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가능한 미래
비벡 와드와.알렉스 솔크에 지음, 차백만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낙관이 되든 비관이 되든, 분명한 사실은 인공지능과 로봇은 이미 우리의 삶 속에 침투해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하더라도 기술의 발달로 영향받게 될 것이고, 이와 같은 상황은 커다란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새로운 기술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초인공지능(super intelligence)이 금방 실현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아직도 대부분 과학자, 철학자는 이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실현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믿는다. 로봇에 인공지능을 부여하는 일은 인류 발전의 마지막 관문이 될 것이다.

 

인공지능을 잘만 이용한다면 우리 생활은 더 편리해질 수 있다. 그러나 빛과 그림자가 동시에 존재하듯이, 인공지능 기술에도 그림자가 어려 있다.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과 같은 미래 비관론자들은 기계 자동화의 확산과 인공지능 기술 발전으로 인해 사람을 전혀 필요로 하지 않는 회사와 공장들이 속속 세워지리라 전망한다. 리프킨이 주장했듯이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현실이 된다면, 그 이후의 혼란은 충분히 예상된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등장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의 불만은 사회적 불안 요소로 남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통제력을 뛰어넘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인공지능 연구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을 비롯한 일부 과학자들은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심대한 사회적 불안과 위험한 결과들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렇다면 미래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개인정보가 더 혹은 덜 보호될 수 있고, 인간이 호모 데우스(Homo Deus, 신이 된 인간) 혹은 기계의 노예처럼 살게 될 수도 있다. 급격히 빨라지는 변화의 속도를 생각해볼 때 미래는 현재로서 상상 너머의 무엇일지 모른다. 미래학자 비벡 와드와(Vivek Wadhwa)는 기술 변화를 중심으로 ‘영화 같은 미래’에 다가선다. 저자는 수년간 진행해온 미래기술세미나에서 논의된 새로운 기술을 토대로 미래를 전망한다. 미래예측은 단순하게 낙관론 또는 비관론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여러 가지 문제점을 열거하고 그에 대한 잠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면서 미래를 분석하는 방식이 《선택 가능한 미래》의 특징이다. 기술의 진보가 우리의 삶을 새롭게 바꿔놓는 한편, 많은 문제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우려도 크기 때문이다.

 

저자는 ‘선택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 신기술이 사회와 인류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1. 이 기술은 모든 인간에게 공평한 혜택을 가져다주는가? (형평성)

2. 이 기술에 내재된 위험과 보상은 무엇인가? (위험성)

3. 이 기술은 인간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가? (자율성)

 

 

 

나는 이 세 가지 기준을 ‘와드와 테스트(Wadhwa test)’라고 부르고 싶다. 이 단어는 컴퓨터가 인공지능을 갖추었는지 판별하는 시험인 ‘튜링 테스트(Turing test)’에서 따왔다. 와드와 테스트는 인공지능의 실용성과 위험성을 판단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아쉽게도 인공지능, 로봇, 구글이 개발한 무인자동차, 드론, 맞춤형 의료 서비스 등은 와드와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다.

 

저자는 인공지능이 사회를 평등하게 만들어주는 중대한 기술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부유한 사람들이 인공지능을 소유하고 그것을 통해 생산력을 극대화하게 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더욱 가난하게 살아갈지도 모른다.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라 우선 고임금과 저임금에 따른 노동시장 분리는 심화하며, 성 격차에 따른 불평등도 심화한다. 나는 인공지능의 등장이 불평등을 해소한다는 낙관적인 저자의 전망에 동의하기 어렵다. 따라서 인공지능 발전으로 인한 부의 편중을 대비해야 한다.

 

과거 의료서비스는 일반적으로 병이 발생한 이후에 이를 치료해주는 ‘사후적 서비스’였다. 오늘날 인공지능의 맞춤형 관리를 통해 발병을 사전에 진단하고 예방하는 ‘선제적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환자가 맞춤형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면 인공지능은 환자의 유전자 정보, 건강 상태 등 전문적이면서도 개인화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이 병에 걸리기 전에 건강에 이상이 있으면 필요한 의료서비스가 고객에게 다가오는 시대가 온다. 하지만 우려되는 요소도 없지 않다. 개인의 신체 관련 정보가 자칫 오용되기라도 하면 ‘디지털 빅 브라더’로 개인에 대한 감시와 통제 수단으로 전락할 여지도 없지 않다. 또 해커들이 의료 기록을 조작하는 범죄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면 인공지능의 오진(誤診)이 생길 수 있다. 저자는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인공지능 서비스의 부작용을 예방하려면 개인의 사생활을 보호할 각종 보안 기술과 법적 제도가 선결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밖에도 그는 ‘유전자 기술 개발’, 드론의 무기 상용화 등의 사례를 들면서 신기술이 가져다 줄 위험과 문제점을 분석한다.

 

 

“어떤 미래에서 살게 될지는 결국 우리 선택에 달렸다.”

 

(19쪽)

 

 

저자는 미래가 불확실하지만, 자신만의 미래 전망을 세우며 적극적으로 대처해보라고 제안한다. 그는 미래를 전망하면서 ‘희망’과 ‘위험’이란 양면을 동시에 읽어낸다. 결국, 미래는 문제점과 가능성을 동시에 안고 있으며 가능하면 문제점은 피하고 가능성을 이용한다면 우리의 일상이 훨씬 나아질 수 있다. 신기술에 대한 거부감을 느껴 기술 발전을 부정적으로만 보거나 불안에 떨면서 살아갈 수 없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시간의 수평선 너머에는 지금으로서는 상상하지도 못하고 이해할 수 없는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발견, 새로운 사건들이 웅크리고 있다.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영화 같은 미래’를 마주하게 된다. 저자는 신기술을 이해하지 못하고, 적절하게 이용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스타트렉>에 등장하는 찬란한 유토피아가 아닌 <매드맥스>의 끔찍한 디스토피아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막연한 낙관이 아니라 지식, 즉 앞으로 등장하게 될 신기술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정확하게 예측하려는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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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30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8-01-30 16:47   좋아요 1 | URL
신기하죠? 쥘 베른의 소설에 보면 거의 반쯤은 미래를 예견한 묘사들이 나와요. ^^

psyche 2018-01-31 0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인자동차는 와드와 테스트에서 어떤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는지 궁금해요. 미국은 차가 없으면 꼼짝도 할수없다보니 앞도 잘 안보이고, 반사반응도 너무 느리신 노인들도 운전을 하시거든요. 다른건 몰라도 무인 자동차는 내가 노인이 되기전에 상용화되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cyrus 2018-01-31 10:37   좋아요 0 | URL
무인 자동차가 상용화되려면 일단 까다로운 법적 문제들을 해결해야 됩니다. 무인 자동차가 사람보다 정확한 운전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사고가 안 일어난다고 확신할 수 없어요. 무인 자동차가 사고를 일으켜 인명 피해가 발생하게 되면 법적인 책임이 누구한테 있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그리고 무인 자동차에 장착된 시스템은 해커들의 표적이 될 확률이 높아요.

psyche 2018-02-02 14:00   좋아요 0 | URL
법적인 문제는 새롭게 법을 만들고 그렇게 할거라고 생각했는데 해커에 대해서는 생각못했네요. 그건 좀 무서운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