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알베르토 자코메티」

 

 

거의 철사처럼 된 자코메티의 조각을 보면, 마른 나무 막대기 하나로도 인간을 말할 수 있는 그 소통의 힘과 명쾌한 시각적 표현에 마음이 와 닿는다. 부피도 무게도 없는 유령 같은 그의 조각에서 진정한 연대감을 느낄 수 있다.

 

 

 

 

 

 

 

 

 

 

 

 

 

 

 

 

1901년 스위스의 유명한 화가 아들로 태어난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2차세계대전 전후의 정신적 위기상황에서 희망을 잃고 망연자실해 있던 인간의 고뇌와 불안을 그만의 섬세한 감각과 통찰력으로 표현해 낸 20세기 조형미술의 대가이다.

 

또한 그의 작품들은 종종 실존주의 문학과 비교되기도 하는데 특히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는 유명한 철학적 명제를 들고 나온 사르트르는 자코메티의 작품을 ‘부정의 시작이며 무(無)로 가는 여정'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그러나 굳이 실존주의 운운하지 않더라도 수척한 자코메티의 인물조각을 한번쯤 본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볼륨을 상실한 그 기묘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서 상처받고 부서지기 쉬운 우리 모두의 자화상을 쉽게 겹쳐 볼 수 있게 된다.

 

자코메티는 말했다. ‘거리의 사람들을 보라. 그들은 무게가 없다. 어떤 경우든 그들은 죽은 사람보다도, 의식이 없는 사람보다도 가볍다. 내가 부지불식간에 가는 실루엣처럼 다듬어 보여 주려는 것이 그것이다. 그 가벼움 말이다.'라고. 모든 사물이 지니고 있는 덩어리(Mass)와 양감(volume)에서 존재의 무게감을 덜어내 버린 유령과도 같은 그의 조각들은 존재의 가벼움’이며 ‘소통의 부재’에 관한 것이다. 예술을 통한 작가의 시선은 종종 우리를 재구성해주고 비밀스러운 상처를 찾아서 아물게 해준다.

 

만약 삶이 어느 날 쓸쓸함과 덧없음에 절망하고 있다면, 불안과 고독을 시각적인 비움과 절제로 해석해낸 자코메티처럼 한번쯤은 인생의 해묵고 질펀한 부분들을 과감히 잘라 무게감을 덜어본다.

 

“아! 우리의 존재는 아주 가볍구나“ 낮은 한숨과 함께 새털같이 날아가 버릴 우리 존재의 우연성을 실감할 때 우리는 어쩌면 기대하지 않았던 진정한 희망을 불현듯 감각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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