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간식.

 

연근과 사과를 얇게 썰어서 오븐에 구웠다. 이른바 연근칩, 사과칩.
뿌리의 단면 구조를 잘 보여주는 연근. 둘레의 구멍은 반드시 아홉개, 가운데는 두개.

 

 

 

 

어느 날의 아침.

 

나의 십팔번 계란빵.

그릇에 분명히 기름칠을 하고 반죽을 부었건만, 다 구운 후 빵이 그릇에서 안 떨어지겠다고 버텨서 그냥 저 상태로 먹으라고 주었다.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무스탕 2012-01-06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근 옆에 있는 구멍 안 뚫린 저것은 뭐에요? +_+

hnine 2012-01-06 20:41   좋아요 0 | URL
사과 썰어서 연근이랑 같이 오븐에 구웠더니 연근은 별로 색이 안변했는데 사과는 저렇게 되었어요. 사진 밑에 제목이라도 써야겠네요 ^^

울보 2012-01-06 2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오븐에 구운 연근맛이 궁금해요,,

hnine 2012-01-07 05:01   좋아요 0 | URL
천식 기운 달고 사는 아이에게 연근이 좋을텐데 그냥 반찬으로 해주면 잘 안 먹더라고요. 그래서 저렇게 과자처럼 만들어주었어요. 바삭바삭한 맛에 먹는것이겠지요. 다 구운 다음에 설탕도 좀 뿌려주었답니다. 사과는 설탕 뿌리지 않고 그냥 먹어도 단 맛이 나는데 연근에 비해 사과는 바싹 구워지는데 시간이 좀 더 걸리더군요.

프레이야 2012-01-06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맛나보이는데요.^^

hnine 2012-01-07 05:03   좋아요 0 | URL
연근칩은 저는 맛도 못 보았답니다. 평소에 과자를 잘 안사주니까 저렇게 과자 비슷하게 만들어주면 금방 다 먹어요. 맛은 어디 파는 과자에 비하겠어요. 요즘 맛있는 빵, 과자가 얼마나 많아요. 엄마표는 점점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지요 ㅠㅠ

마노아 2012-01-06 23: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앙, 너무 맛나보여요! 점심을 뷔페로 먹어서 저녁을 걸렀더니 이 시간에 배고파요..ㅜ.ㅜ

hnine 2012-01-07 05:05   좋아요 0 | URL
저런건 기름에 튀기는 것도 아니고 그냥 오븐에 굽기만 하는 것이니 먹어도 별로 부담이 없을 것 같긴 해요. 오늘은 고구마 얇게 잘라서 저렇게 한번 구워 보려고요.

세실 2012-01-07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사과칩. 맛이 궁금합니다. 바삭바삭, 아삭아삭....

hnine 2012-01-07 05:06   좋아요 0 | URL
실제로 사과는 물기가 많아서 바삭하게 하는데 시간이 꽤 걸리더라고요. 성질 급한 저는 오븐을 몇번이나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바삭해지기를 기다렸지요. 그런데 전 사과는 아무짓(!) 안하고 그냥 아삭아삭 베어먹는게 제일 맛있는 것 같아요 ^^

비로그인 2012-01-08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맛있어 보입니다. hnine님
이제 저 밤에 할게 많아질텐데(낮에도..), 페이퍼 보면서 좀 먹을만한 간식거리를 준비해 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hnine 2012-01-09 05:29   좋아요 0 | URL
저는 요즘 주말엔 되도록 일은 놓고, 컴퓨터도 켜지 않으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하고 있는데 주말에 일이 많으시다니, 정신적으로 지치지 않게 간식거리 정도는 챙겨놓으셔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몸에 좋은 것은 맛이 별로고, 맛이 좋은 것은 몸에 별로 안좋은게 많아서, 저 혼자라면 물론 맛이 좋은 쪽으로 손이 가겠지만 (^^) 아이에게는 그 반대로 작용을 합니다. 그래서 맛은 늘 좀 떨어진답니다.

