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 - 결혼이 위험 부담인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우에노 지즈코.미나시타 기류 지음, 조승미 옮김 / 동녘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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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非婚)이 늘고 있다. 예전에는 나이가 차서도 결혼을 안 하면 노처녀, 노총각이라는 호칭을 얻게 되어 자신도 초조해하고 부모들은 끙끙 앓기까지 했다. 그러나 지금은 결혼을 안 하는 것이 예사로운 일로 되었다. 이렇게 비혼을 결정하는 독신이 늘어나는 이유는 젊은 연령층의 개인주의적 성향과 가부장적 가족주의에 대한 반발, 여성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진출 등이 꼽힌다. 비혼 선호는 역시 여성에게서 훨씬 높게 나타난다. 지난해 발표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표본집계 결과에 따르면 미혼 인구 비율은 전체 연령대에서 증가했다. 특히 30대 미혼비율 증가율은 전연령대 중에서 가장 높았고, 학력이 높은 여성일수록 미혼 비율이 높았다[참고] 대학원 졸업 이상 고학력 여성 넷 중 한 명이 결혼하지 않은 상태다.

 

사실 많은 여성이 독신으로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밝히기를 꺼린다. 여성들이 독신을 떳떳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주변의 편견 때문이다. 여자 나이 서른이 넘으면 사소한 실수도 결혼을 못한 이유로 둔갑하고 주변 사람들의 부당한 간섭과 충고에 시달리게 된다. 성품이 아주 강하거나 무디지 않은 이상 여간해서는 이러한 상황을 이겨내기 쉽지 않다. 일본의 여성학자 우에노 지즈코와 사회학자 미나시타 기류는 사회에 의해 만들어진 독신에 대한 편견이 비혼 여성을 힘들게 한다고 말한다. 그녀들은 비혼도 가족의 한 형태임을 인정해 달라고 주문한다

 

결혼은 아득한 옛날부터 지금까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사람이 살아가면서 반드시 거쳐야 할 통과의례로 여겨져 왔다. 물론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결혼이 가지는 사회적 · 개인적 기능. 우선 결혼은 당사자에 대해 남편과 아내라는 사회적 지위와 함께 대부분 사회에서 성인(成人)이라는 자격을 부여한다. 남편은 사회적 부권(父權)을 승인받는다. 가부장으로서의 남편의 역할은 가족의 안정에 기여한다. 자발적 비혼 인구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인류가 만든 가장 위대한 제도라고 하는 가정의 틀에 큰 변화가 생기고 있다. 우에노와 미나시타는 자발적 비혼 인구가 증가하는 것을 개인의 의식뿐만 아니라 사회의 의식도 크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출산과 육아는 전적으로 가족의 부담으로 전가되고, 출산을 기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음은 부정할 수 없다.

 

독신인 우에노는 자신만의 삶의 의미를 잃고 남편과 아이에게만 매달린 채 살아가는 기혼 여성들을 안타까워한다. 일본과 우리 사회에서 결혼은 여성들에게 굴레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결혼으로 인해 성립되는 가정이 여성에 대한 억압 장치로 작용한다. 결혼해도, 안 해도 여성이 겪어야 할 고충이 많다. 그러다 보니 비혼모는 흔히 남자로부터 버림받은 불쌍한 여자이거나 성에 대해 무지한 상태에서 탈선해 사고를 낸 철부지라는 의식이 팽배했다. 우에노는 한 부모 여상 가장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인 위험 부담을 반영하지 못한 사회보장제도의 한계를 지적한다. 일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가 한부모 가정에게 지원하는 양육비는 월 12만 원이다. 경제적 기반을 갖추지 못한 비혼 여성 입장에서는 아이와 함께할 생활이 걱정된다.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미혼 출산이든, 비혼 출산이든 이들을 뒷받침할 제도가 더욱 탄탄해져야 한다는 게 두 전문가의 공통된 입장이다.

 

우에노와 미나시타의 대담집 비혼입니다만, 그게 어쨌다구요?!독신 남녀도 한 가족이다라는 새로운 가족관에 확신이 서지 않는 사람들이 읽어야 할 책이다. 결혼과 비혼 사이에 갈등하는 사람은 이 책을 통해 결혼의 의미를 재정립할 수 있다. 결혼이라는 관문을 거쳐야만 성숙해지는 것은 아니다. 결혼했느냐 안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얼마나 책임 있게 사느냐가 성숙의 정도를 결정하는 것이다. 결혼은 선택이다. 우리 사회 일부에서는 여전히 독신, 특히 싱글 여성을 이기적이라고 매도하거나 가족을 해체하는 존재로 폄하하는 인식이 남아있다. 유럽 국가들처럼 비혼 가정을 배려하는 법과 제도를 기대하기에는 아직 인식이 부족하다. 단지 타인이 결정한 삶의 과정이 나하고 다르다는 이유로 다른 사람을 인정해주지 않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행위에 불과하다. 사회 구성원들이 어떤 위치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든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

    

 

 

[참고] <비혼 택하는 고학력 여성들대학원 졸업 여성 23.4% ‘결혼 안 해’>

여성신문, 2016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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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6 2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2-17 09:23   좋아요 2 | URL
결혼을 기피하는 원인을 사회적인 관점에서 봐야 하는데, 보수적인 사람들은 미혼, 비혼자들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합니다. 결혼 안 하거나 못하는 사람을 부정적으로 봅니다.

코발트그린 2017-02-17 0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려운 주젭니다.......

cyrus 2017-02-17 09:27   좋아요 0 | URL
네. 개인이 편하게 살고 싶으면 독신으로 살아가도 좋은데, 저출산 문제를 생각하면 긍정적으로 볼 수 없는 건 사실입니다.

2017-02-17 13: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2-17 14:07   좋아요 0 | URL
무슨 일이 있으신지 잘 모르겠지만, 여기 댓글에 말씀하시기가 곤란하시면 서재 방명록에 글 남기셔도 좋습니다. 아니면 통화 연결을 원하시면 010-9177-5018로 연락주세요. ^^

2017-02-17 1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