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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과 마티스의 미술관에서 내 눈에 인상적으로 보인 것은 그들의 자유분방한 장난기와, 그 장난기가 표출된 실험적 작품들이었다. 그것은 유아적 호기심 같기도 했고, 생의 비밀을 알아버린 자의 가벼움 같기도 했고, 고독한 편집증과 유연한 사고가 혼합된 방식 같기도 했다. 그런 측면을 자연스럽게 표출함으로써 그들의 창조성이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러니까 샤갈과 마티스뿐 아니라 피카소까지 그들의 창조성의 비밀은 내면에 있는 자아의 다양한 국면을 인식하고 통합하고 표출하는 능력에 있는 것 같았다. 전문가들은 그런 행위를 ‘자기 실현’이라고 칭한다. 억압이나 회피의 방어를 벗고, 진정한 자신의 내면에 닿는 것,
그것이 본래의 자기 자신을 찾는 일이라고 한다.

본성의 자기와 만날 때에야 빛나는 지혜와 통찰과 창조의 순간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창조성이 위대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모두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창의성을 발휘하면서 살아간다. 새로운 업무를 시작할 때, 낯선 지방을 방문할 때,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때에도 창조성을 발휘한다. 60이나 70년쯤 되는 시간을 어떻게 창조적으로 기획해서 사용하는가 하는 행위에 다름 아닐 것이다. 자기 실현이란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어 생을 보다 지혜롭고 풍족하고 의미 있는 것으로 엮어 나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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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2-06-14 0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조성의 비밀이 숨어 있었군요.
난 왜 창의성을 숨기고 살았을까요?
창의성을 한 번 표출해볼까요?
모두들 놀랄까봐 좀 꺼려져서 말입니다.ㅠ

김형경님 이런책들 한 번씩 눈에 띄던데..읽어봐야겠군요.^^

icaru 2012-06-14 16:17   좋아요 0 | URL
천재는 괴로워요~ 능력을 숨기고 살아야 하니, 말이죠... 하하하 농담~요!

책읽는나무 2012-06-16 10:21   좋아요 0 | URL
우리 그냥 괴로워 하면서 사는쪽을 택해요.ㅋㅋ
남들에게 들키면 안되잖아요~

제가 지금 님의 답글 확인하러 들어왔다가 제글 보고 깜짝 놀랐다지 뭐에요?
내가 저런 뻔뻔스런 말을??
아마도 새벽에 일찍 일어나 잠이 덜깬 모양입니다.ㅎㅎ

2012-06-14 16:3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