파란놀 2012-01-09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집에 오븐이 있군요 @.@
우리 옆지기는 오븐 있으면 못할 것 없다고 늘 이야기했는데... ㅠ.ㅜ

hnine 2012-01-09 09:30   좋아요 0 | URL
옆지기님 말씀이 맞아요. 빵을 구워 본 사람들은 다 공감할걸요. 오븐 없이 프라이팬에 하는 방법도 있고, 그런 책도 나와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오븐보다 불편한 것은 사실이예요.

비로그인 2012-01-09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를 끓이며 `고히 루왁' 이라고 말하던 카모메 식당의 그녀와 눈물을 쏟던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의 그녀가 떠오릅니다. 모든 요리는 욕망과 절제와 생각을 담고 있어요. 어쩌면 이것은 모든 노래와도 닿아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hnine 2012-01-09 17:35   좋아요 0 | URL
Jude님 댓글을 읽으니 카모메 식당의 그녀는 다시 한번 보고 싶고, 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의 그녀는 꼭 만나보고 싶네요. 눈물을 왈칵 쏟았는지,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는지 알고 싶어요.
모든 요리에는 욕망...(끄덕끄덕), 절제...(끄덕끄덕), 생각 (끄덕끄덕)...맞아요 맞아.
Jude라는 닉네임을 보면 저는 수플레 치즈 케잌이 떠올라요 ^^

다락방 2012-01-09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옆의 노란컵에 든 마실것은 무엇인가요? 커피인가요?
저 계란빵 보는 순간 미치겠어요, hnine님. 정말 맛있어 보여요. 따뜻할 때 숟가락으로 퍼 먹으면 얼마나 좋을까, 보면서 계속 계속 생각해요.

hnine 2012-01-09 17:36   좋아요 0 | URL
어머, 들켰어요 들켰어. 저 노란컵에 아무것도 안들었는 줄 어떻게 아셨어요?? =3=3=3
 

 

엄마는 새벽마다 두어 시간씩 기도를 하시고, 불경을 읽으시고, 사경을 한다고 하셨다.
동생은 일어나자마자 새벽기도를 하며 마음을 바로잡는다고 했다.

나는
사과를 한알 천천히 먹고,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뚝배기를 꺼내어 멸치와 다시마를 우린다.

두부, 콩나물, 없는 재료 아쉬워 할 것 없이

호박, 양파, 당근, 있는 재료 모아 비슷한 크기로 썰어

뚝배기에 넣고 된장 풀어 끓인다.

표고 버섯을 썰어 양파와 함께 볶는다.

달걀을 세개 풀어 계란 말이도.

남편의 도시락 반찬통에 담고,

남은 것은 따로 그릇에 담아 놓는다.

이제 밥을 안쳐야지.

불을 켜려다가

냉장고에 몇개 남아 있는 밤이 생각났다.

세개를 꺼내어 칼로 껍질을 벗겨서 넣고 밥을 한다.

 

아무 생각도 따로 하지 않는다.

눈 앞에 보이는 것, 내가 손으로 하고 있는 일 밖에는.

내가 제일 단순해지는 시간.

이것도 내가 아침마다 하는 그 무엇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엄마와 동생의 아침 기도를 대신할 수 있을까?


이제 식구들을 깨우기 까지 한 시간 남짓
아침 일기도 쓰고

책도 읽고
그럴듯한 하루 계획도 세워보지만
나를 더 가다듬는건
일기, 책, 계획 세우는 이 시간보다
그 전의 국 끓이고, 반찬 하고, 밥을 짓는
그 시간 같은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

 

 


 


댓글(26)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파란놀 2012-01-04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밥하는 아름다움은
어디에 견줄 수 없어요.


..


