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미술이 아니다 - 미술에 대한 오래된 편견과 신화 뒤집기, 개정판
메리 앤 스타니스제프스키 지음, 박이소 옮김 / 현실문화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한 달 전에 개장된 서울로 7017’에 엄청난 양의 신발 더미가 등장했다. 멀리서 바라보면 신발 더미가 만든 장관에 놀라게 된다. 신발장 속에 잠들어 있던 녀석들이 주인을 찾는 듯 떼로 지어 기어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신발 더미의 정체는 설치미술가 황지해 씨가 만든 조형물이다. 이름은 슈즈트리(Shoes Tree)’. 황지해 씨는 신발 더미를 커다란 나무줄기로 형상화해서 도시 재생의 의미를 표현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서울로 개장 소식을 듣고 찾은 시민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 ‘쓰레기 더미’, ‘흉물이라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로 슈즈트리 설치 기간 내내 우려의 목소리가 커져만 갔다. 진중권 교수는 슈즈트리에 대한 부정적 반응에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슈즈트리가 고급 예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린 도발적인 시도라고 주장했다.

     

, 여러분은 슈즈트리를 보고서 어떤 생각을 했는가. 슈즈트리는 미술 작품일까, 아니면 아까운 예산만 낭비한 흉물일까. 진 교수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슈즈트리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나는 진 교수의 주장에 동의한다. 슈즈트리는 고급스러운 기성 예술에 대한 인식을 부정하는 반 예술(anti-art)’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현대미술은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반 예술적 시도를 하나의 예술적 행위로 받아들이고 발전시킨 것이다.

 

 

 

 

 

지금으로부터 딱 100년 전에 뒤샹은 하얀색 화장실 변기를 예술 작품으로 출품했다. 그 당시 사람들은 더럽고 냄새날 것 같은 변기를 처음 봤을 때,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렇지만 뒤샹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물건으로 의 이미지를 보여주려고 했다.

     

슈즈트리와 은 작가로부터 미술또는 예술이라는 자격을 부여받은 기성품이다. 그래도 이것들은 예술 작품으로 볼 수 있다. 슈즈트리와 의 창작 의도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또 슈즈트리와 이 미술을 모욕한 심각한 흉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이처럼 현대미술은 정말 어렵고, 보면 볼수록 머리 아프게 만든다. 사실 미술이라는 단어조차도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렵다. 그렇다 해도 우리는 시도를 해야 한다.[1] 미술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미술에 대한 반감이 더욱 커진다.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현실문화, 2011)는 미술과 그것을 어려워하는 사람들 사이의 틈을 메꿔주는 책이다.

     

옛것에서 사람들은 향수(鄕愁)를 느낀다. 옛날에 만들어진 물건을 보면서 편안함을 느끼고 위안을 받는다. 미술 작품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보고 싶어 하고, 선호하는 미술 작품들은 과거에 만들어진 것이다. 과거를 그리워할수록 우리의 감각을 취하게 만드는 향수의 농도는 더욱 짙어진다. ~ 향수에 취한다! 향수에 완전히 취하면 옛것을 미화한다. 미술 작품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도 과거를 미화하고 신비화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에 만들어진 미술 작품이 아름다워 보인다. 우리는 그 작품들을 명작이라고 칭송한다. 그런데 과거 미술에 대한 우리의 호의적인 반응은 착각(이것은 미술이 아니다의 저자는 오해라고 표현했다, 82)이 만들어낸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명작 중 일부는 세상에 처음 선보였을 때 엄청난 혹평을 받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을 몇 개 예를 들면,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올랭피아1889년 파리의 만국박람회장에 세워진 에펠 탑(Eiffel Tower)이 있다. 비평가들은 올랭피아를 불쾌한 그림이라고 비난했다. 올랭피아를 옹호한 소설가 에밀 졸라(Emile Zola)는 에펠 탑 건설을 반대하는 서명에 동참했다. 졸라가 올랭피아와 에펠 탑을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다. 미술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관점과 방식은 고정적이지 않다. 시대적 상황에 따라서 미술을 보는 눈이 결정되고, 시대가 달라지면 변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미술을 한 마디로 규정하고, 정의 내리기가 참 쉽지 않다.

     

예술이라는 단어는 18세기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때 예술의 의미는 천재적 개인의 독창적인 산물’(111)이었다. 21세기인 지금도 우리는 예술의 근대적 의미를 간직하고 있다. 미술을 어려워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미술 작품이 천재가 만들어낸 특별하고도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천재와 미(). 이 두 가지 개념이 미술의 고급화 전략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래서 사람들의 머릿속에 미술은 특별해야 하며 무조건 아름다워야 한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남아 있다. 뒤샹, 피카소(Picasso), 앤디 워홀(Andy Warhol) 등은 고급 예술을 거부했고, 대중의 생각을 지배하는 그것을 뿌리째 뽑으려고 했다. 이들은 미술뿐만 아니라 세계 자체를 다른 방식으로 보려고 했다.

     

이것은 미술이 아니다를 읽는다고 해서 독자들이 동시대 미술의 난해함을 이해할 거로 믿지 않는다. 이 책의 저자는 추상미술이 소수의 지식인만이 이해하고, 감상할 줄 아는 주제로 전락하는 바람에 실패했다고 지적한다(193쪽). 저자의 지적은 현대미술의 한계에 정곡을 찌른 분석이다. 현대미술은 과거 미술이 지향했던 것을 조금씩 따라 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미술작품이 세상에 가장 비싼 작품으로 인정받는다. 미술 작품이 특권층만 소유할 수 있는 기성품이 된다. 안타깝게도 미술을 고상한 취미로 인식하는 생각이 아직 미술계를 지배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일반인도 공유할 수 있는 미술의 즐거움마저 잊힌다. 미술, 그것을 가까이하기에 너무 멀기만 하다.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상상력 사전(열린책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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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6-07 1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6-08 08:29   좋아요 1 | URL
낚이셨군요. 글 제목을 다시 보세요. ‘짝퉁‘에 주의하세요. ㅎㅎㅎ

2017-06-07 2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6-08 08:34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우리나라는 예술가가 활동하기에 힘든 곳입니다. 표현의 자유에 제약받죠, 그리고 기성예술의 선입견을 깨뜨리는 파격적인 시도가 무시받습니다. 요즘은 붓과 캔버스를 사용하지 않는 예술가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예술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는 사람들은 붓으로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람들이 ‘슈즈 트리‘를 이해하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