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장인, 몸으로 부딪쳐! - 열혈 청춘을 위한 진로 이야기
강상균.조상범 지음 / 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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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ene #1  자신에게 자기 인생을 건 젊은 장인들

 

‘물건 만드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 장인(匠人)의 사전적 의미다. 이처럼 사전에는 딱 한 문장으로 정의한다. 사전적인 의미와는 달리 우리들에겐 한 분야에서 오랜 시간 동안 내공을 가지고 묵묵히 일하는 존경 받을 만한 사람들에게 붙는 영예스런 칭호다. 보통 ‘장인’의 칭호는 나이 지긋한 분들이 많지만 2, 30대도 ‘장인’으로 불릴 만한 사람들을 찾을 수 있다. 남들과 차별되는 아이디어와 도전하는 정신으로 무장한 젊은 장인들이 있다.

 

『젊은 장인, 몸으로 부딪쳐!』(줄여서 ‘젋은 장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젊음을 불태우는 열혈 청춘 장인 6명의 인생 스토리를 담았다. 방송사를 그만두고 유럽여행을 하다가 수제노트의 매력에 푹 빠져 수제노트 1인 기업 복면사과노트컴퍼니를 설립한 김영조 대표, 파스타를 파는 포장마차로 이름을 알리고 지금은 건대 근처 심야식당으로 유명해진 ‘소년상회’의 채낙영 셰프, 국내에서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손으로 만드는 자전거’ 장인 김두범, 최연소 장제사(裝蹄師, 말의 편자를 만들고 발굽에 부착하는 사람) 윤신상 & 장원, 최연소로 대목수 시험을 합격한 김승직 대목수. 이들은 일상의 궤도를 벗어나면서 자신의 열정을 바칠 수 있는 대상을 찾아다녔다. 그리고 그것을 발견한 순간 엄청난 노력가로 변신했다. 타자가 아닌 자신에게 자기 인생을 걸었다. 평탄치 않은 삶 속에서 자신의 열정을 진정 하고 싶은 일에 바쳤다.

 

 

 

 Scene #2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진로 이야기  

 

 

 

 

 

 

『젊은 장인』속 이야기는 2005년에 나온 일본 저널리스트 다치바나 다카시의 『청춘표류』(예문, 품절)를 떠오르게 한다. 『청춘표류』는 다치바나 다카시가 11명의 젊은이를 만나 인터뷰를 나누고 쓴 책이다. 원숭이 조련사, 산속에서 매를 부려 사냥하는 수할치, 레코딩 엔지니어, 나이프 제작자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젊은이들이 등장한다.

 

다치바나 다사키는 자신의 꿈을 쫓아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생 선배다운 충고를 한다. 자신 있게, 그리고 대담하게 살라고. 인생에서 자신이 살고 싶은 대로 살 수 있는 시기는 그리 길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몸은 청춘이면서도 정신은 '노인'이 되어버린 청년들을 따갑게 질책한다.

 

반면, 『젊은 장인』은 젊은 독자들을 향해 훈계하는 책이 아니다. 그렇다고 방황하는 청춘을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우는 달콤한 사탕 같은 책도 아니다. 『젊은 장인』의 공동 저자는 뻔한 진로희망을 위해 취업 준비하는 청춘들에게 또 다른 인생의 진로가 있음을 보여준다. 단순히 독자에게 청년 장인들의 진솔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독자가 직접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도록 ‘인터뷰 픽션’이라는 생소한 형식으로 구성되었다. 책 속에 등장하는 6명의 청년 장인들과의 인터뷰를 소설의 전개 방식으로 변형시켜 한 편의 이야기를 보는 느낌이 든다. 한창 진로에 고민을 많이 하게 될 고등학생 3학년 수험생인 주인공 민우는 6명의 청년 장인들을 만나 진짜 꿈에 대한 의미를 찾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난 뒤에 청년 장인들이 걷는 길에 흥미가 있는 도전적인 독자를 위해 직업 관련 정보도 소개하고 있다. 책 제목처럼 새로운 진로에 흥미를 느낀 독자들이 장인의 세계 안으로 들어가 직접 몸으로 부딪힐 수 있게 도와준다. 이처럼 『젊은 장인』은 민우와 같은 고등학생 독자에게 유용한 교육 도서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경력이 있는 스토리텔링 전문가와 <타짜, 신의 손> 시나리오 작가가 의기투합하여 만든 재미있는 진로 이야기다. 

 

 

 

 Scene #3  내가 걷고 있는 길이 진짜 '진로'(進路)일까, '험로'(險路)일까? 

