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쟁이 피터 - 인생을 바꾸는 목적의 힘
호아킴 데 포사다.데이비드 S. 림 지음, 최승언 옮김 / 마시멜로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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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ene #1  인생의 목적이란 무엇인가?

 

“나는 왜 이 세상에 존재하는가?” 사람들은 이 질문 앞에서 누구나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낀다. 그 어떤 질문보다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질문임에도 불구하고 가급적 피하고 싶은 질문이기 때문이다.

 

또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필요한 가장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물음이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살아갈 세상은 어떤 곳인지, 내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내게 주어진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아야 진정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삶을 제대로 살 수 있는 까닭이다.

 

『죽음의 수용소』의 저자 빅터 프랭클은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는 니체의 말을 인용하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시련 속에서도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아야 한다고 설파한다. 이렇듯 중요한 인생의 목적이란 무엇이고, 왜 그리 중요하며, 어떻게 찾을 것인가?

 

인생의 목적은 우리가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는지, 즉 존재의 이유와 나아가는 방향에 대한 깊은 의식이다. 그것은 정체성, 소명, 가치와 신념, 욕구 등이 망라된 우리의 존재와 삶을 규명하는 본질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의미이고 방향이며 최종 목적지이다. 그리고 성취, 직업, 인간관계 등 우리 삶을 통제하는 근원이며 에너지의 원천이다. 인생의 목적은 이처럼 중요하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먹고살기에도 바쁘다는 이유라든가 특별한 사람이나 가지는 것으로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톨스토이의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부와 신분상승이 인생의 목적이었던 한 남자의 이야기다. 모든 것을 이룬 순간 오직 죽음이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의 삶의 의미와 목적도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모두가 가는 길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자신의 삶이 옳지 않았음을 뒤늦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누구나 인생에서 실패와 좌절을 겪고 희망을 잃을 때가 있다. 그런 상황이 찾아오면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한 표류하는 배처럼 방황의 연속일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 ‘피터’ 역시 그랬다.

 

피터는 불행했다. 가난하고 무식한 부모에게서 태어났기에 나면서부터 가난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 게다가 그는 선천적으로 키가 작았다. 유전적 질병은 아니었지만 또래 아이들에 비해 현저하게 키가 작았던 그를 친구들은 난쟁이라고 놀려대며 왕따를 시켰다. 또한 분노조절장애가 있어 ‘욱’하는 성격으로 놀려대는 친구들과 싸움질하기 일쑤다. 그래서 친구도 없다. 설상가상으로 유일하게 그의 편이었던 엄마마저 아빠를 대신해 생계를 꾸려가다가 뜻하지 않은 사고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아빠는 툭하면 술을 마시고 손찌검을 해댔다.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세상을 살아갈 이유가 없었다. 힘든 거리 생활을 하게 됐지만, 그의 주변에는 그를 돕고자 하는 많은 이들이 생기게 된다.

 

끊임없이 독서를 권하는 학교 선생님부터 삶의 의미를 깨닫게 해주는 알렉스 경 등 피터를 지지하고 독려하는 소중한 존재들이 피터를 어둠으로부터 끌어낸다. 낮에는 택시운전을 하고 밤에는 대학에서 법학 공부를 하며 피터는 사람들에게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지가 서로 사랑하며 함께 사는 것이라고 깨닫게 된다. 또한 피터는 우리가 사는 데 있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단어들을 모아 드림 카드를 만들어 사람들에게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지가 서로 사랑하며 함께 사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피터는 노숙자에서 택시 운전사가 되기까지, 그리고 하버드 출신 변호사가 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을 감동시키며 다른 사람들을 위해 헌신한다. 그리고 마지막엔 아버지를 용서하고 화해한 피터는 어느새 진정한 거인이 돼 있었다. 예컨대, 피터의 무료 법률사무소는 노숙자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실제 해결을 못한다 해도,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노숙자 출신의 변호사가 자신들의 말을 들어준다는 사실 자체가 그들에게 큰 위안을 주는 부분도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피터는 처음의 목적, 즉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살겠다는 인생의 목적을 차근차근 이뤄 간다.

 

 

 

 Scene #2  우화 형식 자기계발서의 등장

 

『난쟁이 피터』는 전작 『바보 빅터』 이후로 3년 만에 나온 호아킴 데 포사다의 신작이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에 출간한 『마시멜로 이야기』가 국내에서 빅히트를 친 이후 인생에 교훈을 주는 우화 형식의 자기계발서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마시멜로 이야기』가 성공한 것은 흡입력 있는 깔끔한 우화 형식의 이야기가 가진 힘도 있었지만 출판사 한국경제신문(한경BP)의 철저한 마케팅의 덕분이다.

 

처세서나 실용서, 그리고 우화는 모두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를 어떻게 새로운 이야기로 들려주느냐가 관건이다. 그런 점에서 『마시멜로 이야기』는 ‘잘 참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뻔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바꿔냈다. 성공한 갑부 조나단이 운전사 찰리에게 들려주는 성공의 비결에 따라 찰리가 스스로 삶의 방식을 바꾸는 과정을 실감나게 진행된다. 대가없이 도움을 주는 후견인이 생겼으면 하는 ‘키다리 아저씨’의 환상도 충족시켜준다.

 

『마시멜로 이야기』는 아나운서 정지영 씨의 대리번역 논란 이후로 판매량이 주춤할 듯 했으나 새 번역자와 새 출판사(21세기북스)로 옮겨 지금도 판매되고 있다. 그리고 『바보 빅터』는 한경BP에서, 이번에 나온 『난쟁이 피터』도 한경BP 소속 계열의 출판사인 ‘마시멜로’에서 출간되었다.

