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소본능 - 환경부 2018 우수과학도서 선정, 국립중앙도서관 2018년 휴가철에 읽기 좋은 도서 선정
베른트 하인리히 지음, 이경아 옮김 / 더숲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비둘기는 귀소본능과 방향감각이 뛰어나다. 비둘기의 귀소본능은 특별해 옛날부터 군에서 전령으로 활용하였다. 연어는 민물 하천에서 알을 까고 태어나 하류로 여정을 떠나 바다로 향한다. 바다에서 성장한 연어는 산란 시기가 되면 자신이 태어났던 상류로 거슬러 오른다. 연어는 태어난 곳으로 가기 위해 거센 역류를 헤쳐 나가야 하고, 때로는 폭포를 뛰어오르기도 한다. 민물에 도착한 연어는 알을 낳는다. 알을 낳은 연어는 일주일 이내에 죽는다. 동물들의 귀소 본능은 어떻게 발달하였을까. 수백에서 수천 킬로미터까지 물속을 헤엄치거나 하늘을 날아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회귀능력이 어디에 근원을 두고 있는지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았. 태양의 각도나 별의 위치 · 지형지물 등을 이용한다거나, 지구에 흐르는 자기장을 활용한다는 등 다양한 연구결과들만 나오고 있다.

 

정지용 시인은 꿈에도 잊지 못할 곳이라고 고향을 표현했다. 누가 고향을 어머니 품과 같다고 했던가.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벅찬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일상에 지친 그들이 영혼의 안식처로 찾아가는 곳이 바로 고향이다. 인간도 귀소 본능이 있는 동물이라 나이가 들수록 고향을 잊지 못한다. 미국의 동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Bernd Heinrich)는 동물과 인간의 귀소본능을 같은 의미로 봤다. 그의 말에 따르면 동물의 보금자리는 (home)’이다. 동물은 서식 환경이 어느 정도 갖추어져야 번식을 할 수 있다. 그들은 생존과 번식에 적합한 집을 찾아 나서기 위해 이동한다.

 

 

 

 

 

큰뒷부리도요라는 새는 알래스카에서 호주까지 고된 날갯짓을 한다. 이 새가 한 번 쉬지 않고 이동한다면 하루 평균 최대 1,500km까지 비행하는 셈이다. 작은 날개에서 뿜어져 나오는 이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기나긴 여정을 시작하기 전에 큰뒷부리도요는 자신의 체중을 불린다. 살집에 비축된 체지방은 장거리 이동을 가능하게 만드는 주요 에너지다. 그들이 계속 날갯짓을 할 때마다 체지방뿐만 아니라 몸속에 있는 단백질까지 소진된다.

 

오감 중에서 가장 우수하고 가장 본능적인 감각이 후각이다. 귀소 본능에 충실한 동물들은 후각을 동원하여 고향으로 이동한다. 산 너머 꿀을 따러 날아간 은 정확히 집으로 돌아온다. 그들은 집에서 꿀이 있는 곳까지의 비행경로를 스스로 찾아내거나 동료로부터 전달받은 비행경로를 습득한다. 일벌들은 자신의 몸에서 생성되는 밀랍으로 벌집을 만든다. 비버는 강 속에 둥지를 만들어 그 주위에 나무를 잘라 댐을 쌓는다. 이렇게 하면 이동이 쉽고 천적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기 때문이다. 동물들은 자신에게 꼭 맞는 집을 지음으로써 위험을 피하고 번식의 기회를 늘린다.

 

귀소 본능은 먹이를 찾고, 번식하고, 자신과 새끼를 보호하기 위한 생활방식이다. 베른트 하인리히는 동물의 귀소 본능 속에 집에 대한 그들의 애착을 확인한다. 단순해 보이는 동물의 보금자리에도 복잡한 원리가 숨어 있다. 동물들은 짝짓기와 새끼 기르기에 들어갈 노력을 고려하면서 최적의 보금자리를 찾아다닌다. 따라서 동물의 귀소 본능과 집짓기는 생존을 위한 전략이다. 알고 보면 동물들도 우리처럼 생존 욕구가 강하다. 고향을 찾아 먼 길을 이동하고,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드는 것은 생존에는 필수적인 욕구이며 중요한 기술이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말이 있다. 역시 집에 있을 때 몸과 마음이 편하다. 평생 한집에서 계속 쭉 살면 좋겠지만,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서라면 기존에 살던 집을 떠나 새집을 마련해야 한다. 동물들은 감각적 지식을 통하여 자기 종족들이 무엇을 먹어야 하는 가를 정확히 알고 그것만을 먹고 살아간다. 반면 인간은 태어날 때 감각적 지식을 전혀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교육을 통해서 그의 이해를 통해서 지식을 쌓아야 한다. 즉 지식은 피와 살이 되는 생존 전략이 된다. 과연 인간과 동물의 삶 중 누가 제일 힘들어 보이는가? 한 가지 삶을 선택할 수 있다면 당신은 어디로? 내 생각엔 둘 다 탄탄대로의 삶이라 볼 수 없다. 어차피 동물이나 인간이나 똑같다. 집 나가면 고생한다. 동물 주변에는 생존 욕구에 강한 천적들이 도사린다. 게다가 인간이 자연을 파괴할수록 고향으로 가는 여정이 점점 험난해진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동물과 인간은 옛집을 떠나 새집을 찾는 동안 고생한다.

 

    

 

 

Trivia

 

* 108쪽 본문 맨 밑에 스콕홀름이라는 괴랄한 단어가 박혀 있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의 오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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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6 17: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12-07 09:53   좋아요 0 | URL
세계의 불가사의 중 하나가 ‘애인’이라면, 세계 불가사의한 장소는 ‘내 집’입니다. 도대체 애인과 내 집은 어디에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