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새벽마다 두어 시간씩 기도를 하시고, 불경을 읽으시고, 사경을 한다고 하셨다.
동생은 일어나자마자 새벽기도를 하며 마음을 바로잡는다고 했다.
나는
사과를 한알 천천히 먹고,
뜨거운 커피를 마시고,
뚝배기를 꺼내어 멸치와 다시마를 우린다.
두부, 콩나물, 없는 재료 아쉬워 할 것 없이
호박, 양파, 당근, 있는 재료 모아 비슷한 크기로 썰어
뚝배기에 넣고 된장 풀어 끓인다.
표고 버섯을 썰어 양파와 함께 볶는다.
달걀을 세개 풀어 계란 말이도.
남편의 도시락 반찬통에 담고,
남은 것은 따로 그릇에 담아 놓는다.
이제 밥을 안쳐야지.
불을 켜려다가
냉장고에 몇개 남아 있는 밤이 생각났다.
세개를 꺼내어 칼로 껍질을 벗겨서 넣고 밥을 한다.
아무 생각도 따로 하지 않는다.
눈 앞에 보이는 것, 내가 손으로 하고 있는 일 밖에는.
내가 제일 단순해지는 시간.
이것도 내가 아침마다 하는 그 무엇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엄마와 동생의 아침 기도를 대신할 수 있을까?
이제 식구들을 깨우기 까지 한 시간 남짓
아침 일기도 쓰고
책도 읽고
그럴듯한 하루 계획도 세워보지만
나를 더 가다듬는건
일기, 책, 계획 세우는 이 시간보다
그 전의 국 끓이고, 반찬 하고, 밥을 짓는
그 시간 같은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