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 나는 그다지 행복한 아이는 아니었다고 생각하는데, 찢어지게 가난해서도 아니었고, 공부를 못해서 비관을 했던 것도 아니었고, 단 부모님이 자주 다투셨다.

다툰다는 것은 쌍방의 기세가 대등할 때의 이야기니까, 보다 정확하게 표현을 하자면, 어린 자식들 눈에는 경제권을 거머쥔 힘 있는 아버지 단독의 횡포와 폭언으로 보였다. 그러나 우리 엄마가 일방적으로 아빠한테 당하셨냐 하면, 그렇지도 않은 것이, 상대의 말을 눙치고 무시하여 상대의 혈압이 상승하도록 하는 말하기 방식이 아빠에게 대항하는 엄마의 무기였다 할까. 엄마가 아빠보다 소리없이 강하다는 것을 느끼는 지점 또 하나는 엄마는 아빠의 모진 언어 폭력에도 한번도 우리에게 죽고 싶다거나, 살고 싶지가 않다 라거나 우시거나 하는 모습을 보이시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 부모님은 방학이 되면, 우리들 중, 둘 정도는 친척집으로 보내셨다. 외가 아니면 친가이다. 외가는 서울이었고, 친가는 태안이었다. 엄마는 형제가 딱 남매이다. 그래서 외가라고 하면, 엄마의 남동생인 외삼촌 가족과 외할머니가 살고 계신 곳이다.  외가에 가면 방학 동안 두서너 벌의 예쁜 원피스와 그에 깔맞춤한 머리끈, 방울 들을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 (오죽했으면, 우리들이 갖고 있는 옷중에 괜찮은 옷은 여름옷과 겨울옷밖에 없다 할 정도. ) 자연농원(지금의 에버랜드)이나 63빌딩, 남산 타워 등속으로 대표되는 서울의 관광지에 갈 수 있는 문화 충격이자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먹는 것, 입는 것, 보는 것의 수준이 달랐다.

친가는 할머니가 큰아버지식구들과 사셨다. 큰아버지와 큰엄마 모두 일을 다니셔서, 할머니가 해주시는 밥 먹고, 화투치러 오시는 할머니 친구분들 틈에서 놀며 지냈다. 재미라면, 할머니에게 용돈을 받으면, 사촌들과  학교앞 문방구로 달려가던 일. 거기서 파는 색소가 많이 들어가 알록달록한의 군것질거리를 사먹거나, 종이 딱지를 사거나 하는 일.

할머니는 카리스마가 있으신 분이었다. 할머니보다 더 연배이거나 더 나이가 적거나를 막론하고 동네 할머니들이 모두 우리 할머니에게 이야기하고,  조언을 구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가끔 거친 욕도 하시고, 우리에게 막걸리 받아오라는 술심부름도 자주 시키셨지만, 우리에게 제철 과일이며 꼬막이며 맛있는 것 먼저 먹이시려 하셨던 할머니에게는 무섭기는 하지만 따르게 하는 뭔가가 있었다.

 

그런 할머니가 이 세상의 모든 한과 설움을 다 짊어진 자처럼 보일 때가 있었는데, 막걸리를 드시는 날이었다. 그런 날은 목소리도 한껏 허스키해져서는 목을 놓아 우셨다. 살아서 무엇하냐, 죽고 싶다, 같은 말들을 하시며 우시면, 곁에서 같이 울었다. 막걸리 한방울 안 마시고도 할머니의 낮고 긴~~~울음에 스며들었다.


조금 커서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할머니는 슬하에 5남 2녀를 두셨다. 나는 큰아버지와 작은아버지 삼형제만 봤지만 말이다. 집에서 집안의 기대주처럼 가장 촉망받던 막내 삼촌이 있었다고 한다. 중학교 다닐 때부터 서른 살 미혼의 둘째형(우리아버지)가 근무처인 서울로 데리고 와서 학교를 보냈다고 한다. 그런데 삼촌이 중학교 3학년 때 연탄 가스를 마시고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 이듬해 아버지 바로 아래 삼촌이 월남전에서 돌아온지 얼마 안 되고, 사회 부적응기를 거치다가 알콜 중독이 원인이 되어 비명횡사하셨다고 한다. 

 

가까운 사람의 '사는 게 싫어진다'는 말엔 가슴이 철렁한다. 그가 느끼는 불행을 내가 조장하지는 않았던가 시키지 않았는데 살피게 된다.

