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슨 매컬러스의 『슬픈 카페의 노래』는 지금까지 3종이 번역, 출판되었다. 2005년 열림원에서 故 장영희 교수 번역으로 ‘열림원 이삭줍기’ 시리즈로 나왔다. 올해 초에 새로운 표지로 단장하여(표지 속 인물은 작가 카슨 매컬러스) 개정판이 출간되었다. 그리고 동서문화사 월드북 시리즈(185번)로 나온 것으로 매컬러스의 또 다른 대표작이자 처녀작인 ‘마음은 외로운 사냥꾼’과 함께 수록되어 있다.
그렇다면 나머지 1종은? 문예출판사에서 출간되었는데 정현종 시인이 번역한 것이다. 그러나 문예출판사판은 현재 절판이다. 문예출판사에서 출간된 세계문학 작품들은 옛날 ‘문예 세계문학선’ 표지 디자인과 흡사하다. 흰 색 바탕에 한가운데에 작은 그림을 넣었다. 표지 그림은 반 고흐의 「아를의 밤의 카페」이다. 화려한 불빛이 흘러나오는 고흐의 카페는 작품 속 인물인 아멜리아, 라이언 그리고 마빈의 삼각관계를 형성하기 전 행복했던 카페의 분위기가 연상된다. 과거 ‘문예 세계문학선’ 표지 디자인과 비슷하지만 『슬픈 카페의 노래』는 세계문학선 시리즈에 포함되지 않은 작품 중 하나이다.
내가 가진 책은 1996년 초판이다. 하지만 오랜 역사를 지녔으며 유명한 세계문학 작품을 가장 먼저 번역 소개한 이력이 있는 문예출판사답게 정현종 번역본은 1972년에 처음 출간되었다. 아마도 카슨 매컬러스의 이 작품을 가장 먼저 번역한 출판사가 문예출판사일 것으로 생각된다.
다른 번역본이 남아 있어서 정현종 시인의 번역본이 잊힌 감이 있다. 알라딘에 검색하면 표지마저도 나오지 않는다. 이 책에 매컬러스의 다른 단편소설들도 수록되어 있는데 ‘덧없는 생’, ‘사랑의 딜레마’, ‘나무, 바위, 구름’, 3편이다. 1972년판 당시에는 ‘사랑의 딜레마’는 처음에 ‘가정불화’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다. ‘덧없는 생’은 ‘체류자’로, ‘사랑의 딜레마’는 ‘가정의 딜레마’라는 바뀐 제목으로 ‘나무, 바위, 구름’과 함께 단편집 『불안감에 시달리는 소년』(열림원)에 수록되어 있다.
매컬러스의 작품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그로테스크한 고딕 문학이 특징이다. 그녀의 소설 속 인물들은 비정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사건이 전개된다. 그녀는 ‘남부 고딕문학’의 대표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슬픈 카페의 노래』『마음은 외로운 사냥꾼』이외에도 1946년 작 『고딕 소녀』(The Member of the Wedding)도 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직접 극화하여 상연되기도 했다. 그리고 1961년 작 『바늘 없는 시계』는 『슬픈 카페의 노래』와 함께 수록되어 나온 적 있으나 출간된 지 오래되어서 시중에 구하기가 쉽지 않은 작품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