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의 공에 제일 깊게 사유한 최초의 인물은 노자이다. 그는 항아리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은 항아리의 텅빈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빈 곳이 있어야 채울 마음이 생겨난다. 공은 행위, 욕망의 행위의 밑바닥이다.

장자는 그것을 더 논리화해서, 구멍을 뚫으면 혼돈은 죽는다. 라고 말한다. 그것을 뒤집으면, 구멍이 있으면 혼돈은 없다. 그 구멍은 질서 , 사회 생활의 기본틀이다. 구멍이 없는 존재는 완전자--신, 악마, 자연.....뿐이다. 구멍이 있는 것은 모두 인간적이다. 인간은 구멍의 모음이다. 채워도 채워도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구멍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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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6-13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구멍에서 비 좀 내렸으면 좋겠어요. 세상이 물로 채워지게~

icaru 2012-06-14 09:26   좋아요 0 | URL
글게 뭐가 내릴 것처럼 잔뜩 찌푸렸다가도 내리지 않고, 않고 하기를 반복하네요~ ㅎㅎㅎㅎ 근데,,, 응용력 짱이시닷 이 구절 읽으시고 댄번..ㅋ

프레이야 2012-06-13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카루님 이 부분을 밑줄긋기 해주셨군요. 꾸욱~
다시 보니, 정말 '구멍'에 대한 제 에피소드가 떠올라 씨익 웃음이 나요.
제가 그랬어요. 고등학생 때요. 감기가 심해 콧물 눈물 막 나오던 어느 날
하교하고 집에 들어서며 그랬어요. "에고고, 구멍이란 구멍에서 다
물이 나와. 그리고 아파."
안방에 계시던 엄마아빠가 눈빛을 교환하며 웃던 그 미소의 의미,
그걸 아는 나이가 되었지요.
구멍이 있는 것은 모두 인간적이다!!!
그래요, 결핍을 죽을 때까지 안고 가는 것이 인간이지요.^^

icaru 2012-06-14 09:33   좋아요 0 | URL
ㅎㅎㅎ "구멍이란 구멍에서 다 물이 나와." 여고시절 때도 역시 시적이셨어!!

사회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적에, 좀 힘들었는데, 그 때 읽었던 책에서 딱!!! 옮겨왔던 구절인데요. 제가 그때도 저 말을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던 거 같아요.. 현실에선 이해할 수 없고, 정의를 내릴 수도 없는 것들 투성이었는데, 저 구절을 읽으니,, 참 명쾌하고, 단순하구나. 그래서 지금도 김현의 저 책을 "비움"과 "잊음" 두 단어로 기억해요! 그 어떤 혼돈도 괴로움도 두 단어로 돌파하면 된다고!!

책읽는나무 2012-06-14 0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끄덕끄덕~
이건 공감하기에 추천 누를 수 있어요.^^

icaru 2012-06-14 09:48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 제가 한달간 제주도에서 아이들과 살기 라는 책,,, 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혹 제공한 것은 아닌가 물러요~ 책나무 님헌티..

책읽는나무 2012-06-16 10:22   좋아요 0 | URL
아녀요~
요 아래책도 실은 공감해요.
기억님의 댓글에 장난 삼아 올렸던 거였어요.^^
이제 좀 제정신으로 돌아온 듯해요.

잉크냄새 2012-06-14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워야 채워질수 있다는 말이 생각납니다.

icaru 2012-06-15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네~ 같은 맥락이죠? 그런 시가 있었던 거 같은데, 접시꽃 당신의 도종환 님의 시였던 거 같은데,,, 접시꽃 당신이라는 시는 아니었던 거 같구요~ ㅎ 아,,찾았다,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이라는 시에 비슷한 구절이 나오네요.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詩, 도종환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조용히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자연의 하나처럼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서둘러 고독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고
기다림으로 채워간다는 것입니다
비어 있어야 비로소 가득해지는 사랑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평온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는다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몸 한 쪽이 허물어지는 것과 같아
골짝을 빠지는 산울음 소리로
평생을 떠돌고도 싶습니다
그러나 사랑을 흙에 묻고
돌아보는 이 땅 위에
그림자 하나 남지 않고 말았을 때
바람 한 줄기로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이 세상 사는 동안 모두 크고 작은 사랑의 아픔으로
절망하고 뉘우치고 원망하고 돌아서지만
사랑은 다시 믿음, 다시 참음, 다시 기다림
다시 비워두는 마음으로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랑으로 찢긴 가슴은
사랑이 아니고는 아물지 않지만
사랑으로 잃은 것들은
사랑이 아니고는 찾아지지 않지만
사랑으로 떠나간 것들은
사랑이 아니고는 다시 돌아오지 않지만


비우지 않고 어떻게 우리가
큰 사랑의 그 속에 들 수 있습니까
한 개의 희고 깨끗한 그릇으로 비어 있지 않고야
어떻게 거듭거듭 가득 채울 수 있습니까


영원히 사랑한다는 것은
평온한 마음으로 다시 기다린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