밥을 앉혀 => 밥을 안쳐

^^;;;;;;;

hnine 2012-01-04 09:00   좋아요 0 | URL
고치러갑니다, 후다닥 =3=3=3 ^^

하늘바람 2012-01-04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을 가다듬고 무언가를 하는 것. 정성을 다하고, 새벽의 고요를 받아들이며 내것으로 하는 것. 그건 기도를 하는 것과밥을 하는 것 다르지 않는 것같아요.

hnine 2012-01-05 07:57   좋아요 0 | URL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낼 땐는 그 새벽의 고요마저 외롭고 겨웠어요. 상황이 이렇게 사람 마음을 바꿔놓았네요.
언젠가 저도 진짜 기도를 드릴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때까지는 저렇게 저만의 의식을...^^
오늘은 요며칠 아이의 요청에 따라 밥대신 허니브레드라는 것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순오기 2012-01-04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나는 아침에 마음을 가다듬고 기도하는 일상을 가져본 게 언제였던가...
반성을 부르는 눈 쌓인 아침이네요.

hnine 2012-01-05 07:58   좋아요 0 | URL
반성이라니요. 누구나 하는 일을 제가 너무 의미를 붙혔나 싶은걸요.
여기도 어제 눈이 많이 왔어요. 지금 창 밖으로 보는 언덕에 여전히 눈이 하얗게 쌓였네요. 갑자기 닥터 지바고의 장면들이 생각납니다.

gimssim 2012-01-04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도보다 더 중요하고 경건하게 하루를 시작하시는군요.
엄마와 동생도 먹어야 하니까요.
고즈넉한 아침시간을 즐기시라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hnine 2012-01-05 09:08   좋아요 0 | URL
어떤 날은 하기 싫은 날도 있어요. 더 급한 일을 하느라 빼먹는 날도 있고요.
그래서 저렇게 순탄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날이 더 고맙기도 하고, 그렇네요.
중전님 서재 올리신 글 '그래도 쓴답니다' 읽고 왔어요. 다시 읽어보러 또 갈 거예요 ^^

꿈꾸는섬 2012-01-04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오랜만이에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나인님의 아침밥 짓는 풍경이 너무 따스해요. 재료 따지지 않고 끓여낸 된장국도 달걀말이도 정갈한 아침의 기도처럼 느껴져요. 가족들 일어나기 한 시간 전 아침밥을 짓는 엄마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요. 저의 아침도 그려보고 있어요.^^

hnine 2012-01-05 09:11   좋아요 0 | URL
꿈꾸는 섬님, 오래 동안 안보이셔서 궁금했지만 바쁜 일이 있으시구나, 급한 불 끄시고 다시 오시겠지...하고 있었답니다. 이제 다시 안오시려나? 하는 마음이 드는 분도 계신 반면에 다시 오실 거라는 믿음이 가는 분이 있답니다.
제가 아마 일찍부터 출근준비를 하는 입장이라면 저런 시간도 내기 힘들겠지요. 제가 누리는 작은 행복이라고 생각합니다.
꿈꾸는 섬님의 아침 이야기도 언젠가 들려주세요.

무스탕 2012-01-04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의 동선을 뒤따라 저도 같이 움직이니 너무 단조롭지도 번잡하지도 않은 편안한 아침이네요.
전 아침에 일어나서 정신도 차리기 전에 푸다닥 있는 반찬에 밥 차려서 애들 먹여 내보내기도 바쁜데 말이에요;;
아, 전 정말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어요. 나이 40이 훌쩍 넘어도 이러니 이거 평생 갈듯 싶어요 ㅠㅠ

hnine 2012-01-05 09:14   좋아요 0 | URL
아침 시간 만큼 온전한 제 시간이 없기 때문에 저는 아침 시간을 사수(!)하기 위해 저녁에도 일찍 자요. 어떤 때는 다린이보다도 먼저 잠들어요 ㅋㅋ
더구나 무스탕님은 아침 일찍 출근하시는 날도 많잖아요.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보다 저녁 늦게 까지 깨어있는 타입의 사람이 원래 있대요. 사람의 유형일 뿐이지요. 절대 제가 부지런하거나 그런거 아니라는 것~ ^^