 

여자로 태어나서 결혼하고 아이 낳고 살다보니, 어릴 적 비교적 가까이에서 보아왔던 여성들(양쪽 할머니, 엄마와 또 외숙모)의 삶을 조금은 객관적으로 다시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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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05 2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2-07-05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효...할머님의 긴 울음 소리가 예전에 TV문학관인가 하는 프로그램의 어느 장면과 겹치면서 들리는 듯 하네요. 자식을 낳아 키워보니 자식을 앞세운 마음이 어떤 마음일지 짐작이 가요.
icaru님 오늘 하루 어떠셨나요...

icaru 2012-07-06 16:59   좋아요 0 | URL
제가 부모가 되어 보니까, 정말 상상도 안 되더라고요. 자식을 앞세운다는 것.. 남편이 제가 들릴듯말듯,,, "요즘 같아선 살기가 싫다."라고 하더라고요. 사람이 살다보면, 살기 싫은 날도 있고 그런 건데,,, 전 입밖으로 그런 말 내뱉는 것조차 왜, 용납이 안 되는건지 몰라요. 그말 듣는데, 되게 속상하더라고요 ^^;;;;
오늘 다시 읽어보니, 되게 민망한 페이퍼네요~ 얼른 숨기고 싶은 ㅎ

라로 2012-07-05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글을 많이 올리셨네요??무슨 날이에요????^^;;
공감이 많이 가는 이야기에요.
제 외할머니도 이카루님의 할머님처럼 카리스마 있으시고 그런 분이었는데
저도 막걸리 많이 받아다 드렸어요,,
제 할머니도 625때 자식 두 명을 앞서 보내셨는데
술만 드시면 그분들 생각이 났나봐요,,,그 모습이 눈앞에 보이듯 떠오르네요...

icaru 2012-07-06 17:07   좋아요 0 | URL
아,,, 그러게 제가 어제는 무슨 뽐뿌마냥,,ㅋ (이런 뽐뿌질에 따르는 수순은,,,창피함,인가봐요. 오버했네 싶고..)
어릴 적 할머니의 우는 모습은 제게 왤케 충격적이던지,
여장부 스타일이었던 저희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거의 대신해서 생계까지..
참, 옛날 분들 특히, 여자분들 고생 많이 하며 사셨죠~

blanca 2012-07-05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글을 읽으니 할머니들이 보고 싶어져요. 비도 오고....슬퍼요.

icaru 2012-07-06 17:07   좋아요 0 | URL
비 때문에 제가 안 하던 짓을 했어요! ㅎㅎㅎ
그리고 살기 싫다는 누구의 한마디에 화르르륵 한 거거든요.

책읽는나무 2012-07-06 0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겐 할머니에 대한 추억이나 그리움이 없네요.
외할머님은 내가 돌 되기 전에 돌아가셨다고 하셨고,친할머님과 친할아버님은 엄마가 시집오시기전에 이미 두 분 다 돌아가셨다고 하셨으니 할머니의 정을 느껴볼 새가 없었습니다.
유일한 조부모님은 단 한 분 살아계셨던 외할아버님..할아버지도 내가 고등학교때 돌아가셨으니 국민학교때 방학동안 외갓집을 찾아가서 놀았을때랑 돌아가시기 몇 해 전 우리집에 놀러오신 그 며칠을 빼면 얼굴을 뵌지가 몇 번 안되는 것같네요.그래도 강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은 아마도 조부모님에 대한 추억이 그닥 없어서 인지도?^^ 한 분 달랑 계셔서인지, 외할아버지한테 딱 달라붙어 있었던 것같아요.할아버지도 외손주보다는 친손주를 더 좋아하셨었던 기억이 있는데 유독 우리 삼형제 외손주들에겐 각별하게 대해주셨던 것같아요.아마도 울엄마가 막내여서인지도? 할아버지가 막내인 울엄마를 또 이뻐하셨다고 하시던데.(엄마말씀에 의하면 그랬다고 하더라구요.ㅋ)

암튼,할머님들의 한과 설움엔 좀 공감은 되어요.
제게도 친정아버지 형제분이 네 분이셨는데 아빠 바로 위의 큰아버지가 6.25 터졌을 무렵 시골에서 공부하신다고 지리산 절에 들어가셨다가 그뒤로 행방불명되었다고 하시더라구요.
동네사람들이 지리산 골짜기에서 시체를 봤다는둥 소문만 무성할뿐 그뒤로 아무리 찾아다녀도 얼굴을 볼 수 없었다고 하시더라구요.그때 할아버지도 두 세 해전 돌아가셨고(친정아버지가 사형제중 막내셨는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때 친정아버지는 세 살정도 되었다고 하시더라구요..ㅠ)

내가 만약 할머니와 같은 나이에 같은 상황이라면 어땠을까? 한 번씩 할머니의 삶과 인생을 더듬어보곤 했어요.그전엔 그저 얼굴 한 번 못 본 할머니의 성함이구나! 여겼었는데..
결혼하고 자식을 키워보니 할머니의 인생이 참 쓸쓸하셨겠다 싶더라구요.
또한 외할머님을 일찍 보내시고,간암으로 일찍 장남을 잃으시고 멍~ 하니 외갓집 마루에 걸터앉아 계셨던 외할아버지의 쓸쓸했던 모습도 아직 잊혀지지가 않네요.
울시아버님 어머님 잃으시고 멍~ 하니 창 밖 바라보고 계신 모습 뵈면 딱 어릴적 우리 외할아버지모습 뵈는 것같아 맘이 짠~ 하더라구요.

