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스톤 출판사의 에드거 앨런 포 전집을 읽기 시작한 날은 정확히 12월 8일이다. 이번 달 안에 4권까지 다 읽으려는 목표를 설정했는데, 현재 3권까지 읽었다. 하늘연못 출판사의 《우울과 몽상》(약칭 ‘우몽’)을 같이 읽다 보니 읽는 책 읽는 속도가 더디다. 책을 읽다 보면 오역이 의심되는 문장을 발견한다. 역시 《우몽》은 명성에 걸맞게 오역이 많았다. 코너스톤 출판사 번역본에도 오역으로 추정할 수 있는 문장 몇 개 있었다. 이 정도면 코너스톤 번역본은 독자평점 만 점을 받을만한 책이 될 수 없다. 원문을 독해하는 능력은 부족하지만, 단어사전을 찾아보면서 문장을 꼼꼼하게 읽으니까 내 눈에 어색한 내용이 보였다. 원문, 코너스톤 출판사 번역본(《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2 : 공포 편》),  《우몽》 순으로 인용문을 배열했다. 내 의견이 잘못되었거나 더 보충할 내용이 있으면 댓글로 알려줘도 좋다.

 

 

 

 

 

Scene #1 『병 속의 수기』(MS. Found in a Bottle)

 

이 소설은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1 : 미스터리 편》에 수록되었다. 번역문은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잘못된 내용의 역주가 있어서 이 글에 포함시켰다.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1 : 미스터리 편》 199쪽 문장에 ‘크라켄’이 나온다. 여기에 대한 역주 설명은 이렇다.

 

 

바다에 큰 소용돌이를 일으킨다고 하는 전설상의 괴물로, 그리스 신화에서 페르세우스가 베어낸 메두사의 머리로 크라켄을 퇴치하고 안드로메다 공주를 구함.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1 : 미스터리 편》 199쪽)

 

 

 

크라켄에 대한 설명이 틀렸다. 크라켄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이 아니라 북유럽 지역에 알려진 괴물이다.

 

 

 

 

 

크라켄 (Kraken)

 

 

 

 

피에로 디 코시모  「안드로메다를 구출하는 페르세우스」 (1510년경)

그림 중앙에 페르세우스가 케투스의 몸에 올라 타서 괴물을 죽이려고 한다

 

 

 

크라켄(Kraken)은 노르웨이어로 ‘무서운 바다 괴물’이라는 뜻이다. 페르세우스가 퇴치한 괴물은 케투스(혹은 케토스, Cetus)다. 케투스는 고래와 흡사하게 생겼고, 크라켄은 거대한 오징어나 문어와 비슷하다.

 

 

 

 

Scene #2 『생매장』(The Premature Burial, 《우몽》판 제목은 ‘때이른 매장’)

 

 

➡ The "Chirurgical Journal" of Leipsic -- a periodical of high authority and merit, which some American bookseller would do well to translate and republish, records in a late number a very distressing event of the character in question.

 

* 독일 라이프치히의 <의학 전문지>는 권위와 명성이 자자한 정기 간행물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사건의 매우 비극적인 기사를 실었다. 기사의 내용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2 : 공포 편》 236쪽)

 

* 높은 권위와 명성을 가진 정기간행물인 <치러지컬>지는 몇몇 미국 서점들이 번역해 출판하는데, 최근호에 아주 비참한 사건의 내역이 실렸다. (《우몽》 624쪽)

 

 

‘Chirurgical’은 ‘Surgical’의 고어(古語)다. ‘의학’보다는 ‘외과’로 번역하는 것이 맞다.

 

 

 

➡ "I have no name in the regions which I inhabit," replied the voice, mournfully; "I was mortal, but am fiend. I was merciless, but am pitiful."

 

* "내가 사는 곳에는 이름이 없다. 나는 한때 인간이었지만 지금은 인간도 악령도 아니다. 나는 한때 무자비했었지만 지금은 긍휼하다."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2 : 공포 편》 244쪽)

 

* "내가 사는 곳에는 내 이름이 없다. 나는 죽어야 할 운명이지만, 나는 악마이다. 나는 무자비하지만, 불쌍히 여긴다." (《우몽》 630쪽)

 

 

‘I was mortal, but am fiend’, 이 문장만 떼어 내보자. ‘but’은 ‘그러나’, ‘하지만’을 뜻하는 접속사다. 그러면 《우몽》의 번역문이 맞다. 만약에 코너스톤 번역본의 문장을 영문으로 쓰면 이렇게 된다. I was mortal, but ain't[am not] fiend. 참고로 ‘fiend’는 ‘악령’, ‘악마와 같은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명사다. 

 

 

 


➡ "Hillo! hillo, there!" said a gruff voice, in reply.
"What the devil's the matter now!" said a second.
"Get out o' that!" said a third.
"What do you mean by yowling in that ere kind of style, like a cattymount?" said a fourth.