혜덕화 2012-01-04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이 순간,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 지 아는 것.
저는 그것이 기도이고 명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올 한 해도 나인님의 그 순간들이
미소가 가득한 날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hnine 2012-01-05 09:17   좋아요 0 | URL
혜덕화님, 인도 여행기 잘 읽어보고 있습니다. 언젠가 가보고 싶은 나라이기도 하지만 마음의 준비를 잘 하고 가야 할 것 같아 엄두가 안나기도 한 나라입니다. 소설가 강석경이 인도에 다녀오고서 인생이 바뀌었다고 했던 말을 기억해요.
지금 이순간,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觀'하는 것. 제가 아주 좋아하는 말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미소 가득. 오늘은 이 네 글자를 주제로 해볼까요. ^^

2012-01-04 17: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5 0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4 21: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5 0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2-01-05 0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배고파요.......... ======333

hnine 2012-01-05 09:22   좋아요 0 | URL
지금 드시면 안돼~ 요 ^^
몇 시간만 참으셨다가 이른 아침을 드시옵소서.
배고프면 잠도 안오는데 어찌 버티셨을까...궁금합니다.

하늘바람 2012-01-05 0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읽어도 마음이 차분해지네요
언제 차라도 함께 마시고 싶어요

hnine 2012-01-05 09:23   좋아요 0 | URL
꼭 그러고 싶은 분, 하늘바람님~ ^^

로드무비 2012-01-05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고와 다시마와 멸치와 무 넣고 끓인 육수만 있으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식생활이 쉽고 간단해져요.
작년엔 불 앞에서 육수 끓여낸 시간이 책 읽는 시간보다 많았던 듯.^^

hnine 2012-01-05 23:12   좋아요 0 | URL
아, 표고와 무도 넣고 끓이시는군요. 저는 지금까지 멸치와 다시마만 넣고 끓였어요.
ㅋㅋ 저도 가끔 돌아가는 세탁기 앞에서 멍하니 구경하고 있거나 육수 끓이는 동안 그 앞에서 또 무념무상의 상태로 지키고 서 있을 때 있어요. 저만 그런줄 알았는데 ㅋㅋ

2012-01-06 0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6 2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의 눈을 보았니? 꿈터 책바보 6
질 르위스 지음, 해밀뜰 옮김 / 꿈터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글쓴이 질 루이스 (Gill Lewis). 영국에서 나고 자랐으며 지금도 영국의 서머셋에 살고 있다. 워낙 동물 사랑이 유별난 영국이지만 저자 역시 어릴 때부터 동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유별났다고 한다. 결국 대학도 런던 로얄 수의대에 진학하는데 참고로 영국의 고등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학과 중 하나, 그래서 경쟁률도 높은 학과가 수의과이다. 대학 시절 학교 수업에만 몰두하기 보다는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야생동물에 대해 배우고 경험했으며 이들과 어우러져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니, 얼마나 많은 이야기 소재를 가지고 있을지 짐작이 된다. 2009년에 아동문학을 공부하여 야생동물과 사람들의 소통을 소재로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었고 이 책은 그렇게 탄생한 책이다. 우리말 제목은 <바람의 눈을 보았니?>이지만 원제는 <스카이 호크 Sky Hawk>. 작가의 관심사와 지식만으로 책을 쓴다면 지식 정보책이 될 것이고, 스토리만으로 된 책은 작가의 상상력과 구성력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힘들 수 있을텐데 이렇게 관심사를 뼈대로 해서 스토리가 엮어질 때 작가에게도, 읽는 사람에게도, 서로 만족감과 즐거움을 전해줄 수 있는 것 같다.

 

사실 나는 동물들이 나오는 이야기에 그리 관심이 많은 편이 아니다. 그래서 '물수리'라는, 생전 처음 듣는 새가 나오고 그 새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다소 지루하기도 했다.

