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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눈을 보았니? ㅣ 꿈터 책바보 6
질 르위스 지음, 해밀뜰 옮김 / 꿈터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글쓴이 질 루이스 (Gill Lewis). 영국에서 나고 자랐으며 지금도 영국의 서머셋에 살고 있다. 워낙 동물 사랑이 유별난 영국이지만 저자 역시 어릴 때부터 동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유별났다고 한다. 결국 대학도 런던 로얄 수의대에 진학하는데 참고로 영국의 고등학생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학과 중 하나, 그래서 경쟁률도 높은 학과가 수의과이다. 대학 시절 학교 수업에만 몰두하기 보다는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야생동물에 대해 배우고 경험했으며 이들과 어우러져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니, 얼마나 많은 이야기 소재를 가지고 있을지 짐작이 된다. 2009년에 아동문학을 공부하여 야생동물과 사람들의 소통을 소재로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었고 이 책은 그렇게 탄생한 책이다. 우리말 제목은 <바람의 눈을 보았니?>이지만 원제는 <스카이 호크 Sky Hawk>. 작가의 관심사와 지식만으로 책을 쓴다면 지식 정보책이 될 것이고, 스토리만으로 된 책은 작가의 상상력과 구성력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힘들 수 있을텐데 이렇게 관심사를 뼈대로 해서 스토리가 엮어질 때 작가에게도, 읽는 사람에게도, 서로 만족감과 즐거움을 전해줄 수 있는 것 같다.
사실 나는 동물들이 나오는 이야기에 그리 관심이 많은 편이 아니다. 그래서 '물수리'라는, 생전 처음 듣는 새가 나오고 그 새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다소 지루하기도 했다.
스코틀랜드가 배경. 작중 화자인 '칼룸', 같은 반 친구 '유안', '랍'은 거의 붙어 다니는 친구들이지만, 부모 없이 건강하지 못한 할아버지와 함께 사는 여자 아이 '아이오나'는 친구가 없다. 어느 날 아이오나는 이제는 사라졌는 줄 알았던 새, 물수리가 칼룸의 집에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칼룸에게 알려준다. 그것을 계기로 칼룸은 아이오나와 친해지게 되는데 어느 날 아이오나가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자 궁금해진 칼룸은 말로만 듣던 아이오나의 집으로 찾아가보게 된다. 어두컴컴하고 축축한 오두막에,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게 누워 앓고 있는 아이오나를 보고 칼룸은 마음이 아파옴을 느낀다. 어린 아이들이지만 자기보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친구를 보고 마음 아파하는 장면이 그려져 읽는 나의 마음도 뭉클했다. 아마 이부분 부터일 것이다. 내가 책장 넘기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한 것은.
물수리를 잘 돌봐달라는 아이오나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정성을 다하는 칼룸과, 처음에는 아이오나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이오나와 물수리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유안과 랍은, 칼룸과 함께 물수리를 위해 놀라운 일을 한다. 새에 대한 작가의 지식과 경험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읽으면서 새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던 나도 호기심과 놀라움이 생겼다. 그 먼거리를 기억하고 다시 돌아오는 새의 생태가 신기하게 느껴졌다. 처음 알게 된 것도 아니고 서산만 등의 새 도래지에 직접 가서 보고 들을 적이 있으면서도, 이렇게 이야기 속에서 영화를 보듯 펼쳐지는 새의 이야기는, 이야기라는 매체가 가진 또다른 위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세계 각지를 돌아다녔다는 작가의 경륜은 아프리카의 감비아의 소녀 '제네바'의 등장으로 이어진다. 아프리카의 열악한 의료 시설에 입원해 있는 자기의 처지도 힘겨울텐데, 먼 스코틀랜드의 얼굴도 모르는 소년이 새를 애타게 찾고 있는 것에 동참해주는 감비아의 소녀와 그녀의 치료를 돕기 위해 스코틀랜드로 초청하는 대목은 이 책의 훈훈함의 극치임과 동시에, 개인적으로는 모든 것이 너무 최상의 결말을 맺기 위해 달려간 느낌이 들어 별을 네개만 준 이유를 제공하기도 했다.
'물수리'가 어떻게 생긴 새인지 도감에서 한번 찾아나 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