님의 마지막 문구에 절대공감하면서 또 긴 댓글이 되었네요.(페이퍼 같은 댓글.ㅠ)
자식도 잃고,배우자까지 잃은 친척들의 모습 바라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곤 한답니다.^^

icaru 2012-07-06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나무님 쓰신 댓글들 잘 추려 모아놨다가, 인쇄물로 엮으셔야 해요! ㅋㅋ
본래 페이퍼보다 더 실한~~~ 장문의 글!!
어우~ 얼마나 시름에 겨운 일일지...

저는 할아버지 양쪽 두분다 부모님이 어렸을 적에 돌아가셨다더라고요.
위의 이야기속 친할머니는 제가 고3때 돌아가셨고, 외할머니는 10년전에 돌아가셨고요.
친할머니는 말년까지 고생을 많이 하셔서 짠하고요~ 외할머니께서는 노후가 편안하기 하셨지만, 다른 시름이 있으셨어요. ^^ 정정하셨는데 갑작스런 설암(혀)으로 돌아가셨구요.
 

 

 

 

 

대학 졸업 후 도에이 동화사 입사. <안쥬와 즈시오마루>(61) 등의 연출 조수를 거쳐 <늑대소년 켄>에서 처음으로 연출을 담당하였다. 1968년 <태양의 왕자 호르스의 대모험>으로 감독 데뷔를 했으며, <추억은 방울 방울>(91), <반딧불의 묘>(88), <평성 너구리 전쟁 폼포코>(94)와 같은 극장판 애니메이션과 국내에도 방영되었던, <알프스 소녀 하이디>(74), <엄마찾아 삼만리>(76), <빨강머리 앤>(79) 등의 TV 시리즈들을 만들었다. 틈틈이 힘들게 만든 클레식 애니메이션- <첼리스트 고슈>(82)도 있다. 일본에서는 미야자키와 함께 애니메이션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우고 있으며, 원작을 충실히 반영한 리얼리티로 '세계를 묘사하는 감독'으로 평가 받고 있다.

 

                                                                                                      ----네이버 검색

 

 

내 유년의 뜰이자~ 성인의 뜰이기도 한...그의 작품들은

 

 

 

추억은 방울방울

 

 

 

 

 

 

반딧불의 묘  --- 최루성이 극에 달한 애니메이션.. 그래도 만화인데 이렇게 리얼하면 ㅠㅠ)

 

 

 

 

 

 

엄마찾아 삼만리... 가도가도  끝없는 .... 만날듯 만날듯 어긋나던... 결국 만났죠?

결말 내용은 기억 저편으로~~~

 

 

 

 

 빨강머리앤--- 위에 언급했던 애니들~ 다 좋지만, 얘가 짱 먹죠~ 저한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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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는재로 2012-07-05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억은 방울방울 예전 비디오 테이프로 구매했는데 빨간머리앤 귀여운 소녀~ 빨간머리앤 우리에 친구 나는 찾아가리 엄마찾아 삼만리 엄마 보고 싶어 엄마그리워요 가고 가고 끝없는 삼만리 마르코 어린시절 추억의 애니들

icaru 2012-07-04 08:50   좋아요 0 | URL
저도 추억은 방울방울의 경우 친구가 좀 어렵게(당시 일본 애니는 티비에서 상영해주는 것 빼곤, 유통이 넘 힘들었지요?) 구매한 비디오테이프를, 날름 쉽게 빌려다 보았습니다^^
ㅎㅎㅎ 저도 로고송이랄까~ 주제가부터 생각나요! 어릴적에 봤던~

프레이야 2012-07-04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빨강머리 앤, 사랑스러워요^^

icaru 2012-07-04 09:28   좋아요 0 | URL
흐흐, 프레이야 님, 저도 저 아이에게 품은 마음의 정체는 '사랑'이었지 싶어요~ 인간이 성장하고 나이가 먹어가면서 좋아하거나 동경하거나 애정을 품게 되는 캐릭터는 변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예를 들면, 어릴 적에 무슨 책,드라마, 영화에 나오는 누구가 좋았지만, 지금은 다른 누구~ 라거나 말이죠.
근데, 앤은 다 커서도 애정하게 되는 것은,,, 왜 일까요? 앤도 작품 속에서 같이 성장했기 때문인가, 늙어갔기 때문인가,,, 그런가 하는 생각도 흐흐..

라로 2012-07-04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미야자키보다는 다카하타!!!
저 만화 영화들 다 다시 보고 싶어요!!!>.<
엄마찾아 삼만리를 보면서 했던 슬픈 생각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빨강머리 앤은 아무리 책을 읽어도 저 아이가 머리속에 쏭 떠올라요,,,아웅~~~

icaru 2012-07-05 08:53   좋아요 0 | URL
아웅 엄마찾아 삼만리는 정말 슬펐어요. 제가 국민학교3학년 시절에 시리즈로 방영하는 걸 보았었는데, 마르코였나, 쟤는 저렇게 돈벌러 다른 나라로 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며 함께 살지도 못하고, 그리워하다가 엄마를 만나러 떠나는데, 우리 엄마는 우리 곁에 있으니, 그래도 다행히지 뭐야, 라고 내 행복을 확인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런 다행감은 잠시 뿐이고, 세상은 저렇게 험하구나. 참 불행한 세상이다! 했던 거 같아요. 엄마찾아 삼만리 땜에 우울한 세계관을 갖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 같네요 ^^ (아, 저 왜 이러죠. 날씨 타나봐요.)