스코틀랜드가 배경. 작중 화자인 '칼룸', 같은 반 친구 '유안', '랍'은 거의 붙어 다니는 친구들이지만, 부모 없이 건강하지 못한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여자 아이 '아이오나'는 친구가 없다. 어느 날 아이오나는 이제는 사라졌는 줄 알았던 새, 물수리가 칼룸의 집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칼룸에게 알려준다. 그것을 계기로 칼룸은 아이오나와 친해지게 되는데 어느 날 아이오나가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자 궁금해진 칼룸은 말로만 듣던 아이오나의 집으로 찾아가보게 된다. 어두컴컴하고 축축한 오두막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누워 앓고 있는 아이오나를 보고 칼룸은 마음이 아파옴을 느낀다. 어린 아이들이지만 자기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친구를 보고 마음 아파하는 장면이 그려져 읽는 나의 마음도 뭉클했다. 아마 이부분 부터일 것이다. 내가 책장 넘기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한 것은.

 

물수리를 잘 돌봐달라는 아이오나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정성을 다하는 칼룸과, 처음에는 아이오나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이오나와 물수리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유안과 랍은, 칼룸과 함께 물수리를 위해 놀라운 일을 한다. 새에 대한 작가의 지식과 경험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읽으면서 새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던 나도 호기심과 놀라움이 생겼다. 그 먼거리를 기억하고 다시 돌아오는 새의 생태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처음 알게 된 것도 아니고 서산만 등의 새 도래지에 직접 가서 보고 들을 적이 있으면서도, 이렇게 이야기 속에서 영화를 보듯 펼쳐지는 새의 이야기는, 이야기라는 매체가 가진 또다른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세계 각지를 돌아다녔다는 작가의 경륜은 아프리카의 감비아의 소녀 '제네바'의 등장으로 이어진다. 아프리카의 열악한 의료 시설에 입원해 있는 자기의 처지도 힘겨울텐데, 먼 스코틀랜드의 얼굴도 모르는 소년이 새를 애타게 찾고 있는 것에 동참해주는 감비아의 소녀와 그녀의 치료를 돕기 위해 스코틀랜드로 초청하는 대목은 이 책의 훈훈함의 극치임과 동시에, 개인적으로는 모든 것이 너무 최상의 결말을 맺기 위해 달려간 느낌이 들어 별을 네개만 준 이유를 제공하기도 했다.

 

'물수리'가 어떻게 생긴 새인지 도감에서 한번 찾아나 봐야 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바람 2012-01-03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물수리를 도감에서 찾아보신다는 말씀에 그런 일을 잘 안하는 전 쥐구멍 찾아요.
시리즈 명이 재미나네요. 책바보라니~

hnine 2012-01-03 17:48   좋아요 0 | URL
찾아볼 것도 없이 다른 분 리뷰를 보니 벌써 찾아서 올리셨더라고요.
'수리'라는 이름에서 짐작되는 것 처럼 아주 멋진 모습이네요 ^^
책바보, 재미있지요? 같이 어린이책 공부하는 모임에서 이번 달에 함께 읽어보자고 해서 읽게 된 책이랍니다.
아래, '용과 함께'라는 책도 한번 읽어보세요. 좋아하실것 같아요.
 

 

 

밤의 요정 톰텐 -그림책-

빅토르 뤼드베리 원작,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각색

 

빅토르 뤼드베리라는 스웨덴 시인의 시를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이 동화로 각색한 작품.

동화에는 동화가 갖추어야할 '형식'의 수준을 넘어, 거의 '공식'이라고 할만한 것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해준다.

이름처럼 자그맣고 귀여운 톰텐은 스웨덴 농가에 살고 있다는 요정. 누구도 본 사람이 없지만 톰텐은 어디에나 있다. 모두가 잠든 밤, 동물들에게, 사람들에게 찾아가 그들을 보듬어 주고 위로해 주고 안심시키는 일을 한다. 이런 존재를 절실히 필요로 하는 인간의 심리가 작용하여 탄생한 상상 속의 존재인 셈이다. 우리는 누구도 자신이 이 톰텐의 역할을 담당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우리는 누구나 이런 톰텐의 역할을 우리 주위에서 누군가가 해주기를 바란다. 새삼스런 사실에 동화가 가지는 상징을 배운다.