 

진로를 정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진로는 곧 어른이 되기 위한 어려운 관문을 지나가기 위한 길이기도 하다. 진로라는 길은 혼자 가기에 순탄하지 않다. 도전의 패기가 넘치는 청년이 창업하겠다면 “대기업 취업이나 해라”고 핀잔을 듣는다. 가족부터 한사코 뜯어말린다. 가족은 자식이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는 것을 원한다. 그럴싸한 아이디어를 내도 사회에서 푸대접을 받기 일쑤다. 정부는 “창업이 창조경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지만, 한편에선 창업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은 부실한 보상체계와 지원 탓이 크다. 실패에 대한 부담이 큰데도 그에 따른 사회의 평가와 대가는 형편없다는 인식에 기반을 둔다. 이렇다보니 창업의 ‘도전’이 사라지고 있다.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은 실업의 공포에 떨며 안정된 직장을 붙잡는데 사활을 건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승부해야할 젊은이들이 너나없이 공무원 임용과 대기업 취업에만 목을 매는 사회는 미래가 어두워진다.

 

우리 청년들은 꿈을 잃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당연하면서도 쉬운 생각임에도 우리는 어렵고 무모한 도전으로 치부한다. 우리는 ‘취업진로’라는 길에 너무나도 익숙해져버렸다. 조금만 더 주위를 돌아보면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새로운 길이 있는데도 차마 그 쪽으로 발을 내딛는 것을 꺼려한다.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내가 가고 있는 ‘취업진로’를 향해 직진만 할 뿐이다. 벌써부터 자신에게 찾아오지 않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내가 서 있는 이 길이 ‘진로’(進路)가 맞는지 고민해야 한다. 고민도 없이 남들이 가고 있는 ‘진로’를 따라 간다면 내가 원하는 직업이라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까? 똑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아 지나갈 틈이 없다. 시간만 허비하고 발전은 더디게 된다. 어른들은 이것을 미래를 위한 성장통이라고 위로를 하지만, 그것이 우리 인생을 더 방황하게 만드는 험로(險路)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른다. ‘취업진로’를 지나가고 있는 우리 또한 마찬가지다.

 

젊은 자전거 장인 김두범은 청년들이 선택하는 진로가 진짜 좋아하는 길인지 아니면 험난한 길인지 스스로 고민해보라고 조언한다.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해보면 그것이 올바른 길인지 고민이 시작될 거야. 그게 중요해. 그냥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건 무책임할 수 있거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 버는 게 즐거울 수도 있어.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며 부자가 되는 게 바람직한 일일까? 언제낙 자신도 당할 수 있는데? 결국 옳은 일을 하지 못하면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모두 무의미해지는 거야. 남들이 잘못된 길을 가고 있으면 그 길을 맞지 않는다고 얘기하고 싸우고 흔들어 깨울 수 있어야 해. 그러니까 내가 그런 길을 가고 있는지 항상 자신을 돌아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 (124~125쪽)

 

누군가는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고 말한다. 이미 세상을 발을 내딛는 어른도 아이처럼 늘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나 다 흔들리기 때문에 도망치거나 망설이거나 휘둘리지 말고 정확하게 바라본 뒤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라고 한다. 그렇지만 어른의 진동은 자연스럽게 생각하면서도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아닌지 스스로 흔들려고 하지 않는다. 자전거 장인의 말처럼 자신을 솔직하게 돌아본 뒤에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어떻게든 붙잡고 흔들어야 한다.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길을 걷는 나를 대담하게 한 번이라도 제대로 흔들어야 좋은 직업을 가진 어른이 될 수 있다.  


내가 가고 있는 길을 확실하게 정했다면 이제 두려움 없이 직진하면 된다. 실패를 미리 겁먹을 필요 없다. 도전에는 실패가 따르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실패를 영원한 실패로 치부하면 낭비다. 실패 경험은 미래 성공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다. 실패한 이도 지원을 받을 기회가 있어야 하는 이유다. 우리 사회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라고 수없이 강조하지만, 실패를 성공을 위한 경험의 밑거름으로 보지 않는다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싹 틔우기가 어려운 황무지로 남을 것이다. 실패해도 자유롭게 다시 도전해 성공을 꿈꿀 수 있다. 실패를 통해 얻는 노동의 가치는 소중한 발전을 위한 자산이 될 뿐만이 아니라 훗날 1인 창업을 위해 도전하는 청년들을 위해 길을 밝혀주는 빛나는 자산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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