책읽는나무 2012-07-05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번 이페이퍼에다 열씸 댓글 달고 있다가 누가 부르는 바람에 급히 끈다고 저장못눌렀더니 댓글 1등 놓쳐버렸군요.ㅠ
보니까 빨강머리 앤의 감독이었군요.그랬구나~~
근데 전 진짜 추억은 방울방울이란 영화는 오늘도 그림을 처음봐요.
반딧불의 묘도 제목은 좀 들어본 듯한데 첨 봐요.ㅠ

오로지 70년대 판 쳤던 영화들만 봤었군요.줄기차게~~ㅋㅋ
엄마 찾아 삼만리도 앤의 그감독인줄 몰랐네요?
빨강머리 앤은 지금쯤 나이 많이 먹었을텐데 항상 저모습만 떠오르다니~~
전 그 과수원 지나가는 길에 배꽃인지 사과꽃인지 가로수길에 꽃잎이 샤랄라~~ 흩날리면서 앤은 마차위에 타이타닉 포즈 취함서 고개는 꿈에 젖어 180도로 뒤로 확 꺾은 그장면이 봄에 벚꽃이 질때 꽃눈 떨어질적마다 앤의 그표정이랑 광경들이 생각나곤 하거든요.ㅋㅋ
아마도 노랫말도 그부분이었을꺼에요.
"가슴에 솟아나는 아름다운 꿈~~~"

엄마찾아 삼만리의 소년이름이 마르코였군요.음~
저도 그영화가 가장 슬프고 애달팠어요.엄마를 찾아 떠나는 소년의 고단함에 감정이입되어 좀 울었었던 기억도~~ㅠ 빨리 엄마를 찾았음 하는데 꼭 엄마를 만날 순간만 되면 그날 만화가 끝나서 아쉬움이 가득했었던~~
헌데 마지막 장면에서 어린 나이에 무척 충격이었던 것이요.
그렇게 고생해서 찾은 엄마였는데 엄마는 아파서 침대위에 있었던 걸로
기억이 나는데(맞겠죠?) 전 그게 정말 어린나이에 이해할 수 없었어요.
지금도 드라마나 책에서 자식들 버리고 이혼을 했거나,돈 벌러 간 엄마를 세월이 많이 흘러 찾아가보면 엄마는 또 그집에서 고생을 하고 있거나 그런 장면들이 나올때면 꼭 옛날 봤던 "엄마 찾아 삼만리"랑 똑같다라는 생각을 하곤 해요.
그래서 나는 꼭 돈 벌러 나가지 말아야지~~ 그런 생각도 했었다는~~ㅋㅋ

icaru 2012-07-05 18:52   좋아요 0 | URL
전에 다셨는데 저장 안 되었다는 댓글,,, 늠 아까우요! 으앙~
고개는 꿈어 젖어 180도로 확~~ㅋㅋㅋㅋㅋㅋ 노래 가사 나오는 부분도 맞고요~~ 앗 엄마찾아 삼만리 마지막 장면 기억 하시는구낭~ 전, 이거랑 플란다스의 개에서 마지막 장면이 기억 안나요~
두 만화 모두 주인공 캐릭터도 비스비슷한 데다가는~
애들 아빠는 엄마찾아 삼만리 보면서 꼭 이런 아는 척을 하지요.
'저 당시 만해도, 스페인이나 포르투갈보다 식민지 아르헨티나가 더 잘 살았거든 그래서 그쪽으로 돈벌러 간거야!'
역사적으로 맞나요? ㅎ

반딧불의 묘에 대해선 욕하는 사람들도 많더라고요. 전쟁의 책임이 있는 일본 자기네가 패전국이 되었고, 피해자인양 그린 만화라고. 근데, 전 그런 거 저런 거 다 걷어내고, 전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약자인 어린여자아이가 불쌍하게 굶어죽어가는 게... ㅠㅠ)

기억의집 2012-07-05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빨간머리 앤의 꽃잎이 흐날리는 장면 좋아해요. 지금은 티비에서 방영해주는 곳이 없지만 우리 어릴 때는 6시에서 7시까지 만화영화 황금기였죠. 저는 빨간 머리앤도 좋아했지만, 톰소여의 모험 엄청 좋아했어요. 엠비씨에서 수목 여섯시에 해 주었는데, 그 시간에 절대 어디 안 나가고 톰 소여의 모험 봤다니깐요. 어렸음에도 그 시간이 너무 행복했어요. 미래소년 코난보다 저는 톰소여의 모험 쪽을 더 좋아한다는. 반디불이 묘하고 추억은 방울방울 봤는데..기억이 가물가물.

icaru 2012-07-05 15:25   좋아요 0 | URL
어쩐지 기억님은 톰소여의 모험을 좋아했을 거 같아요!!! ㅎㅎㅎ 그러고 보니, 미래소년 코난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톰소여 쪽이 유쾌하죠! ㅋㅋ
전, 그래서 훗날 마크 트웨인 자서전이 고즈윈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왔을 때, 마치 만델라니 마틴 루터킹 자서전 두께의 하드커버 같은 그것을 덥썩 샀더랬어요.
아우~ 정말 저녁 6시부터 7까지의 만화 지킴이였어요 저도,,, 그 시간대의 어린이대상 외국 드라마물도 잘 봤고.. 제목도 가물가물한 천사들의 합창이나 펑키, 개구장이 천재들, 그리고 말괄량이 삐삐도 있지 않았나요?