 

포사다의 신작 『난쟁이 피터』에 관한 언론과 독자의 관심이 높아서, 역시 ‘마시멜로 열풍’을 일으킨 저자의 인기를 다시 한 번 실감케 한다. 현재 4월 1일 기준으로 알라딘 에세이 분야 주간 베스트셀러 4위,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1위로 출간된 지 1주일 만에 상위권에 진입했다. 

 

 

 

 Scene #3  『바보 빅터』『난쟁이 피터』, 다르면서도 같은 이야기

   

그러나 냉정하게 이 책에 대해서 따져보자.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누구다 다 아는 이야기를 새로운 이야기처럼 들려줘야 독자의 흥미를 유도할 수 있다. 너무 뻔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는 절대로 감동을 주지 못한다. 그런데 과연 『난쟁이 피터』가 포사다의 전작들과 비교해서 ‘누구나 다 알면서도 흥미진진한 새로운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까?

 

『마시멜로 이야기』『바보 빅터』『난쟁이 피터』에는 불행한 일을 겪는 주인공을 돕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들은 주인공에게 진짜 성공의 의미를 알려준다. 이들은 책에서는 조연 역할을 하고 있지만, 주인공이 성공의 해피엔딩으로 이끄는 중요한 인생의 멘토 또는 조력자로 나온다. 『마시멜로 이야기』에는 갑부 조나단, 『바보 빅터』는 문학교사 레이첼 그리고 『난쟁이 피터』는 크리스틴 선생님, 알렉스 경, 윌리엄 교수 등이 있다. ‘성공한 자’와 ‘성공을 원하는 자’의 인물 구도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가면서도 독자들이 마지막까지 극적 긴장감을 놓지 않도록 이끈다. 그러나 비슷비슷하면서도 단순한 플롯은 우화라는 형식에서 볼 수 있는 한계이기도 하다. 우화는 장르적으로 보면 서사적인 것과 교훈적인 것이 절충된 단순 형식이라 할 수 있고, 그들이 가르치는 교훈은 비교적 저차원적인 사리 분별을 위한 것이나 실용주의적인 것이다. 그만큼 글의 밀도가 떨어지고, 자칫 가볍게 읽혀질 수 있다.

 

그리고 『난쟁이 피터』는 포사다의 두 번째 전작 『바보 빅터』의 인물과 플롯이 유사하다. 『바보 빅터』의 주인공 빅터는 IQ 173의 천재적인 두뇌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난히 수줍음 많고 말도 더듬은 자신감 없이 살아가는 인물이다. IQ 테스트에서 담임선생님의 실수로 73이 나오자 아이들로부터 아예 ‘바보 빅터’로 낙인찍힌다. 그는 학교를 자퇴하고 온갖 허드렛일을 하며 진짜 바보로 살아간다. 또 다른 주인공 로라의 상황도 비슷하다. 부모는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조차 그녀를 못난이라고 부른다. 그녀는 예뻐질 수 없다는 자괴감에 늘 우울해하며 매사에 비관적이다. 결국 결혼생활마저도 실패하고 만다. 『난쟁이 피터』의 피터처럼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 유년기 시절은 절망과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

 

『바보 빅터』의 빅터와 로라, 『난쟁이 피터』의 피터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에 힘입어 열등감과 자괴감이라는 감옥에 스스로 빠져 나온다. 그리고 자신의 숨어있는 잠재력과 재능을 서서히 발견하게 된다. 이들은 이때부터 그동안의 상처를 함께 치유하며 새로운 긍정과 희망의 씨앗을 심기 시작한다. 두 책 다 이미 수많은 자기계발서에서 볼 수 있었던 ‘희망적인 삶을 위한 긍정의 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 인생에 가장 필요하고도 중요한 교훈이지만 자기계발서 열 권 중에 두 세 권 정도만 읽어도 나오는 흔한 내용이다.

 

 

 

 Scene #4  전작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신작   

 

출판사는 이 책이 ‘『바보 빅터』이후 400만 독자가 기다려온’ 최신작이라고 홍보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 출판사가 말한 그 ‘400만 독자’는 『난쟁이 피터』에 만족했을지 의문이 든다. 포사다가 쓴 책을 한 번 이상 읽어보고, 그의 신작을 정말 기다리는 독자라면 기대에 못 미쳐 실망하지 않았을까.

 

나는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는 편이 아닌데다 ‘베스트셀러’ 딱지가 붙어도 잘 읽지 않는다. 운 좋게도 출판사로부터 포사다의 신작을 무료로 제공받아 읽게 됐는데, 사실 포사다의 책은 『난쟁이 피터』가 처음이다. 그 다음에 『마시멜로 이야기』『바보 빅터』순으로 읽어나갔다. 세 권 다 읽으면서 왜 우리나라 독자들이 자기계발서에 열광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책의 교훈적인 주제는 정말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 번 곱씹어 봐야 할 좋은 내용인 것은 사실이다. 책을 읽다보면 성공한 명사의 격언이나 밑줄 긋고 싶은 문장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지극히 주관적이고, 좀 박하게 보일지 모르겠지만 이 책을 준수한 정도인 별 3개의 평가를 주고 싶지 않다. 읽는 내내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미 알고 있었던 내용이라서 그런지 나의 가슴을 울컥하게 해주는, 그런 감동이 밀려오지 않았다.

 

자기계발서를 읽고 나면 지금보다 나은 성숙한 삶으로 계발하고 발전하기 위한 실천이 꼭 따라야만 한다. 책을 덮고 나서 진부하게 중요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거나 인상 깊은 구절로 채우는 서평을 쓴다고 해서 제대로 된 자기계발서 독서라고 보기 어렵다. 책의 내용을 평가하는 정도에 그친다면 자기계발서를 읽었던 그 시간은 낭비에 불과하다. 심장으로 교훈을 느꼈으면 머리로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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