판본보다 원문에 충실하니 보림양에게도 도움이 될 듯 :)

순오기 2010-08-15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표지, 정말 간지나네요.^^
고생하셨어요~ 토닥토닥!
벌집 퇴치는 카스피님 서재에서 봤는데...보시면 참고가 될 듯해요.

이매지 2010-08-15 13:26   좋아요 0 | URL
표지 간지나나요? ㅎㅎ
역시 전집은 꽂아놨을 때 더 멋진 듯 ㅎㅎ
카스피님 서재에 벌집 얘기가 있군요! 좋은 정보 감사!

Kitty 2010-08-15 14: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수고하셨어요..밤 늦게까지...!
책이 너무 예뻐요. 성소화전집이 눈에 띄게 뚱뚱하네요 ㅎㅎ 대박나길~~!!
그런데 벌 ㅡㅡ;;;;;; 사진만 봐도 무서워요 ㄷㄷ

이매지 2010-08-15 22:21   좋아요 0 | URL
성 소화 선집이 아마 600페이지가 넘었던 걸로 기억 ㅎㅎ
가장 두꺼운 건 서포만필인데 그건 700페이지가 넘어요 ㅠ_ㅠ
벌은 겨울을 기다려서 없애야 하나 싶기도.

stella.K 2010-08-15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축하하고, 수고 많이 하셨어요.
그럼, 최동훈 감독이 저 책을 텍스트로 해서 전우치를 만들었다는 말인가요?
읽어보고 싶군요.
이매지님 그동안 수고 많이 하셨으니 몸보신 좀 많이 하셔요.^^

이매지 2010-08-15 22:22   좋아요 0 | URL
저 책을 텍스트로 해서 만드신 건 아니신데요,
전우치 번역본이 구하기 힘들어서 고생하셨다고 하시더라구요.
몸 보신으로 오늘 맛난 스파게티 먹고 왔어요 ㅎㅎ

마노아 2010-08-15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생 많았어요. 사진으로 보아도 뽀대가 나는데 실물은 더 멋질 거예요. 그런데 저자 이름이 빠지는 사고..ㅋㅋㅋ

이매지 2010-08-15 22:23   좋아요 0 | URL
저자 이름이 빠져도 이미 무덤 속에 있는 분 ㅎㅎㅎ
그래도 더 큰일이 되기 전에 발견해서 다행이었어요 :)

2010-08-15 22: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6 13: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6 17: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루체오페르 2010-08-16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축하합니다!^^

벌집 퇴치 카스피님 서재에서 봤다고 말씀드릴려 했는데 위에 순오기님께서 쓰셨네요.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도 오늘 2마리나 잡았는데 ㅎㄷㄷ 합니다;

이매지 2010-08-16 00:37   좋아요 0 | URL
허허, 요새 벌이 극성인가보군요.

무스탕 2010-08-16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크.. 산고의 고통끝에 나온 아가들이 참 곱기도 하구만요 ^^
축하합니다. 기특한 아이들로 효자노릇도 톡톡히 할거에요.

이매지 2010-08-16 13:32   좋아요 0 | URL
아직 실물이 나오지 않아 실감은 나지 않지만,
어쨌거나 조금은 짐을 내려놓은 기분 ㅎㅎ
뭐 그래도 아직 마무리 작업이 남아 있어요 ㅠ_ㅠ

유부만두 2010-08-16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우~~~~ 홍길동.전우치 찜!!!!
요새 고전을 새롭게(!) 선보이는 시리즈들이 많군요. 저같은 한자 고전 문맹들에겐 단비같은 소식이에요. 그나저나 저 벌들은 구청이나 관공서에 신고해야하지 않나요? 절대 건들지 마시고요. 수고 하셨습니다! 그동안 엘지도 뭐, 그저그랬어요.

이매지 2010-08-16 13:31   좋아요 0 | URL
벌집은 관리부에 예전에 얘기해놨더니 오늘 와서 치워주셨어요.
근데 허무하게 에프킬러로 칙칙;;
홍길동, 전우치전이 역시 인기가 많군요 :)

하늘바람 2010-08-16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대단하셔요^^

이매지 2010-08-16 13:32   좋아요 0 | URL
에이, 하늘바람넘도 좋은 책 많이 만드시면서^^

후애(厚愛) 2010-08-17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많이 축하드립니다~
드디어 조선 후기 성 소화 선집을 볼 수가 있군요.^^
너무 좋아요 >_<

이매지 2010-08-17 14:07   좋아요 0 | URL
후애님 한국에 계실 때 나와서 다행이예요 :)
모쪼록 기대하신 것만큼 마음에 드셔야 할 텐데 말이죠 ㅎ

pjy 2010-08-17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소한? 사고쯤이야~~ 잘 극복하시리라 믿습니다ㅋ
근데 벌은 잘 모르니 더 무섭군요, 아마 꽃같은 이매지님을 보고파서? 홍홍홍^^