책읽는나무 2012-07-05 18:29   좋아요 0 | URL
천사들의 합창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제목이에요.
그꼬맹이들도 지금쯤 많이 늙었겠죠?ㅋㅋ
고때 담임선생님이 참 예뻤다는 기억이..

개구쟁이 천재들이 아니고 스머프 아닌가요?
요술공주 밍키,샛별공주,요술나라 공주 새리?,모래요정 바람돌이,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폴,플란다스의 개(맞아요.그것도 끝장면에서 펑펑 울었어요.난 어떻게 저런 동화를 만들 수 있는지 정말 이해못한 영화 중 이것도 포함이었어요.헌데 얼마전 희망찬샘님의 페이퍼에서 그때 네로가 보려고 그렇게 원하던 그림이 바로 루벤스의 작품이었다고 하시더라구요.명작소설 다시 읽어보니 그렇게 적혀 있었다네요.^^)...기타등등
참 많았었는데 음~

근데 전요 바로 밑에 연년생 남동생이 있고,네 살 어린 남동생이 있어요.
막내동생이랑은 덜 싸웠지만,채널때문에 큰동생이랑 엄청 티격태격했었어요.
큰동생은 자꾸 로봇태권브이랑 메칸더 브이,독수리 오형제,미래소년 코난(이건 재미나게 보긴 했지만.ㅡ.ㅡ;;) 남자애들 만화 본다고 그러고,나는 신밧드의 모험이랑 밍키랑 삐삐랑 빨강머리 앤 보고 싶다고 그러고~~
그래서 격일로 요일 정해서 봤는데 만화 못 본 담날 친구들 만나서 어제 만화영화 했었던 장면을 다시 듣기로 듣는데...정말 미치는줄 알았어요.
보고 싶어서~~ㅠ
그땐 재방송이 흔치 않았잖아요.일요일 아침에 했었나?
주말 아침 엄청 일찍 일어나서 만화를 봤었던 것도 기억나는데요?
그래서 좀 더 자라고 맨날 엄마한테 구박 받고...
지금은 내가 그러고 있어요.주말에 꼭 안깨워도 일찍 일어난다고 애들 구박하고 있어요.ㅎㅎ

기억의집 2012-07-05 18:34   좋아요 0 | URL
맞아요, 맞아. 삐삐도 그 시간에 했었고 삐삐의 인기 정말 장난 아니였지요. 그 땐 그 프로가 그렇게 재밌어서..어린 시절 흑백 티비 시절의 삐삐 볼 때의 그 감정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어요. 몇 년전에 방영해서 애들하고 같이 보았는데, 애들은 시큰둥했어요. 저만 좋아했다는. 세대별 감성이 틀리는 구나 싶어, 소통이 안되는 아쉬움이 많았어요. 이카루님도 그 시간대 열혈팬이었군요. 큭큭.
저도 톰소여의 모험 때문에 자서전도 읽고 범우사에서 나온 김병철 번역으로 나온 책도 이십년 넘게 가지고 있었는데, 고민 끝에 재활용에 버렸어요. 그 때 얼마나 고민을 했는지 몰라요. 그래도 가지고 있어봤자 세월의 먼지를 털어내지 못해 아이들이 읽지 못할 거 같아 버렷어요. 흐흐.

기억의집 2012-07-05 18:38   좋아요 0 | URL
아, 밍키 기억나요. 저는 밍키보다 샛별공주 더 좋아했어요. 그래서 밍키 나왔을 때 아니, 니가 뭔데 샛별공주 흉내를 내고 그래? 웃겨~ 이랬던 기억이 조금 나요. ㅋ~ 몇 년전에 플라다스의 개, 톰소여의 모험 우리 어릴 때 보던 만화 디비디로 팔길래 샀는데, 혹시나 제 어린 시절의 행복한 기억이 깨질까봐 못 보고 있어요. 흑흑.

