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크레이그 실비 지음, 문세원 옮김 / 양철북 / 2010년 8월
절판


생각해 보라.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말에 거즈를 오십 겹은 깔고 색을 입혀 이야기한다. 그래서 말을 꺼내기도 전에 거짓말이라는 것을 눈피챌 수 있을 정도다. 그리고 사람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점점 더 뻔뻔해지고 필사적이 되어 가는 것 같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에도 거짓말을 하니 말이다. 대머리를 감추려고 머리를 가지런히 올려 빗은 우리 아빠나, 흰머리를 감추려고 적갈색으로 염색을 한 우리 엄마처럼 말이다. 아니면 코리건 아이들이 문학을 사랑하도록 가르치는 일이 즐겁다고 말하는 우리 아빠나, 도시에 사는 이모들에게 코리건이 정말 좋은 곳이며 너무 덥지도 않고 멋진 이웃들 덕에 행복하다고 말하는 우리 엄마처럼 말이다. 하도 익숙해져서 자신이 거짓말을 하는지도 의식하지 못할 것이다. 서서히 다가오는 저주처럼, 거짓말은 하면 할수록 점점 더 그 늪에 빠져드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자기들이 아무도 기만하지 않고 살고 있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74쪽

안전한 곳이란 없으며 예외도 없다. 다음번 타깃은 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139쪽

나는 안경을 눌러 쓰고는 쿡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문득 누구나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종이 한 장 차이일 것이다. 그러고는 궁금해진다. 그 종이의 두께가 얼마나 될까? 누구나 자기 안에 그런 충동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갈등과 스트레스의 문제일까? 재수 없는 운명을 타고나서 그런 것일까? 타이밍의 문제일까? -140~1쪽

그러니까 아빠가 하는 얘기는, 공포와 두려움이 파고들기 시작하면 이성은 놀랄 정도로 빨리 뒷걸음질을 친다는 거야. 자기들이 대단한 첩자라도 된 것처럼 남의 이야기하기를 좋아하는 이런 마을에서는 더더욱 그렇지. -182쪽

개떡 같은 세상이다. 언제나 이런 식이었을까, 아니면 지난 며칠간 그동안 숨겨 왔던 본색을 드러낸 것일까? 이런 식으로 항상 불공평했단 말인가? 저울을 기울게 만드는 요소가 무엇일까? 이해할 수 없다. 무슨 놈의 세상이 예쁜 여자아이가 두드려 맞고 목매달려 숨지도록 내버려 둔단 말인가? 무슨 놈의 세상이 앨버트 피쉬나 에릭 에드거 쿡 같은 인간들을 세상에 내보내서 그들의 상처를 곪아 터뜨린 후 무고한 사람들에게 화풀이를 하도록 하여 착한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게 만든단 말인가? 무슨 놈의 세상이 어려운 문자 좀 썼다고 주먹을 휘두르냔 말이다.
장황하도다. 장황하도다. 장황하도다.
부모를 죽이고 아이들을 고아로 만든 후 크리켓 공 날리듯 내던지고는 얄팍한 거짓말이나 해 대는 세상. 남들보다 가난하고, 피부색이 어둡고, 또 부모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멀쩡한 사람이 평생 스스로를 쓰레기로 여기도록 만드는 세상. 삼십억이나 되는 사람을 초청해 놓고 전부 외롭게 만드는 세상. 사분의 삼이 물로 이루어졌다면서 아무도 시원하게 갈증을 해소할 수 없는 세상. -209~210쪽

내 생각엔 말이야. 바로 그 고독한 기분을 사람들이 싫어하기 때문인 것 같아. 하늘을 올려다보며 자신이 하찮은 존재라고 느끼는 게 싫은 거지. 기도가 그래서 있는 것 같아. 자기 종교가 무엇이든 누구나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어. 지구 바깥으로 줄이라도 던지듯이 말이야. 어딘가에 연결을 해서 우리보다 뭘 좀 더 안다는 존재로부터 위로라도 받을 수 있을까 해서 말이지. 그렇게 하면 자기 자신이 더 넓고 알 수 없는 큰 공동체에 소속된 것 같고 든든한 마음도 들 수 있으니까 말이야. -2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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