 

 

 

너무 친한 사이인데. 여자애들 이야기

크리스 도네르 지음

 

대저택에 사는 프랑스 상위층 가정의 시도니. 그리고 아랍계 출신으로 방 두칸 짜리 집에 아홉 명의 형제 자매와 함께 사는 알리마.

프랑스에서 아랍계 출신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여러 가지를 의미한다. 하지만 비슷한 아이들끼리 친구가 되면 이야기 거리가 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민족, 환경의 이 두 여자 아이들이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게 되어 떨어질 수 없는 절친이 된다.
그런데, '여자애들 이야기'라는 제목에서 짐작할수 있듯이 아주 사소한 일로 사이가 벌어지게 된다. 독자가 상상할 수도 없을 아주 사소한 일로.

작가는 이 주인공들 나이에서 성장이 멈췄나? 어떻게 이렇게 잘 묘사할 수 있나. 결말 부분에서는 다시 어른의 입장으로 돌아와 멋진 마무리를 하는 것을 보면 어린이책 작가는 두개의 다른 나이대를 능숙하게 넘나들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그게 잘 안될때 어른의 목소리가 역력한 작품이 되거나 작품성이 떨어지는 작품에서 그치게 되나보다.

이 세상에 서로 같은 사람은 한 사람도 없다. 꼭 인종과 환경, 계층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은 나와는 다른 사람. 이 다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화합해야 하는지를 멋지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최윤정 번역. 그것도 마음에 든다.

 

 

 

용과 함께

하나가타 미쓰루 지음

 

오늘 읽은 세권 중 베스트.

제목은 용과 함께이지만 진짜 용은 등장하지 않는다.
언젠가, 마음의 빈 공간 혹은 상처를 감당하기 어려웠던 어린 아이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상의 친구를 만들어 늘 같이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사는, 그런 이야기를 머리 속으로 만들어 본 적 있는데 이 책이 그와 비슷한 구성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더 관심있게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해체되어 가고 있는 가족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마음의 문이 닫혀 버린 어린 아이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경쟁 사회라는 현실에 발을 딛기 시작하는 청소년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가족이 어떻게 방향을 잡아 나아갈까?

읽는 동안 마음이 아프다가 따뜻한 결말로 마무리를 해준 작가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 마지막에 이미 세상을 떠난 엄마가 어떻게 관여하는지도 눈여겨 볼 만 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란놀 2012-01-03 0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톰텐은 사 놓고 아직 읽지도 않았네요 ^^;;;;;
에고고... ㅠ.ㅜ

hnine 2012-01-03 08:50   좋아요 0 | URL
톰텐 나오는 책이 저 책 말고도 더 있더군요.
우리 나라에도 톰텐은 아니지만 비슷한 이야기가 꼭 있을 것 같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었다.
집에서 점심 먹고나서 식구들이 함께 어딘가 바깥 바람을 쐬고 싶었고, 날도 날이니 절에 가자고 내가 제안했고, 집에서 가까운 동학사와 갑사중 그냥 갑사를 택한 것 뿐이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아주 없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딘가 쓸쓸해보이는 절.

차가운 법당에 무릎을 꿇고 절을 한후 잠시 앉아 있었다.

아무것도 빌지 않았다.

그냥 앉아 있었다.

옆에서 같이 절을 올린 아이에게 너는 뭐라고 기도했느냐고 물었더니

가족의 건강, 그리고 얼마전에 죽은 강아지 '레이'가 천당 가게 해달라고 빌었단다. 절에 와서 천당? ㅋㅋ

 

갑사는 그리 크지 않은 절.

한바퀴 휘 둘러보고 지난 번에 여기 왔을 때는 어땠었지, 하며 남편과 아이와 얘기를 나누며 돌아나왔다.

집에 돌아와 남편은 잠시 낮잠을 즐기고,

아이보고 깨우지 말라고 일렀다.

저녁으로 김치부침개를 넣은 김밥을 만들었다.