책읽는나무 2012-07-07 10:01   좋아요 0 | URL
얼마전 저도 톰소여의 모험 텔레비젼에서 보고 우와~ 저걸 하네! 저거 진짜진짜 재밌는거라고 성민이더러 같이 보자고 했는데 녀석은 완전 뚱~ 하더니만 급기야 정말 정말 재미없다고 다른방에 쌩~ 가버리더라구요.
저혼자 봤어요.ㅠ 고때 성민이가 빨강머리 앤이랑 톰소여의 모험 만화만 나오면 엄청 싫어했어요.내가 채널 절대 못돌리게 했거든요.ㅋㅋ
(그래도 둥이들은 빨강머리 앤이 나오면 엄마 보는 거라고 좋아라 해주던데.ㅠ.ㅠ)
어릴때 동생들한테 당했음 됐지~ 나이 먹어서까지 당할 순 없다~~
뭐 그런 심정이랄까요?ㅡ.ㅡ;;

저도 성인이 되어 가장 먼저 읽은 명작동화가 빨강머리 앤이랑 톰소여의 모험이었던 것같아요.^^ 눈에 띄면 한 권씩 사다놓긴해요.내가 읽으려구요.
훗날 딸들이랑 명작동화 읽을때쯤 되면 같이 읽고 대화 한 번 나눠보는 것이 소원이랍니다.그때 옆에 성민이 앉혀 놓고 고문시키면서요.ㅡ.ㅡ;;

북극곰 2012-08-17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급작 옛날 생각나네요.
초등 때 주근깨때문에 남자애들이 놀려도,
빨강 머리 앤과 삐삐 덕에 저까지 왠지 특별한 것 같아
혼자 뿌듯해하곤 했다지요. 하하.

이카루님 안녕하세요?
인사는 첨이지만 자주자주 보고 있어요.

icaru 2012-08-20 14:36   좋아요 0 | URL
아! 북극곰님 안녕하세요~ 저도 자주자주 보고 있었어요! 공감할 만한 지점들이 많아서요 ^^ 이김에 인사를 하는 것은, 제가 부끄러움이 많아서 ^^;;

와- 삐삐,, ㅋㅋㅋ 어른이 되어서 보는 삐삐도 참말~ 재밌었어요. 뭉클하니,, 어린시절 생각도~
 

302쪽

샤갈과 마티스의 미술관에서 내 눈에 인상적으로 보인 것은 그들의 자유분방한 장난기와, 그 장난기가 표출된 실험적 작품들이었다. 그것은 유아적 호기심 같기도 했고, 생의 비밀을 알아버린 자의 가벼움 같기도 했고, 고독한 편집증과 유연한 사고가 혼합된 방식 같기도 했다. 그런 측면을 자연스럽게 표출함으로써 그들의 창조성이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니까 샤갈과 마티스뿐 아니라 피카소까지 그들의 창조성의 비밀은 내면에 있는 자아의 다양한 국면을 인식하고 통합하고 표출하는 능력에 있는 것 같았다. 전문가들은 그런 행위를 ‘자기 실현’이라고 칭한다. 억압이나 회피의 방어를 벗고, 진정한 자신의 내면에 닿는 것,
그것이 본래의 자기 자신을 찾는 일이라고 한다.

본성의 자기와 만날 때에야 빛나는 지혜와 통찰과 창조의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창조성이 위대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창의성을 발휘하면서 살아간다. 새로운 업무를 시작할 때, 낯선 지방을 방문할 때,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때에도 창조성을 발휘한다. 60이나 70년쯤 되는 시간을 어떻게 창조적으로 기획해서 사용하는가 하는 행위에 다름 아닐 것이다. 자기 실현이란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어 생을 보다 지혜롭고 풍족하고 의미 있는 것으로 엮어 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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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2-06-14 0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조성의 비밀이 숨어 있었군요.
난 왜 창의성을 숨기고 살았을까요?
창의성을 한 번 표출해볼까요?
모두들 놀랄까봐 좀 꺼려져서 말입니다.ㅠ

김형경님 이런책들 한 번씩 눈에 띄던데..읽어봐야겠군요.^^

icaru 2012-06-14 16:17   좋아요 0 | URL
천재는 괴로워요~ 능력을 숨기고 살아야 하니, 말이죠... 하하하 농담~요!

책읽는나무 2012-06-16 10:21   좋아요 0 | URL
우리 그냥 괴로워 하면서 사는쪽을 택해요.ㅋㅋ
남들에게 들키면 안되잖아요~

제가 지금 님의 답글 확인하러 들어왔다가 제글 보고 깜짝 놀랐다지 뭐에요?
내가 저런 뻔뻔스런 말을??
아마도 새벽에 일찍 일어나 잠이 덜깬 모양입니다.ㅎㅎ

2012-06-14 16: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구멍의 공에 제일 깊게 사유한 최초의 인물은 노자이다. 그는 항아리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은 항아리의 텅빈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빈 곳이 있어야 채울 마음이 생겨난다. 공은 행위, 욕망의 행위의 밑바닥이다.