 

* "이봐요! 어이, 거기!"
걸걸한 음성이 대답했다.
"이건 또 무슨 황당한 일이지?"
두 번째 음성이 말했다.
"거기서 당장 나와!"
세 번째가 소리쳤다.
"힌두교도 같은 옛날 옷을 입고 뭐라고 떠드는 거야?" 네 번째 음성이었다.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2 : 공포 편》 250쪽)

 


* "이봐! 이봐, 저기!"
어떤 쉰 목소리가 대답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두 번째 목소리가 말했다.
"저기 꺼내자구!"
세 번째가 말했다.
"심술궂은 고양이가 우는 소리인데, 도대체 무슨 말하는 건가?" 네 번째가 말했다.

 

(《우몽》 634쪽)

 

 


코너스톤 전집 번역은 ‘바른번역’이라는 번역가 집단이 맡았다. 그런데 그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오역이 발견된다.

 

"What do you mean by yowling in that ere kind of style, like a cattymount?"

 

‘cattymount’는 미국 남부 지방에서 사용되는 ‘catamount’의 방언이다. 단어에 ‘cat'이 들어가 있다. ‘cattymount’가 무슨 뜻인지 몰라 이 단어가 ‘고양이’와 연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catamount’는 고양이과의 동물, 즉 퓨마와 스라소니를 의미한다. 이쯤 되면 어느 책의 번역이 잘못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무슨 생각으로 ‘힌두교도’로 번역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catamount’와 힌두교와 무슨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아무리 찾아봐도 그와 관련된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 사실 네 번째 사람이 "힌두교도 같은 옛날 옷을 입고 뭐라고 떠드는 거야?"라고 말하는 건, 이야기의 상황에 맞지 않는다. 무덤 안에 갇힌 소설의 주인공이 밖으로 나가려고 소리를 지르고 있는데, 무덤 밖에 있는 사람이 그 소리만 듣고, 힌두교도 옷을 입은 사람이 떠드는 건지 어떻게 아는가. 말이 안 된다.

 

 

 


Scene #3 『모렐라』(Morella)

 

 

➡ Morella’s erudition was profound. As I hope for life her talents also were of no common order — her powers of mind were gigantic. I felt this, and in many matters became her pupil. Rare and rich volumes were opened for my use; but my wife, perhaps influenced by her Presburg education, laid before me, as I took occasion to remark, chiefly those speculative writings which have, from causes to me unknown, been neglected in these latter days, and thrown aside, whether properly or not, among the mass of that German morality which is indeed purely wild, purely vague, and at times purely fantastical.

 

* 모렐라는 학식은 매우 깊이가 있었다. 그녀의 재능은 보통이 아니었고 막대한 지성을 갖추고 있었다. 나는 이를 느끼고 많은 부분에서 모렐라에게 배움을 얻었다. 하지만 모렐라는 슬로바키아에서 교육을 받았기 때문인지, 보통은 초기 독일 문학의 싸구려 작품들로 간주되는 다수의 불가사의한 글을 내 앞에 내놓곤 했다.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2 : 공포 편》 255~256쪽)

 

* 그러나 프레스부르크 교육 탓인지, 그녀는 대부분 초기 독일 문학의 졸작으로 간주되는 여러 편의 이상한 글을 내 앞에 내놓았다. (《우몽》 780쪽)

 

 

‘바른번역’ 소속 번역자는 ‘Presburg education’을 ‘슬로바키아에서 받은 교육’이라고 옮겼다. 프레스부르크는 슬로바키아의 수도 브라티슬라바(Bratislava)의 독일어 이름이다. 1541년부터 1784년까지 프레스부르크는 헝가리의 수도였다. 당시 슬로바키아는 헝가리의 지배를 받았다. 제1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에 1918년 체코슬로바키아에 편입되어 지방 도시로 전락했다. 동유럽 공산주의가 무너진 1992년에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리되면서 프레스부르크는 현재 슬로바키아의 수도가 되었다. ‘Presburg’는 도시 지명이므로 ‘슬로바이카의 수도’라고 써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써도 원문에 나오는 ‘Presburg’의 의미와 완전히 달라지므로 의도치 않은 오역이 나오게 된다. 포가 이 글을 발표했던 시대에 프레스부르크는 수도 지위가 박탈되었으나 여전히 헝가리가 통치하고 있었다. 역사적 사실을 따른다면 ‘헝가리의 도시’라고 쓰는 것이 더 정확하다. 센스 있는 번역자라면 프레스부르크의 역사를 간략하게 설명한 역주를 달아줘야 한다.

 

 

 


Scene #4 『베레니스』(Berenice) 

 

 

➡ Of Mademoiselle Sallé it has been well said, “Que tous ses pas etaient des sentiments,”


* 사람들은 프랑스 무용가 마리 살레에 대해 '그녀의 모든 발걸음이 감정이었다'고 말했다.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2 : 공포 편》 307쪽)

 

* <마드셀 살르>에는 "모든 발걸음이 감상이었다"는 구절이 있다. (《우몽》 829쪽)

 


드디어 《우몽》의 오역 사례를 소개해본다. ‘Mademoiselle Sallé’는 프랑스의 무용수 마리 살레(Marie Sallé, 1707~1756)를 가리킨다. 《우몽》의 번역자는 ‘마드모아젤 살레’를 책 이름으로 옮기는 실수를 했다. 그나저나 ‘Mademoiselle’은 딱 봐도 ‘마드모아젤’로 읽는데 ‘마드셀’이라고 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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