김치부침개를 더 얇게 부쳤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해서

내 생애 제일 뚱뚱한 김밥을 만들게 되었다.

나중에 남편이 나와서 보더니 이게 정녕 김밥이냐면서 사진까지 찍어놓았다 이런.

겨우 김밥 하나 하면서 생긴 산더미 같은 설겆이를 마치고

집앞에 새로 연 까페에 갔다. 어제 밤에 지나면서 보니까 오픈을 했는데 안에 손님이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서 나라도 가줘야 한다고 생각했더랬다.

 

2011년 마지막 날이니, 일기, 이닦기, 세수등 오늘 할일을 다 마치면  특별히  TV를 보게 해주겠다고 아이에게 말했더니 번개같이 다 하고 와서 지금 내 옆에서 기다리고 있다.

 

항상 서로 좋은 말만 오고 가는 것은 아니지만, 오글와글 함께 할 수 있는 가족, 이 추운 날씨에 떨지 않을 수 있는 따뜻한 집, 그리고 아직 허락된 건강...

그냥 이런 것들이 고맙고 또 고마운 밤이다.

내년에는 내가 조금만 더 무뎌지고, 마음을 여러 갈래로 어지럽히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뭐, 안그래도 할 수 없고 ^^ 그래, 이런 마음으로 가볍게, 가볍게.

 

이 공간에서 알고 지내는 많은 인연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어떤 친구보다 나에게 위로가 되어준 사람들.

아이쿠, 뭉클해지네.

 

 

 

 

 

 


 


댓글(2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11-12-31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날~~~ 감사와 뭉클함이 교차하는 밤입니다!
알라딘은 참 좋은 공간이죠~ 우리들에게 많이 많이!!^^

hnine 2012-01-01 05:27   좋아요 0 | URL
네, 저처럼 쉽게 사람 사귀지 못하는 사람에게 이곳에서 만나는 여러분들이 있어서 참 다행스럽습니다.
순오기님 저와 비슷한 콜레스테롤 수치를 가지고 계시더군요. 그런데 저는 아직오 약을 처방 안받고 있으니...순오기님 서재 갔다가 또 배우고 왔습니다.
스트레스와 과로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올라가는 원인 중 하나가 된다니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요.

마노아 2011-12-31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올망졸망 이 공간을 조용히 빛내주셔서 항상 감사해요.^^

hnine 2012-01-01 05:28   좋아요 0 | URL
알라딘 서재 하면 떠오르는 분 중 한분, 마노아님.
베이킹으로, 여행기로, 토막 일기로, 많이 즐겁게 해주셨어요.
새해에도 그래주시리라 믿습니다!

스파피필름 2011-12-31 2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nine 2012-01-01 05:31   좋아요 0 | URL
스파피필름님, 감사합니다.
어제 인터넷에서 재미로 어느 생명보험사에서 제공되는 2012년 운세를 봤습니다.
읽어보니 다 맞는 말이더군요. 그런데 저 뿐 아니라 누구에게도 다 맞을 말이었어요. 노력하면 잘 되고, 너무 무리하면 잃을 수 있고, 말 조심하고...ㅋㅋ
서재에서 더 많이 뵐 수 있기를 바래요.
복 많이 받으세요~

하늘바람 2012-01-01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이퍼가 참 좋네요 김치 부친개가 들어간 김밥? 오

hnine 2012-01-01 05:32   좋아요 0 | URL
그냥 김치부침개 반찬으로 먹을걸. 두툼한 부침개가 김밥 위에 한장 깔리고 밥을 펴 넣고 김밥을 말았으니 당연히 뚱뚱해지겠지요 ㅋㅋ 맛은 괜찮았어요 그나마 다행이지요?

카스피 2012-01-01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ine님 2012년 흑룡의 해,좋은일만 계시길 바라며 새해 복많이 받으셔요.^^

hnine 2012-01-01 05:35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 2012년이 흑룡의 해이군요.
아직은 2012년이라는 말이 입에 설지만 곧 익숙해지겠지요.
새해에도 건강하고 감당치 못할 어려운 일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복 많이 받으시고, 책도 많이 읽으시고, 저처럼 쟝르소설 문외한인 사람도 혹 할만한 페이퍼, 리뷰 많이 올려주시고...^^
감사드립니다.