장자는 그것을 더 논리화해서, 구멍을 뚫으면 혼돈은 죽는다. 라고 말한다. 그것을 뒤집으면, 구멍이 있으면 혼돈은 없다. 그 구멍은 질서 , 사회 생활의 기본틀이다. 구멍이 없는 존재는 완전자--신, 악마, 자연.....뿐이다. 구멍이 있는 것은 모두 인간적이다. 인간은 구멍의 모음이다. 채워도 채워도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구멍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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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6-13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구멍에서 비 좀 내렸으면 좋겠어요. 세상이 물로 채워지게~

icaru 2012-06-14 09:26   좋아요 0 | URL
글게 뭐가 내릴 것처럼 잔뜩 찌푸렸다가도 내리지 않고, 않고 하기를 반복하네요~ ㅎㅎㅎㅎ 근데,,, 응용력 짱이시닷 이 구절 읽으시고 댄번..ㅋ

프레이야 2012-06-13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이 부분을 밑줄긋기 해주셨군요. 꾸욱~
다시 보니, 정말 '구멍'에 대한 제 에피소드가 떠올라 씨익 웃음이 나요.
제가 그랬어요. 고등학생 때요. 감기가 심해 콧물 눈물 막 나오던 어느 날
하교하고 집에 들어서며 그랬어요. "에고고, 구멍이란 구멍에서 다
물이 나와. 그리고 아파."
안방에 계시던 엄마아빠가 눈빛을 교환하며 웃던 그 미소의 의미,
그걸 아는 나이가 되었지요.
구멍이 있는 것은 모두 인간적이다!!!
그래요, 결핍을 죽을 때까지 안고 가는 것이 인간이지요.^^

icaru 2012-06-14 09:33   좋아요 0 | URL
ㅎㅎㅎ "구멍이란 구멍에서 다 물이 나와." 여고시절 때도 역시 시적이셨어!!

사회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적에, 좀 힘들었는데, 그 때 읽었던 책에서 딱!!! 옮겨왔던 구절인데요. 제가 그때도 저 말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던 거 같아요.. 현실에선 이해할 수 없고, 정의를 내릴 수도 없는 것들 투성이었는데, 저 구절을 읽으니,, 참 명쾌하고, 단순하구나. 그래서 지금도 김현의 저 책을 "비움"과 "잊음" 두 단어로 기억해요! 그 어떤 혼돈도 괴로움도 두 단어로 돌파하면 된다고!!

책읽는나무 2012-06-14 0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끄덕끄덕~
이건 공감하기에 추천 누를 수 있어요.^^

icaru 2012-06-14 09:4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제가 한달간 제주도에서 아이들과 살기 라는 책,,, 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혹 제공한 것은 아닌가 물러요~ 책나무 님헌티..

책읽는나무 2012-06-16 10:22   좋아요 0 | URL
아녀요~
요 아래책도 실은 공감해요.
기억님의 댓글에 장난 삼아 올렸던 거였어요.^^
이제 좀 제정신으로 돌아온 듯해요.

잉크냄새 2012-06-14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워야 채워질수 있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icaru 2012-06-15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네~ 같은 맥락이죠? 그런 시가 있었던 거 같은데, 접시꽃 당신의 도종환 님의 시였던 거 같은데,,, 접시꽃 당신이라는 시는 아니었던 거 같구요~ ㅎ 아,,찾았다,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이라는 시에 비슷한 구절이 나오네요.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詩, 도종환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자연의 하나처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서둘러 고독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고
기다림으로 채워간다는 것입니다
비어 있어야 비로소 가득해지는 사랑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평온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는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몸 한 쪽이 허물어지는 것과 같아
골짝을 빠지는 산울음 소리로
평생을 떠돌고도 싶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흙에 묻고
돌아보는 이 땅 위에
그림자 하나 남지 않고 말았을 때
바람 한 줄기로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이 세상 사는 동안 모두 크고 작은 사랑의 아픔으로
절망하고 뉘우치고 원망하고 돌아서지만
사랑은 다시 믿음, 다시 참음, 다시 기다림
다시 비워두는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랑으로 찢긴 가슴은
사랑이 아니고는 아물지 않지만
사랑으로 잃은 것들은
사랑이 아니고는 찾아지지 않지만
사랑으로 떠나간 것들은
사랑이 아니고는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비우지 않고 어떻게 우리가
큰 사랑의 그 속에 들 수 있습니까
한 개의 희고 깨끗한 그릇으로 비어 있지 않고야
어떻게 거듭거듭 가득 채울 수 있습니까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평온한 마음으로 다시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3분 후에 회의 있는데, 지금 이 페이퍼를 꼭 기록하고 싶은 곡절은 적어두지 않으면 다 휘발되기 때문ㅠ)


ㅋㅋ 어제 공휴일이어서 집에 있었잖아요~ 애들은 항상 어딘가 나가고 싶어 몸 닳아 하는데, 하루 종일 외출을 안 한 거죠!
좀 이른 저녁을 먹었는데, 아빠가 아이에게
"밥 다 먹고, 낙성대 공원으로 산책 갈까?" 하니까, 아이가 아빠한테,
"그럼, 자전거도 가져가요!"
"자전거는 됐고. 그냥 가자"하니까
"아빠는 왜 (사달라고 조르지도 않은 자전거를) 사주시고, 타러 가자고 하면 매일 '다음에~'그래요?"라고 제 아빠에게 묻더라고요.
그러니까 아빠가 "살다보면, (싫어하는 것을 사 주게 되는) 그런 모순이 있단다. 지금 이야기해주면, 이해 못하니까 좀 크면 얘기해 줄게" 하면서 넘어가더라고요.