이매지 2010-08-17 23:17   좋아요 0 | URL
사소하지만 사실 손해라 있으면 안 되었죠 ㅠㅠ
꽃 같은 미모를 보고 집을 지었지만, 그 녀석들은 육식벌 ㅎㅎ
제가 먹음직(?)해보였나봅니다 ㅎㅎ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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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써 작년 여름의 일이었던가. 한국 여성작가 가운데 가장 파워 있는 작가인 신경숙이 연재, 그것도 대형 신문사가 아니라 인터넷 서점에 연재를 한다고 했을 때 놀랐었다. 게다가 미리 써놓고 하루치 분량을 끊어서 올리는 것이 아니라 새벽 세시에서 아침 아홉시까지 책상에 앉아 써내려가겠노라는 작가의 첫 인사를 읽으며 과연 신경숙의 연재는 어떤 느낌일까라는 기대에 들떴다. 그리고 만나게 된 연재. 그 연재는 기존에 내가 생각해온 연재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6개월 간 매일 연재를 따라가며 댓글도 열심히 달았던지라 사인회에서 만난 저자는 내 닉네임을 기억해주었다. 평소라면 감히 그런 얘기를 할 수 없었겠지만, 일일이 독자와 눈을 맞추며 이야기를 들어주는 저자에게 나는 "이야기가 너무 아파서 선뜻 다시 읽을 용기가 나지 않아요"라고 말을 건냈다. 그런 내게 그녀는 아프기만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작가의 말에 담아놓았노라고 말하며 나를 토닥거려줬다. 그렇게 사인회에서의 짧은 만남을 뒤로 한 채 나는 소설로 다시 한 번 그녀를 만났다. 그녀의 말 때문인지 연재 때는 그리도 마음 아프게 읽었던 글이 어쩐지 아픔을 쓰다듬는 따뜻한 손길처럼 느껴졌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청춘'에 대한 이야기다. 하지만 '인간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 속에서 윤교수가 학생들에게 들려주는 크리스토프에 대한 이야기처럼 인생이라는 "강을 건너는 사람과 강을 건너게 해주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세상 전체"이며, "서로가 서로를 강 이편에서 저편으로 실어나르는 존재"인 것이다.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세상. 그것을 작가는 서로 함께 기대고, 의지하며,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청춘의 모습으로 보여주는 듯했다. 그냥 입시에 치이고, 구직에 치이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쩌면 질풍노도의 시기가 끼어들 여지가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종종 했는데, <어.나.벨>을 읽으며 소설 속 그들처럼 때로는 아파하고, 때로는 마음껏 방황도 해보고, 때로는 찾지 못할 것임을 알면서도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 것도 우리 인생에서 필요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험한 세상 속에서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줄 수 있는 사이. 이기적인 요즘 대학생들에게 책 속의 인물들의 이야기는 어딘지 빛바랜, 일종의 로망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서로의 인간다움을,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사이. 각박한 인생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이 책은 인생이란 단순히 개인적인 욕망의 성취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세상이란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기에 더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책을 읽고 나니 어쩐지 친구의 손을 꽈악 잡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청춘을 무슨 희망인양 마냥 반짝반짝 빛나는 것처럼 그리지 않아서 더 마음에 들었던 책. 신경숙의 힘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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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0-08-12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나.벨>이라는 줄임말이 참 예뻐요.
때로는 아파하고, 때로는 실패도 하고, 때로는 나락으로 떨어질때도 있겠지만 웃는날도 있지요. 우리네 삶 이야기군요.

이매지 2010-08-12 22:50   좋아요 0 | URL
요새는 책 제목도 긴 게 많아서 그런지 줄임이 많더라구요. 얼마 전에 읽은 <그리고 명탐정이 태어났다>는 <그.명.태>라고 해서 재미있었어요 ㅎㅎ
<엄마를 부탁해>처럼 실종 아이콘(?)이 등장하는데, 엄마의 실종과는 다른 느낌이었어요.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도 있을 것 같더라구요. :)

세실 2010-08-12 23:29   좋아요 0 | URL
아 <엄마를 부탁해> 많이 슬프기도 했고, 엄마, 가족의 의미를 곰씹게 해주었어요. 여운이 많이 남았죠. 그.명.태 ㅎㅎ 재밌네요.

이매지 2010-08-15 13:23   좋아요 0 | URL
엄마 신드롬이 달리 생긴 게 아닌 것 같더라구요 :)

같은하늘 2010-08-13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나.벨>이라는 말이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세실님 찌찌뽕~~~
그런데 <그.명.태>는 웃겨요.
인터넷 연재될때 보고, 책도 구입했는데 리뷰는 솜씨가 없어서...
그런데 머그컵을 준다고 떠있네...ㅎㅎㅎ

순오기 2010-08-15 13:13   좋아요 0 | URL
아직 책을 안 샀으니 리뷰는 꿈도 안 꾸고... 단지 머그컵이 갖고 싶을 뿐...

이매지 2010-08-15 13:24   좋아요 0 | URL
리뷰는 작성만 하면 머그컵 주는 것 같아요 ㅎㅎㅎ
솜씨 없는 리뷰라도 일단 올려보세요 ㅎㅎ
저도 머그컵 원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