2012-01-01 08: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1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2-01-01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해 복 많이 받아요.
변함없이 올해도 자주 뵙구요.^^

hnine 2012-01-01 23:01   좋아요 0 | URL
그럼요, 전 변함없이 여기를 배회할 것입니다.
stella님도 그럴거죠? ^^
아프지 말고요. 작년에 건강때문에 고생 많으셨으니 올해는 안 아플거예요.

파란놀 2012-01-02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하고 무얼 보셨을라나...
아이들은 '움직이는 화면' 보기를 참 좋아합니다 ㅠ.ㅜ

hnine 2012-01-02 07:45   좋아요 0 | URL
그날 그시간 되면 의례히 하는 제야의 종 프로그램을 본 모양인데 아이 아빠와 함께 보고 저는 먼저 잠이 들었답니다. 저도 원래는 TV보기를 즐기는 편이었는데 아이 못보게 하느라고 저도 안보고 있는 중이랍니다 ^^

2012-01-02 0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1-02 1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진주 2012-01-03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티비를 보기 위해 할일을 번개같이 한 아이가 넘 귀엽군요.
잠바떼기 나인님, ㅎㅎ(잠바때긴가요? 잠바떼긴가요? ㅎㅎ 저 가끔 잠바떼기란 말 생각하면서 나인님 생각해요. 마흔 다섯에게 새로운 낱말을 가르쳐 주셔서 감솨~ㅎㅎ 이렇게 부르는 것이 실례일지도 모르나 저한테는 신선했어요. 그리고 새침하게 느껴지던 나인님이 처음으로 정겹게 느껴졌었죠^^;)
암튼, 잠바떼기 나인님,,,(신선하고 정겹게)
이번엔 김치부침개를 넣은 김밥을 싸셨다구요! ㅎㅎ
상상 불가~ 사진을 올려주시지..
제가 만드는 음식이랑 비슷한 것 같았는데 완전 다른 것이었어요.
저는 김치부침개를 부친 다음, 그 위에 밥을 깔아요.
그리고 둥글둥글 말아요~~ㅎㅎ
김치부침개말이라고 하죠^^
요렇게 해서 간편 도시락 싸서 전자렌지에 돌려 먹으면 한끼 해결이죠^^
제 것도 꽤 맛있어요~
인기짱이구염^^

hnine 2012-02-03 09:30   좋아요 0 | URL
진주님 만드시는 그 김치부침개말이랑 똑같아요. 김치부침개 아래 김을 한장 먼저 깔아놓는 것만 다를 뿐이네요. 저는 김치부침개를 얇게 부치는 것을 못해서 뚱뚱한 김밥이 되어버렸지만 맛은 좋았어요. 한국 사람들 입맛에 맞고, 부침개에 기름이 들어가서 쉽게 굳지도 않고 전자렌지에 돌리면 따뜻하게 먹을 수 있고요.
진주님은 이것 말고도 비장의 음식이 더 많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요? ^^

지금은 잠바떼기가 아니라 작은 담요를 두르고 있으니 '이불떼기' hnine입니다~ ㅋㅋ

마녀고양이 2012-01-05 0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밤의 글을,
새해 다섯째 날에 보다니........... ㅠㅠ

그런데요 언니, 제가 지금 배고픈가봐요.
통나무 더미를 보자마자 생각난 것은, 돼지 통구이예요. 에고고.
같이 있어주셔서 감사드려요.

hnine 2012-01-05 09:24   좋아요 0 | URL
우하하~~ 돼지 통구이 ㅋㅋ 더구나 저기가 갑사, 절이거든요. 아마 저기서 돼지 통구이가 구워지는 일은 없을 것이고...
어제 저녁을 못드셨던지, 너무 일찍 드셨나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