 

그 때 이웃에 사는 여동생이 자주 그렇하듯, 우리집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남편이 동생에게

"처제 이것도 먹어봐, 처제 이건 한 박스 더 있으니까, 갖다 먹어." 하는 거죠.

이말을 듣고 있던 큰아이,

"왜 아빠는 엄마보다 이모를 좋아해요. 이모한테는 이것저것 먹으라고 하면서, 엄마한테는 안 그러고, 아빠가 그러는 거 싫어요." 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아이가 일곱살 쯤 되다보면, 엄마 아빠의 정서 관계를 의식하나봐요. 원체 다정한 말들을 나누는 부부 사이가 아니긴 하지만, 아이눈에 보기엔 단순히 다정하지 않다가 아니라 뭔가 찬바람도 쌩쌩 돈다 싶나봐요. 그렇다고 언성 높여 자주 싸우거나 하지도 않는뎅~

 

아이 때문에라도 다정한 포즈를 연출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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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06-13 07: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일곱살 아들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은 충동이~ ^^
아이들 눈이 무섭다니까요.

icaru 2012-06-14 08:54   좋아요 0 | URL
맨날 저한테 핀잔만 듣기 일쑤인 큰아이거든요. 어른들 말 조금도 틀리지 않은 게,,, 다 너 잘 되라고~ ㅎㅎ 이러다가 엄마를 싫어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좀 하구요. 나인님 말씀 들으니까, 혼낼 때 혼내더라도 이쁘다고 궁둥 툭툭 쳐줘야겠단 생각 들어요 ! ㅋ

기억의집 2012-06-14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큭큭 부군께서 좀 무안하셨겠는데요. 대신 이카루님, 든든하셨겠어요.
살다보면, 다 저렇게 서로 무심하지 않나요? 저도 그런데.
갑자기 다락방님 벨아미 페이퍼 보고 생각났는데, 그런 남자들 있잖아요. 너 아니면 죽을 것처럼 구는 남자들 그리고 그게 사랑인줄 알고 훌러덩 넘어가는 여자들. 삶의 경험치로 이제 그런 남자하고 결혼한다고 하면 말리고 싶어요. 그거 정신병 아닐까 싶어요. 그렇게 죽고 못사는 남자들하고 결혼하면 행복한 줄 알았는데, 대부분이 다 실망하더라구요. 삐그덕거리고. 차라리 무덤덤한 게 최고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랑 울 남편 사이도 서로 무덤덤해요.

icaru 2012-06-14 09:06   좋아요 0 | URL
그런거죠? 남들도 다 그러신거죠? 살다보면, 다 무심해지고~ 속이야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겉으론..
최근에 신혼 초반인 사람들이나 열광할 법한 색채 심리테스트를 남편에게 해 본적이 있어요~ (미술심리에서 나온 결과 비교적 맞다고 하길래 더 연연) 뭐냐면요 ^^

"무지개 일곱가지 색깔 중에서 아내, 하면 떠오르는 색깔을 5초 안에 대답하시요."
''''

제 주변 사람들은 노랑 아니면, 파랑, 남색이 많았거든요. 또 분홍, 이라고 답한 사람도 있다지만.

저희 남편은요... 빨강이거든요.

해석은 이래요~

빨강~ 그냥 마누라
주황~ 애인같은 마누라
노랑~ 동생같은 마누라
초록~ 친구같은 마누라
파랑~ 편안한 사람
남색~ 지적인 여자
보라~ 색시한 여자

오늘 물어봐서,,, 빨강이라고 답한 남편에게는 밥 주지 마세요~ 라는 코멘트까지 덧붙여져 있더라고요 ㅎ

울남편님께서는 풀이를 알려 주고, 내가 못내 섭섭해하니 버럭~하면서 한마디 하더라고요.
"어떻게 그 사람에 대해 고작 일곱 종류로 분류를 해놓냐, 인간 마음이 얼마나 복합적인데,,," ㅋㅋ 남편 대답도 일견,,,그러나 이 여파로 말미암아 빨강 색만 보면, 남편의 답이 떠오르네요.

그러니,,, 재미삼아 봐야겠더라는...

기억의집 2012-06-14 17:54   좋아요 0 | URL
끽 이카루님 말씀대로 저는 응용을 잘해요. 이 댓글 읽고 저는 순간적으로 녹색 외치고 울 남편을 어떻게 바라보나 했더니------------>친구같은 남편이에요^^

icaru 2012-06-15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군 님께도 여쭤 보세요! 무지개 색깔 중에 난 어떤 색이야~~~? ㅋ

책읽는나무 2012-06-16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안적을 수가 없어서..
전 개인적으로 보라색 넘 좋아하거든요.
헉~ 했네요.
울신랑은 배가 나와 곰돌이같은데..
섹쉬라니~~ㅠ

앗! 다시 보니 색시군요.
섹시랑은 거리가 멀죠.
색시같은 다소곳한 남편이었군요.ㅎㅎ

icaru 2012-06-21 10:40   좋아요 0 | URL
ㅎㅎㅎ 그 섹시~ 맞아요! 제가 오타를 날렸군용~~ㅋㅋㅋㅋ
보라색이요? 와아아아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